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8


벌써 새 연재에 들어가기에는 왠지 좀 이르다는 생각도 없잖아 듭니다만, 이러다가 또 다시 고쳐야 할 부분이 생겨버리면 어쩌지 걱정도 됩니다만, 연재를 하지 않으니까 뭐가 잘못된 건지 도통 눈에 띠지를 않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이번 것은 아주 전형적인 로맨스입니다. 좀 지나치게 전형적인 지라 특이한 소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리 성에 차지 않으실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전형물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쓰지 않는 것과 쓸 줄 모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번쯤 전형물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쓰게 된 게 바로 이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랍니다. 길이는 그리 길지 않은 중편입니다. 잔가지를 다 잘라내고 아주 임팩트한 시놉을 만들었어요. 따라서 진도는 제 글답지 않게 빨리빨리 나갈 겁니다.

덧붙여서 전형물이기는 합니다만, 역시 정크표인지라 군데군데 위험요소가 조금씩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19금방에 올릴까도 생각했지만 기본적으로 씬이 강한 글이 아닌 것은 이제 19금방에 올리지 않기로 결심했는지라 그냥 제 방에 올리는 걸로 최종결정했습죠.

릴리 님께는 죄송하단 말씀을 올리며, 이만 휘릭~











Character Profile




“그 정도로 SM플레이를 즐기는 인간은 아니니 걱정 마라. 하지만 네 반응을 보니 한번쯤 시도해보고 싶은 충동도 생기는걸.”

박현호

186cm. 31세. 한진건설의 기획담당 전무. 두 차례의 사랑, 아니, 그와 유사한 감정이 비극적인 결말로 치달은 경험을 갖고 있다. 갑자기 다가온 미희에게 흥미와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점점 그녀에게 끌려 들어간다.



“……그러니까……, 이건 게임, 그것도 어디까지나 기한부인 게임이니까 적어도 상처 따윈 안 입고 안 입혀.”

이미희

163cm. 만 스무 살이 넘었다고 본인은 주장하지만 실제 나이는 알 수 없다. 집을 나와 조직에 몸을 담았다고는 하지만 전혀 그런 과거를 느낄 수 없는, 어린애처럼 천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 현호에게 기한부 교제를 제안한다.



강용우
조직폭력배 출신인 현호의 비서. 현호와 미희의 관계를 걱정한다.



박신호
현호의 사촌동생. 현호 아버지인 한진건설 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다.



박연하
현호와 피가 섞이지 않는 누나. 현호가 중학생 때 죽었다.



이영진
현호의 첫사랑(?)의 오빠. 여동생이 죽은 후 성직자의 길로 들어선다.







Synopsis


“저를 파트너로 받아주시겠어요? 여름동안의 기한부로.”

어느 날 클럽에서 만난 어린애 같은 그녀의 제안에 흥미와 거부감을 동시에 느끼지만, 그는 이끌린 것처럼 그 제안에 동의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최초의 강렬함과는 달리 플라토닉 할 따름. 하지만 그것은 그들로 하여금 잊고 싶었던 어두운 과거로 돌아가게 만드는 전주곡 같은 것이었다…….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0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나를 싫어하는 거지?”

창백한 얼굴 속 유일하게 예쁜 선홍빛을 띤 입술이 그렇게 움직였다. 나지막한, 마치 속삭이는 듯한 음성이 고막을 간질인다. 평소에는 연약하고 어디까지나 가냘파 뵈는 인상이지만 지금은 수영복 아래 아름답게 선을 드러낸 몸매, 살며시 굴곡을 드러낸 가슴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현기증이 일었다.

“너 같은 여잔 딱 질색이니까. 보는 것만으로 더러워.”

언제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어긋나버린다. 이렇게까지 험악한 말을 할 작정은 아니었는데 어째서 그녀의 눈을 보면 이런 식으로밖에 행동하지 못하는 걸까.

“꺼져.”

이런 식으로밖에.

보란 듯이 옆에 침을 뱉고 비치파라솔에서 빠져나간다. 발바닥을 달구는 모래사장을 신경질적으로 한번 찼을 때, 여자가 자신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섰음을 알았다. 그 사실에 더 화가 나서 모래밭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한다.

“얘기 좀 해! 제발! 응? 기다려!”

애처로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는 걸 무시하고 따끔거리며 찌르는 모래사장을 밟아 물가로 달려가 바다에 뛰어들었다.

질색이다! 정말 질색이다! 저런 여자!

이를 악물며 물속에 뛰어들자, 여자도 이내 물속으로 따라 뛰어 들어왔다. 한없이 짜증스러워서 물을 팔로 긁어내리면서 빠른 속도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저 여자가 수영을 거의 하지 못하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이러면 더는 쫓아오지 않을 것이다. 눈을 꽉 감고 미친 듯이 물을 긁으며 전진해갔다.

한참을 헤엄치다 갑자기 눈을 떴다.

온통 전체가 푸른색을 띤 이계 속에 있는 자신은 편안해야 하는데……,

뭔가, 불안하다.

고개를 들자 저편에 허우적거리는 뭔가가 들어왔다. 설마? 설마 여기까지 따라온 건가? 헤엄도 못 치는 주제에 여기까지 따라온 건가? 거품이 일었다. 이쪽을 향해 어떻게 해서든 뻗으려고 애쓰는 팔, 그리고 긴 검은 머리가 흐르듯이 물결치는 그 광경은 왠지 모르게 현실감을 잃고 있는 듯 보였다.

이건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다.
현실이 아니야.
절대.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는데,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점점 시야로부터 사라져가는 그 모습을 눈으로 쫓고는 있는데 손도 다리도 마치 뭔가에 붙들린 것처럼 경직되어, 그저 바보처럼 보고만 있는…….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정신이 몽롱하게 흐려지기 시작한다. 알 수 없었다. 바닥으로 끝을 알 수 없는 바닥으로 잠수해 들어가려던 몸을 간신히 다잡아 수면 밖으로 몸을 빼냈을 때는 이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저 필사적으로 물을 긁고 또 긁어, 저 여자가 있는 물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오기 위해…….

성공했다. 물 위로 빠져나왔다.

저편에 보이는 모래사장에 멍하니 시선을 두고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아무도 없다.

시야에 어렴풋이 들어온 단 하나, 저것은 그녀의 샌들?
샌들뿐인가…….

그녀는? 그녀는 어디……?

의문이 생긴 것도 잠시, 멍하게나마 남아 있던 의식이 점차로 검붉게 물들고 흐려져 이제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텅 빈 공간만이 남아 있을 뿐.

그리고 끝이었다.



그 해, 유난히 뜨거웠던 그 여름.

한 사람이 죽었다.

내가 죽인 거다……, 아마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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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리체

2004.07.06 02:17:10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언니의 이런 캐릭터 프로필이나 시놉 정리는 한번 꼭 따라해보고 싶단 말야..@@;; 전형적이니까, 삐리리도 전형적으로 야하게 써줄거야?^^
남자의 카리스마가 기대되는군..;

릴리

2004.07.06 10:47:26

으헉....
너무 놀랍고 감사합니다. 처음에 왜 제게 미안하실까 의아해하다가 밑을 본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긴 하지만... 아무래도 제 이름은 영 아니에요. 그렇죠, 마이니님?(우헤헤..)

Miney

2004.07.06 21:33:28

릴리/으윽... 저를 걸고 넘어지시다니, 너무 해요. =ㅁ=; 안 그래도 저, 위의 이름 보고 놀랬단 말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저 성.명.의 임자는 L님(L뒤에 ily가 붙어 있는. ^^;)이시니까 저야 뭐...;;;

Junk

2004.07.07 00:13:38

리체/ 삐리리 들어가긴 한다만 과연 전형적으로 야할지는 의심스러움.
릴리, 마이니/ 전 미희란 이름 너무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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