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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고 오기 위해서 퇴근할 때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야 마트 근처에서 내릴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멈추는 겁니다. 그리고 버스 기사 아저씨 말씀.
기사 아저씨 : 아가씨.
나 : ...
기사 아저씨 : 아가씨?
그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버스 안에는 저 밖에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앉아 오기 위해서 터닝 포인트 직전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던 것이 기억이 났군요. 적어도 두 세 정류장은 사람 없이 갈 것 같습니다.
나 : 예?
기사 아저씨 : 급한 일 있어요?
나 : 아니요.
기사 아저씨 : 그러면 차 한 5분만 세워둬도 괜찮겠어요? 앞 차랑 거리가 너무 붙어서 회사 들어가면 혼나게 생겼어요.
나 : 그럼요.
기사 아저씨 : 미안해요.
나 : 괜찮습니다.
아버님 연배쯤 되어 보이시는 기사 아저씨는 연신 미안한 표정을 지으시며 양해를 구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아무리 평소에 고질라 모드 일변인 저라도 하는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 버렸습니다. 어쨌든 오도가도 못하고 그렇게 버스에 앉아 있는데.
기사 아저씨 : 추워요 더워요?
나 : 괜찮습니다.
기사 아저씨 : 날씨 많이 추워졌으니까 몸 조심 해야지. 히터 좀 올려둘까요?
나 : 아니. 괜찮습니다.
사실 추위를 잘 타지도 않는 타입에, 아까부터 차 안 공기가 탁하게 느껴져서 문을 열고 싶다는 말이 목 끝까지 나오긴 했지만, 다들 춥다고 하니 아저씨도 추우시겠지 싶어서, 그냥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갑자기 차에서 내리시는 겁니다. 그리고 정류장 근처의 수퍼로 냉큼 달려들어가셔서는.
기사 아저씨 : 자. 이거 마셔요. 몸이 뜨끈해 질 거야.
... T^T
따닷한 레*비...
감동이었습니다.
나 : 앗. 아저씨.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기사 아저씨 : 나 때문에 갈 길도 늦을 텐데. 마셔 둬요. 날이 추워.
물론 그다지 추운 것은 아니었고 커피가 그다지 마시고 싶은 것도 아니었지만. 아저씨에 친절 정성에 감동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는 커피를 마셨습니다. 제가 커피를 다 마시자 아저씨가 그걸 자신의 캔과 함께 밖으로 내다 버리시더니.
기사 아저씨 : 자. 그럼 갈까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차 안의 탁한 공기도, 평소 같으면 늦어져서 화를 버럭 냈을 버스 안에서의 몇 십분도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리체/ 성함은 잘 모르겠고... (내릴 때 면허증 꽂아두는 곳을 보니 면허증을 갈지 않으셨는지 다른 아저씨 면허증이 꽂혀있더군요.) 버스 번호는 5714번 입니다. 하안동 - 서강대 구간을 운행하고 있지요. 차 번호는 못 외웠습니다만. (박카스 광고 같다는 생각은 저도 했습니다...;;;)
BubBles/ 버스 기사 아저씨들께 함부로 하시는 분들 많지요. 그 분들 교대로 일하시기는 하지만 구간 운전하시기는 정말 힘드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되도록 큰 소리 안 내려고 합니다. (감동이었어요 오늘 정말... ㅡㅜ) [10][10][01]
BubBles/ 버스 기사 아저씨들께 함부로 하시는 분들 많지요. 그 분들 교대로 일하시기는 하지만 구간 운전하시기는 정말 힘드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되도록 큰 소리 안 내려고 합니다. (감동이었어요 오늘 정말... ㅡㅜ) [10][10][01]
사실 기사님들 스트레스 만땅인 분들 많은 건 알지요.
하지만 네가지로 무장한 사람들을 더 많이 본 저로서는
상당히 <박카스 광고>같다는 생각이 아니들 수가 없군요.
차번호랑 성함 좀...-_-;; [0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