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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도 별로 없는 단촐한 집안. 고모님 댁이 가깝기 때문에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의 차례는 고모님 댁과 함께 치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고모님 내외분과 그 집 아들내미들, 뽀 군 (가명) 과 영감탱이 군 (가명) 이 함께 왔군요.
차례가 끝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현재 고 2인 뽀 군의 장래로 이야기가 돌아가고.
나 : 생명과학? 그거 돈 못 벌텐데.
고모 : 그치? 그치? 내가 그래서 차라리 공과계를 가라고...
나 : 그보다는 교직 이수를 하는 것이 낫지 않아요? 생물선생이라도...
고모 : 거 괜찮네. 교사를 하면 요즘은 1년에 6개월은 놀 수 있고...
... 분명 뽀 군의 장래 이야기인데, 뽀 군은 완벽하게 대화에서 제외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고모 : 왜, 고모 동창 중에 은나 아줌마 아들이 춘천 교대를 나왔는데, 발령 못 받고 있다가 임시 교사 하던 일산 아파트 촌 학교에 자리 잡았다드라.
교사는 남자가 귀하니까, 아무래도 그 쪽에서는 잘 본 모양이야.
나 : 음. 자. 뽀 군. 교사가 되어라.
뽀 군 : 저기 난...
고모 : 다른 건 몰라도, 여선생 대 남선생 비율이 3:1이니까. 아마 자리 잡긴 쉬울 거야.
나 : 거 괜찮네. 너는 귀여우니까 분명히 어필 할 거야.
... 뭔가 여자들만의 대화로 돌아가던 그 때. 뽀 군의 형인 영감탱이 군의 결정적 한 마디.
영감탱이 군 : 끌리지? 교사, 되고 싶지? 끌리면 가.
일동 : 풋.
뽀 군 : 저기 형 그게...
김병장 : 너 최강이다.
영감탱이 군 : 왜 그래. 난 솔직한 감상을 말할 뿐. 의료계는 여자가 적어... (영감탱이 군은 의대 본과 1학년입니다.) 여자가 적다구...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상당히 심각하게.) 엄마. 나도 교대 갈까?
나 : 너 상당히 진지하구나...
영감탱이 군 : (울 듯 말 듯) 이렇게 여자가 없는 줄 알았으면, 의대 같은 거 안 갔어! 산부인과에 갈 거야!
일동 : ......
... 정작 당사자인 뽀 군은 한 마디도 제대로 못 했으니, 이게 막내의 비애랄지 어쩔지...;;;; 게다가 술 못하는 영감탱이 군은 차례상에 오른 술을 몇 잔 마시고는 '여자가 없다' 고 울먹이고 있었으니.
하여튼 웃겼어요. 나중에 뽀 군 왈.
뽀 군 : (상당히 진지하게.) 누나. 정말 3:1일까?
나 : 교직계는 남기근이잖아. 왜?
뽀 군 : 그럼 교대 갈래...
나 : 아. 그래...;;;;
이거 씨엘님 글이 재밌는 겁니까, 아니면 친척분들이 재밌는 겁니까?ㅋㅋ [0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