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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쿵―
처음에는 용궁이 흔들리는 줄 알았다. 아니, 이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위계가 흔들렸어요.”
운영이었다.
“인간이 차원을 뚫고 들어왔군.”
용왕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인간은 차원을 못 통과하죠.”
린이 비아냥거렸다. 운영이 씁쓸하게 린을 쳐다봤다.
“정말 저 아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건가. 도대체 얼마나 많이…….”
린이 진저리치며 하는 말을 운영이 손을 들어 막았다. 그녀는 슬쩍 이하를 바라보았다.
“우선 그를 경계의 땅에…….”
“현무, 그를 이어도의 문으로 데리고 가게!”
용왕이 명령했다.
“사방신은?”
린이 반문하자 용왕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그들의 자리에 있겠지. 용궁의 이변을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었을 게야.”
“세오, 현무와 함께 문으로! 그를 경계의 땅에 데리고 돌아가도록 해요.”
“안 됩니다, 주인님. 전 당신을 지킬 거예요!”
“세오! 내 말 들어요. 흑룡을 대피시키는 게 먼저예요!”
“이깟 놈!”
“세오! 내 말 안 들을 거예요?”
운영은 슬프게 세오를 바라보았다. 까만 날개를 가진 작은 새는 운영의 어깨를 꽉 쥐었다가 놓고 파닥거리며 현무의 어깨로 옮겨 탔다.
“다시…….”
“안돼요. 그와 함께 있어요. 아니면 헤매게 될 테니까.”
세오는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이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하는,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요! 왜 날 경계의 땅에 데리고 가는 건데!”
현무는 길길이 뛰며 거부하는 이하를 무시하고 묶인 밧줄을 잡고 들쳐 업었다.
“지름길로 가게.”
용왕은 이어도를 비춘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현무는 망설이지 않고 벽화를 통해 빠져나갔다. 세오, 흑룡과 함께.
“용왕께서는 여기 계시지요. 저와…, 린이 맞이하러 가죠.”
운영은 린을 돌아보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동의했다.
“오랜만에 몸 좀 풀도록 하지.”
린은 손목에서 끈 하나를 풀어 긴 머리카락을 높이 모아 질끈 묶었다. 운영은 린을 돌아보며 손을 들어 그녀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
“우선 내가 설득해볼게요. 린은 공격행위만 어떻게든 압박해주세요.”
“그렇게 쉽게 되겠어?”
전투태세로 들어간 린은 말이 짧아졌다. 운영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다.
“내가 누군지 알면 싸워도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쯧쯧, 그렇게 연애 안 한 티를 내. 원래 사랑에 빠진 여자는 물불 안 가리는 거 몰라?”
“…일단 설득해보고요.”
한순간 말문이 막힌 운영이었지만, 지지 않고 대꾸했다. 인간의 욕망이 교육받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운영은 감정에 무관심해야 하는 세계에서 살아왔다. 생존과 체념을 통해 운영은 부동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지만 살아온 방식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운영은 이런 문제만큼은 공감할 수 없는 자신에 주눅 들었다.
“동경과 진짜는 틀리다고.”
린이 어린아이를 보듯 운영을 돌아보았다.
“동경 같은 거 안 해요.”
운영은 살짝 화난 상태로 대전을 나섰다. 그녀들이 대전을 나선 직후 수많은 물방울이 그녀들을 덮쳤다. 린은 휘청거리는 운영을 잡았다.
“날 타.”
순식간에 일각수로 변한 린의 갈기를 붙잡고 운영은 그녀의 등에 올라탔다. 전투의 여파가 그녀들을 덮쳐 앞으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누구랑 싸우는 거죠?”
운영은 물속을 지상보다 빨리 달려 나가는 린에게 물었다. 신수의 세계는 계급사회가 아닌 계약사회다. 다른 세력과 맞서기 위해 공동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용왕은 관리자이며 지배자가 아니었다. 용왕은 신수세계를 보호하기로 맹세한 존재이며, 그런 그에게 절대적인 계약으로 따르는 자들이 용궁에서 일하고 있다. 그 중 사방신인 현무, 주작, 청룡, 백호가 있고, 그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신수들을 관리, 보호한다.
“용궁에는 기본적으로 관리자나 연구원들만 있으니까, 근처에 있는 신수들이 아닐까? 여기까지 그녀의 오염된 기운이 느껴질 정도니 용궁도시 입구부터 적의 있는 신수들이 나섰겠지.”
“그래도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린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각이 없는 모양인데, 자신의 고향 중심으로 들어오는 인간을 허락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호의야. 난 그래놓고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딴지 거는 놈들이 짜증날 뿐이지.”
“아, 네…….”
운영은 그래도 그게 호의였구나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갑자기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린이 당황한 듯 달리는 다리를 멈추며 투레질을 했다.
“아, 크라켄. 문어도 아니고 무슨 짓이야.”
잠시 멈췄던 린이지만 용궁은 수천년 동안의 놀이터다. 농도가 점점 짙어지는 먹물 속을 린은 더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어둠에 신수들도 당황했는지 전투의 파장이 줄어들어 있었다. 얼마 후 속도를 줄이더니 멈춰선 린은 숨을 들이쉬듯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일단 멈춰, 이것들아!”
연령상 어지간한 신수들의 고령층에 해당하는 린이기에 가능한 무식하고 무례한 발언이었다. 운영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 용궁도시의 입구에 벌써 도착한 것에 놀라면서 린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까맣게 물든 물속에서 인기척이 들려왔지만, 린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신수들은 움직임을 멈췄다. 운영은 혹여 휘련이 이 틈에 달려 나갈까 걱정되어 그녀도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월하연의 장, 휘련. 당신도 멈추세요. 나는 경계의 무녀, 당신이 찾는 사람은 이미 경계의 땅에 들었습니다. 나를 통해서가 아니면 그 어떤 곳에서도 만날 수 없을 거예요.”
신수들과 다른 자그마한 기척이 그 기세를 멈추고 굳는 것이 느껴졌다.
“크라켄, 빨리 이 먹물 좀 치워! 뭐야, 이 무식한 짓은!”
그러자, 갑자기 바람을 불듯 물이 빠른 속도로 흘러 용궁도시 입구를 통해 빠져나갔다. 짙은 먹물이 점점 흩어져 시야가 확보되자 커다란 문어가 벽에 붙어서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창을 들고 있는 자, 거대한 뱀의 형상으로 송곳니를 내밀고 있는 자 등등 다양한 짐승과 인간의 모습을 한 신수들이 한 소녀를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 보였다.
“누구지, 경계의 무녀라는 자는?”
강한 의지에 의해서 더 깊고 짙어 보이는 까만 눈을 하고 있는 소녀는 운영과 린을 함께 바라보며 물었다. 부드럽고 긴 머리를 묶어 올리고 머리띠를 한, 남장소녀는 강한 의지와 함께 분노를 담아 운영과 린을 바라보았다.
“그대인가?”
조금은 의심스러운 말투로 소녀는 운영을 바라보았다. 그게 그럴 것이 그 자리의 인간은 소녀를 제외하고 운영, 단 한 사람뿐이었으니 그것을 눈치 챈 소녀는 운영을 바라보며 물어왔던 것이다.
“신력도 가지지 않은 자가 감히 무녀라 칭한 것인가?”
운영은 난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하늘과 땅, 인간을 잇는 자를 무(巫)인이라 일컬으니 경계를 잇는 자를 편하게 칭하는 이름일 뿐, 신력의 유무는 관계치 않습니다. 경계의 주인을 칭하는 이름은 계승자마다 다르고 편하게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에요. 진실한 무녀로 이것이 불편하다면 경계의 주인, 혹은 제 이름인 운영이라 부르면 됩니다.”
난처해하긴 했지만 당황하지도 자신의 위압에도 지지 않는 운영이 불편했던 것일까, 소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이하를 데리고 오라. 그는 나에게 속해 있다.”
“저를 죽인다고 해도 제 허락이 없으면 그는 경계의 땅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소녀는 화가 난 듯 눈을 치켜떴다.
“경계의 땅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가지 못하는 장소는 없다. 경계의 문을 찾으면 그만인 것.”
“그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맞긴 뭐가 맞아.”
더는 두고 못 보겠다는 표정으로 린이 끼어들었다.
“보자보자 하니까, 남의 고향에 멋대로 들이닥치고는 뭐가 어째? 여기가 네 집 안방인 줄 알아?”
“너희들이 먼저 내 것을 가져가지 않았느냐.”
“하……?”
기가 막힌 듯 말문이 막힌 린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건방지고 무뚝뚝하며 부러질 듯이 강건한 소녀가 린은 조금 마음에 든 듯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지독한 독기가 그런 린이라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 몸에 나오는 악취나 없애고 말하지 그래?”
그 말에는 자존심이 상한 듯 소녀는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며 물었다.
“그리 독기가 강하더냐?”
린은 지그시 소녀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걸 말이라고 해? 네 옆에 있다가는 독기에 절어 죽겠다. 얘들도 그냥 인간이면 상황을 좀 봤겠지만, 그런 독기를 품으면서 고향을 침범하는데 누가 가만히 있냐? 너 정말 모르는 거냐,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거냐? 무녀라는 년이 자기한테서 나는 더럽혀진 기운도 몰라?”
소녀는 고개를 떨구더니 그 까만 눈에서 까만 물이라도 떨어질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이제 모른다. 마치 평범한 인간이 된 것 같이 기운의 질을 알 수가 없다. 다시 신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을 때는 그저 그것이 기뻐서…….”
“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린은 노호를 질렀다. 운영은 당황스럽게 순진한 무녀를 바라보며 말을 잃었지만, 신수인 린은 힘을 얻기 위해 동족을 집어삼킨 소녀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순진을 가장하고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라고 말하는 건 더더욱 용서가 되지 않았다.
“흑룡과 신수를 잡아먹으면서 몰랐다고 하는 게 변명이 되리라 생각되더냐!”
소녀는 망설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알고 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나와 이하의 사이를 떨어뜨리려 드는 너희들을 쓰러뜨릴 힘이 필요했다.”
운영은 놀란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무녀이니 질책하지 않아도 당신의 잘못을 알고 있겠죠, 휘련. 그래도 대화나 합의를 할 생각은 없었나요? 왜 다른 방법은 찾지 않았던 거죠?”
“그대들이 날 용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러자 주변의 신수들마저 동의하는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린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으며 이 천둥벌거숭이 무녀의 행동에 어처구니없다는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 이하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게 무슨…….”
“그는 나의 것이고, 나는 그의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를 택했는데, 어째서 나를 용서하지 못하겠느냐.”
“그야…….”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일까. 운영은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너 같으면 동족을 죽여 먹은 존재를 좋아할 수 있어?”
린이 물었다. 그러자 운영은 아차 싶었다.
“물론 좋지는 않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이해할 것이다.”
순식간에 주변의 신수들을 포함해 린까지 표정이 변했다. 린마저 운영과 소녀를 싸잡아, 인간을 역겨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보통은 안 그러니까, 그런 표정 좀 그만 지어요, 린.”
“인간은 그것도 이해가 가능한 건가?”
“사랑은 맹목적이라면서요? 나한테 그런 말 한 사람이 기겁하면 안 되죠.”
“네가 도리어 놀라지 않으니 하는 말이 아니야.”
“질문이 잘못되었어요.”
“…가능한 인간은 많다는 건가.”
이제 린은 반쯤 호기심으로 묻고 있었다. 운영은 린을 무시하고 소녀를 바라보았다.
“휘련, 가족을 죽여 먹은 상대를 좋아할 수 있나요?”
그러자 그제서야 소녀는 당황했다.
“이하와 혈연관계의 신수가 있는지는 몰랐다.”
운영은 잠시 한숨을 쉬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휘련,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신수들은 모두 같은 장소에서 부화합니다. 그들이 신수가 되면 개인적으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삶과 죽음 모두 다른 신수들에게 간섭을 받지는 않지만! 같은 장소에서 자란 모든 흑룡들은 가족입니다. 혈연관계는 신수들에게 오히려 의미가 없어요. 같은 장소에서 자란 신수들이 가족이에요. 그러니까, 용궁도시에서 태어난 모든 신수들은 한 가족이죠.”
“하지만, 난 그를 위해…….”
소녀는 운영의 시선을 피하며 변명하려 애썼다. 그러나 어리지만 결코 어리지 않은 월하연의 수장 휘련을 향해 운영은 비난의 눈빛을 쏘아냈다.
“살인에 좋고 나쁜 건 없죠. 처음부터 누구의 이해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휘련.”
신수와 인간이 아닌, 인간과 인간 사이의 도리로 자신을 비난하는 운영이 보기 불편한 소녀는 이번엔 화를 냈다.
“에잇! 신력도 지니지 않은 네가 무얼 알아!”
운영은 화를 내는 소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문득 딴소리를 시작했다.
“경계의 문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그 문을 열 수 있다 해도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 갈 수 없어요. 경계의 땅은 모든 것의 포함하는 땅. 살아서 움직이는 미로나 마찬가지입니다. 경계의 문을 통과한다 해도 안내자가 없다면 평생 헤매게 될 겁니다.”
소녀는 자신의 태도는 무시하고 뜬금없는 위압감을 내뿜는 운영을 기가 죽어 바라보았다.
“무슨,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제안을 하는 겁니다.”
“제안?”
“거래라고 해도 좋죠. 이래 뵈도 전 신수의 수호자입니다. 어린 흑룡이 더럽혀진 기를 가지고 있는 무녀에 홀려 있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어요.”
“홀려……?”
“힘을 포기하세요, 신녀.”
“뭐라고?”
“그를 위해 모든 걸 버렸다 하지 않았나요? 그깟 힘 포기하는 건 일도 아니겠지요. 원래 당신의 능력은 한번은 소멸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당신이 지닌 힘도 소멸할 겁니다. 지금 보면 꽤 걸릴 것 같긴 하지만 당신은 어쨌든 흑룡 이하는 눈깜짝할 사이로 힘을 포기한 당신을 만날 수 있어요.”
“그게 무슨! 그렇다면 나는, 나는…….”
“당신은 나이를 먹겠죠. 당신의 모든 힘이 소멸할 때가 언제가 될른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꽤 나이가 들었을 겁니다.”
“그럴 수 없다. 난 이하와 함께 살아가고 싶어, 지금!”
운영은 눈을 매섭게 떴다.
“인간이 신수를, 아니 흑룡을 만난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겁니다. 당신은 나이를 먹고, 흑룡은 나이를 먹지 않죠. 아니, 인간에 비하면 지나치게 천천히 먹죠. 인간의 일생은 신수의 일생에 비하면 찰나의 시간을 살죠.”
“그러니까 난 신력을 포기할 수 없다.”
“당신이 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해도 역시 신수에 비하면 극히 적은 시간을 살아갑니다. 그래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한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게 좋지 않나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보다 더 적게 살아간다는 건 안타깝지만. 그래도 제가 제안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당신의 힘을 포기하세요. 아니면 전 결코 당신과 흑룡을 만나게 할 수 없습니다.”
화가 난 소녀는 자신의 몸에 커다란 힘을 집중시켰다. 신수들과 린은 긴장하고 전투태세로 들어갔다.
“이곳을 부수겠다. 모든 신수들을 죽여 버리겠어! 이하를 내놔!”
운영은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난 흑룡에게도 같은 제안을 할 겁니다.”
순간, 힘이 들어간 소녀의 몸이 굳었다. 운영은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그녀를 여전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아는 흑룡이라면 어떤 대답을 할까요?”
“…….”
“모든 것을 알고도 몰랐다거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그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의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런 당신을 그는 이해해주지 않을 겁니다.”
“날 겁박하는 거냐?”
“난 당신에게 제안을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