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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요즘 H모 출판사에서 나온 선풍적 인기를 끈 모 책의 제목을 패러디 했습니다.

시간이 차고도 넘칠만큼 많았던 뷁수 시절에도 아침 6~7시 기상, 밤 11시 취침이라는 아침형 인간에 맞는 바른 생활을 하고 있었던 저였습니다만, 오후 타임에 일하는 직장을 잡은 관계로 체내 사이클이 은근 슬쩍 바뀌더니 급기야 1월 초 개인적인 사정으로 날밤을 꼴딱꼴딱 새야 할 일이 석 달 동안 반복되자 완전히 지금의 사이클로 고정되고 말았습니다.

새벽 6시 취침, 아침 11시 기상.

뭐, 2시 출근해서 9시 30분에 퇴근하는 저로서는 뭐랄까 여러가지로 이상적인 사이클이긴 합니다. (부모님 주무실 때 쓰니 컴퓨터 오래 쓴다고 퉁박 받지도 않고, 일 끝나고 바로 들어와 발 닦고 자기엔 뭔가 아쉬운 기분이 전부터 들긴 했으니까요.)

한 한 달 정도는 그저 웹서핑을 즐기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수준이었습니다만 (석 달 동안 한글만 줄창 긁어 본 것이 어쩐지 억울해서.) 요즘은 밤 시간을 즐기고 있는 듯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컴퓨터 앞에서 헤드셋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다가 문득 조용함에 고개를 들어서 컴퓨터가 있는 방 창문을 넘어 베란다에 있는 창을 통해 밤의 묵직한 검은 빛에 반쯤 가려진 집 근처 성당의 십자가 끝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져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소리를 버럭 지르며 '평화라니, 뭣 같은 소리 하구 앉았네' 하겠지만.)

그러면서 밤을 즐긴 지 며칠 째. 친구 E 모양 (통신 닉네임 이니셜) 과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여러 소리 끝에.

"뭐, 일찍 출근하는 날이 괴롭달까. 잠이 주니까 -"

"응? 도대체 몇 시에 자는 거야?"

"6시나 7시 정도."

"... 새벽?!"

"그거 말고 또 뭐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살다간 너 인생 반 밖에 못산다."

E 모양에 의하면,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된 사실 중에, 해가 떠 있는 낮보다 해가 진 밤에 훨씬 더 사람의 육체가 릴렉스하게 되어서 푹 쉴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 진다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몸이 안 좋을 때면 낮 보다는 밤에 수면을 취해주는 것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는 겁니다.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는 E 모양의 말에 저는 고개를 갸우뚱.

"에이. 그렇다고 일찍 죽기야 하겠어?"

"죽은 날 받아 놨다고 난리 친 애 치고는, 참 허투루하게 대답하는구나." (얼마전 오진으로 몇 년 못산다는 말을 듣고 주변 정리 한 일이 있어서...;;;; - 그치만 오진이여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ㅡㅜ)

제발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라는 노멀 라이프를 찾으라는 E 양의 말을 듣고 소심한 저, 잠을 청해보려 애를 썼지만.

역시 사이클이 안 맞아요. 밤이 좋다구요. ㅠㅠ



수룡

2004.09.01 04:55:07

오진한 돌팔이 누굽니까?; 힘드셨을 거 생각하니 왠지 제가 다 화가 난다는..;;; 음.. 시엘... 프랑스어로 '하늘'이라, 제 글 주인공이랑 이름이 같으시네요 ㅎㅎ; 아 근데 저도 사이클 요즘 안 맞는데, 정말 미침..; 예전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밤 막 세다가도 3일에 2번 자면 됐었는데 요즘엔 자정에서 새벽 5시까지, 정오에서 오후 5시 정도까지.. 이렇게 잡니다 =_=;;; 고쳐지지도 않고... 학교도 가야되는데 아주 죽겠음 ㅠ_ㅠ   [01][01][01]

위니

2004.09.01 08:36:25

미국쪽으로 이주를 하시면 아침형인간이 되실거여요....^^,,퍽퍽퍽,,,,바보같으니라구...다들 젊으시구랴.....저같은경우 밤을 좀새면 뒷날 얼굴이 누래져지고 횡설수설 정신이 없어서,,,,ㅎㅎ;;;
  [01][01][01]

리체

2004.09.02 02:36:03

후후, 제가 직장생활할 땐..아무 것도 못하고 집에 와서 인터넷 뒤적대다가 잠만 잤어요.ㅠㅠ 아무 것도 못했죠. 몸이 너무 힘들어서리.;
요즘 제 사이클과 비슷한 기상, 취침시각이라 무지 반갑네요..-_-;;..라기 보다는..정상적인 사이클이 좋은 것이겠죠, 아무래도..;
근데 어째서 밤에 더 글이 잘써지는 걸까요..;;   [01][01][01]

ciel

2004.09.02 02:41:04

수룡/보통보다 싼 가격에 건강진단을 해 주는 모 병원이었습니다. 병원측에서도 상당히 미안해했고, 뭐 싼게 비지떡이려니 하고 참기로 했죠^^
위니/정말 가능한 겁니까? 아침형 인간? 그치만 전 영어는 정말 잼병이라서 그냥 여기서 사이클 안 맞는 생활 하다가 갈랍니다... ㅠㅠ (외국어는 싫어욧!)
리체/오옷. 여기도 야밤형 인간이 한 분 계셨군요. 그리고 밤에 글이 잘 써지는 것은 아무래도 환경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조용하고, 혼자 있고, 뭔가 집중도 잘 되고 이런 저런 생각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지 않습니까?   [10][10][09]

리체

2004.09.02 03:28:07

전 낮에도 혼자일 때가 많단 말이죠. 근데 낮엔 어쩐지 산만해요..ㅡㅜ..   [01][01][01]

ciel

2004.09.02 03:50:52

리체/음 올빼미형 인간이시군요. 어디선가 연구결과를 읽은 적이 있는데, 올빼미형 인간은 절대 아침형 인간이 못된답니다. 보통 창조력이 뛰어난 예술가에게 많이 보여지는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리체님 글이 그렇게 재미있던가... ㅠㅠ 그건 역시 창조적인 타고난 재능이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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