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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Bull Durham, 1988년작.
캐빈 코스트너(크래쉬), 수잔 서랜든(애니), 팀 로빈스(애비)

매우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스포츠 영화이기도 하고 로맨스이기도 하고.
케빈 코스트너가 가장 멋지게 나왔던 영화이기도 했고
수잔 서랜든과 팀 로빈스가 이 영화에서 만나 결혼을 하기도 했지요.

마이너리그 '더럼 불즈팀'의 두 남자.
155㎞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지만
두뇌는 5센트짜리로 불리는 신인 투수 에비(팀 로빈스)와
오랜 시간 마이너리그를 전전해온 노련한 포수 크래쉬(케빈 코스트너).
그리고 또 한 여자, 대학강사 애니.
거럼 불즈의 팬이며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시즌마다 점찍은 유망주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시키려는 엉뚱한 여자.

이 세사람이 애니의 집에서 나누는 대화입니다.


크래쉬: 둘 중 누구요?

애니: 당연히 둘 다죠. 규칙은 이래요. 전 한 시즌에 한 남자만 사귀죠.
남자를 선택하는데엔 몇 주가 걸려요. 봄 훈련 같은 거죠.
이번 시즌엔 당신들이 가장 유력한 후보예요. 서로에 대해 좀 알아보구 결정하죠.

애비: 왜 당신이 선택하나요? 우리는 왜 못 하는 거죠?

애니: 사실 이 지구상에서 누구도 서로를 선택할 순 없어요.
선택은 양자 물리학, 분자 인력, 타이밍에 달려있는 거니까.
미지의 법칙이 우릴 만나고 헤어지게 하죠. 페로몬 같은 거라고요.

(애니의 집을 나가려는 크래쉬, 쫓아나서는 애니.)

애니: 잠깐, 어디 가요?

크래쉬: 난 마이너리그에서 12년이나 있었으니 포기도 빠르고,
여잘 만나기 위해 예선 같은 건 안해.
사람 마음이 양자물리학에 달려 있다고 믿지도 않고.

애니: 그러면 뭘 믿죠?

크래쉬: 난 영혼을 믿지,

애니: ......

크래쉬: 남자와 여자, 여자의 잘록한 허리, 행잉 커브볼, 강한 근성, 고섬유질,
좋은 스카치, 수잔 손탁의 방종으로 가득찬 쓰레기 소설, 리 오스왈드가
혼자서 행동했다는 걸 믿고, 인공 잔디와 지명 타자 법안도 수정되어야 한다고 믿어.
유효 타구 면적과 약간 덜 떨어진 야한 포르노를 믿고, 크리스마스 선물은
크리스마스 아침에 풀어야 한다고 믿어.
그리고... 길고 느리고 진하고 부드러운 3일간 지속되는 키스를 믿어. 잘 자요.

(애니, 크래쉬에 말에 완전히 반해버린 듯한 표정을 짓죠.)

애니: 이런... 크래쉬! 잠깐만요!
그냥 데이트나 하자는 거지, 사랑을 하자는 게 아니잖아요.

크래쉬: 저 애한테 관심있는 여잔 관심 없어요, 잘 자요.

애니: (사라지는 크래쉬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며)
아직은 관심없는데. 데이트 거절당하긴 난생 처음이네.


애니가 에비와 크래쉬 중 이번 시즌의 파트너를 선택하려고 하지만
크래쉬는 그녀가 주최하는 콘테스트에는 참가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죠.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크래쉬의 대사에 완전히 사로잡힌 애니의 표정이 압권이었죠.
오래오래 로맨틱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씬입니다.

댓글 '3'

Junk

2004.09.20 13:41:15

아. 이게 그 영화군요. 우리나라 개봉제목은 다른 것이었던 거 같은데... 매우 감동적으로 본 영화 중 하나입니다.

여니

2004.09.20 15:17:32

마이너 리그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기록을 달성하고
털레털레 돌아온 케빈을 수잔이 안아주는 마지막이 참 좋았어요.

말풍선

2004.09.21 11:33:25

네. 비오는 날 수잔 서랜든이 우산을 쓰고 케빈 코스트너를 맞이하죠.
같이 나란히 벤치에 앉아있는 장면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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