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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세탁물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상당히 추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저는 네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되었는데요. (한 달치 문자 메시지를 한꺼번에 받았...;;;)
일단 첫 번째. 김군의 그것입니다.
'누님a (등록 부적당하다는 말에 일단 이니셜화). 지금 바깥을 봐봐. 눈이 내려. 첫 눈이야.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야. 그렇지 않아?'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것은 물론입니다.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얇은 청기지 점퍼를 입고 바람을 헤치며 출근.) 그래서 지하철 안에서 엄청 겁주는 통화를 한 다음에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었죠.
두 번째. 절친한 친구 뉴질랜드 J 양의 그것입니다.
'어이. 잘 지내? 밖에 눈이 와 *^^* 눈을 즐기며 오늘도즐'
역시 머리 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이 살을 에이는 눈바람을 코트도 없이 맞고 니가 출근 해 보았니?;;;;)
그래서 친구에게 답문을 보냈습니다.
'젠장맞을즐'
친구가 전화를 해 왔습니다.
나 : 예. 11월의 눈을 저주하는 모임의 팀장 ciel입니다.
친구 : ... 어지간히 추웠구나.
나 : 어제 예정과 팔자에도 없이 문을 활딱 열어놓고 추위에 떨어서 말이지. 별로 추위를 타는 편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온도변화는 곤란해서. (뭔가 변온동물 같은 대사.)
친구 : 그렇다고 해서 저런 문자를?
나 : 친구. 불난 집에 부채질이라고 들어 보았나?
친구 : 보았지.
나 : 그럼 조용히 전화 끊게나. 아. 그리고 빌려간 돈 2만원 오늘 내 통장으로 송금하게나.
친구 : 이런 뭣 같은 경우를 보았나.
나 : 비위를 건드렸으니 인과응보일세.
세 번째. 서점 K 양의 문자입니다.
'언니엘지25에서매콤불닭하나만.쪼끔만걸어가면되니까출근길에사와요.추워서나가기싫으셈.'
... 너만 추우냐? 나도 춥다. (다모 버젼)
그래도 모진 인생. 일거리가 늘까봐 매콤불닭 삼각김밥을 사갔습니다. 그치만...
돈, 아직 못 받았어요. (잊고 있었...;;;;)
어쨌든 지친 몸으로 출근해서 얼마 안 있다가. 마지막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게 직격탄이었던 듯.
마지막 문자는 짝퉁 강동원군이 보냈습니다.
'누님첫눈이내리고있으셈이런날옆구리시리지?난애인있수다추위에얼어죽기싫으면올해안으로만드셈.'
... 이 잡것이!!!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분노.)
저녁에 신림동 가서 전셋방 뒤집어놓으려다가...
추위가 절 잡았습니다. ㅡㅜ
뭐. 평소 같으면 이까짓것 추위였겠지만 어제 새벽 일어났던 모종의 사건으로 심신이 피로하고 몸이 너무 추운지라... ㅡㅜ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집 문을 모두 열어놓고 보일러를 틀어놓을 수 없어서 얇은 이불 하나에 의지했던 악몽같은 기억이 아직도...;;;;)
평소에도 눈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비는 좋습니다만) 이번 문자건으로 인해 더더욱 싫어할 듯 하군요.
그래도 눈온다고 문자날려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행복하다고 생각하십시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외로와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아자아자 화이팅!!!! [0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