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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8
의식을 잃었던 것은 아주 잠시 동안의 일인 것 같다.
축축한 느낌에 정신이 들었다. 세희가 눈꺼풀을 들자, 지운이 물에 적신 수건을 땀에 젖은 자신의 얼굴에 대고 있었다. 여전히 몸은 뜨겁고, 그리워하던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오자 한층 달아올랐다. 몽롱하고도 고통스런 기분.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자신의 성감대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느낌이 이런 걸까. 제발 그만하라고 외치고 싶은데, 또한 그만두기를 원치 않는 이중적인 쾌감과 수치감. 이 고리를 끊어줄 수 있는 사람은 눈앞의 남자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세희는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겠어?”
온화한 음성이 들린다.
“나, 나…….”
몸이 부들부들 떨려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지운은 어딘가 슬픈 표정으로 그녀를 보더니, 들릴락말락한 한숨을 나지막하게 읊조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아……!”
자신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달콤한 숨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왔다. 남자의 팔이 겨드랑이와 목 아래로 들어오더니 그녀의 몸을 들어올렸던 것이다. 세희의 몸은 그것만으로도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었다. 지운은 그런 그녀를 안고 문을 지나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욕실 욕조에 그녀를 눕히더니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을 벗겨냈다. 세희는 몽롱한 의식 속에 그가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솔직히 수치스러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막을 기운조차 없을 정도로 지금은 힘이 풀리고 한군데만 의식이 쏠려 있었다.
세희의 옷을 죄다 팬티까지 벗겨낸 지운은 자신도 양복 상의를 벗어던지더니 와이셔츠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다. 그리고 샤워를 틀어 세희가 누워 있는 욕조를 채우기 시작했다. 미지근한 물이 세희의 몸을 감싸고 욕조에 차올랐다. 물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덥히자 불쾌한 기분은 사라지는 것 같았지만, 남자를 느끼고 싶은 열망은 점점 강해져만 갔다.
“나…….”
그녀는 눈을 뜨고 남자를 올려다보면서 조그맣게 호소했다. 원하는 바를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남자에게 전달된 것 같았다. 지운은 그녀를 보더니 뭔가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하고 슬픈 듯도 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빨리 정신을 차리는 게 좋아. 부작용은 비교적 덜한 약이니까 괜찮을 거다.”
“……흐흑…….”
세희는 얼굴을 무릎에 묻고 흐느꼈다. 몸이 부들거려서 씻을 기운조차 없었다. 아직도 약 기운이 가시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추해보일지 정말이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 모습을 하필 지운에게 보였다는 사실도 그녀의 기분을 한층 절망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 때 갑자기 뭔가 따스한 것이 살갗에 닿아와, 그녀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것이 지운의 손이란 걸 알자 더욱 전신이 달콤하게 떨려오며 흐느낌이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차라……리 죽여줘요…….”
“언제는 살아야만 한다더니.”
그렇게 말은 했지만 지운의 목소리에 빈정거림 같은 건 섞여 있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셔츠가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속의 그녀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세희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소리 내어 울었다.
“차, 창피해서……, 너, 너무 창피해서…….”
약에 취해 있어선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셔츠로부터 풍기는 남자의 냄새가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이 남자를 원해.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원한다. 너무너무 원해서 어떻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미쳐버릴 것만 같다. 물 안에 있으니 정신이 나기는커녕 흥분이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세희는 반쯤 느껴 울면서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나…… 하, 하루 종일 다, 당신 생각만…… 하, 하고 있어서…….”
머리위의 그가 숨이 막힌 듯한 소리를 내는 걸 알 수 있었다.
“모, 모르……겠어……. 나, 나, 나……, 어떻게 해야…….”
“…….”
“이……렇게, 이렇게 괴로울…… 바엔 차, 차라리……, 차라리, 죽었으면…….”
“후회할 거다.”
감정을 읽을 수 없을 만큼 높낮이가 없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세희는 남자의 셔츠에 매달리며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었다.
“아, 안 해요……. 모르겠어……, 모르겠어……. 흐흑……. 어차피 죽일 거라면 어떻게든 해줘요……. 어, 어떻게든…….”
그 때, 남자가 그녀를 뿌리치고 일어섰다. 세희는 처음에는 놀라고, 두 번째는 몸을 격하게 습격해온 수치감으로 욕조 안에 쓰러지듯 잠겼다. 그렇지만 남자는 그녀를 놓았을 뿐, 자리를 뜬 것은 아니었다. 남자의 긴 손가락이 자신의 셔츠 위로 올라가 와이셔츠의 버튼을 풀어냈다. 버튼을 전부 연 남자는 셔츠를 벗고 벨트를 풀어냈다. 희미한 금속음이 욕실 가득 울린다. 그 소리에 정신이 든 세희는 남자가 바지를 벗는 장면을 눈물로 범벅이 된 시야 사이로 볼 수 있었다.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그가 안아주기만을 바랐다.
단순히 키워놓은 것이 아닌, 정말로 실전에서 다져진 날렵한 진짜 근육이 먼젓번의 부상으로 인해 감은 붕대에 싸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갈색으로 그을린 몸은 탄탄하고 탄력적이어서 마치 초원을 누비는 야수 같은 인상을 주었다. 보기만 해도 손발 끝이 저려오는 듯한 아름다움이었다.
풍덩!
남자의 알몸이 그녀 앞에 잠기고, 팔이 뻗어와 그녀를 안아 올렸다. 힘없이 팔 안에 잠긴 세희를 끌어당겨 돌린 후 남자가 뒤에서 받친다. 물에 푹 젖은 세희의 머리카락이 남자의 몸에 해초처럼 달라붙었지만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남자는 그녀의 가슴에 손을 댔다. 유방을 한손으로 움켜쥐는 찌릿한 감각에, 세희는 저절로 헉, 하고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것만으로도 아랫도리가 욱신거렸다.
지운은 그 손을 내려 그녀의 여성에 갖다댔다.
“아……, 아!”
달콤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처음엔 표면만을 부드럽게 터치하던 남자의 손가락은 이내 그 조금 안쪽을 달콤하게 문지르며 조금씩 안으로 스미듯 들어가기 시작했다. 약을 흡입했기 때문일까, 지금 세희의 몸은 지나치게 뜨겁고 아픔조차 분명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전신에 느껴지는 감각을 표현하면서 몸을 비틀어댔다. 손가락이 살며시 안을 휘저을 때마다 비음이 조그맣게 터져 나왔다.
그러자 입술이 뺨에 살짝 닿았다. 세희는 달콤한 소리를 흘리면서 몸을 돌려 남자의 혀가 자신의 입안에 침입하도록 내맡겼다. 뜨거운 혀가 그녀의 것과 얽혀 서로를 탐닉하듯 움직였다. 입안에서 타액이 섞여 몸이 부드럽고 안타까운 쾌감에 녹아간다. 남자의 손이 그녀 밖으로 빠져나와 뾰족하게 선 젖꼭지를 움켜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 세희는 손가락 끝에서 관절 끝까지 닿아서 비벼대는 그 야릇한 자극에 흐느낌 같은 신음을 연신 토해냈다. 물속에 잠긴 몸이 자꾸만 뜨거워지고 있었다. 외부도. 그리고……, 내부도.
이명을 느낄 만큼 귀와 콧속이 저리고, 약으로 머리는 하나 가득 혼미한 상태였다. 세희는 저도 모르게 숨을 헐떡였다.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 제정신이라면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제정신이라면 스스로 손을 뻗어 남자의 물건을 움켜쥐는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는 것이다. 이미 그녀를 원한다는 듯 발기해 있는 단단한 육봉을 어루만지던 세희는 본능처럼 그것을 상하로 비비며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가 한숨을 토해내는 소리를 분명 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지운은 세희의 손을 자신의 물건에서 떼어놓았다.
“너……, 몰아붙이고 있어. 정말 괜찮겠어?”
“으, 응…….”
뭐가 괜찮은 건지 알 수도 없었지만 세희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몸을 씻겨야겠군. 약이…….”
한숨을 쉬듯 그렇게 그녀의 귀에 속삭이고 그는 세희의 겨드랑이 밑에 팔을 집어넣고 그녀의 몸을 깨지는 물건을 다루듯 살며시 안아 올렸다. 그리고 그런 자세로 그녀를 안은 채 욕조 밖으로 나갔다. 세희는 축 늘어진 채 그의 손길에 몸을 내맡기고 있었지만, 그녀를 욕실 바닥에 옮겨놓은 지운이 보디클렌저를 손바닥에 묻혀 그녀의 몸에 문지르기 시작했을 때는 절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커다란 손바닥이 그녀를 부드럽게 애무하고 있었다. 목덜미에서 어깨와 쇄골 언저리로, 쇄골에서 가슴으로 스치듯 내려와 유방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비비고 또 문지른다. 그 때마다 흐느끼는 듯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손바닥에서 거품이 나와 그녀의 몸을 매끄럽게 감싼다. 부드러운 비누거품 덕택에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온몸에 전기가 달렸다. 가슴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엉덩이로 옮겨진 손길이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힘을 주어 움켜쥔다. 저도 모르게 헉, 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왔다. 그러자 지운은 허벅지로 애무를 옮겨 다리까지 빠짐없이 비누칠을 해주었지만, 단 하나 그녀의 몸 한가운데는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그의 손길을 기다리며 달아오른 그 중심부의 민감한 부위만은…….
입술에 간간히 입맞춤이 내려왔다. 부드럽게 스치듯이 갖다대다가 그녀가 입을 벌리면 혀를 집어넣어 입안을 하나 가득 헤집는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손길은 그녀의 몸 전체를 거품투성이로 만들어버리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저……, 나……, 나…….”
남자를 원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입에서 나와 주지를 않는다. 그저 흐느끼면서 세희는 자신도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정신없이 웅얼거렸다. 그러자 그가 그녀의 몸을 욕실 바닥에 눕히고는 손을 써서 다리를 벌렸다.
그녀가 잠자코 내맡기고 있으려니 남자가 위에서 약간 그녀 위에 무게를 실어온다. 저도 모르게 다리를 움츠리는 그녀를 달래듯 그의 손이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유두를 자극해 몸이 튕기듯 움직이는 찰나, 다른 손으로 쥐고 있던 그의 물건이 기다렸던 것처럼 입구를 침입해 들어왔다!
“아……!”
약에 취해있다지만 역시 아픔은 느껴졌다. 세희는 눈물이 그렁한 눈을 천장에 돌린 채 바들바들 떨면서 남자의 몸을 붙들었다. 지운은 그런 그녀를 난감하게 내려다보았지만, 그녀가 고개를 흔들자 결심한 것처럼 서서히 내부를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들어올 때마다 아픔이 점점 더 커져와, 얼굴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도저히 참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지운은 그녀를 최대한 배려하고 있음에 분명했다. 되도록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 그는 할 수 있는 최대한도로 느리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제거한 마지막 순간에는ㅡ
“……!”
온몸을 관통하는 충격에 흘러나오던 눈물조차 멎었다. 자신의 내부에서 뭔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생리 때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감각이었다. 일단 너무나도 아팠으므로.
“아, 흐흑…….”
그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그의 가슴에 강하게 매달렸다. 아픔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 끝까지 들어온 그를 내부에 느끼며 가슴에 매달려 울고 있으려니 서서히 통증은 가라앉았다. 일단 몸 전체에 묻어 있는 비눗기도 통증을 매끄럽게 둔화시켜주는데 한몫한 것 같았다.
그는 그렇게 한참동안을 그녀의 안에 잠자코 머물러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어느 정도 잠잠해졌을 때에서야 겨우, 지운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은 원운동을 그리던 몸이 조금씩, 조금씩 그 폭과 속도를 더해갔다. 그리 자극적이지 않던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세희의 입에서도 신음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끄러운 욕실바닥에 눕혀져 있는데, 허공에라도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역시 약 기운 때문이리라. 통증을 느끼고 입에서 흘러나온 가는 한숨이 조금씩 떨리는 소리로 바뀌며 꽃봉오리가 한꺼번에 터지듯 남자를 받아들이는 부분이 철퍽거리며 젖은 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앗……, 읏, 으응…….”
세희는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달짝지근한 신음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뻗어 남자의 목을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그것은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결합을 한층 심화시켜, 얽힌 두 사람은 서서히 녹아들어갔다. 달콤한 소리가 끊임없이 입에서 흘러나온다.
“……하앗! 으응……, 으흑…….”
하지만 남자가 다리를 좀 더 벌리고 내벽에 자신을 부딪치기 시작하자, 달콤함을 넘어선 난잡한 몸부림을 치면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매달린 남자의 어깨에 손톱을 세웠다. 남자의 욕정이 연약한 점막을 뚫고 가장 깊숙한 곳으로 침입할 때마다 습기를 그득 담은 비명이 입술을 비집고 울음처럼 터져 나온다. 숨결은 더할 수 없이 농후하고, 마치 아래로도 호흡하고 있는 것처럼 어느 사이엔가 몸이 저절로 요동치며 목구멍 깊은 곳에서 쾌락의 비음이 흘렀다. 그 소리에 마치 이끌린 것처럼 지운의 움직임은 더욱 격해지고 빨라졌다. 세희가 초조하게 다리를 들어 남자의 허리를 감싸자, 그의 늠름한 팔이 반응하는 것처럼 후들거리며 떨리는 여자의 하체를 안아들고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내부를 한껏 유린했다.
철퍽ㅡ
철퍽ㅡ
철퍽ㅡ
“으응……, 아앗……, 지운 씨……!”
일정한 간격을 두고 끈질기게 그녀를 몰아붙이는 그에게 반응해 그녀도 그의 등에 손톱을 찔러 넣은 채 전신을 떨면서 그를 조였다. 남자의 숨결이 한층 욕정을 담아 거칠어진다. 끊임없이 주어지는 쾌락에 저절로 몸이 움직여졌다. 찌르고 비비고 꿰뚫어 올릴 때마다 체온이 격하게 솟구쳐 오른다. 천천히, 길게 공들여 삽입하자 내벽이 그에 맞춰 서서히 얽혔다. 밀어올린 자세에서 거의 마지막까지 뺐다가 이번에는 격하게 찌른다. 그 때마다 눈물이 어렸다.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은 남자가 다시 한번 한층 격하게 찌르고 이어 몸을 한껏 끌어올린다.
“아아아……!”
손발 끝이 찌릿 저렸다. 남자의 눈을 볼 용기도,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숨이 괴롭도록 거칠어지고, 남자가 한껏 그녀와 자신의 몸을 흔들어 올릴 때마다 등골을 타고 기어 올라오는 깊은 희열감에 온몸이 경련처럼 강렬하게 흐느낀다.
“제……발…….”
그러자 남자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물었다.
“부끄러워?”
정신없이 끄덕였다.
“소리 지르는 게?”
다시 정신없이 끄덕였다.
“등도 아프겠군…….”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연결된 그 상태 그대로 그녀를 안아들고 샤워부스 쪽에 향했다. 여자 혼자 사는 아파트치고는 제법 큰 이곳은 욕조 옆에 샤워부스까지 있었다. 여하간 욕실 하나 만큼은 일류 맨션 못지않은 것 같다.
쏴아아아아아…….
샤워부스의 문이 가벼운 소리와 함께 닫히나 했더니 이내 머리 위로 세찬 물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줄기가 몸에 붙어 있던 거품기를 싹 걷어내며 전신을 타고 흘러내린다. 세희가 그쪽에 미처 신경을 보내기도 전에 지운은 선 자세 그대로 그녀를 습기 어린 타일 벽에 붙인 채 다시금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아, 으응, 으응, 아!”
세희는 남자의 어깨에 매달려 비명을 질렀다. 샤워소리가 워낙 거세서 그녀의 비명소리가 어느 정도 묻히는 게 다행이었다. 그걸 깨닫자마자 재차 머리꼭지를 엄습하는 짜릿함에 더욱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커졌다.
“아악! 으으응……, 흐읏……, 아악!”
그녀는 자세도 자세지만 지나치리만치 격한 쾌감에 이제는 그저 정신없이 그에게 내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몸을 내맡긴 채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한껏 젖은 내부의 연약한 점막이 그의 남성에 침범당할 때마다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흐느낌과 함께 상체가 앞뒤로 정신없이 흔들렸다.
“아아, 이젠…… 이젠…… 아악!”
아까부터 한껏 풀어진 점막이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다며 쾌감과 욱신거림을 동시에 호소하고 있었다. 그래도 남자는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연달아 몸을 부딪쳐왔다. 미칠 것 같은 희열감 속에 정신없이 가장 안쪽 깊숙한 곳까지 그대로 꿰뚫리면서 세희는 뜨거운 비명을 정신없이 토해냈다. 후들거리며 떨리는 것은 몸만이 아니라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진한 자극 속에 안쪽 깊숙이 숨겨져 있던 뭔가가 끌려나온다. 강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반복되는 관능적인 운동에 호흡조차 잊어버릴 만큼 완전히 지배당해버린다.
철퍽거리는 소리가 샤워 음에 휩쓸려 사라진다. 하지만 그 소리가 날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은 재차 찔러오는 움직임에 절대 지워지지 않고 전의 흔적에 새 희락을 새기며 더욱 증폭되어 간다. 타오를 듯한 감촉. 가차 없는 피스톤 운동에 몸의 심지가 온통 떨리며 극한의 정점에 다다라간다…….
“아아아악!”
“큿…….”
열락의 전부를 휘감아 도려내는 듯한 쾌감에 그녀가 이제까지 중에 가장 격한 비명을 올렸을 때, 남자가 이를 악문 신음과 함께 그녀의 몸 안에서 자신의 남성을 강하게 잡아 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원한 욱신거림과 자신의 내부로부터 한꺼번에 팟 하고 흘러나온 농도 짙은 쾌락의 액체를 느끼고 안심하면서 세희는, 힘이 빠진 몸을 남자에게 늘어지듯 기댄 채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기절해 버렸다.
계속.
거의 끝나갑니다. 삐리리 한번만 더 쓰면 될 것 같군요.
잃어버린 황녀를 위하여, 에서 무려 네 차례를 썼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꺼리가 생각나지 않아서 고생했습니다. 평소에 메모라도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이유로 쓰면서 몇번이나 공개동으로 옮기고 싶었는데 여러분의 브래지어 사이즈가 노출되어 있는 리플들 땜시 이를 악물고 참았더랬습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너무 억지로 짜낸 냄새가 짙습니다그려(눈물).
워낙 건전한 인간이라 19금방이 어울리질 않아서리ㅡ(-ㅠ-)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12-20 11:53)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5-09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