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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8
14
커다란 손.
커다란 손이 세희에게 뻗어왔다. 뺨을 만지고, 이윽고 끌어당긴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입술을 대왔다.
어디까지나 부드러운 키스…….
아닌 척하면서도 긴장해 있던 그녀의 몸을 녹여줄 것 같은 키스였다. 그의 손이 머리카락을 헤집고, 다른 손을 어깨에 들려 끌어안았다. 입술을 가르고 들어온 혀가 달콤하고 뜨겁게 취할 듯한 감촉으로 입안을 헤집는다. 그것만으로도 몸 안이 뜨거워지는 듯한 감각에 저절로 오싹해졌다. 점점 격하게 움직이는 혀 놀림에 자신의 입에서도 뜨거운 숨결이 흘러나온다.
“하아…….”
그래서일까, 그가 자신을 침대에 밀어 넘어뜨렸을 때도 어떤 반응도 보일 수가 없었다. 입안을 탐닉하던 혀가 목덜미로 미끄러지더니, 자연스럽게 귓불로 옮아간다. 귀안을 뭔가가 울리는 듯한 안타까운 감각. 이럴 때마다 남자가 자기 바로 옆에 있음이 실감이 난다. 귓불을 더듬던 혀가 목덜미를 다시 타고 내려오는 것과 동시에 거칠어진 숨소리에 반응하듯 옷 위로 스치는 손이 그녀의 가슴이나 옆구리, 허리에서 다리를 애무하자 몸이 꿈틀거리며 떨린다.
“으……응…….”
입술도 손길도 필요 이상으로 다급해, 그도 참고 있었구나 하고 느꼈다. 이제까지의 여유로운 모습은 이제 더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녀의 옷가지를 벗겨내고 다리에서 스치듯이 올라와 가차 없이 아래를 공략해 왔다.
“앗…….”
앗 하는 사이에 간단히 다리를 벌리고 그의 몸이 내려온다. 그러나 침입하지는 않고, 벌린 다리 안쪽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비벼대기 시작했다. 마치 짓무를 것처럼 공격하는 손가락의 촉감에, 그 압박감에 당혹스러운 한편, 쾌감으로 민감해진 표면. 그 표면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건드리는 정도에서 이제는 안으로 조금씩 천천히 들어온다.
그가 직접 들어올 때와는 다른 부류의 이물감이,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쾌락을 부여한다. 소리가 눈물과 함께 배어나와 수치감에 입술을 꼭 깨문다. 어느 새 아랫도리가 힘없이 풀어진 걸 느낀다. 하지만 힘이 빠진 하반신이 꿈틀거릴 때마다 중요한 한곳만은 저도 모르게 음란하게 울고 있는 걸 깨닫는다. 그걸 알아차렸는지, 손가락의 움직임은 그 강도를 더해 부드럽게 꿈틀거린다.
“아…….”
어떤 의미에서는 잔인할 정도로.
“괜찮아……?”
질문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열기에 달아오른 목소리는 침착한 눈동자와 달리 강한 욕정에 휩싸여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젖은 목소리조차 낼 수 없어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아, 보이는 전부를 지우고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
가득……, 가득……, 채워달라고…….
그러면서 저절로 몸이 벌어지는 걸 느끼고 스스로도 당혹하지만, 바로 덮쳐온 강인한 몸을 받아들이는 머리는 환희로 떨고 있었다.
“아……!”
지운이 바로 끝까지 뚫고 들어왔다.
저도 모르게 달뜬 몸을 뒤로 젖히자, 단단한 팔이 뒤통수를 받쳐주었다. 깊이, 깊이 안으로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그의 허리에 다리를 얽고 그가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때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한껏 매달렸다.
“지……운…….”
끝까지 말할 수 없었다.
뜨거운 남자의 상징이 가득 찔러올 때마다 눈물이 흘러넘칠 것 같은 쾌감이 정수리를 뚫고 들어와 피부 위로 흘러넘친다.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어 남자를 자신의 안 하나 가득 받아들이며 뜨거운 한숨을 내뿜는다.
“계속 너만 생각했어…….”
그가 속삭였다.
아주 짧은 한마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머리가 흐려진 순간, 다시 한번 흔들리듯 찔러 올라와 비명을 올리며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지나친 쾌감에 자신이 그를 한껏 조였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통째로 흐트러진 숨결, 숨결.
앞이 이제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하레이션처럼 빛나는 시야 속, 튕겨질 듯한 열기가 안쪽을 다시 한번 해일처럼 휩쓸고 지나간다. 저도 모르게 등이 휘어지며 무너져 내릴 듯이 몸을 움츠리자 그가 허리를 단단히 붙들고 강하게 끌어당기며 다시 한번 찔러왔다. 흐느끼며 그에게 매달린다.
언제부터였던가.
어디서부터였던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한계라는 사실만 인식할 뿐.
“으읏…….”
그의 목을 끌어안는 손길이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하는 건지, 아니면 더 깊이 몰두하고 싶다고 바라는 건지조차 알 수 없다. 그는 멋대로 후자 쪽이라고 판단해버린 모양이었지만. 좀 더 격하게, 좀 더 거칠게 침입해 들어온다.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스스로를 전혀 제어하지 않는 지운을 본 처음이라는 걸.
그리고…….
이대로 마지막이 될지도 몰랐다.
아니, 아마도 그렇겠지.
아니, 분명 그럴 거야.
그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숨이 막히고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미 몸은 절정 속을 표류하고 있는데, 한번 넘친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온다. “괜찮아?” 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조차 없었다. 그가 정신없이 흔들리는 머리를 껴안아 자신의 가슴에 기대게 해준다.
“지……운……씨…….”
자신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열에 달뜬 사람처럼, 세희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쾌락에, 그리고 안타까움에 흔들리는 그녀의 얼굴을 덮은 짭짤한 액체를 그가 부드럽게 핥아주었다. 핥고, 또 핥고 입술로 부드럽게 더듬는다.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생각했을 때 목덜미를 깨물렸다.
“앗……!”
안쪽이 의지와는 관계없이 부들부들 떨리며 조이는 걸 느꼈다. 스스로 좀 더 자극을 주기 위해 몸을 비벼대고 흔들어 올린다. 그녀 자신도 대담한 동작이란 걸 알면서도, 부끄러움 따위는 던져버리고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제어가 되지 않는다.
마구 흐트러진다.
“아……, 아……………………아!”
어느 순간부터, 전신이 경련했다.
흠칫흠칫.
숨을 한번 들이킬 때마다 내벽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렇지만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남자의 팔 안에, 그리고 가슴에 몸을 기댄 채 매달려 있을 뿐. 머리카락에 키스가 떨어지는 것을 아련하게 느낀다. 부드럽게 흔들어 올리는 동작.
“흐읏…….”
작게 헐떡거림이 샜다.
“괜찮아?”
“괜찮아요…….”
어깨에 매달려 신음을 간신히 목구멍으로 넘겼다. 이쪽에서 밀어붙이자 잠시 멈추었던 지운은 그녀에게서 자신을 빼냈다. 세희가 힘이 빠진 채, 그래도 약간은 아쉬움이 담긴 눈을 엷게 열어 그를 응시하자, 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 뒤에서 끌어안았다. 세희의 아래는 완전히 젖어 그가 다시 미끄러져 들어올 때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지경이었다. 뜨거운 기운이 몸 안을 타고 흐른다.
미끄러져 들어오는 감촉이 지독히 달콤했다.
그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도,
필요 없으니까 개의치 않아.
그저 두 사람이 서로를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족해.
“더…….”
“더……?”
짓궂은 남자의 음성.
“더……, 더 깊이요…….”
세희는 안타깝게 애원했다. 뒤에서 그가 훗, 하고 웃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거의 마지막까지 빠져나간 그가 뜨겁게 뚫고 마지막까지 밀고 들어온 것은 그 다음 순간이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몸이 크게 진동한다. 남자가 그런 자신을 뒤에서 세차게 끌어안는 걸 느꼈다. 천천히 움직이다가 힘차게, 그리고 힘차게 움직여서 죽을 거 같다고 생각하면 부드럽게 비비듯 몸을 돌린다.
“앗…….”
저절로 젖은 비음이 새어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다.
더 깊이……, 더……, 더…….
그를 원해.
그의 열기를 원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것이 이 순간, 그녀의 단 하나 소원이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렇게 격한 사랑의 시간은 끝났다.
그렇게 그와 그녀는 작은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돌아가는 차안에서 지운이 입을 처음 연 것은 그녀의 집 앞에 닿았을 때였다. 그것은 어딘가 슬픈 기색을 띤 담담한 목소리였다.
“너한테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어. 잊을 수가 없다고 했지만…….”
“나, 뭘 해주길 바라는 게 아니에요.”
세희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고작 몇 시간 동안의 격렬한 정사동안 서로의 몸을 한시도 떨어뜨리지 않고 얼싸안고 있던 두 사람이었다. 줄곧 그렇게 이어진 채로 있고 싶었다. 차안에 나란히 앉아 있어도 두 사람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그 점이 가슴이 에이도록 안타까웠다.
“정말로 그런 생각은 한 적도 없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기어에 놓여진 남자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살짝 올렸다. 나는, 괜찮아요. 그것은 무언의 표현이었다. 지운은 침묵한 채 손바닥이 위로 오게 돌려 그녀의 손을 마주 쥐어주었다. 화약 냄새가 날 듯한 그의 크고 마디가 굵은 손. 어젯밤 그녀를 어지러울 정도로 실컷 사랑해준 그 손이다.
“그저 한 번쯤 같이 여행은 가보고 싶었는데…….”
“여행? 어디로?”
“음, 부산이나 제주도 같은 데 정도……? 나 한번도 못 가봤거든요.”
세희는 말하다가 어깨를 움츠리고 웃었다.
“농담이에요.”
지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침묵했다. 세희도 그 이상은 농담조차 하지 않고 잠자코 무릎 위에 놓인 손을 움켜쥐고 있다가 다시 겨우 입을 열었다.
“안녕.”
그저 그렇게만 말했다.
바깥에 비치는 밤의 풍경은 공허할 만큼 평온해서 자신의 마음에 회오리치고 있는 이 감정은 거짓말 같았다. 그 감정을 추스르듯 그녀는 잡은 손에 꽉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걸 놓는 걸 마지막으로 그녀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가 아직 차를 돌리지 않은 걸 알고 있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말없이 집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둠 때문인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계속.
죄송합니다.
다시는 19금방을 우습게 보지 않겠습니다.
다음 19금방의 소설은 정말 이렇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리체 양 기타 다른 부들을 본받아 제대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이상한 신파 절대! 절대! 안 쓸 겁니다. 정말 약속드리겠습니다!
암튼 넘어가주시고ㅡ;
14편을 쓸 때의 일입니다.
요즘 딸내미의 말버릇이 <미오요>입니다.
한밤에 일어나더니 <미오요>라는군요(실은 그 말뿐;).
남편이 <얘 왜 이래?> 그러길래 <요즘 말버릇이야> 그랬죠.
제가 키보드 앞에서 <으으> 하고 한숨을 내뿜는데 왜냐고 묻길래
<삐리리가 안 써져. 하도 한 지 오래됐더니> 라고 했더니
<그럼 해보고 쓰지 그래?> 라고 반문하더이다. 그래서
<해보면 더 안 써질 거 같아> 라고 했더니
<미오요>
라고 하더이다.
결국 저는 계속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이걸 써야 했습니다.
남편의 코고는 소리를 안주삼아 쓴 글이니 당근 이 따위가 될 수밖에요.
정크는 이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보아넘겨 주십시오.
정말 올리기 싫었습니다ㅡ 실은; 제가 허접한 건 더 잘 아니까요.
그래도 끝은 내야한다는 일념으로 올립니다.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2-20 11:54)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5-09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