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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여행을 가신지 어언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오늘 도착 예정이시고 등산을 가시지 않는 한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서점에 오시는 분이기에 오늘 저녁쯤에는 분명 서점으로 출근하시리라 여겨집니다만... (아아. 사장님 납파요... 더 있다 오시지 않구... OTL)
뭐 사장님이 있다고 먹던 간식 안 먹는 것은 아니겠지만 스케일이 좀 커졌다 이거죠.
지난주 금요일부터 내내 뭔가 비싼 간식을 먹었습니다 (이를테면 리치 골드 피자라든지, 타코야키와 오코노미야키라든지,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리고 그제의 교촌치킨에 이어 어제 저희 서점 인문계열 영업장 영업원들이 먹은 것은.
홍초 불닭이었습니다.
솔직히 맛있는 것. 좋아합니다만 귀차니즘 때문에 줄 서서 먹는 짓은 죽어도 못하는 성미고, 게다가 요즘 한창 유행을 몰고다니는 불닭을 휴일날 먹으러 나간다는 것은 죽자는 짓 같아서 (저는 빨간 날만 놀고, 휴일날의 불닭집의 줄은 정말 길더라구요) 여태껏 한 번도 먹어보질 못했는데. 지나가는 말로 같은 층 영업원들에게 고백했더니만. 다음과 같은 반응이.
S 언니 : ... 아직도?
P 언니 : 먹을 것을 그리 좋아해서 한 번은 먹어 봤을 줄 알았는데.
K 양 : 언니. 그렇게 귀찮아서 세상 살겠어요?
... OTL (불닭 한 번 못 먹어봤다고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어쨌든 그런 핑계를 대고 불닭을 먹기 위해 저희는 치밀한 계획을 짰습니다. 일단 몇 시에 문을 여는지 알아야 하고, 그게 배달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알아야 했으므로 계획은 이틀 전 부터 세심하게 짜여졌습니다.
그래서 각자 5000원씩이라는 피눈물나는 거금을 들여서 사 온 불닭과 불떡볶이. 이 날을 위해서 어제 저녁의 중국식 돼지고기 청경채 볶음을 먹었었나 봅니다. (...)
일단 입 안에 넣었는데, 매운 맛이 취향인 저에겐 처음에는 별 맛 아니더군요. 그러나 씹으면 씹을수록 묘하게 매워지더군요. 그래도.
별로 맵지는 않았어요. (떡볶이도 그렇고. 뭔가 아릿한 매운맛이라는 생각이 들긴 들었지만.)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제가 닭에 열중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음료수와 피클을 향해 젓가락을 들이대느라 바빴습니다. 한참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K 양이 절 바라보더군요.
K 양 : 언니. 안 매워요?
나 : 글쎄.
다들 맵다고 난리치는데, 안 맵다고 하기가 좀 그래서. 일단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해 두고는 다시 닭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묘한 시선이 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겁니다.
나 : 왜 그러세요?
일동 : 안 매워?
나 : 그게 뭐.
S 언니 : 너 매운 거 엄청 잘 먹는다. 원래 먹을 때 웬만해서는 말 한 마디 않는 거 알지만, 맵다는 말도 안 하고 피클도 별로 안 먹고 벌써 1/4는 먹어치운 거 알아?
나 : 벌써요? 에.
P 언니 : 너. 콜라 그대로지? 나 좀 줘라.
나 : 네.
모두의 수상쩍은 시선을 받으며 저는.
왜 이 사람들이 절 쳐다보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순간 저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한 마디가 있었으니.
K 양 : 언니. 진짜 독하다. 어떻게 그렇게 먹어요?
나 : ......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 지... -_-
이런 매운 맛은 단지 신기할 뿐이지 나에게는 별로 맵지 않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당혹스럽더군요...
사실 급하게 먹는 편이기 때문에, 은근히 솟아오르는 매운 맛은 저에게 별 소용이 없거든요. (매워지는 순간에 이미 다른 음식이 입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순간적으로 팍 매워야지 매운 맛이 드는데.
어쨌든 맛있었습니다. (양념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고소하고 파슬리의 상큼한 맛이 좋더군요) 돈은 꽤 들 것 같은 느낌이지만 언제 날 잡아서 혼자 홍초 불닭 ** 점에 가 보아야겠군요...
매운 걸 그리 잘 드실 수 있다는 건^^ [0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