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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떨어진 지 어언 열흘.
계속 보내준다고만 하고 감감 무소식인 시골집을 원망하고, 애꿎은 라면을 탓하면서 (사실, 집에서 밥 먹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만...) 열흘을 보내고 나니 여러가지로 난감해져서.
시골집에 특사를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그건 바로 저희 어머님이시죠.
... 뭐. 뭐든 좋습니다만 (쌀만 올라와 준다면야.)
어머님이 어딘지 수상쩍단 말씀이죠.
... 쌀의 행방을 찾으러 잠시 다녀오실 분이 최소한 2주는 족히 견딜 것으로 보이는 옷을 바리바리 챙기고 계시니...
그리고 집안일과는 인연이 없는 (뭐, 저도 인연이 별로 없습니다만) 두 남정네를 저에게 떨구시고.
세탁기가 다 돌아가기도 전에 훌쩍 떠나버리셨습니다... (빨래 널고 가 주세요 어머님... ㅠㅠ)
뭐. 뭐든 좋습니다.
점심도 가비얍게 라면으로 때우고 난 다음. 저녁도 라면으로 때우니 저야 그렇다 치고, 저희집 두 남정네 배가 고팠나 봅니다...
어디서 다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알바생 김군 : 저기 누님.
나 : 응?
알바생 김군 : 라면 먹은 그릇 깼는데...
나 : 죽어! 개## (심한 욕설이라 자체 심의)
알바생 김군 : 그거 가따가 신경질 낼 필요는...
나 : 너. 내가 뭐랬어? 해 줄때 먹고 얌전히 구석에 쳐박혀 있으랬지? 왜 부엌에 들어오고 난리야 난리는!!
알바생 김군 : 그야. 배고픈데 라면은 질려서 김치라도 볶아먹을까 하고...
나 : 차라리 자라. 자라구. 자란 말야!!
알바생 김군 : 그렇게 구박할 것 까지야... 제대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T^T
나 : 시끄러. 얌전히 들어가서 잠이나 자.
... 큰일났습니다. 넓은 그릇이 그거 밖에 없어서 썼는데 그거 사실... 부모님 결혼식 때 부터 써 오던 꽤 비싼 유리그릇이거든요... ㅠㅠ
그리고...
또 어딘가 깨부숴지는 소리가 나더니만...
나 : 너! 얌전히 들어가서 잠이나 자랬지!!
아버님 : 아. 그게 말이다. 아무래도 접시를 깬 것 같...
나 : 아빠아아아아아아아앗~!!!!!!!
아버님 : 계란 후라이에 한 잔 할까 하고. 허허허헛...
나 : ... 엄마 없을 때 술 드신거 엄마가 아시면 날 죽이신다고 협박하고 가셨다고 얘기 했어요 안 했어욧!!
아버님 : 그래서. 뭐.
... 들키지 않으려고 그러셨다구요? 하지만 부엌일 안 한 사람이 부엌에 들어오면 금방 티가 난답니다... OTL
과연 어머님이 오실 때까지 무사히 버틸 수 있을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쌀은 제 때 올라올 수 있을지.
이런...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