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68


김병장의 새 핸드폰은 제가 그토록 원했던 슬라이드 형입니다. (네에. 저도 몇 주 후 이 달의 월급을 타면 꼭 그런 것으로 마련할 생각입니다.)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는 듯 싶지만 전 핸드폰에 별 관심이 없어서 같은 핸드폰을 3년 이상 쓰고 있었고 (아마도 슬라이드 모델 나오기 전에 마련한 듯 싶습니다만), 아버님의 한 번만 더 떨어뜨리면 망가질 것 같은 두 시간 마다 30분 가량씩 꺼지는 1년차 핸드폰도 폴더형이라서 저희집에 슬라이드 형 모델은 처음입니다.

몸살 기운을 이기고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머님 왈.

어머님 : 얘. 이거 어떻게 켜는 거니?

손에 들려있는 것은 김병장의 새 핸드폰...;;;;

나 : 보통 켜는 식으로 켜면 돼요.

어머님 : 이건 뚜껑을 열 수 없잖니...

나 : ┐('~`;)┌ (어딘지 모르게 묘한 기분이...;;;;)

어머님 : 어떻게 켜냐구.

나 : 어디에 쓰시게요.

어머님 : 친구들하고 외출할 건데, 가지고 나갈까 하고.

나 : 거기 보면 빨간색 전화기 표시 있죠? 그 위나 아래에 있는 버튼 누르면 돼요.

한참 뒤.

어머님 : 얘. 이거 안 켜져. 비밀번호 설정 되어 있는 거 아니니?

나 : 퍽이나요.

어머님 : 그럼 왜 이거 안 켜지니? 이거 고장난 거 아니니?

하도 난리를 치시는 바람에, 책을 정리하다 말고 어머님께 가 보니까...

통화 버튼을 길게 누르면서 난리를 치고 계시더라는...;;;;  ( ´_ゝ`)

나 : 엄마.

어머님 : 응?

나 : 이걸 누르라고요. 이걸. (손가락은 빨간색으로 전화기가 그려진 전원 표시 위에 있는 버튼에 가 있음.)

잠시 후. 전화기는 콜라캔 따는 소리를 내며 전원이 들어오고... 어머님. 좀 민망해 지셨던지 한 마디 하시더군요.

어머님 : 얘. 전화기 표시라며.

나 : 빨간색이랬죠?

어머님 : ......


어쨌든 나이 든 에미를 실컷 무안줬다고 몇 대 꿀밤을 맞고 난 뒤, 가까스로 출근해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보니, 이번에는 어머님과 아버님 두 분 다 저를 곤혹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계십니다.


나 : 왜요?

어머님 : 저기. 핸드폰이 안 꺼져...

나 : 네?

아버님 : 안 꺼지더라...

나 : 그럴리가요. 그 버튼 계속 누르면 꺼져요.

아버님 & 어머님 : 두 시간 동안 설명서 보고 난리를 쳤는데 안 꺼져.

나 : 설마요.

어머님 : 어쩌면 좋니? 얘가 들어와서 분명히 고장냈다고 한 마디 할 거야.

나 : 잠시만요.

문제의 핸드폰을 손에 들고, 전원 버튼을 약 3초간 누른 순간.

역시 콜라캔 따는 소리가 나면서 휴대폰이 꺼집니다...;;;;;;  (┒-)

나 : 저기요...

아버님 & 어머님 : 아하하하...;;;;


그리고 방금 들어온 김병장 왈.

김병장 : 누님.

나 : 응?

김병장 : 왜 엄마가 나보고 휴대폰 바꿔 오라고 하는 거야?

나 : ... 묻지 마. 피곤해.






리체

2004.10.09 00:14:28

크하하하하하~데굴데굴데굴..ㅠㅠ
나 죽어요..ㅠㅠ   [01][01][01]

누네띠네

2004.10.09 00:17:22

푸하하하하하.... ㅡㅡ;;
웃고 난 다음에 이런 댓글을 달아도 되는지... 하고 있습니다.   [01][01][01]

까만머리앤

2004.10.09 01:08:48

울 엄마아빠 보고싶다... (나는야 출가외인)ㅜㅜ::   [01][01][01]

Jina Chai

2004.10.09 18:20:43

오호호~ 근데 전 남 얘기 할 때가 아녀요. 얼마전 4년만에 드디어는 전원이 안들어와서 핸폰을 바꿨는데 그 4년전 모델과 같은 기능만 쓰고 있다죠.... 상시 대기중...그러다가 배터리나가도 모르기....   [08][08][07]

홍랑

2004.10.11 12:28:28

크득크득크득
우리도 나이들면 그렇게 되겠죠?
사실은 지금부터도 징조가 드문드문 나타나고 있다는..   [03][09][0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정파 게시판 설명 Junk 2011-05-11
공지 구 정파 게시판 리스트 Junk 2011-05-11
588 아이고 배야...ㅠㅠ [6] 리체 2004-10-13
587 은행 알바생 김군의 유혹. [8] ciel 2004-10-13
586 [펌] 뜨거운 물고기 - 애니메이션 광고 [6] 코코 2004-10-12
585 소년과 동생 file [3] 하루 2004-10-11
584 김병장의 제대선물 [5] ciel 2004-10-11
» 핸드폰에 대한 웃지 못할 짧은 사연 [5] ciel 2004-10-09
582 신영미디어 이벤트에 당첨되다. [9] ciel 2004-10-08
581 저......Bed를 보고싶어서^^;; [4] 어린왕자 2004-10-07
580 그냥 궁금해서.. [6] 노리코 2004-10-07
579 구걸인생 ing... OTL [6] ciel 200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