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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안 계실 때면 마음의 위로가 절실히 필요해 집니다.
직장에서 사장님의 발냄새... (어째서 사람이 오고가는 서점안에서 태연스럽게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계실 수가 있는 겁니까!! 1년 넘게 일했지만 거기에는 적응 되지 않습니다!! 박스를 주울 때 얼마나 힘들다구요... ㅡㅜ) 와 기타 등등에 시달리고 (격무... 라고 할 만한 일은 거의 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이럭저럭 7시간을 넘게 일하면 약간은 시달린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집에 돌아왔을 때.
"어서오렴~♡♡"
이라는 대사와 하트를 마구마구 날리면서 환영해 주시는 어머님... 은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 들어오면 마루 바닥에 술병이라든지, 라면 국물이 없고, 싱크대가 깔끔하게 닦여 물기 하나 없이 비워져 있었단 말이죠. 그러면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방에서 전기 요에 불을 붙이고 등을 지지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조용함과 따뜻함이야말로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것이죠.)
그러나 어머님이 안 계시면 너무 표가 나서...
간장을 달이고 안 달이고의 문제가 아니라, 집에 들어오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어요... ㅡㅜ
아무 생각 없이 현관에서 마루로 한 발자국 내디딘 순간, 동생이 먹다 흘린 뻥튀기를 밟고 넘어진다든지... (현관 턱의 대리석... 비슷한 것에 부딪혔지만 불행히도 멀쩡했습니다. 차라리 피라도 났으면... ㅡㅜ 그리고 대리석도 다행히 깨지지 않았습니다.) 너저분하게 둘러진 라면국물을 보고 한숨을 쉬면서 세탁실로 가서 걸레를 빨아다가 닦는다든지. 뭔가 알 수 없는 것으로 범벅이 된 (분명 아침에 콩나물 국을 끓였던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서 순두부 찌꺼기가 나왔는지는 이해 불능.) 싱크대를 보고 있으면 피로와 더불어서 체념의 한숨이 나와 버려서... ㅠㅠ
녹진녹진한 몸을 이끌고 방안으로 들어가면, 김군이나 아버님 중 한 사람이 마실것을 당당히 요청합니다. (필립스 전기 주전자를 선물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차를 제가 타야하는 비참한 현실... ㅡㅜ) 그래서 이럭저럭해서 등을 녹진녹진하게 만들기 위해서 누우면.
어느 순간 깨닫는 겁니다. 이대로 자면 내일 아침밥 (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밥 을 못 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아침에 자기 위해 필사적으로 세탁기를 돌립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에 빨래를 걷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걷어서 갭니다...;;;;
그리고 문득, 국거리가 떨어졌다던가, 기타 등등의 문제가 또 생각나게 됩니다. 그럼 야밤에 편의점까지 달려갑니다... (장을 봐오는 때도 있지만, 그건 제 기억력이 거기까지 다달았을 때의 이야기.)
이런 일이 거의 끝나고 나면 새벽 2시 반이나 3시 정도 되는데. 이제는 피곤이 가셨습니다. (라기 보다는 새벽 6시에 밥을 하기 위해서 눈을 벌겋게 떴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듣거나, 그 때 온라인 상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대화를 요청합니다.
그리고 새벽에 밥을 해서 무사히 미션 완수...
라고 생각했지만 청소기 돌려야 하는군요. 대충 대충 해서 7시 30분이나 8시가 되어서 식구들을 다 내보내면 적막감을 느끼면서 자게 되는데 (엊그제는 간장 달이느라 패스) 저도 출근해야 하니까, 11시에는 일어나야지요.
11시에 일어나면 깨닫게 되는 겁니다.
맞벌이 주부의 위대함을.
자. 어머님. 빨리 돌아와 주세요... ㅡㅜ (딸내미가 애타게 찾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