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8


12





“좋아해요…….”

그녀의 고백에 그는 화가 난 것 같았다. 팔을 두른 쪽은 그녀인데, 그의 팔이 한층 아프게 그녀의 몸을 당겨 입술 위로 자신을 포갰다. 포개진 입술 틈으로 혀가 밀고 들어오자, 다리의 힘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기분과 머리꼭지를 달구는 싸한 쾌감이 동시에 전신을 사로잡아 그녀는 금세 그에게 반응했다. 발끝이 바닥에 닿지 않은 상황에서 나누는 키스는 몸을 붕 뜬 것 같은 감각을 더 강화시켜준다. 그의 혀가 그녀의 혀를 휘감고 더듬고 빨아들일 때마다 몸을 감싸고 있는 물이 애무처럼 그녀를 자극했다. 물외에, 오직 한군데 닿아 있는 남자의 맨몸, 그 탄탄한 근육의 감각이 키스의 흐름을 타고 전신의 신경을 통해 퍼져나간다.

좋았다. 좋았지만…….

이걸로는 모자란다. 자신을 무너뜨리고 전신에 그의 흔적을 남기고, 그리고 겉이 아닌 내부로 들어와 닿지 않을 자리까지 온통 헤집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 초조함, 열기, 그 모든 욕구를 담아 미희는 그에게 반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슬퍼졌다. 비겁하고 잔인한 남자. 아무리 자극을 가해도 어지간해서는 끝까지 선을 넘지 않겠지. 욕망을 저지하는 강한 이성이 견딜 수 없이 얄미웠다.

떨리는 팔에 힘을 주어 그의 몸을 밀쳐냈다.

“자극밖에 할 줄 모르는 당신 같은 남자, 정말 싫어!”

남자의 몸에서 벗어나 물을 가르고 헤엄치기 시작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몸을 어떻게든 식히고 싶었다. 하지만 물의 흐름이 자신의 몸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그의 근육에 닿았던 순간의 떨림이 더 강해지는 걸 느끼고, 안기고 싶어, 통째로 안기고 싶다고,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입술을 물며 그렇게 생각했다.

바로 그 때였다.

강인한 손이 그녀의 발목을 잡아서 물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다리의 움직임을 저지당한 미희는 팔의 움직임도 멈춘 채 그대로 물에 잠겼다. 허우적거릴 새도 없이 물에 목까지 잠겨 들어간 순간, 물이 아닌 단단한 것이 그녀의 몸을 가득 감싸왔다. 아……, 하고 저도 모르게 신음했다. 군살 하나 없는 날렵한 몸. 운동으로 다져진 가무스름한 근육이 닿자 맥박처럼 몸이 떨린다. 차가운 물에 들어 있던 몸이 뜨거운 열로 덥혀지자 온몸의 신경에 전류가 흘렀다. 그녀의 등을 감싸고 있던 강인한 팔이 등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 엉덩이를 한껏 움켜쥐었다.

“앗…….”

미희는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남자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또 다시 입술이 겹쳐져 오고, 그대로 빨아들인다. 강렬한 흡입력. 아까보다 더 진한 키스였다. 대담하고 노골적이고 집요하고 농밀한 입맞춤. 숨이 막혀 침조차 삼킬 수 없는 길고 긴 대화 속, 타액이 입술 가장자리를 타고 흐르는 것조차 모른 채 정신없이 그녀는 남자의 허리를 자신의 다리로 감싸고 남자의 몸에 자신의 몸을 대담하게 비벼대고 있었다. 결코 유혹한다거나 남자를 사로잡아보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불규칙하고 격한 숨결이 차츰 가빠지면서 상대의 입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걸 느끼는 게 고작이었다.

길고 농후한 키스를 멈춘 것은 남자였다.

감고 있던 눈을 겨우 떠보니, 그가 그녀를 보고 있었다. 젖어 있는 짧은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얼굴 옆선을 타고 턱으로, 그리고 쇄골에 고였다가 이윽고 원래 있던 물속으로 돌아간다. 남자의 얼굴에 맺혀 있는 물방울이 투명하고 고요하게 빛을 머금고 있었다.

시야에 비치는 남자의 얼굴은 흔들림 없이 단정하기만 한 와중, 시선만이 강렬하게 그녀를 향하고 있다. 깊고 날카로운, 생각에 잠긴 듯한, 그러면서도 욕구를 내비치는 시선. 그 자체로도 몸을 데울 수 있을 것 같은 시선. 뭔가 말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는 그녀의 뒤에 돌려대고 있던 손을 올렸을 뿐이었다.

앗, 하고 소리내기도 전에 수영복 왼쪽어깨 끈이 당연한 것처럼 흘러내려갔다. 이어 오른쪽도. 천천히……, 그렇지만 망설임 없이.

그는 그녀의 어깨 끈을 아래로 부드럽게 당겼다. 수영복이 순식간에 배꼽 부근까지 내려가자 그녀의 가슴은 완전히 노출되었다. 차가운 물의 감각 때문일까, 아니면 욕망 때문일까. 선홍빛을 띤 채 도드라져 있는 유두가 그대로 드러난다. 수영복 끈을 당기던 손이 올라와 그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튕기듯 건드렸다. 그 아스라한 자극이 참기 힘들 정도로 강렬해, 미희는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손이 다시 올라와 목과 어깨의 쇄골부위를 스치듯 건드리고 좀 더 올라와 턱을 들어올린다. 그 때 갑자기 딱딱한 감촉이 등에 닿아 자신이 풀 사이드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턱을 쥔 채 남자의 입술이 내려오고 격하게 탐닉하던 아까와는 달리 부드럽게 입술을 빨았다. 그러더니 더 들어오지 않고 대신 아래로 내려온다. 스치듯 쇄골로 옮아간 혀가 뼈가 도드라진 라인을 따라 핥고, 그리고 다시 올라와 목덜미를 타고 귓불로 올라간다. 귓불에 뜨거운 혀의 감촉이 닿는 것이 느껴져, 미희는 짧게 호흡을 멈췄다.

“이 다음이 뭔지 알아?”

그가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눈을 감고 잠자코 고개를 끄덕인다.

“책임질 수 없어. 그래도 괜찮은 거야?”

미희는 남자의 몸을 안은 팔에 한껏 힘을 주었다.

“상관없어요.”

그래도 남자가 망설이는 것 같아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

“상관없어요.” 

그러자 남자가 그녀를 물 밖으로 끌어올리더니, 바닥에 그녀를 눕히고 드러난  상체에 입술을 대왔다. 미희는 순순히 그가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유두에 닿는 그의 입술, 그 농밀한 움직임을 느끼고 있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이 너무도 눈부시단 생각이 든다. 눈을 감은 채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올라가자.”

그의 속삭임이 짙은 한숨처럼 귓가를 스쳐 와, 살며시 눈을 떴다.

“오늘 밤은 이제……, 놔주지 않을 거야.”







정신없이 마치 경주라도 하듯 서로의 옷을 벗겨낸다.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가 발에 밟히는 걸 기분 좋게 느끼면서 남자의 강한 팔에 자신을 맡겼다. 큰 키의 남자가 강인한 상완이두근을 움직여 자신을 안아들자,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잘 발달된 가슴 근육이 얼굴에 와 닿아 심장이 짜릿하게 떨린다. 뜨겁게 샌 한숨을 참기 위해 입을 꾹 다물고 자신을 침대에 옮기는 그의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침대에 누운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검은 눈. 자신도 저렇게 촉촉하게 젖어있는 걸까. 욕정에 젖은 남자의 눈은 세상 다른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 얼굴을 만지는 커다란 손에 자신의 손을 갖다대고 손을 끌어당겨 손등과 바닥에 입을 맞췄다. 그대로 가벼운 키스를 나눈 다음, 그 농도를 끌어올려 짙고 격하게 서로의 입안을 탐닉한다. 그렇게 한껏 서로를 맛보고 나서야 겨우 떨어졌다.

방금 그를 맛본 그녀의 입술에 손가락이 내려온다. 누워 있는 채 그의 손가락을 순순히 입안에 받아들였다. 차가운 손가락이 뜨거운 혀에 닿자 기분이 좋다. 젖을 빠는 어린애처럼 정신없이 손가락을 빨았다. 남자가 거둬들일 때까지.

“윽, 짜.”

에퉤퉤, 하고 어깨를 움츠리자,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자꾸 까불면 다치는 수가 있어.”

“와아, 무서워라.”

남자는 그 장난 섞인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얼굴을 내려 그녀의 귓불을 핥기 시작했다. 뜨거운 혀의 감촉과 함께 그녀의 몸을 더듬는 그의 손길로부터 그도 한껏 참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얀 피부를 타고 입술이 차츰 아래로 내려간다. 너무 오래 참았다는 것처럼 그 움직임은 어딘가 성급하면서도 한편으로 필사적으로 자제하는 이중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목덜미에서 쇄골부위로, 거기서 가슴으로 흐르듯 미끄러져 유두를 입안 가득 담는다. 혀끝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젖꼭지를 건드리자, 가슴으로 내려온 남자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여자의 몸에 파르르 작은 경련이 인다. 누구랄 것 없이 두 사람 모두 갈증이 치미는 걸 느꼈다. 그래도 그는 참을성 있게 혀로 유두를 자극하고 이빨로 슬쩍 깨물고 또는 한꺼번에 가슴을 삼킬 것처럼 빨아들이면서, 그때마다 미희가 작고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는 걸 감상했다. 충분히 가슴을 맛본 그는 머리를 서서히 아래로 내려 허리, 그리고 배꼽의 들어간 부분을 핥았다.

“으응……, 아…….”

그가 골반의 튀어나온 부분을 혀로 쓸고, 이어 다리와 상체 사이의 접힌 부위를 미끄러져 다리 사이의 깊은 계곡으로 옮아오는 입술을,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음란한 신음소리로 맞이한다. 다른 손길이 한번도 닿아본 적 없는 연한 피부를 입술과 혀가 번갈아 탄력 있는 엉덩이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동그랗게 부푼 두 개의 언덕을 꽉 움켜쥐는 남자의 손. 저절로 입에서 가쁜 호흡이 새어나온다.

혀와 입술에 의해 숨겨진 계곡을, 양손에 의해 드러난 언덕을 마구 공격당하고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자신이 먹혀들어가는 듯한 감각. 엉덩이에서 허리 옆선, 그리고 겨드랑이, 그리고 유방까지 정신없이 배회하는 서늘한 손길과 숲 속을 헤집어 그 안 깊은 곳을 농후하게 탐닉하는 설육, 그것이 주는 짜릿한 쾌감.

하지만 역시 모자란다.

이걸로는 모자라. 이게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앗……, 제발…….”

애원 비슷한 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왔다. 끝까지 남자를 주무르는 자신이고 싶었는데, 쾌감이 지나쳐서일까 몸이 뒤틀리고 허리가 튕겨 오르고 저절로 다리가 열리는 걸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부끄럽다, 부끄럽지만…….
이미 욕구가 아니다.

욕구 수준이 아니라, 그저 당연히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그런 기분.

아찔하게 무너져 내리는 기분에 고개를 흔들며 남자의 몸을 끌어당기려고 손을 뻗었다. 아,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아. 나는 내 생각보다 이 남자에게 훨씬 더 많이 반해버렸던 지도 모르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을 따라 올라온 남자의 입술이 목덜미와 귓불을 더듬고, 눈물이 흐르는 눈가를 부드럽게 쓸어준다. 입을 벌려 남자의 혀를 요구했다. 그가 요구대로 들어온다. 정신없이 그 혀를 붙들고 맛보는데, 갑자기 그의 손이 뻗어와 그녀의 손을 붙들었다.

“아까부터 아래를 보지 않고 있던데.”

“…….”

“그렇게 무서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남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처음 경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보자 자, 하고 그가 잡은 손을 그대로 아래로 끌어당겼다.

“만져 봐. 아무 것도 아니야.”

“저…….”

“모르겠어? 그저 솔직하게 널 원하는 어린애일 뿐이야. 내가 입으로 아니라고 말해도 아니라고 아래서 외쳐대는 어린애.”

손바닥에 그의 남성이 닿았다. 뜨겁고 단단한 그것의 감촉을 느끼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으려니 그가 귀에 대고 뜨겁게 속삭여왔다.

“진짜 어린애는 이거라고.”

“정말 솔직하네…….”

미희는 감탄처럼 중얼거리다가 그만 쿡, 하고 웃어버렸다. 그렇게 웃던 그녀는, 하지만 남자의 다음 말에는 웃을 수조차 없어 그저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쪽도 솔직한 거 같지 않아?”

사실이었다. 그녀는 아까부터 젖어 있는 자신을 느끼고 당혹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기쁘기도 했다. 이렇게 솔직한 자신이 왠지 기뻤다. 부끄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한없이 행복해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

“그러니까 계속 솔직하게 가요.”

그녀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자 그 말이 신호인 것처럼 그의 남성이 내려와 그녀의 계곡입구를 노크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윤기를 머금은 남성은, 하지만 그녀의 입구를 맴돌 뿐 좀처럼 들어와 주지 않았다. 남자의 몸을 강하게 끌어당겨 재촉하는 동작을 취해보이자, 그제야 남자가 쿡, 하고 약간 쓴 웃음을 흘리면서 입을 연다.

“힘 빼. 다리를 그렇게 오므리는데 어떻게 들어가란 거야.”

그러고 보니 그를 갈구하며 벌어졌던 다리가 남성이 닿자마자 다시 본래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미희는 눈을 꼭 감고 힘을 빼려고 기를 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힘이 주어지는 걸 깨닫고 당황했다. 그러자 남자의 손이 다시 엉덩이로 뻗어와 그녀의 몸을 들어올리듯 받친다. 그와 동시에 놀라 벌어진 다리 틈으로 남성이 불쑥 침입해 들어왔다. 비록 입구를 살짝 침범한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분명 일찍이 느껴보지 못한 근사한 이물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파고들어 연한 피부를 건드리면서 던진 쓰라린 감각에 그녀는 희미한 신음을 토해냈다.

“아……, 아파…….”

그러자 그의 손이 뺨을 어루만졌다. 괜찮아, 라고 달래는 것처럼. 감고 있어도 그의 눈이 다정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걸 알 수 있었다.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좀 더 다리를 벌리자 그가 또 다시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앗! 아…….”

아픔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가 조금씩 밀고 들어올 때마다 안에서 솟아나오는 욕망의 표시를 느낀다. 그의 어깨를 꼭 끌어안고 넓은 등에 팔을 돌려 그가 좀 더 깊이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꼭 의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침내 그가 완전히 안까지 들어왔을 때 안도의 숨을 길게 몰아쉬었지만 그것도 잠시, 남자는 겨우 끝까지 들어온 자신을 순식간에 뽑아내버렸다.

아……? 방금 느낀 자극적인 쾌감과 남성이 빠져나갔다는 상실감에 당혹스런 감탄사를 토해내던 미희는 그가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는 걸 알고 조금 당황했다.

“뭐……하는 거예요?”

“널 보호하려는 거야.”

그 말에 남자의 의도를 알았다. 그녀와 그 사이에 얇은 막일지언정 뭔가 개입한다는 게 싫었지만, 그의 말이 왠지 자신을 아껴준다는 뜻인 것 같아서 괜스레 가슴이 녹아들어갔다. 그래서일까 두 번째로 그가 들어왔을 때는 아프다는 느낌보다는 황홀한 기분만이 가득해 달콤하고 아찔한 신음을 토해냈다. 어깨를 끌어안고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적극적으로 깊숙이 맞아들이는 그녀에 의해, 그 역시 강렬한 쾌감에 자제심을 잃은 것 같았다. 그 역시 작은 신음을 토해내며 그동안 참아온 굶주림을 한꺼번에 메우려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 안에 좀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엉덩이를 살짝 들어올린 채.

처음 느낀 건 그저 남자가 자신 안에 있다는 충만감이었다. 그 충만감을 느껴보란 것처럼 남자는 어디까지나 부드러운 동작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그 때마다 ‘아, 이런 거구나.’ 하고 묘한 감동에 젖어 이제까지 몸을 훑어 내리던 그의 입술이 주는 것과 흡사한 자극적이지만 달짝지근한 감각에 그녀는 물에 잠긴 것처럼 평온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아……!”

처음에는 동심원을 그리며 천천히 움직일 따름이었던 그의 허리가 어느 순간, 뒤에서 앞으로 일직선을 만들며 밖에서 안쪽 깊숙이 그녀의 내부에 부딪쳐 왔다! 그것은 너무나도 강렬한, 정수리 끝까지 치미는 충격. 참을 수가 없어서 머리를 뒤로 젖히며 음란한 소리를 내질렀다. 순간 신음은 더 이상 ‘희미’하지 않았다. 그가 천천히 뒤로 물러서 끄트머리만 남기고 전부 빼냈다가 격하게 찌른다.

“아, 으응, 아……!”

뿌리 끝까지 깊숙이 파고드는 충격에 비명조차 끊겨버린다. 지나치리만치 선명하고 적나라하다. 여자의 신음소리도, 남자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도. 남자의 몸이 부딪쳐 위로 밀어 올려질 때마다 몸이 자꾸만 뜨거워진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느긋하게 뺐다가 강렬하게 찌르는 그 행위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될 때마다 저 안쪽에 숨겨져 있던 자신도 몰랐던 감각이 꿈틀대며 치밀어 오른다.

“아, 아, 아, 아……!”

반복된다. 그녀의 소리에 맞춰 그의 움직임도 점차 격렬해져 간다. 지끈거리던 심장이 불에 맞은 것처럼 파닥파닥 튀며, 머릿속이 점차 하얘지고 눈앞이 부옇게 안개 낀 것처럼 흐려진다. 호흡이 점차 격해지고 끈끈해져, 처음 느꼈던 쓰라림과 묵직한 이물감은 잊은 지 오래였다. 달콤하게 흐느적거리는 머릿속의 혼란을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가쁜 신음소리로 바꾸며, 그녀는 겨우 팔을 뻗어 그의 강인한 몸을 더듬었다. 그 손가락이 가슴의 근육에 스칠 때마다 그가 이미 질척하게 물들어 있는 내부를 한층 격하게 뚫고 들어오는 걸 느끼면서.

몸이 연결되어 있는 연약한 살이 욱신거리며 달콤한 통증을 호소해 왔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그 쾌감이 강렬해 잠시 쉬었다가 하자고 애걸하고 싶었지만, 그 말조차 입에서 나와 주지 않을 만큼 뜨거운 아픔. 머릿속과 달리 몸은 좀 더, 좀 더 휘저어주길 바라며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게 되는 거다.

그가 그녀의 다리를 들어올려 단단하게 허리를 감싸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어진 남성이 더욱 깊이 들어와 탄성을 내지른다.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감각이 세상에 있다는 생각도 못했다. 그의 몸이 자신에게 격하게 부딪칠 때마다 안쪽은 물론이고, 단단한 남성 아래 부드럽게 흔들리는 또 하나의 남성이 표면에 닿아 달콤쌉싸름한 물보라를 일으킨다. 그것은 고통스런 동시에 사랑스런 감각이었다.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 순간, 그녀의 내부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여 그의 남성을 조였다. 파들파들 떨리는 이계의 생명체처럼.

고막을 자극하는 질퍽하고 아득한 소리. 그 소리가 날 때마다 스프링이 튕기듯 상체를 흔들고, 그 때마다 내부가 뚫리는 기묘한 쾌감에 허리를 저절로 남자에게 부딪치며 찌른다. 그 때마다 다시금 내부는 부들거리며 기쁨을 노래한다.

“제발……, 아……!”

제발 그만해줬으면 하는 것과 이 엑스타시가 영원했으면 하는 이중적인 감정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교차했다. 들어오는 순간은 미칠 것처럼 달콤한 전율, 나가는 순간은 다시 들어오길 고대하는 간사한 기대로 미희는 전신을 떨었다. 이미 자신은 더 올라갈 수 없는 황홀경을 경험하고 있는데, 남자는 거기서 더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욕구의 애액이 안에서 솟구쳐 나와, 다리 사이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젖어갔다. 질펀하게 젖어 미끄러운 그녀의 내벽을 건드리며 그러나 그의 남성은 사정없이 자기 갈 길을 재촉할 뿐이었다.

언제까지 갈까. 어디까지 갈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저 자신이 느끼는 건…….

뜨거운, 그러면서도 아득한.
강렬한, 그러면서도 달콤한, 그러면서도 매캐한.

도무지 말로는, 아니 머릿속으로도 표현 불가능한 감각.

황홀한 아픔, 황홀한 쾌락, 황홀한 경련.

엑스타시, 그 정점을 통과하는 길고 긴 소용돌이.
그 극상의 황홀경 중에서도 가장 안쪽, 태풍의 핵에 다다른 순간.

전부가, 쌓아올린 전부가 푸른빛을 띠고 하얗게, 아름답게 부서져 내렸다.

모든 신경을 한꺼번에 불사르는 빛의 물결이 전신을 덮쳤다.



계속.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10-06 17:11)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5-09 11:21)

댓글 '10'

Jewel

2004.07.15 12:34:41

@.@ 드디어 미희에게 넘어갔군요. 흑흑 ...... 고집스러운 미희양 참 .. 멋지다는 ..

리체

2004.07.15 13:20:02

에헤헤. 좋아요, 좋아.
무지무지 마음에 든다우..;;
특히 대사가 머쪄. 자극만 하는 남자는 싫다라니...우후후..나도 싫어!! 흥!!
글치..내가 할리퀸을 읽을 때마다 항상 불만인 부분이었더랬지..;;
역시 정크표 할리퀸이란..^^;; 잘 읽었떠용.
나 이 남자 마음에 들어.

릴리

2004.07.15 13:34:08

어린애라니.. 아우.. 아우.. 넘 민망하여라.. 휘휘..(손부채질중)
고집스러워도 미희 참.....멋지죠? 캬캬캬~

씬~

2004.07.15 17:30:01

드디어 미희에게 넘어오는군여....

Rain

2004.07.15 23:17:39

'그러니까 계속 솔직하게 가요'.......농후한 여잔 이렇게 하는군요..케케케
배울것이 많은..닮고 싶은 미희군요..푸히히히. 정크님 건강하시고요 ..한국은 장마가 끝난나요?...여름 쿨하게 드라이(?)하게 보내세요.

셔니

2004.07.16 06:38:38

가슴이 콩당콩당..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버렸어요... 크크크 이런 씬은 언제봐도 좋아요..(민망하여라) ...

Junk

2004.07.16 08:57:20

Jewel, 씬~/ 미희양, 의지가 강하죠. 하고 싶은 대로 결국 해버렸습니다.
리체/ 아하하, 흥!! 이라니 마니 쌓였구나...-..-
릴리/ 하하하~ 릴리님 성함을 멋대로 갖다써서 죄송해요(ㅠ.ㅠ). 이건 바친다기보다는 그냥 멋대로 갖다썼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허접 글이라ㅡ;
Rain/ 장마 지금 진행중이랍니다. 연일 비 세례입니다. Rain님이 사시는 곳은 어떤지요?
셔니/ 아하하, 귀여우세요^-^

미진

2004.07.16 09:59:01

오랜만에 제대로 보는 삐리리가 아주 황홀합니다. ^^
건필하세요

네모

2004.07.16 12:21:45

궁금증 하나! 미희는 왜 이 남자에게 접근했을까여~제가 머 놓친게 있나여? 영~미스테리하네. 게다가 시한부동거라..궁금해여..궁금해~

Junk

2004.07.16 12:45:27

미진/ 헉. 연재물은 안 읽으신다더니... 하지만 걱정 마시옵소서. 이건 현재 완결난 상황입니다. 연중 없습니다.
네모/ 글쎄요, 왜 접근했을 것 같으십니까? 그걸 미리 알려드리면 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전혀 없지 않을까요? 이유는 뒷부분에 나온답니다^-^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제한 크기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완결소설은 가나다 순입니다 Junk 2011-05-11
148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 제 18 편 [9] Junk 2004-07-23
147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 제 17 편 [8] Junk 2004-07-22
146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 제 16 편 [8] Junk 2004-07-20
145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 제 15 편 [9] Junk 2004-07-19
144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 제 14 편 [8] Junk 2004-07-17
143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 제 13 편 [10] Junk 2004-07-16
»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 제 12 편 [10] Junk 2004-07-15
141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 제 11 편 [7] Junk 2004-07-14
140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 제 10 편 [3] Junk 2004-07-14
139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 제 09 편 [6] junk 2004-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