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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얼음에 납치되다
5
생각해 보니 그건 첫 키스였다. ……이럴 수가!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내내 민하는 그 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년간 지켜온 입술의 순결을 잃다니, 하반신의 순결을 잃는 것도 이렇게 충격이진 않을 것 같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덮쳐서라도 성원 오빠의 입술을 뺏는 거였는데. 이렇게 끔찍하고도 불쾌한 방식으로 첫 키스를 하게 될 줄이야!
유준과는 그 뒤로도 몇 번 만났지만, 이전과 다름없이 친구 같은 사귐을 계속하고 있다. 대관절 사귀기로 한 거 맞는지 모르겠다. 사실은 지금이 편했다. 역시 마음이 온전히 가지 않는 상대와 이성관계로 사귀는 건 힘든 일이다.
휴우……. 잊자, 잊어. 잊어버리자.
“안녕하세요!”
민하는 과방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가며 소리쳤다.
과방 안 소파에는 남자 선배 둘과 여자 선배 하나가 앉아 있었다. 선배들이 손을 들어 반갑다는 표시를 해 보인다.
“오, 민하냐? 웰컴 백!”
“잘 지내셨어요, 상우 선배? 좀 타셨네요? 농활 때도 안 타던 피부가 갑자기 왜 이렇게 됐어요? 오이 마사지 좀 하셔야겠네.”
“선탠 했다. 어때? 섹시해 보이냐?”
“요새 선탠은 이렇게 얼룩덜룩 하는 게 유행이냐?”
상우의 단짝인 정석이 기도 안 찬다는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군대에서 나란히 제대해 지난 학기에 복학한 두 사람이다. 확실히 한 학기가 지나면 군대며 이런저런 이유로 휴학하고, 또 돌아와서 복학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이번 학기에는 또 어떤 새로운 얼굴이 컴백할지 사뭇 기대됐다.
“어이들!”
다른 얼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거의 박차고 진입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상우가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소리쳤다.
“장인교! 살살 해! 문짝 부서지면 니가 고칠 거야?”
“야, 야! 다들 알고 있었어? 지강인이 돌아왔다고!”
인교는 상우의 타박에는 전혀 아랑곳 않은 채 소리쳤다.
“뭐?”
민하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 민하만이 어안이 벙벙해서 다른 사람들을 번갈아 살피며 물었다.
“누구에요?”
“냉혈인간 있다.”
상우가 심란한 눈빛으로 대꾸했다.
“냉혈인간? 왜요?”
“보면 알아.”
정석이 대답해 주기도 싫은 듯한 투로 말했다. 여자 선배가 킥킥 웃는다.
“어휴, 너무 그러지들 마요. 그래도 눈은 훤해지겠네. 그만한 미남이 어디 그리 흔한 줄 아세요?”
“예주 너어, 그 자식이 니 남자면 감당할 자신도 없으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라. 이래서 여자들은 안돼. 성격 더러워도 얼굴만 생기면 되는 거냐?”
“여자 이쁘면 다 용서된단 거랑 같지 뭘 그래요. 안 그러니 민하야?”
그러니까 미남이지만 성격이 더러운 남자라는 것이 지강인이라는 복학생 선배를 압축할 수 있는 설명인 모양이었다. 민하는 괜스레 궁금해졌다.
“한번 보고 싶네요.”
“같은 과니까 조만간에 마주치게 될 거야.”
예주가 웃으며 대답한다. 그런 옆에서 남자들은 민하 너까지 그럴 수 있느냐, 가뜩이나 못생기면 취업도 안 되는 세상에 여자들까지 그러면 정말 성격만 좋은 우리들은 서럽다 뭐다, 뻘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수업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도, 대형 강의실은 벌써 반쯤 채워져 있었다. 회계과목이라서 그런 모양이었다. 전공필수인 데다가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타과생들이 청강을 하러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언니. 근데 왜 그렇게 유명한 거예요?”
새로 산 노트 위에 이름과 학번을 적으면서 민하가 물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이에 뭐가 끼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있던 예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강인 선배 말야? 일단 외모도 좀 근접하기 어렵지만……. 글쎄, 나도 직접적으로 당한 적이 없으니 잘은 모르겠는데, 아마 입소문으로 별별 말이 다 돌아다녀서 그럴 거야. 중고시절에도 유명했다 그러던데? 이른바 일진, 같은 거였대. 한번 찍히면 선생이고 학생이고 안 가리고 피도 눈물도 없이 짓밟았다고.”
민하는 웃어 버렸다.
“그거야 고등학교 때 얘기 아니에요? 누가 대학 와서까지 그런 걸 무서워해요. 너무 웃긴다.”
“그게 아냐. 집안이 좀 특이하대. 그러니까 이른바 조폭……이라는 건데, 그것도 희한하게 스케일이 큰 모양이야. 잘은 모르지만.”
“헤에, 그런 사람이 어쩌다 우리 학교에 들어왔대요?”
“공부는 잘 하나봐. 머리가 진짜 좋대. 하긴, 언뜻 봐도 비범해 보이지만……. 어, 저기 들어온다! 이 수업 듣나 본데?”
고개를 들어 예주가 가리킨 곳을 바라본 순간.
헉……!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눈을 깜박였다. 고개를 흔든다. 이게 혹시 자신의 노이로제에서 비롯된 환각이 아닌가 싶었다. 저 눈! 저 입매! 기억난다. 이건 말도 안돼! 이건 운명의 장난이야! 민하는 어지러운 머리를 손으로 감싸 쥐었다.
빛이 한곳에 비치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이기 마련이다. 민하 뿐 아니라 대형 강의실 내의 수많은 눈동자들이 죄다 남자에게 쏠렸다.
장신. 청색 도는 검은 머리카락은 목 위로 짧게 쳐져 있다. 바에서 봤을 때는 어깨 위로 찰랑찰랑 덮일 정도로 길었는데. 복장도 완전 틀리다. 워낙 정신없이 지나간 저녁의 일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때의 남자는 분명히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대학인 탓도 있겠지만 지금의 그는 스트리트 계의 헐렁 티에 청바지 차림. 언뜻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 차림새가 남자에게는 외모를 강조하는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었다. 전신을 통틀어 특이한 곳은 단 한군데, 귀였다. 남자의 귓불에 매달린 것은 ‘담배’였다. 귓불 아래쪽 두터운 부분을 일직선으로 ‘돗대’가 관통하고 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밝은데서 보니 확실히 더 눈에 띄는 얼굴이다. 하지만 당혹감 때문일까, 민하의 눈에는 그의 모습이 흐릿하게 투영되어 있을 따름이었다.
한숨을 토해냈다.
“언니, 나 이거 듣지 말까 봐요.”
“왜? 너 회계사 준비 할 거라며. 어차피 언젠가는 들어야 할 걸? 왜 그래? 딴 과목 땡기는 거 있어? 나처럼 회계 듣기 싫다고 계속 미루면 후회한다. 시간표가 하나도 안 맞는 걸? 들을 거라면 지금 들어.”
“나중에 들을래요.”
“야, 민하야.”
예주가 그녀 이름을 불렀을 때 갑자기 그가 고개를 돌렸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
아……, 아닌가? 그의 눈길은 무심한 듯 자연스럽게 민하를 스쳐 지나갔다.
‘응?’
그의 시선은 분명히 민하를 스쳤지만 머무르지는 않았다. 그렇다! 민하의 머릿속에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입술까지 비벼댄 상대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 걸까? 섭섭……, 아니, 이건 아니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워낙 바 안이 어두웠으니까. 게다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속이 쓰리지만, 민하는 사실 눈에 확 띄는 외모는 아니었다. 나름대로 단정한 얼굴이긴 하지만 화려한 미모는 절대로 아니다.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에 안도감이 솟구쳐 올랐다.
좋아, 그대로 앉아 있어 보자. 앉아서 출석을 부를 때까지 기다려 보자. 이름이 불리고도 그가 나한테 시선을 주지 않는다면, 기억 못하는 게 확실해!
민하는 배낭에 집어넣으려던 노트를 도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민하는 손목시계를 봤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5시 10분이었다. 6시에 과외가 있다. 여기서 넉넉잡고 30분은 걸리니까, 5시 반까지는 대충 뭔가 위장에 집어넣고 출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요일은 아침 9시부터 내리 수업이 있는 대신, 2시면 학교에서의 볼 일은 끝난다. 과외 장소가 집과 학교 중간에 위치해 있는 탓도 있고 해서 민하는 수요일에는 늘 중앙도서관에 들러서 공부를 했다.
벌써 개강한지 두 달이 넘어간다. 중간고사도 끝났다. 그 동안 민하의 일상에 특별한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 남자, 지강인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머리가 비상하다더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그 날 출석을 부르면서 민하의 이름이 불렸을 때도 그는 별 반응이 없었다. ‘지강인!’ 그의 이름이 불리자 움찔, 하고 민하를 포함해서 강의실 내 학생 전원의 시선이 그가 앉은 자리로 움직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매사에 무심한 듯한 분위기의 그가 뭐가 무섭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때 입술을 빼앗긴 기억이 너무 분해서 따귀라도 한대 갈겨주고 싶었지만, 이제 와 보복하는 것도 유치한 행동 같아서 참고 있는 참이다.
‘지워져라 지워져!’
민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도서관을 나왔다. 제발 지워져라! 제발! 묻은 똥은 씻어내면 되는 거야! ……실은 냄새는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아, 싫어!
저도 모르게 머리채를 부여잡으며, 그녀는 자신을 이상한 듯 쳐다보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르는 채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5분 늦었잖아?”
낮은 음성은 바로 등 뒤에서 들려왔다. 민하는 우뚝, 걸음을 멈췄다. 눈이 크게 떠진다. 천천히 돌아섰다…….
“수요일은 항상 5시 10분에 나오던데, 오늘은 졸았나 보지?”
“……!”
귓불에 매달고 있는 담배가 눈에 선명히 들어와 박혔다.
지. 강. 인.
도서관 입구 옆에 그가 서 있었다.
과연 장신. 바로 앞에 서 있는 그를 올려다보려니 목이 아프다. 민하는 쇼크로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은 자신을 추스르느라 애를 썼다.
“수업 때 말고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인가? 오랜만이야.”
“…….”
“어이, 웬만하면 한마디 해 주지 그래.”
“어, 떻…….”
“같은 과잖아. 그쪽에서 먼저 인사를 해주지 않을까, 두 달을 기다렸는데 끝내 아는 척도 안하더군. 예의가 너무 없는 거 아냐? 그래도 혀까지 섞은 상대인데.”
예의? 이봐요!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민하는 이를 악물고 상대를 노려봤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생긋 웃었다.
“누구세요?”
“하?”
그가 눈썹을 찌푸린다. 민하는 웃는 표정 그대로 상냥하게 물었다.
“저는 첨 뵙는 분인데요? 실례지만 사람을 착각하신 거 아닌가요?”
“석 달 사이에 기억상실증에 걸렸어? 좋아, 바로 고쳐 줄게.”
“뭐……읍!”
바에서의 것만큼 갑작스럽고 그보다 더 격한 공격이었다. 미처 몸을 피할 새도 없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민하의 입술은 그대로 눌려졌다. 입 속으로 들어온다. 치열과 입천장만 헤집고 나갔던 그 때와는 달리 도망치려는 혀까지 끌어당겼다. 그대로 얽힌 채 절대로 놓아주지 않는다. 타액이 마구 섞여서 반은 입 가장자리로 흐르고 반은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아악! 싫어!
징그러운 자식!
팔목이 붙들린 민하가 발을 써서 걷어차려 했을 때, 마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남자가 그녀의 몸을 놓아주었다. 그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다가 겨우 몸을 바로 잡은 그녀는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미쳤어!”
따귀를 때리려 했지만 상대의 키는 너무 높았다. 더군다나 굽도 없는 운동화를 신은 그녀는 그의 뺨에 손을 대기도 전에 그대로 손목을 붙들려 버렸다.
“이봐, 여기서 이럼 곤란하지.”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다들 보고 있잖아?”
그 말에 정신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중앙도서관 입구를 지나가던 사람들과 저편 한 길가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다 우뚝 선 채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하아아…….”
너무 열이 받았는지 줄곧 막혀 있던 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이미 쪽이란 쪽은 다 팔린 이 마당에 더 곤란할 것도 없어! 민하는 악을 썼다.
“당신 정신병자야? 입술 박치기를 못해서 정신 나간 사람이지?”
“아아, 그래. 하지만 우리가 맞댄 건 입술만이 아니잖아. 안 그래, 서민하 양? 우리의 뜨거웠던 밤을 이 자리에서 재현하란 얘기는 아니겠지?”
관객이 있는 거 나야 나쁘지 않지만, 하고 상대는 빙긋 웃었다. 절대 간지러운 말투는 아니었다. 온화하지만 한편으로 냉랭하고, 그러면서 위압적인 음성이다.
말문이 막혔다. 누,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릴!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예요? 여기서 이러지 말고 어디 들어가서 하자고요!”
민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걸 간신히 눌러 참으며 소리쳤다. 강인이 즐겁게, 아주 기분 좋은 듯한 웃음을 흘렸다.
“흐응, 진작에 그럴 것이지.”
6
한마디로 어이없는 남자였다. 만남도 어이없고, 재회는 더 어이없었다. 뭣보다 지금 이렇게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자신이 가장 어이없었다.
그녀를 막무가내로 차에 태운 강인은 말없이 달리고 있을 뿐이다. 불안해졌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무슨 얘긴지 빨리 끝내요. 과외 가르치러 가야한단 말이에요.”
“전화해서 취소해.”
“뭐라고요?”
민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강인을 쳐다봤다. 다리가 긴 그는 최대한 좌석을 뒤로 뺀 채 운전하고 있었다. 그가 모는 차는 재수없게시리 폼생폼사 포르쉐였다. 저 체구에 이렇게 작은 차라니 너무 안 어울리잖아! 하고 생각했을 때.
“너 생각보다 작더라?”
마치 생각을 읽은 것처럼 그가 말했다.
“지난번엔 좀 더 커보였던 것 같은데. 이런 꼬마일 줄이야.”
“무슨 상관이에요!”
성원을 만나는 날은 당연히 하이힐을 신는 날로 정해져 있었다. 자신보다 한참 연상에다가 키도 큰 성원 옆에 설 때는 조금이라도 더 크고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오빠도 함께였지만, 둘만의 데이트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성원과 만날 때는 최대한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었다.
아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당장 지하철 앞에서 세워줘요. 안 그럼 늦는다구요.”
“취소하라고 했어.”
“세워줘요!”
“알아서 뛰어내려.”
머리가 멍해지는 말만 반복하는 남자다.
하아……,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라고? 그나저나 명차는 명차다. 이렇게 승차감이 좋다니. 오늘 웬일로 이 시간에 차도 안 막히는 걸까. 게다 신호등도 죄다 파란불이잖아? 정말이지 기막힌 타이밍이군.
“뭐예요!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고속도로에 들어가면 어떡해요?”
“뛰어내리기 싫으면 잠자코 계시지.”
“당신 이거, 납치 감금죄야! 알아요?”
민하는 검사인 오빠로부터 주워들은 어설픈 범죄 상식을 들먹이며 소리쳤다. 물론 상대방은 눈썹 하나 까딱 않는다. 할 수 없이 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어, 재한아. 나, 민하 누난데. ……어, 미안해……. 오늘 못 갈 것 같아. ……으응, 학교에 일이 좀 있어서. 내일 괜찮을까? ……안돼? 그럼 모레는? ……알았어. 그럼 모레 7시까지 갈게. ……응, 미안해. 고마워. 모레 보자.”
민하는 폴더를 탁, 접은 후 강인을 노려보았다. 모르는 척 차선을 바꾸고 있다. 인간이 미우니 귀에 매달린 담배까지 거슬렸다. 이렇게 보니까 잘생기기는 정말 잘생겼다. ‘눈이 환해진다’고 표현한 예주 언니의 말이 실감이 난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쳐다보기 껄끄러울 정도로 잘생겼다. 짙은 눈썹에 속눈썹이 길게 뻗은 눈. 역시 명료한 입술. 미간에 슬쩍 잡힌 주름조차 매끄럽게 녹아 있다.
아, 재수 없어.
“재한? 사내놈이야?”
갑자기 생각난 듯 강인이 미간 주름을 강화시키며 물었다.
“그래요.”
“몇 살이야?”
“고2요.”
“그 과외, 때려 쳐.”
“네?”
민하는 입을 딱 벌렸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하, 보자보자 하니까 보자기로 보이고, 가만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여요? 이거 왜 이래? 하라는 대로 다 해주니, 내가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로봇으로 보여?”
“아니, 여자로 보여.”
“하…….”
“난 로봇이랑 키스하는 취미는 없다고. 게다가 우린 입술 박치기 정도의 관계가 아니잖아?”
“누가 들으면 진짠 줄 알겠네. 내가 일방적으로 당한 거였잖아! 아니, 것보다 그 정도의 관계가 아니라니 그건 무슨 말이에요?”
“우리는……, ‘서로의 타액을 교환한’ 관계잖아?”
씨익.
웃어? 하, 웃어?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니? 사이코야! 붉으락푸르락 하는 민하의 표정에는 아랑곳 않고 ‘그러니까…….’ 하며 강인이 말을 이었다.
“과외는 관둬. 어떤 새끼건 ‘달린 놈’이 니 옆에서 알짱대는 건 못 참으니까.”
“헛소리 하지 말고 나 내려줘요!”
“흐응, 후회할 텐데?”
갑자기 강인이 이쪽으로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속삭였다. 나긋나긋하다 못해서 오싹할 정도의 목소리로.
“귀여운 제자가 엄한 일 당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알아서 말 듣는 게 좋을 걸.”
“아, 앞이나 봐요!”
민하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소리쳤다. 뒤에서 엄청난 짜증을 실어 클랙션을 울리며 차들이 쌔앵, 하고 지나갔다.
맛. 있. 다!
민하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스테이크 고기는 혀에서 녹을 것처럼 부드러웠다. 사람은 먹어야 사는 법이고, 사이코가 사준 밥도 배가 고프면 맛있는 법이다.
그래도 불쾌했다. 뜻하지 않게 어거지로 남이 주문한 음식을 먹고 있는 지금의 심정은. 처음부터 계획적이었던 모양이다. 레스토랑은 예약이 돼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강인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는 듯했다. ‘수요일은 항상 5시 10분에 나오던데, 오늘은 졸았나 보지?’ 라고 한 걸 보면.
“나에 대해선 당연히 들었겠지.”
분하게도 스테이크를 써는 강인의 동작은 꽤 품위가 있었다. 이런……, 사기꾼 같으니라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아무리 단정한 척 해 봤자, 당신 본질은 양아치에 사이코야! 저것 봐! 다들 당신 귀에 달린 담배만 쳐다보고 있잖아!
“당연이라뇨?”
“워낙 유명인이잖아.”
세상에, 왕자도 이런 왕자가 없을 것이다. 눈 하나 깜짝 않고 지 잘났다는구먼. 사실 이건 민하의 오버반응이었다. 강인은 자신이 유명하다고 했지, 잘나서 유명하다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들었어요. 한번 찍히면 피도 눈물도 없이 짓밟는다고. 여자도 그래요?”
“남녀차별은 안하는 주의야.”
“나도 찍은 건가요. 그래서 이렇게 고차원적인 고문을 하고 있는 거예요?”
“고문?”
와인글라스를 입으로 가져가고 있던 강인이 쿡쿡 웃었다.
“이건 고문이 아니야. 제안이지.”
“제안?”
“아아. 물론 경고로 바뀔 수도 있지만.”
남자의 눈이 번뜩인다. 민하는 정체불명의 섬뜩함을 느끼며 대꾸했다.
“무슨 말이에요?”
“내 여자가 되라.”
“네?”
이 무슨 쌍팔년도식 주문이람. 이봐요, 지금은 21세기라고. 어디서 시대에 한참 뒤쳐진 대사를 읊고 그래?
입을 벌리고 있는 민하를 지긋이, 그러나 그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북스런 시선으로 바라보며 강인이 말했다.
“말했지. 깡이 좋은 여자가 좋다고.”
“싫다면요.”
“조만간 호응하게 하게 될 텐데?”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선배는 타입이 아니니까. 나,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 때 그 허약체질?”
날카로운 눈동자가, 하지만 재미있다는 투로 자신을 본다. ‘좋아하는 사람’이란 결코 유준을 말하는 건 아니었지만 민하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치우고 와.”
“미쳤어요? 내가 왜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러 버렸다. 요즘 세상에, 최민수도 저런 대사는 안 읊을 거다. 남자의 말투는 어디까지나 느긋한데, 듣는 쪽은 짜증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저 입가에 걸려 있는 미소가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미소라기보다는 입가를 슬쩍 일그러뜨렸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남의 성질을 갈구기 위해 갈고 닦은 미소임에 분명했다.
민하의 표정엔 아랑곳 않고, 강인은 차분히 자기 말을 계속했다. 냉랭한 말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말이지 야비한 대사를.
“내가 싫으니까. 두 번 말하는 것도 입 아프지만, 니 옆에 ‘달린 놈’이 다니는 건 절대 안돼.”
“누구 맘대로 안 된다는 거야? 싫어요!”
“좋다고 하게 될 걸?”
“지강인 선배님. 대책 없는 이기주의에 낙천주의자신가 봐요? 누구나 자기 말을 들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시죠.”
민하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테이크는 대충 다 먹었고 배가 고파 움직이지 못할 상황은 벗어났다. 이 이상 앉아 있다가는 기껏 넘긴 스테이크까지 체할 판이다.
“억지로 끌고 왔으니, 게다가 뜻하지 않게 이런 외진 곳까지 끌고 와서 택시비까지 날리게 만들었으니 음식 값은 알아서 내 주시겠죠. 같이 있던 상대가 여엉 아니어서 그렇지, 음식은 맛있었어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민하가 인사를 한 후 돌아섰을 때.
“말야, 자신을 위해서 노래하지 않는 새를 처리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지.”
강인의 조용하다 못해 냉기가 도는 듯한 음성이 뒤에서 들렸다.
“죽일 수도 있고, 노래하게 만들 수도 있고, 노래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나라는 사람은 새를 바로 죽일 정도로 성질이 급한 건 아니지만, 노래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만큼 느긋하지도 않아.”
“무슨 소리에요?”
민하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돌아섰다. 강인은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남아 있는 스테이크를 마저 썰면서 그는 어딘가 무심한 투로 말했다.
“다시 한번 묻겠어. 내 여자가 되라.”
“싫어요.”
“좋아, 노래하게 만들어 주지.”
그것이 일종의 선전포고였음을 뒤늦게야 민하는 알게 되었다. 그 방식의 비열함에 대해서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레스토랑을 나갔다.
계속.
재재작년(2002년) 2월부터 연재했던 글임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시작은 작은아씨들이었죠, 거기가 잠정폐쇄되는 바람에 럽펜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럽펜 소설란이 폐지되면서 영언문화사 게시판에 연재했었습니다.
(구상이야 골천년 전, 금지애 쓰기도 전에 했었다는 설명은 해봐야 비참하고)
이런 걸 설명해야 할 일이 있을진 몰랐는데, 여하튼 그렇답니다(상디님. 멜 주소 좀;).
제가 게을러서 여지껏 완결이 안 난 거지, 오~래된 글이야요.
(갑자기 무쟈게 서글퍼집니다)
올해(2005년) 타롯점을 보면서 가장 먼저 물었던 질문: 얼음은 완결낼 수 있습니까?
대답은 여엉 신통찮더군요(절망중).
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부~자 되세요!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11-27 13:22)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11-27 13:26)
댓글 '25'
캉깡
전요..작가가아니라서요...
어디까지나독자의입장에서...
건방질지도모르겠즤만
저는좋았거든요...
지금까지..분명4십몇화까지..연재하셨었죠?
좋아했어요...
전좋았는뒈..제가너무단순해서그런건지는몰라도
뭘고쳐서올리시는건지...
전그냥..이어서해주심하는뒈...
강인이커피에아이스크림타먹는거나올때까지...
우리강인이가카드키로민하의턱쓸어올리는걸...
또얼마나기다려야하나생각하니..ㅠ
그리고강인어린시절얘기나오고너무감동받아서
한참필절정이었을때끊어버리시고...ㅠ
강인군과민하는...아직인데다가...
되돌아오시니..
그래도..
더좋은작품을만들기위해애쓰시는것이니..
더드릴말씀은없지만
하여튼제마음은그렇답늬다
정크님마음이야..더심난하시겠즤요
힘내세요!!
저그래도..꼭!다시다볼게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01][01][01]
어디까지나독자의입장에서...
건방질지도모르겠즤만
저는좋았거든요...
지금까지..분명4십몇화까지..연재하셨었죠?
좋아했어요...
전좋았는뒈..제가너무단순해서그런건지는몰라도
뭘고쳐서올리시는건지...
전그냥..이어서해주심하는뒈...
강인이커피에아이스크림타먹는거나올때까지...
우리강인이가카드키로민하의턱쓸어올리는걸...
또얼마나기다려야하나생각하니..ㅠ
그리고강인어린시절얘기나오고너무감동받아서
한참필절정이었을때끊어버리시고...ㅠ
강인군과민하는...아직인데다가...
되돌아오시니..
그래도..
더좋은작품을만들기위해애쓰시는것이니..
더드릴말씀은없지만
하여튼제마음은그렇답늬다
정크님마음이야..더심난하시겠즤요
힘내세요!!
저그래도..꼭!다시다볼게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01][01][01]
phoebe258
꺄하~~2004년이 가고 이제 2005년이네요...
저도 어느새 나이를 한살더....ㅠ.ㅠ
끝까지 만 나이를 밀고 나가는....ㅠ.ㅠ
새해부터 얼음을 볼 수 있어서 넘 넘 행복해요....
Junk님 때문에 제 이상형이 강인이가 되어버렸잖아요...유후~~
강인이가 어서 민하랑 러브러브 되길 빌어요...^^
그러면 제가 막 막 질투를 할지도....ㅡㅡ;;;;;
흠흠...
글고 제 글은 넘 졸작이라서 감히 용기가 안 나요...
나~~중에...진짜 나중에...
Junk님에게만이라도 사알~~짝 보여드리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ㅠ.ㅠ
아무튼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욤....^^
얼음이 계속 꾸준히 올라오기를...
제 러브 강인이가 보고파욤....헤헤 [10][10][10] [10][10][10]
저도 어느새 나이를 한살더....ㅠ.ㅠ
끝까지 만 나이를 밀고 나가는....ㅠ.ㅠ
새해부터 얼음을 볼 수 있어서 넘 넘 행복해요....
Junk님 때문에 제 이상형이 강인이가 되어버렸잖아요...유후~~
강인이가 어서 민하랑 러브러브 되길 빌어요...^^
그러면 제가 막 막 질투를 할지도....ㅡㅡ;;;;;
흠흠...
글고 제 글은 넘 졸작이라서 감히 용기가 안 나요...
나~~중에...진짜 나중에...
Junk님에게만이라도 사알~~짝 보여드리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ㅠ.ㅠ
아무튼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욤....^^
얼음이 계속 꾸준히 올라오기를...
제 러브 강인이가 보고파욤....헤헤 [10][10][10] [10][10][10]
정크님! 얼음에 마비되다 재밌게 잘봤어요. 중간중간 민하의 말에 풋-하고
웃음이 터져나오던데요. '사이코가 사준 밥도...' 이부분 특히. 푸핫.
보통 제멋대로이고, 차가운 남자캐릭터는 많이 봤는데도 불구하고, 강인은
참 끌리네요. 뭔가 플러스된 느낌..!
앞으로 어떻게 민하에게 작업(?)을 걸어나갈지 기대. +_+
다시 연재하시는 것 만큼 부담이 가시는 것 같은데. 모쪼록 편히. 마음에 가는
글 써주세요. ^^ 기대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부담이되실까;;)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종종 찾아뵐께요!!
건필하세요-! [01][01][01]
웃음이 터져나오던데요. '사이코가 사준 밥도...' 이부분 특히. 푸핫.
보통 제멋대로이고, 차가운 남자캐릭터는 많이 봤는데도 불구하고, 강인은
참 끌리네요. 뭔가 플러스된 느낌..!
앞으로 어떻게 민하에게 작업(?)을 걸어나갈지 기대. +_+
다시 연재하시는 것 만큼 부담이 가시는 것 같은데. 모쪼록 편히. 마음에 가는
글 써주세요. ^^ 기대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부담이되실까;;)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종종 찾아뵐께요!!
건필하세요-! [01][01][01]
위니/ 유감이지만 초반부의 민하는 간이 작습니다; 후반부의 민하는? 어느 정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리체/ 백 몇십회까지 써뒀을리가 없잖냐-_-; 아직도 그렇게 나를 모르다니...OTL
캉짱/ 강인이가 카드키로 민하의 턱을 쓸어올리는 장면이 있었던가? 하고 잠시 고민을... 있었더군요^-^; 되도록 빨리 다시 올려드릴게요. 왠지 고쳐야 할 거 같아서...;
Jewel/ 이거 왜 이려...;
판당고/ 넵! 아자아자! 몇백 회까지 나갔을리가 없지요...OTL
phoebe258/ 헉, 강인이 같은 남자를 이상형으로 삼으시면... 인생이 피곤해져요. 그리고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닙니까? 보고 싶습니다...>_<
쩡이/ 고맙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쩡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ach101/ 헉; 저 그 배우랑 하나도 안 닮았어요. 그런 젊고 팔팔한 배우가 어찌 저랑 닮았겠습니까. 근데 민하는 약간 그런 타입이에요...;(그 배우 정말 어벙하고 평범하더군요;)
까망사자/ 저도 싸랑합니다~*(수줍^///^) 올해 죽 이어서 완결내도록 힘내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까망사자님!
agjac/ 아그작님. 소리내서 읽어보니까 닉이 넘 귀엽...;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사유키/ 마사유키님도 건필하고 계시죠? 정파에도 하나쯤 연재해 주심이 어떨런지;
고현/ 헉, 중단되면 아니되죠...;
릴리/ 하하, 강인이 좀 말을 험하게 하죠^-^;
재아/ 절대 내년까지 안 갑니다(불끈!). 재아님, 저 재아님 천동 아이디도 외운답니다(뜬금없이 이게 뭔 말인지...; 스토커 같아요;). 늘 행복하세요! [01][01][01]
리체/ 백 몇십회까지 써뒀을리가 없잖냐-_-; 아직도 그렇게 나를 모르다니...OTL
캉짱/ 강인이가 카드키로 민하의 턱을 쓸어올리는 장면이 있었던가? 하고 잠시 고민을... 있었더군요^-^; 되도록 빨리 다시 올려드릴게요. 왠지 고쳐야 할 거 같아서...;
Jewel/ 이거 왜 이려...;
판당고/ 넵! 아자아자! 몇백 회까지 나갔을리가 없지요...OTL
phoebe258/ 헉, 강인이 같은 남자를 이상형으로 삼으시면... 인생이 피곤해져요. 그리고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닙니까? 보고 싶습니다...>_<
쩡이/ 고맙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쩡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ach101/ 헉; 저 그 배우랑 하나도 안 닮았어요. 그런 젊고 팔팔한 배우가 어찌 저랑 닮았겠습니까. 근데 민하는 약간 그런 타입이에요...;(그 배우 정말 어벙하고 평범하더군요;)
까망사자/ 저도 싸랑합니다~*(수줍^///^) 올해 죽 이어서 완결내도록 힘내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까망사자님!
agjac/ 아그작님. 소리내서 읽어보니까 닉이 넘 귀엽...;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사유키/ 마사유키님도 건필하고 계시죠? 정파에도 하나쯤 연재해 주심이 어떨런지;
고현/ 헉, 중단되면 아니되죠...;
릴리/ 하하, 강인이 좀 말을 험하게 하죠^-^;
재아/ 절대 내년까지 안 갑니다(불끈!). 재아님, 저 재아님 천동 아이디도 외운답니다(뜬금없이 이게 뭔 말인지...; 스토커 같아요;). 늘 행복하세요! [01][01][01]
제발 강인아, 부드럽게 대해줘용~ [0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