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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니원에서 11시에 하고 있는 만화 프로입니다. 챙겨보는 편은 아닙니다만 어디선가 들은 풍월에 의하면 이게 80년대 나왔던 비디오판을 그대로 틀어주는 것이라 고 장정진씨라든지 고 장세준씨 (슬램덩크 비디오판의 '서태웅' 목소리) 라든지 하는 오래된 성우분들의 더빙이 나오기 때문에 거의 '목소리에 대한 추억' 만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게. 정말 정말.
웃겨요... OTL
코믹스판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어쩌다 우연히 해적판 엔딩 장면만 보고 폭소했었다.) 애니판을 보고 있는데도 그 웃음을 유발하는 (그러나 결코 웃음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이 정말 웃기는) 포스를 느끼고 있자니 정말이지. 정말이지...
일단. 이 애니는 그야말로 사나이들의 열혈 애니메이션입니다. 여신 아테나 밑에 모인 12인의 청동성의를 입은 세인트 전사들이 황금성의를 목표로 악의 무리와 싸운다. 가 주된 주제라서, 여자들의 등장은 아테나의 현신인 아테나 양 외에는 거의 없고요 (악의 무리의 마린양과 그 라이벌 제외) 대부분 사나이들이 나와서 아무리 봐도 무리해 보이는 갑옷을 자동으로 걸치고 싸운다. 가 애니메이션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데.
80년대 특유의 과장된 연출과 대사는 정말 폭소 그 자체입니다. 특히 악역들이 특유의 느끼한 목소리로 '아직 한사람 더 있다는 것을 잊었느냐?' 라든지, '누나. 마린이 나의 누나였단 말이던가?' (어제 마린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에서 오버랩 되는 회상신과 함께 나왔던 세이야의 대사) 라는 옛스러운 대사를 들으면 웃기고, 가만히 들어보면 몇 안되는 성우들이 주역과 조역을 모두 맡고 있는 것도 웃깁니다. (가장 웃겼던 것은 아테나의 집사 대머리 아저씨와 착한 성투사쪽으로 전향한 성투사 아이언을 동시에 소화하시던 고 장정진씨였습니다. 웃기긴 했지만 얼마 전 사건을 떠올리자니 눈물이 나더군요)
그 포스에 키들키들 웃다 보면 (그 열혈적인 장면은 결코 웃으라고 나온 장면들은 아닐진대. 애니메이션 제작자님 죄송해요...) 어느새 방송은 끝나 있더군요.
요즘 같이 시청하고 있는 김군 왈.
알바생 김군 : 누님.
나 : 응?
알바생 김군 : 누님 저거 본 적 있댔지?
나 : 코믹스판 엔딩만.
알바생 김군 : 저게 언제 나온 건데?
나 : 80년대 후반.
알바생 김군 : 코믹스가?
나 : 그건 80년대 초반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내가 해적판을 처음 접한 것이 일곱살 때였으니까. 아마 그 전에 나오지 않았을까?
알바생 김군 : 아. 80년대의 감성이란... 아. 그런데 누님. 이거 끝에 어떻게 돼? 황금성의는?
나 : 그건 잘 모르겠고. 궁극의 엔딩이 있어.
알바생 김군 : 음 어떤?
나 : 국내 정발판 확인해 봐야 알겠는데, 주변에서 정발판을 구할 수 없으니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내 기억으론... 저 자식들 다 형제였어
알바생 김군 : 아.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지.
나 : 그렇지.
어쨌든 요즘은 이거랑 히스토리 채널의 추리극장을 보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이거 덕택에 동생과 아슬아슬하게 화해를 했으니 당분간 좋아해 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