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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와 내가 젖은 머리를 감겨주겠다고 하자 너는 웬일인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어. 기운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슬퍼 보이는 듯도 싶고. 나는 네 머리를 가슴에 안듯이 감싸고서 빗질을 하기 시작했어. 따뜻한 물로 적신 뒤 머리 안쪽부터 샴푸를 풀었지. 거품을 씻어내다가 문득 손을 멈춘 건 네 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서였어. 잠들었나 하고 수건을 가만히 젖혀보았을 때 너는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커다란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어. 눈물에 젖어 있던 너의 그 눈. 몇 시야?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네가 물었고 그럴 듣자 내 입에서는 뜻밖에 의젓한 농담이 튀어나왔지.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아,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