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68


이모저모로 제 수중의 돈과 핸드폰 가격을 저울질해 본 결과.

... 일단 새 걸로 초 저가로 해 줄 수 밖에...

라는 결론이 나와버린 탓으로. 김병장에게 딱 잘라 말했었습니다.

29만원이 넘는 핸드폰을 해달라고 하려면 차라리 동네 지하철 역에서 자살을 가장하고 뛰어내렷! (부모님이 김병장 이름으로 해 주신 생명보험 수취인이 접니다... -_-)

김병장, 처음엔 '즐' 이라더니. 부모님도 제 편을 들어주시는 데다가 직접 통장 잔고를 보고 나더니 입에 담배를 꼬나물며 한 마디.

김병장 : 그래. 내가 누님을 위해서라면 뭘 못해주겠어. 이 참에 상해 보험도 하나 들까?

라고 양보를 했습니다만. 이 점은 분명히 하더군요.

김병장 : 대신 이번주 안으로 안 사주면 누님이 자살을 가장하고 뛰어드는 게야. (부모님이 제 이름으로 해 주신 생명보험 수취인은 김병장입니다...;;;)

나 : 난 일요일 밖에 시간이 없어. 근데 이번주 일요일은 하루 뿐인데... 참. 동생.

김병장 : 응?

나 : 너, 돈 없지?

김병장 : 응.

나 : 그러면 다가오는 누님의 생일 선물로 이거 하나만 해 줄 수 있냐?

김병장 : 음. 돈 안 드는 거라면.

나 : 내가 요즘 심신이 피로하고 잠 잘 시간도 필요하니까. 생일날 조용히 쉴 수 있게 협조 좀 해 다오.

김병장 : 응. 그런데 누님 생일이 언제더라...?

나 : 이번주 일요일.

김병장 : ...... 핸드폰은?

나 : 이번주 안에 해 달라고 했지? 사서 앵겨줄 수는 있으니까, 니가 알아서 돌아보고 니가 좋은 거 골라. 단. 29만원 안에서.
토요일에 출근할 때 기계 사 줄게.

김병장 : 그럴 수가! 누님과 함께 지하상가를 누비며 쇼핑을 하는 것은 나의 로망이었는데.

나 : 퍽도.

김병장 : 가격도 직접 저울질 해 볼 수 있...

나 : 니가 하고 싶으면 그 정도 다리품은 팔아야지. 싫으면 관 두고. 한 달만 기다리면 신형 모델 해 줄 지도 모르고...

김병장 : 내가 누님 그 말을 믿으면 난 쪼롱이 (행복한 세상의 족제비에 나오는 햄스터) 야! 차라리 그냥 29만원 안짝으로 할래...

라고 분명 연휴 동안에 말이 끝났었는데. (그리고 동생도 꽤 다리품 판 듯 했고.)

오늘 퇴근해 보니 어머님 왈.

어머님 : 걔 학교 애들이랑 2학기 MT갔더라.

나 : 내일 오긴 힘들겠지?

어머님 : 당연히 그렇지.

나 : 핸드폰은 물건너 갔네.

어머님 : 일요일에 너 좀 일찍 깨우라더라.

나 : 미안하다는 소리는 안 해?

어머님 : 걔 입에서 그런 소리 나올 것 같디?

... 들어오면 두고보자는 심정으로 이를 갈고 있는데, 새벽에 받은 전화 한 통.

김병장 : 누님.

나 : 핸드폰은 물 건너 갔어 이미.

김병장 : 사실 누님과 지하상가를 누비며 쇼핑을 하고 싶...

나 : 웃기네. 어디야?

김병장 : 쳇. 안 속잖아.

나 : 일요일에 낮잠이 없으면 핸드폰도 없어. 그리고 너랑 지하상가를 누비며 쇼핑할 기운 없어. 자꾸 그런 식으로 응석 부리면 집구석 나가 버린다. 그리고 올 때 열쇠고리 안 사가지고 오면 슬램덩크 완전판 박스로 머리 찍어버린다.

S 군 : 저기... 끊으시면 안 될까요? 이거 지방이라 요금이 꽤 많이 나와서...

... 군대 가더니 얍삽한 것만 배웠습니다. il||li_| ̄|○il||li

힘도 없고, 시간도 없고. 분명 조련하는데 엄청난 난관이 예상되는군요...




리체

2004.10.02 02:08:57

낄낄낄...김병장과 씨엘님의 실화는 항상 재밌어요. 씨엘님이 글을 잘 쓰셔서 그렇겠지만서요.^^   [01][01][01]

luis

2004.10.02 02:26:12

ciel님의 김병장시리즈를 볼 때마다 바다 건너 있는 동생이 자꾸 보고파지는군요. (핸폰 사달라고 내카드를 빼앗아간 놈인데...)
근데 어떻게 하면 `누님'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건가요? 초딩 사촌동생한테서 누님소릴 듣고 좋아서 동생보고 해보라고 했더니 비웃음만!!!   [07][02][08]

리체

2004.10.02 02:50:05

맞아, 맞아요. 저 누님 소리가 굉장히 귀여울 거 같다는..꺄아~><   [01][01][01]

코코

2004.10.02 03:55:31

결국 사주시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푸하하하하하하~
죄, 죄송하지만 이런 동생이라면 하나 정도 있어도 될 듯;;;   [08][06][03]

경수

2004.10.02 09:20:09

오 29만원으로 핸드폰 장만할 수있나요? 저도 누구에게 선물할 일이
생겼는데 정보 좀 주세요. 이런쪽으로는 무신경이라. 뭐가 좋은지
당췌 몰라서...
근데 김병장은 아주 예의바른 군인아저씨...   [03][01][03]

ciel

2004.10.02 09:43:30

리체/ 저희 남매, 이러고 잘 놀아요... ㅡㅜ (실화니까 재밌는 거겠죠...;;;;;)

luis,리체/ 동생이 6살 때 부터, 패가면서 조련하면 됩니다.

코코 /예... ㅡㅜ ... 통장 잔고 이젠 200원... (그리고 이딴 동생은 필요 없습니닷!!)

경수/ 자세한 사항은 영등포 지하상가에서 발품 팔아보시길... (영등포가 생각보다 핸드폰 가격이 쌉니다.) 그리고 김병장은 예의 없는 군인아저씨에요... ㅠㅠ   [10][09][06]

Rain

2004.10.04 23:59:50

참 탐나는 동생이군요...케케케
그래도 장하네요..누구누군 군대안갈라고 하다 망신스럽던데....   [12][06][0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정파 게시판 설명 Junk 2011-05-11
공지 구 정파 게시판 리스트 Junk 2011-05-11
578 그냥 저냥 [14] 허선미 2004-10-06
577 [링크] 로맨스 소설 붐 현상에 대한 분석 [6] 수룡 2004-10-05
576 잡담-2 [2] 위니 2004-10-04
575 잡담 [7] 위니 2004-10-02
» 핸드폰 [7] ciel 2004-10-02
573 정크님^^*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1] tohran 2004-09-29
572 회식사건 [5] larissa 2004-09-28
571 끌리면 가라. [4] ciel 2004-09-28
570 둘째가 왔습니다. [7] ciel 2004-09-25
569 세상의 중심에서 죽어라고 외치다 [6] MickeyNox 200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