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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옮기고 한달이 조금 더 지났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한달이었다.

출근하고 얼마 되지 않아 둘째를 임신했으며 벌써 5주나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사 한번, 차례 한번을 치뤘다.
중국으로 출장도 다녀왔다.
꿔주고 일년 넘도록 못받은 돈 때문에 치떨리는 빚쟁이 노릇도 했다.

그런데 숨 돌리기는 아직 멀은 듯 보인다.
둘째 녀석이 어찌나 고약을 떠는지 입덧은 절정을 달리고 있고
회사에는 내색도 못했으며
제사가 한 번 더 있고
이 달 말쯤 출장도 가야할 것 같다.
게다가 빌어먹을 돈은 아직 구경도 못해봤다.

처음엔 어찌나 정신이 없는지 뭐하는지도 모르고 보냈다.
근데 어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큰 애랑 남편에게 발을 구르며 악을 쓰고 있었다.
순간 이런게 미친 거구나, 이러다 미치는구나 가슴이 철렁했다.
굳은 남편 표정은 둘째치고, 놀란 아이 얼굴은 나를 너무 부끄럽게 했다.
아이 어미라는 사람이 이렇게 정신을 놔버리다니.

오늘 리앙님 책을 주문했다가 취소했다(리앙님 미안해요).
점심 때 은행에 송금하러 갔다가 냉면집 간판을 보고는 막 먹고 싶어져서
그 돈으로 그냥 냉면을 먹어 버렸다.
책은 정말 갖고 싶지만,
아무래도 돈이 회수되어야 가능한 일이지 싶다.

사실 지금도 막 가슴이 뛰고 불안하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아니 더 솔직히 얘기하면
최소한 입덧이 지날 때까지 어디 숨어버리고 싶다.
아무나 붙들고 나 좀 숨겨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다.
역시 정신나간 생각...


리체

2004.10.14 22:44:32

2004가 녹록하지 않은 분들이 꽤 많으신 거 같아요.
기운 내시고, 둘째를 생각하셔서라도 밝게 지내셔야 할텐데..;
마음도 머리도 넉넉하게 지내실 날이 곧 오려나..액땜하나봐요.
스트레스 받으실 땐 막 소리지르거나, 노래부르는 것도 효과가 있던데..^^
어쨌거나, 화이팅하세요.^^   [01][01][01]

Lian

2004.10.14 23:12:20

미안하긴요. 몸이 우선이지요.
많이 드시고, 기운 내세요.
  [01][01][01]

코코

2004.10.15 00:54:49

임신했을 때 못 먹으면 그게 그렇게 서운타 하더군요(저희 새언니 말씀으로는^^;). 두 몸이신데 마음의 양식보다는 육체의 양식이 더 중하다 봅니다. 힘내시구요, 어여 입덧 끝나고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둘째를 보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뱃속에 있을 때 어렵게 한 자식이 나중에 효자 된다는 말이 있다던데, 그 아이가 나중에 효도하려나 봅니다^^   [10][10][10]

위니

2004.10.15 08:41:39

가볍게 생각하세요..^^..입덫까지 하는 상태라 몸도 피곤하고 할일도 많으니 마음도 피곤한것같아요..
주말엔 근교 공원이라도 거니시면서 신선한 바람에 용기를 얻으시길...
또 지나고 나면 그런일도있엇지..하게되자나요..기운내세요!
  [01][01][01]

밍지

2004.10.15 12:13:18

다들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막 토해내고 나니 민망하지만 속은 시원해졌어요.

  [01][01][01]

Miney

2004.10.15 14:11:13

힘을 내세요. 저도 아이를 나름 순탄치 않게^^; 낳아본지라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옆지기님께 힘들다고 많이 도와달라고 하시고, 혼자서 견디려고 하시지 마세요. 신은 견디지 못할 어려움은 주시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걸 혼자서 떠맨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 같습니다. 뱃속의 아기와 밍지님을 위해서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으셔야 할 텐데... 모쪼록 좋은 상황이 되길 빕니다.   [0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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