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68


이번에 월급+적금의 힘으로 눈독 들였던 책을 몇 권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책을 그득 손에 들고 집에 왔습니다. 그랬더니 알바생 김군이 제 손에서 책을 받아들며 한 마디 하더군요.

알바생 김군 : 장은 내가 봐 온다니까.

나 : 이거 반은 책이야.

알바생 김군 : 어 그래...-┏

그리고 책에 대한 나름대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S 사에서 나온「왕의 정부」.

나 : 당시 왕의 정부는 대단했던 것 같아. 왕을 좌지우지 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도 휘둘렀고. 뭐, 왕의 비위를 맞추느라 스트레스는 상당했던 것 같지만. (가장 적절한 예는 마담 퐁파두) 저 정도로 재산과 권력을 가질 수 있다면 나도 한 번쯤 그 시대로 가서 왕의 정부가 되고 싶더라.

알바생 김군 : 음. 누님?

나 : 응?

알바생 김군 : 좀 힘들지 않아?

나 : 뭐가?

알바생 김군 : 누님이 이야기 한 바에 의하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잖아. 왕의 취향도 알아야 하고 그 취향에 자기를 맞춰야 하고 끊임없이 왕의 비위도 맞춰야 하고 주변에서 왕의 정부가 되려는 여자들 견제도 해야 하고.

나 : 그렇지.

알바생 김군 : 누님같은 귀차니스트가 그런 거 할 수 있을까 보냐!

나 : ... 넌 너무 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어...

그리고 N 모사에서 나온 체스 세트. 항상 오는 담당은 심드렁하니 거드름만 피우지만, 여기서 나오는 취미용 게임 서적은 꽤 괜찮습니다. 무려 한 달 전에 구입한 마작 세트도 나름대로 쉬운 설명서와 함께 그럭저럭 해 나가고 있으니. (예. 무려 저 같이 구제불능의 아이큐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할 수 있더군요.)

나 : 체스는 언제나 나의 로망이었어.

알바생 김군 : 빅포 (아가사 크리스티의 스파이 옴니버스 단편.) 를 읽었을 때 부터였지 아마? 그런데 할 수는 있을 것 같아?

나 : 설명서도 쉽고 판도 자석으로 되어 있고. 이거라면 버스 안에서도 연구 가능 할 듯.

알바생 김군 : ... 그렇다고 누님이 버스 안에서 연구할 것도 아니잖아. 지난번에 산 마작 세트도 냄새 난다고 겨우 일주일 동안 붙잡고 있었으면서.

나 : ... 넌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안다니까!

에다가 모 님의 부탁으로 산 리앙님의「가족이 되어 줘」

알바생 김군 : 어. 이건 있는 책이잖아.

나 : 누군가 부탁하길래.

알바생 김군 : (뒤 표지에 있는 설명을 슬쩍 보더니) 음. 연하네?

나 : 응.

알바생 김군 : 부적절한 연령대의 연하남은 언제나 누님의 로망이었지. 아직도 기억나. 술 취한 나를 붙들고 멀쩡한 얼굴로 '현재 내 이상형은 '이모노야마 노코루' (CLAMP 라는 만화가의 CLAMP 학원 탐정단에 나오는 주인공 남자. 부잣집 막내 아들에다가 천재, 잘생기고 매너도 좋다) 라고 했던 거 말이야.
... 스물 한 살이나 먹어서 열 세 살짜리가 이상형이라고 말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아?

나 : ... 죽어줄래? (넌 역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알바생 김군 : 그런데 어떻게 돼? 결국 둘이 잘 되는 거야?

나 : 물론이지. 그렇지 않으면 안 샀겠지.

알바생 김군 : ... 로망을 실현해 주니 좋았던 거야? 어디 보자... (책을 주르륵 훑더니) 8살차이네. 확실히 로망 실현이군.

나 : 그래. 내용이나 문체도 마음에 들었지만 역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 나이대라도 해피엔딩이라는 거지...

알바생 김군 : 역시. 차라리 지금부터 하나 찍어서 키워. 한 중딩 쯤 되는 내 친구 동생을 소개시켜 줄게.

나 : 어째서 이야기가 그 쪽으로 흐르는 거야!

마지막으로 요리책 한 권.

나 : 버섯 전골을 해 먹을까 해서 빌렸는데.

알바생 김군 : 응? 누님은 역시 최고야. (이 녀석이 먹고 싶다고 졸랐다...)

나 : 장 보면서 정신 없어서 잃어버렸어. 모레 출근하면 보상해야지...

알바생 김군 : 너무해애애앳~~~~!!!!!

... 그래. 미안하다. 사실 나도 너무너무 해 주고 싶었어 버섯전골 (왜냐하면 칼 질을 별로 안 해도 되니까.)

알바생 김군 : 모처럼 제대했는데, 엄마는 출가하시고 (저희 집에서 가출이라는 단어를 쓰면 혼나요), 누님은 요리책도 잃어버리고...

나 : 자. 동생. 릴렉스~ 내가 월요일날 새 책을 빌려서 근사하게 만들어 줄게. 너 좋아하는 느타리 많이 넣고. 응?

알바생 김군 : 정말이지?

나 : 정말이고 말고.

어쩐지 유모화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분명 이 글을 언제 어디선가 모니터링 하고 있을지 모르는 동생에게 약간 찔립니다만. 그래도 조잘거리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는걸요... OTL (이런 나쁜 누나인 것을 용서해다오...)



Lian

2004.10.24 09:45:31

김군님(;)과의 대화에 <가족...>이 화제로 등장하다뇨. 영광이에요. ;ㅁ;
부적절한 연령대의 연하남은 저도 로망. -_-*
언제 읽어도 귀여우신 김군님.(;) +_+ (눈을 원래대로 돌려 놔!)   [01][01][01]

D

2004.10.24 10:06:26

언제한번 김군 사진도 부탁하요~   [01][01][01]

릴리

2004.10.24 10:26:35

핫하, 김군의 연령이 어찌 되시는지..+_+(너무 귀여우셔라..)   [01][01][01]

ciel

2004.10.25 00:38:23

릴리/ 김군은 재준이랑 동갑이에요... OTL (어째서 똑같은 나인데 이 쪽은 귀엽지 않고 능글능글하고 죽어도 붙어먹으려 하는지.)

D/ 제 홈피에 올려놓았습니다만, 김군의 강력한 주장으로 일단 부분 모자이크 처리...;;; 되어 있습니다. 그런 거라도 좋으시다면야... -_-

Lian/ 어이쿠.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제가 영광...
... 글이니까 귀여워 보이죠.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능글능글하게 받아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열통이 터집니다. 특히 요즘은 살인 충동이 만빵입니다.
  [10][10][09]

Miney

2004.10.25 14:44:59

음... 남동생들은 집에 같이 있으면 애물단지지만 간혹 밖에 데리고 나가면 적당히 괜찮더란... 김군님(어째 이상하네요;;)도 그러실 듯. ^^   [01][01][0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정파 게시판 설명 Junk 2011-05-11
공지 구 정파 게시판 리스트 Junk 2011-05-11
» 책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 [5] ciel 2004-10-24
607 심각한 중증 [8] Jewel 2004-10-24
606 이것이 진정한 자기 관리다! [2] ciel 2004-10-23
605 흐흐흐흐...... [7] 위니 2004-10-23
604 지난 밤 꿈에... [6] 여니 2004-10-23
603 핸드폰 바꿨습니다. [4] ciel 2004-10-22
602 이효리, 노동자 역으로 연기자 데뷔! [2] 리체 2004-10-22
601 정크님께 소소한 일입니다만.. [2] 편애 2004-10-22
600 살인 충동을 느끼다. [6] ciel 2004-10-21
599 라묜 훔쳐먹기 [5] Jewel 200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