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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님의 "사소한 변화"
헤어진다는 건, 시트를 내가 깔란 뜻인가.
헤어진다는 건, 국도 데워먹으란 소리인가.
헤어진다는 건, 더 이상 이곳에 머물지 않겠다는 건가.
헤어진다는 건,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른다는 건가.
2년만에야, 이제야 내 이름을 부른다는 건가.
비가 많이도 내리는 어느 밤에 그녀는 헤어지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깃털같이 가볍던 날들로 보였던 그들의 2년이란 시간이 그리 단순하진 않다는 걸 차분히 보여주죠.
헤어지자 하면 그래? 그럼 싹뚝! 하듯 단칼에 잘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죠.
남자는... 늘 거실에서 스포츠 관련 방송만 보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여자가 방에서 보던 드라마에 대해서도 귀에 담고 있었고.. 아내가 분갈이 할때 흙을 치우기도 했으며 침대 시트에 붙어있는 몇가닥 머리카락을 떼어내기도 했습니다.
여자는... 남편의 회사에서 만든 옷을 입고 남편이 즐겨 보는 스포츠 채널에 티비를 고정시킨 채 스포츠 음료를 마셨고.. 남편과 똑같은 자세로 비스듬히 누워 날아가는 공을 보고, 움직이는 선수들을 봅니다.
사소한 변화는 그렇게 이미 강표의 생활에... 율의 생활에... 여기저기 상대의 흔적을 남겨놓고 뒤늦게 서로를 확실히 인식하게 만드니..
마치 이래도 서로를 대면대면할 거니... 하고 묻는 것처럼요.
살면서 드는 정이 더 무섭더라..란 어른들 얘기도 헛말은 아니었는지도. 아핫핫.;;
잠시의 외출을 하고 돌아온 아내...
예전과 다름없이 시작되는 듯한 일상들...
그렇지만 참외를 깎아놓은 아내에게 그는 이제 달다는 말과 함께 접시를 내밀 줄 알게 됐으니
그들은 어쩌면 지금부터 비로소 진정한 남편과 아내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앞으로는 사소한 변화의 의미를 그냥은 넘기는 일은 없겠죠...^-^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