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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나 : 이... 이건!!

빨래가 걷어져 있습니다!!! (이런 대단한 변화가!)

그리고 설거지 거리가 없어요.

아무래도 다들 밖에서 밥을 먹고 들어왔나. 라고 생각했지만. 변화는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나 : ... 화장실에서 빛이 나...


누군가가 화장실 청소를 해 놨습니다. (사실 내일 아침 출근 전에 해 놓으려고 했던 건데... OTL)


아무래도 뭔가 수상쩍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며 안방으로 인사를 들어갔는데. 아버님이 웃으며 반기시는군요.

아버님 : 딸내미 왔니?

저희 아버님, 충청도 출신이시지만 경상도 출신이라고 다들 말할 만큼 상냥하고는 거리가 먼 무뚝뚝한 분이십니다. 그런 분이 웃으며 다정히 말씀하시다니.

오래 같이 산 딸의 직감은 무서운 법입니다.

나 : 아빠.

아버님 : 응?

나 : ... 뭐 일 쳤어요?

아버님 : ... ... 저기 말이다.

나 : 말씀하세요. 하지만 이런 건 싫어요. 예를 들어 - 그럴 리는 없겠지만 - 술 마시고 술 김에 남의 기물을 파손하셨다든가, 아니면 터무니 없는 약속을 하셨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친구분들 약 30명 정도를 갑작스럽게 초대하셨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집이 곧 넘어가게 생겼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던가. 등

아버님 : 그게... 말이다. 사실 어제 내가 고등학교 동창들하고 한 잔 했잖니.

나 : 예.

아버님 : 평소 보다 약간 과하게 마셔서 말이다. 그리고 친구들이 이사하고 한 번도 못 오기도 했고. 그래서 토요일 점심 때 말이다.

나 : ... 제발 10명 미만이라고 해 주세요.

아버님 : 저기. 약 20명 정도 된단다...









OTL...


전 초인이 아닙니다. (단호)

칼질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데, 무슨 수로 20명의 아저씨들을 위한 집들이 상을 차린단 말입니까? (버섯 전골을 내놔야 하나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최근에 곰** V 채칼을 쓸데없이 산 친구 MK 군에게 홈쇼핑 정가보다 2천원 더 싸게 채칼 세트를 구입했습니다. (호박전 부칠 용도로.)

아버님이 회를 떠오기로 하셨으니. 슬슬 고기를 보러 다녀야 하나요...?

엄마... ㅠㅠ

(12월의 첫 게시물을 이걸로 하다니. 정말 암울하군요...)



코코

2004.12.01 01:54:42

버섯전골도 괜찮구요, 간단하면서도 푸짐해보이는 갈비찜을 하심은 어떨지요? 적당히 고명얹어서 내면 손님 많을 때 그만이죠^^
혹시 고기 못드시는 분들 위해 잡채(손이 좀 많이가지만;;)를 하시고, 국은 되도록 맑은 장국으로, 아님 굴국으로 하셔도 좋구요. 이때 두부 작게 깍뚝썰기해서 팍팍 집어넣으시길. 다른 재료 많이 안 넣어도 뭔가 있어 보입니다;;
그 외엔 근처 반찬가게가 있으시면 거기서 파는 간단한 밑반찬을 내놓으셔도 될 듯 싶은;;;
암튼 고생하십시오(__);   [08][07][09]

위니

2004.12.01 08:51:21

혼자 하시려면 힘드실텐데 어쩌나.....장국이 좋을것 같아요 코코님 말씀처럼..두부랑 미역 조금 넣고 끓이다가 내어갈때 파조금 뿌리고..일본된장으로 끓이면 손쉽게 해결...보쌈도 괜찮으니 보쌈도 해보셔요.된장에 사과랑 양파 마늘 생강넣고 커피 한숫가락넣고....^^;...기운내세요   [01][01][01]

릴리

2004.12.01 10:54:35

저런, ciel님 명복을..(__)(^^;)
무국도 괜찮은데요. 양지머리를 덩어리째 고기가 익을 정도로 끓이다가, 고기가 완전히 익었으면 꺼내 결대로 찢어 고춧가루와 깨소금을 넣어 무쳐놓은후, 고기 끓인 물에 나박썰기한 무우를 넣어 적당히 끓여냅니다. 대접에 담아 무친 고기와 송송 썰은 쪽파(파란부분), 후춧가루만 넣으면 되어요.(웬지 복잡한 느낌이..ㅡㅡ;)
술드시는 분이 많으시면 싱싱한 조개를 사다가 조개탕을 끓여내도 괜찮은데요.(조개는 초장에 찍어먹고, 국물은 속풀이로..거기다 칼국수를 넣어도 되고요) 잡채가 있으면 상이 좀 화려해 보이기는 합니다.(물론 맛도 좋지만) 어어.. 회를 떠오신다니 싱싱한 오징어를 함께 사셔서 오징어 숙회를 해도 좋을것 같아요. 에에.. 암튼 ciel님 고생하세요. 그리고 집들이 후기를..^^;;   [01][01][01]

ciel

2004.12.01 12:01:46

세 분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원투수-_-인 저희 고모님께 도움을 청한 결과, 아침부터 오셔서 함께 수고해 주시겠다고 합니다 (한시름 놨습니다.) 그렇지만 차려놓고 출근해서 퇴근한 다음이 걱정이군요. (벌써부터 치우기 싫은 느낌이 들고 있...;;;;)   [0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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