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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대하를 보내주었습니다.
하얀 스티로폼 박스로 세개나 되더군요.
끓여 놓은 국이랑 밥통에 밥이 잔뜩이었지만 고 싱싱한 것들을 바로 냉동실로 넣어버리기가 아까워 얼른 손을 놀렸지요.
소금구이로 스무마리, 치즈구이로 스무마리, 튀김 스무마리.
실로 엄청날 듯 보이는 양을 4살배기 딸아이랑 둘이서 해치웠습니다. 가뿐하게.
절대 제가 더 많이 먹은 건 아니랍니다. 먼저 된 소금구이는 까놓기가 바쁘게 아이가 다 먹어 버리고 저는 치즈구이 한거랑 튀김만 좀 먹었다죠.

조리 종류는 세가지여도 튀김만 조금 번거롭지 소금구이, 치즈구이는 그야말로 간편 요리였습니다. 튀김도 새우 껍질이야 어차피 벗길거고 소금, 후추, 맛술 간해서 맥주 조금 넣은 얼음물 튀김옷 발라 튀기면 끝.
오늘은 무 썰어넣고 조림을 해볼까 합니다. 새우도 맛있겠지만 달짝지근하게 간이 밴 무 맛도 환상일 거예요.

맛있게 먹기는 하지만, 사실 마음이 많이 짠합니다.
남편이 보내준 대하는 지난 여름부터 한달에 겨우 며칠 집에 들어오면서 피땀흘려 길러낸 것들이거든요. 내년엔 직접 기르겠다고 보수도 거의 없이 선배의 양식장에서 일꾼으로 고생한 남편이 많이 안쓰럽습니다.
원래는 치하(어린 새우)를 봄부터 길러야 하는 거라 내년엔 일년 내내 따로 떨어져 살아야 하지만 그간 남편이 다른 일 하면서 마음 고생했던 걸 보상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같아 마음을 굳게 먹고 있습니다.
내년 가을엔 우리 양식장에서 펄떡이는 새우를 볼 수 있겠지요.

리체

2004.11.19 15:21:41

우와~^^ 맛있으셨겠어요..ㅠㅠ
지난 번 시엘님 이후로 엄청 부럽;;;
그래도 맛나게 먹어주시면 남편분은 그걸 더 기뻐하시겠죠.^^   [01][01][01]

BubBles

2004.11.19 19:55:07

대하 정말 맛있죠~^^ 저랑 밍지님 처럼 대하 좋아하는 사람 참 많고 먹으로 다니는 사람도 많으니까 양식장 하시면 반드시 잘 될 거라 믿습니다. 화이팅!!!   [01][01][01]

Lian

2004.11.19 20:02:39

새우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치즈구이가 당기는 군요. -_-
저도 화이팅! ^^   [01][01][01]

밍지

2004.11.20 10:12:08

리체/ 네. 맛나게 먹었다고 했더니 무지 좋아하더군요.
BubBles/응원 감사합니다. 화이팅!
Lian/치즈구이가 젤 맛나긴 했습니다. 간단한 거에 비하면 너무나 훌륭한 맛이었습죠. 내년엔 좋은 분들께 인심쓸 수 있게 대하가 풍년들었으면 좋겠어요.   [0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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