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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제 애니콜군을 들고 시골로 내려가신 지 어언 사흘째. 저는 아침에 제 SKY 양이 부르는 소리에 깨어났습니다.
나 : 여보세요.
어머님 : 얘. 새우 먹고 싶댔지?
나 : 응?
어머님 : 열 두시쯤 갈 거 같으니까 구워먹으렴.
... 어머님. 그런건 전날 미리 연락 주셔야지요... (단지 그 전화를 받기 위해서 새벽 5시에 딸내미를 깨우는 것은 심하잖습니까!!)
어쨌든 출근 전에 오겠거니 하고 기다리는데.
열 두시.
안 옵니다.
열 두시 반.
안 옵니다.
한 시.
안 옵니다.
한 시 사십분 경
나 : 여보세요? 아. 팀장님이세요? 택배 올 게 있는데 열 두시에 온다고 해 놓고 아직 안 오네요. 한 20분 정도 늦을 것 같아요.
그리고 두 시 경 (평소 같으면 허덕거리며 직장에 도착했을 시간)
정체 불명의 아저씨 : 택배 왔습니다. 자. 여기에 싸인을.
나 : ... 제 때 배달해 주지 않으면 본사 건물을 폭파시켜 버리겠어!!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수고하셨어요.
다소곳이 온 아이스 박스 세 개를 열어보니 이런!
바... 바지락으로 담근 이모님표 조개젓이 무려 세 통이나 있습니다.
게다가 국물내기 용 '까서 얼린 맛조개' 도 무려 열 상자나 있군요.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새우와 게.
예. 무려 새우와 게 인것입니다. (갑각류 광임.)
홍성 대하와 안면도 게가! ㅠㅠ
그리고 다정하신 이모님의 쪽지가.
'아부지랑 동생 굶기지 말아라.'
... 좀 덜 다정하군요...
조개젓이 있으니. 당분간 반찬값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고생했어요. 새우와 게를 보고 안주로 구워먹을 남정네들을 생각하니 새우와 게의 앞날 (이라기 보다 제 입으로 안 돌아올 것이) 이...
냉동고 가장 깊숙한 곳에 억지로 쑤셔넣었는데, 다행히 퇴근해서 냉동실을 살펴보니 그대로 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파도 사왔고, 오징어도 사왔고 미더덕도 사왔으니 내일은 꽃게탕을 끓여야겠군요. (그건 그렇고, 게는 어떻게 손질하더라...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