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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들어와 내가 젖은 머리를 감겨주겠다고 하자 너는 웬일인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어. 기운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슬퍼 보이는 듯도 싶고. 나는 네 머리를 가슴에 안듯이 감싸고서 빗질을 하기 시작했어. 따뜻한 물로 적신 뒤 머리 안쪽부터 샴푸를 풀었지. 거품을 씻어내다가 문득 손을 멈춘 건 네 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서였어. 잠들었나 하고 수건을 가만히 젖혀보았을 때 너는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커다란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어. 눈물에 젖어 있던 너의 그 눈. 몇 시야?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네가 물었고 그럴 듣자 내 입에서는 뜻밖에 의젓한 농담이 튀어나왔지.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아, 라고.



댓글 '5'

Miney

2004.11.15 03:32:53

은희경님, '새의 선물'을 보자마자 반;해버렸던 분이에요. 미모;도 상당하시고.^^;; (근데 실은 이 책이 제일 좋은 듯;)요즘은 왜 책을 안 내시나 모르겠습니다.

아우라

2004.11.15 12:30:56

저도 은희경님 좋아요...
이 제목... 수업시간에 특히 유용한 말이죠...ㅋㅋㅋ

리체

2004.11.15 13:23:35

은희경 씨는...
새의 선물과 타인에게 말걸기 단편집 이후로는
너무 부담스러운 사상들 때문에 기피하고 있음둥.
이 사람꺼는 <새의 선물>이 최고였어.
단편집에 나타난 시니컬도 마음에 들었지만,
상속, 행복한 사람...이건 이해불가로 패스.ㅎㅎㅎ

여니

2004.11.16 00:46:07

Miney/미모가 상당하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동안 꽤나 열중했었더랬죠.
아우라/^ㅡ^
리체/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이중주>하고 <새의 선물>^^
초기작들이 나았던 거 같아. <아내의 상자>부터는 싫어지더라.

모카커피

2006.01.07 21:42:33

저두 재작년에 써먹었던.... 행복한 사람이 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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