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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달 동안 라그나로크라는 게임에 약간 심취해 있었다는 건 아시는 분은 아실(지도 모르실지도 모르겠는) 일입니다. 그러고 저러고 하다가 어느새.
그... 그러니까 라앤 (라그나로크 상에서의 애인 사이) 라는 게 생기고 말았다는... -////- (뷁그레~)
뭐 워낙에 드라이한 성격에 '마음만은 사나이' (라그나로크 게임에서 알게 된 남동생들 표현) 이라서. 정말 애인 같은 사이는 아니고 보조직인 제 프리스트 캐릭터와 전투형 캐릭터인 그 쪽이 내내 같이 사냥 다니면서 서로 렙이나 올리자~ 뭐 이런 건데요. 이럭저럭 말이 오가는 사이, 그 오빠와 프론테라 (라그나로크상의 도시중 하나) 에 있는 성당에 가서 결혼이나 하자. 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답니다.
나 : 흐음. 근데 그거 나 프리 되고 난 다음에 하는게 낫지 않아요? 지금으로서는 힐 (체력을 회복시키는 보조 마법) 하고 민블 (캐릭터 속도를 올려주는 민첩성 증가 마법과 방어력과 체력을 증강시키는 블레싱 마법의 준말) 밖에 못 주니까 그다지 도움이 못 될 것 같은데.
오빠 : 뭐. 그럴까? 나도 지금은 글로리아 (행운을 올려주는 보조마법) 이 당장 필요한 상태니까. 글로는 프리 밖에 못 배우잖아. (당시에 저는 프리스트의 전 직업인 복사 상태였답니다.)
해서, 전직을 한 다음에 결혼하기로 말이 맞았는데...
문제는, 결혼하기로 한 이 오빠, 한 동안 렙업에 질렸다고 투덜대더니만, 결혼 날짜까지 잡아놓고 게임을 접어버렸... -ㅂ-
||||||||||OTL||||||||||||
오빠 없이 눈물에 전직을 한 다음, 한참 기다려도 연락도 없고 하기에 어찌된 일인가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아는 동생을 통해 들은 라그 접었다는 말은 꽤 충격이었어요. 그러고 있는데.
당시 친목을 위해 든 길드 (라그나로크 내의 커뮤니티 모임) 에서 마침 연령대가 맞는 길드 마스터 오빠와 친분이 쌓이게 되었답니다.
길마 오빠 : 하아. 이제 여자랑 결혼해 보고 싶어.
나 : 결혼 다 쓸데 없어요.
길마 오빠 : 어쨌든 간에. 남장여자와 결혼해서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이야...? ㅠ_ㅠ
나 : 오빠가 전에 라그 내에서 결혼은 아는 사람이랑 하는게 좋다고 그랬었잖아요. 가장 친한 친구랑 결혼해 놓고선 이제와서 웬 딴 소리?
길마 오빠 : 그래도 말이다. 어쩌다 보니 동생 주민번호로 캐릭을 돌리는 남자랑 결혼하다니...
나 : 전승 (한 직업의 캐릭을 일정 레벨까지 올린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하기 위해서 체력과 마력을 늘리려고 결혼한 거라며요. 애까지 입양해 놓구서, 이제와서...;;;;
길마 오빠 : 뭐. 그렇긴 하지만. 아. 밍아.
나 : 네?
길마 오빠 : 나한테 시집 올래?
나 : 진짜?
길마 오빠 : 바람은 안 맞힐게.
나 :흐음.
뭐 이러쿵 저러쿵 해서. 약혼자에게 바람 맞은지 약 1주일만에 길마 오빠와 새로 약혼에 성공. 그나마 길원들에게 성실한 길마 오빠라, 심적으로 안심하는 면이 있었는데...
바쁜 일로 한 번 결혼 날짜를 미룬 것 까진 참았지만. 두 번째로 날짜를 잡은 바로 그 날.
여기는 프론테라 대성당. (라그나로크 내에서 결혼하려면 여기 밖에 없다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과, 약혼 이후 계속 둘의 결합을 축복해 주던 길원 동생들, 그리고 제 친동생과 결혼 도우미 및 기타 등등. 해서 약 20명의 캐릭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상황에서.
프리스트 Raming. 플레이어 나이 2삐살.
신랑에게 바람맞았습니다.
안 온지 한 시간에 전화 연락도 했는데 돌아오는 말은
어.
어라뇨... OTL
결혼 예정 시간에서 두 시간이 지난 다음에 예비 신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 : 오늘 결혼 취소 됐으니 돌아가 주세요. 피같은 사냥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화가 난 건 당연지사. (젠장.)
열받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다른 캐릭터로 몬스터를 엄청나게 때려잡고 프리스트로 접속해 상황을 물어보았습니다.
나 : 음. 혹시 길마 오빠 접속했었어?
길드 동생 1 : 어. 그런데 그게...
나 : 뜸 들이지 말고 뱉어.
길드 동생 1 : 야. 이걸 꼭 이야기 해야 하냐?
길드 동생 2 : 이야기 안 해도 되지 않아? 누나 열 받음 무서운데... -.-;;;;
길드 동생 3 : 그냥 덮어 두자.
나 : 빨리 뱉지 못해? 싸잡아서 확 뺨따귀를 후려갈겨 버린다. PVP 에서 붙어 볼까?
길드 동생 3 : 그게. 미안하다고 전해달래요. 그리고...
(방금 접속한) 길드 동생 4 : 길마 오빠 술 푸러 가서 아직 안 왔어?
나 : 뭣이? -_-+ (빠직)
길드 동생 1, 2, 3 : 야!
뭐, 이리 된 게죠... ┐(  ̄ー ̄)┌
인생, 뭐 있나요? 그런 게죠.
그 이후, 길마 오빠는 한 달 동안이나 접속을 안 하고 있습니다. 길마 오빠의 친구 오빠에게 몇 번 닦달해 봤다가, 빈티나는 것 같아 그만 뒀습니다만.
그나저나, 이제는 식장에서 바람맞은 신부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할 필요 없어져서 좋네요.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니까요...;;;;;
곧 마비노기에도 결혼 시스템 적용되는데, 전 현재 월화님과 약혼 상태... 겔겔겔;;; [0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