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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구체 관절 인형에 관한 구체적인 (어째 말 꺼내고 보니 이상하군요) 형태와 가격대비 등등을 알아보기 위해서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글 중에 구체관절인형 관련 에피소드가 있는 인물이 하나 있기에) 홍대 텐시노 스미카에 갔다가 덜컥 입양해 온 슈퍼 돌피 스탠더드 료 타입 도련님 시즈.
예.쁘.다. 하나에 필 꽂혀서 당시 통장으로 들어왔던 거금을 날렸기 때문에 콩깍지 벗겨진 다음에는 관 (인형이 들어있던 솜이불-_-들어있는 상자) 에 넣어놓고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만.
이런 저런 허물 없는 이야기 끝에 서점 언니들에게 인형이 있다는 것을 들켜버려서 모처럼 쉬는 일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래서 꺼냈더니. 이거야 한심해서... (좌절하고 싶은 마음 3000배.)
옷도 디폴트 밖에 없고, 구두도 당시 아이 입양비에서 일부 회원 포인트 된 것으로 충동적으로 사준 끈 워커밖에 없고.
게다가 시즈는 원망스럽다는 눈초리로 저를 쏘아보고 있더군요. (여기에서 대부분의 구체관절인형 소유자 분들께서 자신의 인형을 마치 인간화, 어린아이화 하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듯 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 하는 심정으로 작업복을 입힌 다음에 애를 데려갔는데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처음에 데려와서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하게 하려고 꽤 탠션줄 조정을 했었을 때는 제대로 잡히지도 않던 녀석이 데리고 나갈 것을 알기라도 하는 것 처럼 아주 쉽사리 제 팔에 안기더군요...;;;;;
그리고 무심코 제 입에서 한 마디.
"너. 안기는 것이 좋으니?"
... 허걱.
어쨌든 인기 폭발이었어요. 매장에서 저를 홀렸을 때 처럼 그 미모로 서점 언니들을 홀리더군요. 사진 찍는 것은 기본, 게다가 특히나 종교서적 코너에서 일하는 모 양에게는 잘 안기고 잘 서주는 (오래 그냥 놔뒀더니 몸을 고정하는 텐션줄이 많이 늘어져서 인형이 똑바로 안 서더군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절 잠시 환장하게 만들더군요.
하아...
아직 인형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게다가 금쪽같은 비용이라는 것도) 그렇게 놀라고 이뻐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라 어리벙벙 했는데 (게다가 메이크업도 안 해주고 옷도 왕 디폴트. 땀복 다음으로 후줄근한 거였는데.) 점차 익숙해 지더라고요.
집에서 자료 사진 찍을때 와는 다르게 표정도 이쁘게 나오고 포즈도 이것 저것 잘 만들 수 있었던 걸 보면 아마 무심한 주인 때문에 화가 나서 협조가 부족했었던 것일 지도...;;;
미안했어... ㅠㅠ
(덧말 : 아직 캐리어 가방이 없어서 데리고 서점 갔을 때랑 데리고 왔을 때 계속 왼 팔에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무게가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아무래도 다음에 데리고 나간다고 치면 꼭 캐리어 가방을 구입해야지 하는 마음이 불끈불끈.)
언제 한번 사진 찍어서 보여주세요.^^ [0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