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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발 돈 부쳐달라는 소리 그만 하렴...

누나 통장에 2만원 남았다.

알바비 탄지가 엊그젠데, 니 용돈으로 20만원이나 보내고 세금 빼니 남는 것이 없구나.

다행이다. 니가 10월에는 제대해서.


오늘 뭔가 뒷골에서 혈압이 올라 쓴 글의 전문입니다. 나름대로 부드럽게 쓴 이 편지에 제 1년간의 고뇌가 담겨있습니다.

2년차. 내무반장. 10월 모일 제대 말년 병장.

이것이 제 동생 김병장의 실체입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군대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하지 않던 '용돈 조르기' 의 스킬을 익혔군요.

제 남동생은 군대가기 전까지만 해도 사회의 모범이 되는 남동생의 표본이었습니다. 그럭저럭 생긴 용모 (약간 덜 떨어져 보이긴 해도), 부모님의 말씀 잘 듣고 주변 사람에 신경써주고 뭣보다도.

누나의 말은 신의 말처럼 받들었다 이거죠... (투덜투덜)

시간이 허락하는 한,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오는 것은 기본이려니와, 밤 11시 이후 귀가할 때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버려진 개 모냥 서 있다가 무서운 눈으로 손을 내밀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새벽 2시에 갑자기 몸서리 쳐지게 세@일레@의 듬뿍햄 샌드위치를 먹고 싶을때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사다줬습니다. (물론 돈은 동생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죠.)
돈 달라고 하면 돈 내놔. 허리 밟아달라고 하면 밟아줘. 채널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줘.

이 정도면 조련 잘 된 모범 남동생이었는데. 그런데... ㅠㅠ

제가 20년간 교육 잘 시켰더니만 군대가 다 망친겝니다!!

처음 1년간이야 뭐 별 일 없었죠. 저도 뷁수였고, (알바 자리조차 없는) 그 녀석이 속한 부대가 전방근무로 차출되어 1년간 연락 할 수 없는 전방에 가 있었거든요. 그러다보니 갑자기 편지 쓰는 것도 모호하고, 휴가도 안 나오니 얼굴 보기도 뭐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전방 근무 풀렸을 때 잘해줬던 것이 역시 실수였나요... ㅠㅠ

전화도 생긋 웃으면서 잘 받아주고, 당시 막 알바도 생기고 그래서 외박때 돈 없다고 하면 송금해줬더니만 이 녀석이 간덩이가 부었나... -_-+

1년 남짓한 동안 뜯긴 돈이 어언 150만원. (더 될지도...;;;;) 매번 '후임들을 위해 조금 더 쓰고 싶다' 외의 기타 다양한 레퍼토리에 아주 돈이 줄줄줄 잘도 들어갑니다.

'즐' 하고 무시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전화를 거절한 다음날이면 꼭 엄니께서 절 앉히고 하나 밖에 없는 동생 제대로 돌보지도 못한다고 최소 5시간은 일장 연설을 하고 계시니... (먼 산)

다행입니다. 10월에 제대해서.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조련해서 쓸 만한 동생으로 키우지 않으면 여러가지로 애로사항이 꽃피겠군요.


물빛

2004.09.05 20:05:25

좋은 누나시네요~
전 맨날 동생이랑 만나기만 하면 투닥거리는 편이거든요.
만화나 판타지에 관해서는 일체감 100% 지만..
저도 동생 군대 가기를 바라고 또 바랬는데 눈이 너무 나빠서 공익으로 빠져 버렸답니다 ㅠ.ㅜ

  [08][10][10]

BubBles

2004.09.05 23:05:49

동생한테 큰 돈 쓰셨군요. 하지만 그것도 이젠 마지막이고 그런 귀연 동생 있는게 어딥니까? 너무 부럽습니다. 저희 집 짜씩은 완전 모셔져서 자란 막낸지라 과일하나 지 손으로 깎아 먹은 적이 없습니다. 그려~   [01][01][01]

까만머리앤

2004.09.05 23:16:02

아예 없는거보다는 나은듯 합니다. 줄줄이 다 위라서 시켜먹을 사람이 없읍니다. 고로 내가 다해야하고, 시키는 일까지... 억울+++   [01][01][01]

ciel

2004.09.06 01:21:16

물빛/좋은 누나라니요. 사정을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누나 충성 only 모드였다니까요. 동생 팔아서 친구에게 돈 받은 적도 있는 전적이... -_-a)

BubBles/큰 돈 썼죠... -_-;;; 저희집 짜식도 귀엽진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집 짜식도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컸어요...;;;;

까만머리앤/애도를 표합니다. (그래도 막내가 나름대로 좋지 않나요? 부모님이 더 이뻐해 주신다든지 하는 플러스 알파가 있을 듯 한데요.)   [10][12][09]

luis

2004.09.06 11:03:35

저도 그 심정 압니다. 군대 갈땐 불쌍혀서 뭐든 다 해주고 싶었는데...
매달 부쳐주던 피같은 내돈~~~
전 할머니께서 협박을 하십니다. 조용히~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언급하시며...
(부모님은 동생이 군대갈때 춤추셨습니다. 워낙 천방지축이라)   [01][01][01]

코코

2004.09.06 14:48:37

이...이게 동생과 오빠의 차이일까나요^^;
저희 오빠는 군대가기 하루 전날 동생이랍시고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저에게 주던걸요;;; 안 받는다고 했지만, 군대 가봤자 쓸모가 없을 거라면서 억지로 쥐어주더란...;; 그때서야 오빠가 2년 6개월 동안 어디론가 가버린다는 것이 실감나더군요. 그 때를 생각하니 다시 뭉클함이...ㅜ.ㅡ   [09][10][08]

꿀물보스

2004.09.06 17:34:12

저희집은 남자들 대접 저~얼대 대접 못받고 삽니다. 오히려 여자들이 떠받들려 살지요. ㅋㅋㅋ 제사나 명절에 전부치는 것도 남자들 몫, 무거운건 당근이고 평상시에도 쓰레기 내놓기 청소기 돌리기, 마트가는건 당연히 남자들 없으면 안갑니다.ㅋㅌ 일꾼이 필요하거등요, 암요 무거운거 들면 팔뚝 굵어집니다. 잘키워 장가보내면 아고 살림밑천 쑥~ 빠져나간 기분이 들겁니다. 푸하하   [01][01][01]

ciel

2004.09.07 01:45:53

luis/공감대 200%군요. 사실 저도 할머님이 살아계셨다면 양쪽에서 당했을 거라는 생각에 나름대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답니다.

코코/... ㅠㅠ 저도 오빠가 필요해욧!!

꿀물보스/부럽군요. 전 다시 조련시킬 생각 하면 하늘이 노랗습니다.
  [10][04][12]

windy

2004.09.08 09:43:38

ㅋㅋㅋ 저두 그렇게 당했습니다.
오빠랑 남동생 두명한테 뜯기면서,,,참 얄밉다구 여기던 생각이 새록새록,,,
근데 불쌍한 표정으로 사연을 하나하나 짠하게 이야기하는데,,,돈을 안줄수도 없드라구요
글구 제대후엔 제대해서 사회생활 적응해야 한다며 또 엄청 뜯어갈껍니다.
제가 흑흑 그랬거든요=.=
  [0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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