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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 홈피에 적었던 감상입니다.


다시 봐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무휼이 넘 불쌍하다.
한 여인의 지아비이고 싶었고, 한 아이의 아비이고 싶었지만,
단지 그러고 싶었지만, 왕이여야만 했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우리 불쌍한 무휼이,,,,
어제 바람의 나라를 다시 보다가 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한 장면은 무휼이 호동의 신조 문제로 호동을 찾아가서
얘기를 나누던 중,
"내가 네게 아무리 정이 깊어도 나는 왕이고 내가 너를 죽여야 할
이유가 생기면 당연히 너를 죽일 것이다.
너도 그 이유가 타당하거든 내게 칼을 대거라." 하며,
연이가 호동을 지킬때 썼던 무휼의 그 칼을 호동이에게 준다.
호동이 칼을 받지 않고 대답하지 않자,
",,,예, 하고 답해라"고 호동을 종용하는데, 호동은
"아뇨,,,아닙니다" 라고 말한다.
무휼은 그런 아들을 안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리 사랑하던 연이에게서 나은 소중한 아들,
길고 척박한 삶을 살게 될, 왕될 자로서, 냉정히 연도 끊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랐지만, 지 어미를 닮아 눈물많고 정많고
나약한 호동을 어찌 내치겠는가! ,,,,, 눈물 한 번 찔끔.

두번째 장면은, 무휼이 원비인 이지와 진짜 합방을 할 때였다.
아,,, 이 장면은 말하기도 서글퍼, 무휼이 이지와 합방을 할 때의
속마음을 걍 적어 보겠다. ㅠ,.ㅠ
'꽃이 지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겠지.
그래, 꽃일랑은 다 그렇게 지는거지.
울지마라, 연아. 이제 헤어지면 다시 만날 일도 없을텐데,,,,
그렇게 그러한 눈으로야 아무것도 볼 게 없겠다.
연아,,, 내가 사랑했던 너는 그리도 조그마했었더냐?
이리도 조그마했던 너를 나는 그렇게도 긴 세월
슬피 기다렸던 거냐?
그래,,, 너 없던 십수년을 나만이 홀로 크고 홀로 자랐으니
당연도 하겠지.
너는 그 세월 그대로 이리 작고
나는 그 세월을 다 보내 이리 컸는데, 어찌 알아보겠는냐,,,
저승 그 길을 간다해도 마찬가지겠지.
어느 신선이 있어 네 세월과 내 세월을 맞춰 주겠느냐.
그건 사람의 꿈, 사람의 바람. 하 어리석은 망상일 뿐이겠지.
그러니 너도 다 잊어버려라
그 어린 나이에 내가 무엇을 알았겠으며,
또한 네가 무엇을 알고 있었겠느냐.
인생이란 그런게고 사람 또한 그런 것이겠지.
그러니 꽃아,,, 그대로 지렴. 잊고 떠나 버리렴.
네 봄같은 마음에 서리같은 내 마음일랑은 들여놓지 마렴.
문을 걸어 잠그렴. 따스한 꿈, 따스한 바람일랑 너만이 감싸안고
그 곳에서 홀로히 피고 홀로히 노래하렴.
다신 기다리지도 말고 기억해 내지도 말고,
....위해 눈물도 흘리지 마렴.
우리의 그것은 본시 사랑도 뭣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것 뿐이었다.
내 꽃,,, 우리 연이,,,,.
내 꽃,,, 우리,,, 연이....'
(엉엉어 ㅠ,.ㅠ)

세번째 장면은, 무휼의 누이인 세류가 오랜만에 궁에 와 본
무휼의 모습에서 그토록 자신들이 싫어했던 아버지의
그 눈빛을 보게된 후, 다시 궁을 나서려고 할 때,
호동과 마주쳐 나누던 대화였다.
널 보고 가는 걸 깜박 잊었다고 세류가 호동이에게 말하자,
호동이 떠나는 고모에게 이리 말한다.
"모두가 떠나 버리면 누가 남습니까, 마마,,,,
고모님께서도 삼촌께서도 세상 일, 모든 일이 싫어지면
떠나실 수 있고. 궁의 모든 이들도 피곤코 견딜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다 피해 달아날 수 있지만,
그 분은 혼자 달아날 수 없으십니다.
왜 혼자 계시게 하십니까.
-미워버린 채 몰라라 가버리시고 그리하면 모든 게 다 끝나시니
참 편하십니다, 모두.
가을이 오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게 당연한 일인데도,
모두 봄만 그리워하며 떠나 버린다면,
누가 남아서 겨울을 지내고
다가올 봄을 누가 불러 맞이하겠습니까.
철새처럼 오늘만 살고 내일은 살지 않으십니까.
마마님들은 모두 그러하십니까?" 라고,,,
아~ 무휼과 어린 시절 동고동락했던 세류조차,
무휼을 떠나려 할 때, 아들인 호동은 지 아비를 이리 생각했더라.
,,,,

바람의 나라, 정말 주옥같은 작품이다.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어찌 이리,,,, 정말 주.옥. 주옥이다.
갠적으로 김진 작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아, 가슴이 다시 스산하다.

댓글 '10'

시즈

2005.01.16 17:51:58

저도 부여전후부터는 가슴을 부여잡고 보고 있습니다.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몇번이나 접어야지 하면서도 결국은 다시 집어들고 만다는...... 무휼이 연 보내는 장면도 그랬지만, 저는 해명을 볼때마다 호동이 자꾸 오버랩되어 먹먹해집니다.

so

2005.01.16 19:08:57

참...그 긴 책중 불과 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언제든 눈물이 나는군요...
젠장젠장 울었잖아요

저도 그 세장면에서 매번 통곡을 했지요
예전엔 연이 젤 안타깝고 그랬는데
나이가 들으니 무휼이 불쌍해서 어쩔줄을 모르겠습니다
홀로 떠나간 연도, 어쩔 수 없는 자신도, 코너로 몰고만 가는 이지도, 자식이라고 하나 밖에 없는 호동도...
모두 무휼에겐 짐 입니다.
본시 어리고 어리고 어려서 자신의 감정 따위는 생각 못하는 사람

불쌍해서 미치겠어요

코코

2005.01.16 23:19:15

연이 죽고 이후에는 차마 못 봅니다ㅠ.ㅠ

bach

2005.01.16 23:39:29

바람의 나라.. 고등학교 때부터 쭈욱 읽어온 책인데.. 연이가 호동이를 지키려 할 때 너무 많이 울어버렸었어요.
더불어 우리만화에 대한 자부심또한~ 남자들만 역사만화를 그리는게 아니다라는 기쁨도 느꼈구요.. 당시 김혜린님, 신일숙님이 활발히 활동하시던 때였는데 정말 읽을 만화가 많았구.. 하루하루 신간을 기대하며 만화가게를 갔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호동왕자만이 왕으로서의 무휼을 이리두 사랑하고 이해하는데 호동왕자두 제 손으로 떠나보낸 무휼은 앞으로 어찌살지... 너무 가슴아프네요..
혜잔의향낭 에서 낙랑공주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자명고를 찢게 한 호동왕자의 마음과 낙랑공주의 마음이.. 막연히 동화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세세한 감정까지 리얼하게 느껴지던데..
바람의 나라 하면 호동이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겠지요...
덧붙여 해명태자님은 정말 잘생겼다지여~~ 히힛

지영

2005.01.17 22:37:30

저는 개인적으로 바람의 나라에서 세류공주랑 괴유 이야기를 젤 좋아합니다.
물론 세류공주가 어려서 연 맺었던 세류공주의 신조의 얘기도 좋아하구요....학교 다닐때 보면서는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얘기다, 김진작가님은 진짜 천재다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지금은 책이 얇아서 후딱 읽고나니까 좀 아쉬운감이 많이 들어요...글고 다음권 나올려면 많이 기다려야되니깐....슬퍼요

꼬봉이언니

2005.01.18 00:16:39

바람의 나라 캐릭터는 다 슬픈 것 같아여. 해명태자와 새타니의 사랑이야기도, 세류의 수조인 남조와 연의 동생 용이 이야기도, 세류와 괴유 이야기도, 세류가 어려 사랑을 모를 때 가시버시한 주작이야기도, 물론 연과 무휼 이야기도 ㅠ,.ㅠ 괴유와 천녀 가희 이야기도, 호동과 낙랑공주 이야기도, 그리고 악역인 이지의 무휼에 대한 사랑까지도 다 슬픈 사랑이야기인 것 같아여,,,, 바람의 나라는 읽으면 읽을수록 더 빠져드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무휼이예여,,, 사랑하는 사람들을 왕이기에 죽여야 하는,,, 강해지기 위해, 자그마한 나라 고구려를 위해, 가장 닮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아버지, 유리왕의 모습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그 모든 것을 위해 변할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을, 그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했을 무휼의 심정이 느껴져 너무 가슴에 아립니다 ㅠ,.ㅠ

리체

2005.01.18 01:47:25

제가 이걸 학창시절에 제대로 못 읽었던 이유는 그 슬픔이 너무 어려워서 공감하지 못해서 그랬던 듯 싶군요. 언젠가 애장판으로 전권 구입해서 소장해놓고 볼 생각입니다. 불의 검이랑 함께.^^

꼬봉이언니

2005.01.18 17:20:18

다시 읽어 보시면 100% 공감 하실거예여. 위에 말한 것처럼 바람의 나라는 읽으면 읽을수록 그 깊이에 빠져드는 것 같아여. 아, 글구, 저도 불의 검 12권 아직 보지 못해서리 넘 보고 싶네여. 바람의 나라랑 불의 검,,, 둘 다 넘 좋아하는 만화랍니다. 아직도 댕기의 폐간에 모종의 음모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꼬봉이언니 ^^;;

로뎀나무

2005.05.12 22:26:03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헐 헐.. 지금도 전 불의검 북해의바다 아르미안 비천무 바람의 나라 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 참고로 30대 후반의 아줌마 지금 책꽂이엔 바람의 나라와 불의검 있습니다..댕기 폐간을 너무 분노하는 아줌마 였습니다

윤우

2007.03.26 17:36:48

제가 젤 존경하는 만화작가님이 김진샘과 김혜린샘입니다. 제 나이도 어느덧 서른 중반... 고딩때부터 빠져 지낸 만화폐인... 저 역시 두 선생님의 작품 모두(솔직히 다는 아닙니다)소장하고 있지요... 바람의 나라는 정말 뭐라 말해야할지... 전 무휼을 이해하는 호동이가 젤 좋아요. 그리고 용이두요... 무휼하고의 전투에서 연이를 그리면서, 그래도 행복했기를 바라는 누이에 대한 깊은 사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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