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8


24





그것은 2년만의 여름이었다.

도무지 가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정신이 들어보니 순식간에 흘러가 있었다. 처음 1년 반 동안은 입시준비를 하면서 정신없이 보내는 바람에 그와 만날 수 없었다. 대학에 합격한 지난겨울에는 만나고 싶었고 만날 수도 있었는데 미처 만나지 못했던 것은 갑작스런 그의 반 년 간의 해외장기출장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여름, 겨우 한국에 돌아온 그와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메일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실물을 만나게 된 건 정말이지 오랜만의 일이었다. 지금 미희는 대전에 있는 한의대에 다니고 있었다. 기숙사에 머물며 공부에 정신없이 열중하는 매일은 그에 대한 그리움을 잊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16층 버튼을 눌렀다.

한번 쯤 와보고 싶었던, 그리고 두 번째 와보는 그의 사무실로 지금 가고 있는 중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맑은 소리와 함께 열리자 그녀는 긴장을 눌러 죽인 걸음걸이로 그의 사무실에 향했다.

현호는 한진건설에서 퇴사한 후 HJ리빙으로 자리를 옮겨 도원시의 재개발을 위해 불철주야 일했다. 그 성과는 놀랄만한 것이어서 지금의 도원시는 아름다운 풍경과 효율적인 관리, 그리고 화기애애한 주민들을 갖춘 좋은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업적을 평가받아 그는 작년 해외출장을 가게 되었고, 그 출장 후엔 본사로 돌아와 이전과 마찬가지로 기획담당 전무를 맡아 일하고 있는 중이었다.

밤 8시인 늦은 시간이라선지 비서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강 비서님,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미희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전무실을 노크하려고 손을 들었다. 그 때 막 문이 벌컥 열리고 그녀는 팔을 잡힌 채 안으로 끌어들여졌다. 그녀가 들어감과 동시에 문이 끼익 소리 내며 닫히고 순식간에 그녀는 넓은 품안에 가둬졌다.

“오랜만이야.”

낮고 농후한 저음의 목소리. 남자답고 희미하게 풍기는 스킨 향.

그 가슴에 기댄 채 속삭이듯 대답했다.

“오랜만이에요.”

그러자 그가 그녀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들여다본다. 그녀도 그를 마주 올려다봤다. 그는 여전했다. 장신의 늘씬한 체구는 여전히 양복이 잘 어울리고, 청회색 타이는 스탠더드 한 스타일로 매여져 있다. 단정한 콧날과 약간 흘러내린 앞머리, 길게 찢어진 눈매와 색소가 엷은 눈동자, 선이 뚜렷한 입술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은? 자신은 어떨까? 그의 취향에서 벗어날 만큼 변하진 않았을까?

“잠시만 기다려. 오늘 중으로 끝내야 할 작업이 남아서.”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소파에 앉은 채 미희는 그런 남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가슴이 더할 수 없이 벅차온다.



- 당신이 일하는 걸 바로 옆에서 보고 있고, 내가 중간에 끓어준 커피를 맛있게 먹는 당신을 보죠. 가끔은 귀찮게도 굴고……. 그러다가 당신이 내 응석을 받아들여서 귀찮은 척하면서도 상대해주는, 그런 꿈이요.


 
꿈은 이루어졌다. 그가 일하는 걸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서……, 더는 필요 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방해할 필요도 없어. 오늘은 이걸로 족해.

30분 정도 작업을 계속한 후에, 마침내 남자가 화면에서 시선을 뗐다. 소파에 앉아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응시한다. 그것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상품의 등급을 매기려는 듯한 혹독한 시선은 물론 아니고, 어디까지나 연인을 바라보는 남성의 다정한 눈길이었다.

“처음 봤을 때보다 화장이 좀 나아진 것 같은데. 학교에 하고 다니나 보지?”

“아뇨.”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만 특별히요.”

“왜?”

“예뻐 보이고 싶어서죠, 뭐…….”

그녀가 입술을 비죽 내밀며 웅얼거리자 그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강인한 팔로 그녀를 소파에서 일으켜 끌어안는다.

“그런 짓 안 해도 충분히 예뻐.”

그가 속삭였다. 그 말에 귓불까지 빨갛게 되었다. 왜일까. 차라리 아직 고교생이던 2년 전이 훨씬 대담했단 생각이 든다. 가슴에 안겨 그의 심장소리를 듣고 그의 향기를 들이마시며 그녀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그가 그녀의 몸을 약간 떼어놓더니 턱에 손을 갖다대고 얼굴을 부드럽게 들어올렸다.

“화장 때문인가. 어른이 되었단 느낌이야. 이상하군. 그 때는 짙은 화장을 하고 왔어도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는데…….”

중얼거림과 더불어 키스가 이마에 떨어졌다. 이어 눈꺼풀에, 뺨에, 그리고 입술에 닿으려다가 문득 멈춘다. 작은 소리로 그가 물어왔다.

“지금 떨고 있는 거야?”

“으응, 그런가…….”

미희가 중얼거리자 그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2년 전엔 그렇게나 대담하더니.”

그녀는 발그레한 얼굴을 숙이며 대꾸했다.

“그 땐……, 어렸으니까.”

“그렇군.”

그는 웃음을 참는 듯한 말투로 수긍했다.

“그 때의 내가 더 좋아요?”

“그건 시험해 봐야 알겠는데?”

“응? 무슨…….”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입술이 겹쳐졌다. 가슴이 미친 듯이 고동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그렇지만 어느 무렵부터인가 격해지고 깊어져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돼버렸다. 팔을 남자의 가슴에 짚고 힘이 스르르 빠져나간 몸을 남자에게 기댄다. 와이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남자의 체온과 촉감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흐릿한 의식 속의 감각일 뿐.

정신이 들었을 때는 소파 위에 눕혀진 채 그의 팔에 안겨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랜만이지……. 역시 그만둬야 할까?”

미희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칼라 깃을 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가 쓴웃음을 짓는 걸 미처 보지 못하고서.

“그렇게 오래 헤어져 있었는데……. 아냐, 굶주린 걸까?”

“나도 굶주렸나 봐.”

그녀가 한숨처럼 말하자 그가 이번에야말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럴 땐 좀 튕겨도 보시지?”

“그게 천성적으로 안 되는 걸 어떡해요?”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몸에 닿고 싶어서, 그의 몸을 만지고 싶어서, 그를 점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다. 그녀를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제 더는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절대로.

“어린애…….”

그가 말하면서 그녀의 위로 덮쳐왔다. 그녀도 그에게 손을 뻗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조급하게 손을 움직이는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그가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넥타이 푸는 실력은 여전하군.”

“세상에서 젤 어려운 거 같아.”

그녀의 투덜거림을 들으면서 그 역시 그녀가 입고 있는 검은 민소매 블라우스와 청바지를 차례로 벗겨냈다. 그러고 있는 동안 그녀도 어찌어찌 남자의 넥타이를 풀고 셔츠 버튼까지 풀 수 있었다.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아 있는 몸이 소파의 찬 감촉에 닿자 오싹한 느낌이 든다.

“문 잠갔어요?”

“비서들 다 퇴근했는데? 그리고 좀 보면 어때서.”

“장난하지 말고요…….”

“아까 잠가뒀어.”

용의주도한 남자가 대답했다. 그러자 누워 있던 여자는 수줍은 태도가 180도 바뀌더니 심지어 질문(?)하는 것이었다.

“그럼 옷 구겨지면 안 되니까 다 벗겨도 되죠?”

바지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겨 내리는 여자를 남자는 약간은 당혹스런 시선을 하고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짓을 해도 이 여자는 색스럽다기보다는 귀엽단 느낌이 강하다. 그런 여자가 얼마나 농염한지 알게 되는 것은 그녀를 제대로 눕히고 나서부터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도 그녀의 마지막 보루를 벗겨냈다.

남자는 그녀의 약간 길어진 단발을 치켜 올리고 목덜미 뒤부터 핥기 시작했다. 찌릿한 감각에 그녀가 몸을 움츠리는 걸 즐기면서 목덜미에서 등뼈를 타고 입술을 닿을 듯 말 듯 훑어 내린다. 그리고 엉덩이를 한번 입으로 삼킬 듯이 빨고는 이어 다리 선을 타고 내려가 발가락까지 하나하나 물고는 다시 앞쪽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릎, 허벅지, 미묘한 계곡은 의외로 가볍게 스쳐 배꼽을 한번 혀로 헤집고 올라와 유방을 한입에 삼킨다. 삼킨 젖가슴의 튀어나온 돌기를 살살 혀끝으로 문지르자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음…….”

달콤하게 허덕인다. 남자는 그녀의 양쪽 가슴을 둘 다 충분히 사랑해 주고 다시 아래로 내려와 이번에는 아까 그냥 지나쳐갔다고 투정부리는 것 같은 계곡을 혀로 마음껏 유린하기 시작했다. 허덕임이 점점 소리를 키우며 몸의 체온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아……, 저어…….”

말하면서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호소하듯 건드렸다. 그가 무시하고 계속 움직이려는 걸 다급하게 다시 만류한다. 그가 일단 입술을 떼고 물었다.

“왜?”

“저기……, 항상 나만 받잖아요……. 이번엔 내가 해 줄게요, 네?”

그는 귀엽다는 듯 웃었지만, 이내 진지한 눈을 하고 대답했다.

“같이 하는 방법도 있어.”

‘어떻게?’ 하고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는 그녀의 몸에서 내려오더니 일어서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말대로 일어서자 그가 그 자리에 눕는다.

“자, 내 위로 엎드려 봐.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이렇게?”

그녀는 엎드린 채 그의 남성 위로 고개를 숙이고 입을 갖다댔다. 벌써 뜨겁게 단단해진 그것은 강한 열기를 머금고 그녀를 반기고 있었다. 거기에 조심스럽게 입술을 갖다대고 버드 키스하듯 입 맞추다가 주춤거리며 안에 머금는다. 그러자 그가 몸을 움찔하며 반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게 너무 기뻐서 이번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빨아들이고 핥기 시작했다.

그녀가 깜짝 놀란 건, 아래에 엇갈려 있듯 누워 있던 그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겨 자신도 계곡 사이를 핥기 시작했을 때였다. 너무 놀라서, 그리고 그 다음은 남자의 물건 자체가 들어왔을 때와는 또 다른 기묘한 자극에 머릿속이 하얗게 반짝인다.

“아앗……, 저어……, 집중을 할 수가 없어…….”

그의 남성에서 입술을 떼고 애원했다. 하지만 그는 짧게 대꾸했을 따름이었다.

“집중할 필요 없어.”

정말 못 당하겠어. 두고 봐요. 언젠가는 이쪽이 농락해줄 날도 분명 올 거니까. 그 때 가면 절대 그 얄미운 입으로 애원하게 만들어 줄 거야.

……라는 건 그저 생각뿐, 실제의 그녀는 몸 안에 온통 소용돌이치며 역류하는 열기를 막을 수가 없었다. 이걸로도 너무 좋지만 이걸로는 역시 모자란다. 역시 남자가 들어와 주기를 원해. 지금 당장, 가장 깊은 곳까지 한껏 채워주길 원해.

“저, 역시 이건…….”

“모자라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움에 현기증이 일 정도다. 그가 자신을 남겨두고 저쪽으로 걸어가는 걸 몽롱한 머리로 응시하고 있다가 남자가 가져온 걸 보고서야 당혹감에 그만 침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 널 보호하려는 거야.



진지한 얼굴로 말하던, 첫경험 때의 그가 떠오른다. 실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믿어온 가톨릭은 자연피임 외의 다른 피임법을 반대하는 종교다. 하지만 그에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그가 옳다고 생각하므로. 그리고 그 외에도 자신은 하느님 보시기에 부끄러울 행동은 꽤 많이 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거, 항상 갖고 있나요?”

그래도 조금 신경이 쓰여서 묻자 그가 풋, 하고 웃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보, 오늘 사온 거야.”

“처음부터 맘먹고 있었군요? 역시 짐승이야!”

그녀가 그의 가슴을 두들기자 그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싫어!”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훗.”

그가 미소를 짓는 걸 알 수 있었다.

“얄미워.”

입술을 내미는 그녀를 그가 귀엽게 보더니 어느 새 준비를 했던 건지 깊숙한 각도로 다리를 벌리게 하고 얼굴을 내려 다시금 자극을 가한다. 충분히 젖었는데도 확인하려는 듯, 혹은 달래는 듯 섬세한 동작으로 혀를 놀렸다. 그리고…….

“앗……!”

드디어 진짜가 들어온다. 저도 모르게 달콤한 목소리가 샜다. 그 소리에 반응하듯 단숨에 마지막까지 꿰뚫고 들어온 뜨거운 남성이 일단은 완만하게 자극을 가하며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기에 젖은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또한 얄밉게도 남자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몸이 지나치게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하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은 달짝지근하게 헐떡거릴 따름이다. 그렇게 헐떡거리던 자신이 어느 순간 남성을 강하게 조였음을 깨달은 건, 남자가 입에서 한숨 같은 신음을 토해냈을 때였다.

“좋아요?”

그렇게 묻자 당혹스런 표정이 스쳐, 그제야 자신이 이 남자를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동안에도 밀착시킨 허리가 천천히 흔들릴 때마다 느끼는 쾌감은 뭐랄까……, 강한 충족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의 열기가 내부를 점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느껴버리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아직 그녀 자신이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아…….”

가슴에 남자의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유두를 어루만진다. 부드럽게 자극을 더하자 점점 몸 안에 열꽃이 피어올랐다. 허리를 움직여 내부를 휘젓는 감각이 더없이 달콤하다. 남성이 자신 안에 음란한 그림을 그릴 때마다 서로 스치는 연한 점막이 너무나 야릇한 감각으로 두 사람을 강하게 이끈다.

“아……, 하앗!”

내내 부드럽게 배려하듯 휘젓던 그의 남성이 어느 순간 격하게 찔러 올렸다. 이 방식에 특히 약한 걸 남자는 이미 간파한 듯했다. 게다가 이번의 경우는 2년 전의 어떤 정사보다도 빠르고 거센 침입이어서, 그녀의 몸은 단숨에 뜨거워지며 입에서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삽입하기 쉽도록 엉덩이를 받친 채 그는 의식을 날려 보낼 정도로 격한 피스톤 운동을 반복했다.

“아아, 아, 아, 아아……!”

내부가 타오를 것처럼 뜨거워져 비벼지고 부딪치고 찔러 올릴 때마다 허리가 비틀리고 극한의 정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음을 통렬하게 느끼게 된다. 허공으로 솟구치듯 떠오른 몸을 팔이 단단하게 받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팔의 강함에 안도감을 느끼면서, 하지만 그것도 금세 넘치는 욕정에 꿰뚫리자 이내 부끄러운 쾌락의 감정으로 변해버린다. 어떻게 이토록……, 이토록…….

“아……, 응……, 아앗!”

흐느끼듯 떨리는 비명을 토해내며 다리를 남자의 단단한 몸에 얽고 아랫도리를 흔들면서 무심결에 허리를 들어 남성을 가장 안쪽 깊은 곳에서 탐욕스럽게 삼켰다. 그 때마다 흘러나오는 두 사람의 신음소리가 지독히 적나라하다는 생각에 신경이 미치는 것도 어쩔 수 없지만, 바로 그 사실이 참을 수 없이 행복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어 또 다시 뜨겁게 서로에게 얽혀든다.

“아, 아, 아, 아아……!”

“하아…….”

서서히 쾌락의 한계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절정으로 치달으며 그녀는 격하게 꿰뚫는 그에 반응해 안타까움을 가느다란 비명으로 표출했다. 그리고 그런 비명과 함께 허리를 비틀며 결합이 깊어질 때마다 남자의 입에서도 짙은 허덕임이 새어나왔다. 그의 등에 손톱자국을 남기며 강하게 매달렸다.

“으음…….”

신음을 틀어막듯 젖은 한숨과 더불어 입술이 겹쳐진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입안에서 섞이고, 아래에서 서로를 탐닉하는 박자에 맞춰 위에서도 서로의 혀를 교환한다. 팔 안에서 여자의 몸이 한껏 휘어지는 걸 보고 남자는 늠름한 팔로 여자의 매끈한 하체를 안아 올리고 그에 따라 숨쉬는 것조차 잊은 것처럼 여자는 다리를 벌렸다. 희미한 한숨처럼, 그러나 열기를 담아 상대를 부른다.

끊임없는 자극과 그로 인한 쾌감에 저도 모르게 허리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눈에는 스스로도 느끼지 못할 만큼 안타까운 물기가 어린다. 남자가 잠시 움직임을 멈춘 다음, 그녀의 눈가를 닦아주고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 반응해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이자, 남자도 더 그럴 수 없을 만큼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게 보인다. 충동적으로 서로의 어깨를 끌어안은 채, 여자는 남자의 허리를 감싸고 남자는 여자의 허리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아……아아……, 아악!”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안쪽의 여성이 의지와는 다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는 남자를 위해 조였다면 이번에는 자동적으로 춤을 추듯 율동을 반복한다. 온몸의 체액이 파도친다. 남자의 손이 허리를 당겨 한계까지 꿰뚫고 거기서 다시 한번 흔들어 올리자,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희락의 감각이 몸 안 전체를 휩싸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비명을 한꺼번에 올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귓전을 파고든다.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잘 보이지 않는 시야 속에서 그가 얼마나 절정의 쾌감을 느끼고 있는지, 그 얼굴이 얼마나 욕정에 아름답게 흔들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내부에 열기를 한껏 내뿜는 남자를 더욱 더 기쁘게 만들어주기 위해 힘을 다해 자신을 조였다. 반응하듯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격한 흔들림이 이어진다.

남자의 열기어린 입술이 자신의 이마에, 뺨에, 목덜미에, 그리고 관자놀이에 몇 번이고 키스를 떨어뜨리는 것을 느꼈다. 희미하게 연 입술에 입을 맞춰 한숨을 머금고 떨리는 혀를 서로 뜨겁게 얽어맨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떨리는 음성으로 작게 속삭인 말은 이제까지 몸으로 주고받은 그 어떤 음란한 언어보다도 부끄럽고, 또한 달콤했다.



마지막 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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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레띠츄

2004.07.31 14:10:50

오옷, 정크님.. *.* 감탄 또 감탄입니다.. 한 편 밖에 남지 않았다니 너무 섭섭해요~~

문은희

2004.07.31 14:32:34

저두 정말 아쉽습니다...어서 다른 글 아니 연재하시던거 완결시켜 주세요....
아님 다른 글이라도....

판당고

2004.07.31 14:45:17

아 벌써 마지막이예요..ㅜㅜ 아쉬어요 아....

씬~

2004.07.31 14:59:14

이제 한편 남았다니 넘넘 아쉬워여... 하지만 정크님의 또다른 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어여...ㅋㅋㅋ

미진

2004.07.31 23:28:48

죽인는 삐리리에요. 주인님.. 눈물나도록 황홀하네요
더운 여름 잘보내고 계신지요?

Junk

2004.08.01 16:48:04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저도 아쉽답니다. 빨리 다른 글을 들고 돌아옵죠. 모두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_ _)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저도 계속 쓸 수 있었던 거겠죠.

리체

2004.08.01 17:31:51

쓸 때 어떤지 몰라도..;;
언니의 삐리리 진짜 좋아, 나는..@@;
필더레인 때부터 그랬더란 말여. 후후후.
현호도 그렇고 미희도 그렇고 둘이 참 잘 어울린단 말이지..;

릴리

2004.08.02 09:52:47

담편이 마지막이라니.. 너무 아쉽군요.
그동안 현호와 미희때문에 더운 여름이 참 행복했는데..ㅠㅠ

위니

2004.08.02 22:49:06

오늘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들어왔거든요 ...ㅎㅎㅎ유명하신분들이여기 다계셔서..너무 기뻤답니다...사실 거의혼자 집에만 있는 지라...컴퓨터만보고있거든요,,,즐거운 글들 이쁜글들아름다운글들 열심히 보고갑니다...건필하세요

Junk

2004.08.03 00:33:02

리체/ 고마우이. 하지만 <쾌락의 시간>을 읽고 난 지금은 어째 위로로 들려...;
릴리/ 주인공들의 이름을 제공해 주신 원 주인님이자 현 노예님께 가장 큰 감사를 드립니다.
위니/ 오, 네이버에 정파가 뜹니까? 고맙습니다. 자주 들러 주세요^-^

헤라영

2004.08.06 18:06:26

역시 정크님은 실망 시키시지 않으시네여~~ ㅋㅋ
13살 차이가 나는건가여?
오늘 종일 정크님의 글만 쳐다보구 있답니다.
정크님 넘 좋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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