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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장의 새 핸드폰은 제가 그토록 원했던 슬라이드 형입니다. (네에. 저도 몇 주 후 이 달의 월급을 타면 꼭 그런 것으로 마련할 생각입니다.)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는 듯 싶지만 전 핸드폰에 별 관심이 없어서 같은 핸드폰을 3년 이상 쓰고 있었고 (아마도 슬라이드 모델 나오기 전에 마련한 듯 싶습니다만), 아버님의 한 번만 더 떨어뜨리면 망가질 것 같은 두 시간 마다 30분 가량씩 꺼지는 1년차 핸드폰도 폴더형이라서 저희집에 슬라이드 형 모델은 처음입니다.
몸살 기운을 이기고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머님 왈.
어머님 : 얘. 이거 어떻게 켜는 거니?
손에 들려있는 것은 김병장의 새 핸드폰...;;;;
나 : 보통 켜는 식으로 켜면 돼요.
어머님 : 이건 뚜껑을 열 수 없잖니...
나 : ┐('~`;)┌ (어딘지 모르게 묘한 기분이...;;;;)
어머님 : 어떻게 켜냐구.
나 : 어디에 쓰시게요.
어머님 : 친구들하고 외출할 건데, 가지고 나갈까 하고.
나 : 거기 보면 빨간색 전화기 표시 있죠? 그 위나 아래에 있는 버튼 누르면 돼요.
한참 뒤.
어머님 : 얘. 이거 안 켜져. 비밀번호 설정 되어 있는 거 아니니?
나 : 퍽이나요.
어머님 : 그럼 왜 이거 안 켜지니? 이거 고장난 거 아니니?
하도 난리를 치시는 바람에, 책을 정리하다 말고 어머님께 가 보니까...
통화 버튼을 길게 누르면서 난리를 치고 계시더라는...;;;; ( ´_ゝ`)
나 : 엄마.
어머님 : 응?
나 : 이걸 누르라고요. 이걸. (손가락은 빨간색으로 전화기가 그려진 전원 표시 위에 있는 버튼에 가 있음.)
잠시 후. 전화기는 콜라캔 따는 소리를 내며 전원이 들어오고... 어머님. 좀 민망해 지셨던지 한 마디 하시더군요.
어머님 : 얘. 전화기 표시라며.
나 : 빨간색이랬죠?
어머님 : ......
어쨌든 나이 든 에미를 실컷 무안줬다고 몇 대 꿀밤을 맞고 난 뒤, 가까스로 출근해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보니, 이번에는 어머님과 아버님 두 분 다 저를 곤혹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계십니다.
나 : 왜요?
어머님 : 저기. 핸드폰이 안 꺼져...
나 : 네?
아버님 : 안 꺼지더라...
나 : 그럴리가요. 그 버튼 계속 누르면 꺼져요.
아버님 & 어머님 : 두 시간 동안 설명서 보고 난리를 쳤는데 안 꺼져.
나 : 설마요.
어머님 : 어쩌면 좋니? 얘가 들어와서 분명히 고장냈다고 한 마디 할 거야.
나 : 잠시만요.
문제의 핸드폰을 손에 들고, 전원 버튼을 약 3초간 누른 순간.
역시 콜라캔 따는 소리가 나면서 휴대폰이 꺼집니다...;;;;;; (┒-)
나 : 저기요...
아버님 & 어머님 : 아하하하...;;;;
그리고 방금 들어온 김병장 왈.
김병장 : 누님.
나 : 응?
김병장 : 왜 엄마가 나보고 휴대폰 바꿔 오라고 하는 거야?
나 : ... 묻지 마. 피곤해.
나 죽어요..ㅠㅠ [0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