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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님과 신림동 짝퉁 강동원군, 그리고 우리집 김군 및 몇 명의 우군을 동원해서 치른 아버님 친구 20분 맞이...

는 다행히 성공리에 끝났습니다.

이 일로 전 몇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1. 고모님은 무적이다.

1시에 손님들이 오기로 되어 있고, 저는 2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어도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아버님 친구분들을 잘 모르긴 하지만, 먹고, 마시고 하다보면 분명 치울 일이 생기는지라.) 그래서 떨어지지 않는 (사실은 도망 가고 싶어서 평소보다 10분 더 일찍 출발...;;;;) 걸음으로 나섰는데.

... 집에 돌아오니 쓰레기 봉지만이 절 맞아줍니다.

김군 왈.

김군 : 누님.

나 : 응?

김군 : 분명 어제부터 절절 맸을 거고 출근도 하니까 피곤할 거라고 고모가 뒷정리 해 주고 가셨어.

나 : 오오.

김군 : 하지만 누님.

나 : 응?

김군 : 몇 가지 설거지는 해야 해.

주부란. 놀라운 분들이군요...

2.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서더리탕을 하기로 하셨다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고기 안주로는 갈비를 준비했습니다 (사실은 싸서.) 장을 봐 놓고 한 번 찬 물에 담가 핏기를 뺀 다음 물 밀 듯 드는 걱정...

아. 나는 양념 따위와는 담 쌓고 살았지.

고모님께 연락을 했더니 당장 오셔서 양념을 만들어 고기를 재어 놓으셨습니다. 저는 밤에 그걸 끓이기만 했고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오신 고모님은 엄청난 저력을 보여주셨는데요. 동생들이 전을 부치고 있는 동안 해파리 냉채를 만드시고, 오징어를 삶으시면서 나물을 삶으십니다...;;;

나 : 그거... 다 할 수 있는 거에요?

고모님 :그럼. 얘. 너 그 브로콜리 좀 다듬어라. 빨리빨리 해야 오시기 전에 끝내지.

결과적으로 전은 동생들이. 나머지 것의 대부분의 일은 고모님이 하셨으니...

밤 새 갈비찜의 기름을 걷은 것 외에는 제가 한 일이 없었습니다. (괜히 걱정했... OTL)

3. 출장 인부의 동원은 항상 희생을 필요로 한다.

휴대용 가스렌지도 있고, 휴대용 가스 후라이팬도 있었기 때문에 전을 빨리, 많이 부치는 것은 가능했는데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권총을 차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짝퉁 강동원군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고모님댁 아이들은 차마 부를 수 없었음.) 그러자 강군 왈.

짝퉁 강동원 : 누님.

나 : 응?

짝퉁 강동원 : 시간당 3만원.

나 : 구라 즐.

짝퉁 강동원 : 싫음 관둬라.

나 : 너 말고 사람 없냐?

짝퉁 강동원 : ... 시간당 만 원이라도 좋아... 나 돈 없어...

뭐 이런 저런 관계로 제 주머니에서는 2만원이 나갔습니다. 그리고 1월에 맛있는 것을 사주기로 약속도 해 버렸... (겨우 두 시간 일해줬는데. 2만원이나 나가게 하다니 저도 미쳤지요.)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대량의 인원은 피곤하다. 입니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퇴근하니 나름대로 정리되긴 했지만 술이 기분좋게 들어가신 아저씨들의 껄껄거리는 웃음 소리가 상당히 짜증스러워서... (아. 물론 짜증을 내지는 않았습니다만, 오늘 서점에서 웬 커플부대에게 심각한 데미지를 입고 나니 정신적으로 피해가 커서 도무지 제 고질라 적 성질머리로는 오래 아저씨 분들의 웃음소리를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거든요.)
얼마 안 남은 설거지를 하면서 떠오른 것은 이제 끝났고, 사람 오가는 것을 싫어하시는 아버님 성미를 보아 향후 5년은 너끈히 이런 일은 없을 거다. 입니다. 흑. 별로 한 건 없었지만 역시 피곤했... OTL


Jewel

2004.12.05 05:22:26

고생하셨어요 ^^ 오늘 푹 쉬세요 ^^   [0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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