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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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괜찮아요? 괜찮아요?”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리며 물어봤지만, 여전히 비명소리는 계속되었다. 세희는 점점 두려워져서 세게 문을 두들기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대답해요! 괜찮아요?”

‘혹시 저 보스란 남자가……!’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대답해 주세요!”

세희가 주먹이 아플 정도로 문을 두들기며 외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비명소리가 딱 그쳤다.

세희가 놀라서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고 문밖으로부터 뻗어 나온 굵은 팔이 그녀의 몸을 꽉 움켜잡았다.

“헉!”

너무 놀라서 입에서 감탄사 외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겨우 고개를 들자 눈앞에 가운을 걸친 변진철이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건 채 서 있었다.

“어지간히 방해가 되는군. 어째서 지운이 놈은 이 여잘 해치우지 않았지?”

“아…….”

남자의 손에 붙들린 상체가 경직되었다. 손이 올라와 턱을 움켜쥔다. 아팠다. 조그맣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세희는 완전히 굳어 버렸다.

“저, 윤정 씨는……, 괜찮은지……. 무슨 짓을 한 건가요?”

간신히 용기를 내어 묻자, 변진철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턱에서 손을 떼고 그녀의 목덜미를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등줄기에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은 성적인 것이라기보다 순수한 두려움에서 나온 것이었다.

“죽여주고 있었지.”

변진철은 쿡 하고 웃으면서 뒤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그 등 뒤를 보자 전라의 윤정이 서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천연덕스런 표정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뭐랄까 붕 뜬 듯한 표정이랄까. 변진철은 세희의 몸에서 손을 떼고 애인에게 다가가 날씬하면서도 탄력 있는 전라의 몸을 더듬듯이 끌어안았다. 윤정은 그저 남자에게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 얼굴과 눈이 어딘가 풀려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입 언저리도 느슨해져 있고 시선은 아무데도 고정되어 있지 않은 채 허공을 마구 방황한다. 세희는 불안감을 느꼈다.

“무슨 짓을 한 거죠?”

윤정의 젖가슴을 희롱하고 있던 변진철에게 그렇게 물었다. 세희의 도전적인 태도에 남자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쿡 하고 또 웃음을 흘렸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아가씨군. 호기심이 원래 그렇게 많은가?”

“걱정 되서…….”

“호오, 정이 들었단 말이겠지. 그러고 보니 지운이 이상한 소릴 하던데……, 그게 이 아가씨 때문인가?”

호호호, 하고 그 질문에 반응하는 것처럼 윤정이 간드러진 웃음을 토해냈다.

“아, 아주, 마, 맘에, 드, 들어 하던데요.”

“그래?”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변진철은 윤정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윤정이 멍한 눈으로 그 말을 듣더니 비틀거리며 옆방으로 가서 뭔가를 가져온다. 세희는 크게 뜨여진 눈으로 그것을 보았다. 그녀가 손에 들고 온 것은 작은 비닐봉투였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정체불명의 하얀 가루. 저게 뭐지?

설마……, 마약?

“놈이 딴 생각을 못하도록 가끔은 당근도 줘야겠지.”

변진철은 즐거운 듯 그렇게 말하더니 방 한구석에 있던 로프를 가져왔다. 전에 세희의 손발을 묶었던 바로 그 로프다. 그는 반항하는 그녀를 단단히 누르고 그 로프로 다시금 손발을 묶었다. 세희는 처음엔 있는 힘을 다해 반항했지만 이내 소용없다는 걸 알고 그만두었다. 그동안의 학습으로 인한 결과였다. 그저 꺼져 들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애걸했을 따름이다.

“제발……, 그만 두…….”

“입 다물어.”

변진철은 부드럽기 짝이 없는 소리로 말했지만 그게 더 두려웠다.

“나름대로 귀여운 아가씨군. 잠자코 있어.”

“잠깐, 잠깐요!”

제발 좀 말려주세요. 애원하듯이 남자 뒤에 서 있는 윤정을 바라보니 완전히 인사불성이 되어 방긋방긋 웃고 있을 따름이었다. 세희는 울먹였다.

“제, 제발……, 뭐, 뭐하려는…….”

“입 다물라고 했지.”

남자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자비한 톤이었다. 세희가 말대로 입을 다물자, 그는 이로 비닐봉투를 찢더니, 옆에 있던 종이위에 가루를 덜어 올렸다. 그제야 세희는 남자가 무슨 짓을 시키려는 건지 깨달았다. 그녀는 비명을 올렸다.

“시……, 싫어!”

그런 그녀의 목젖을 남자의 손가락이 꾹 눌렀다.

“자, 들이마시는 거다.”

종이가 그녀의 코끝에 다가왔다. 세희는 고개를 흔들면서 비명과 함께 코끝에 닿은 종이를 뿌리쳐버렸다. 가루가 공기를 날아 바닥에 흩어짐과 동시에 그녀의 뺨에 퍽, 하고 강렬한 타격이 느껴졌다!

“악!”

“들이마시랬지.”

코피가 주룩 하고 흘렀다. 단 한 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공포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녀는 코와 눈에서 피와 물을 흘리면서 남자가 시키는 대로 코를 가루에 순순히 가져갔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설마 죽기야 하랴 싶은 심정이 되어, 반 자포자기상태로.

“콜록, 콜록.”

익숙지 않은 흡입은 힘이 들었다. 세희는 울면서 그래도 억지로 가루를 코에 갖다대고 들이마셨다. 그렇게 몇 번인가에 나누어 비닐봉투에 들어 있던 가루를 모두 들이킨 그녀를 보고 변진철은 만족한 듯 음흉한 미소를 흘리면서 일어섰다.

“기다려, 곧 지운을 불러주지.”







뜨겁다, 어지럽다, 뜨겁다, 어지럽다.

몸 안이 타는 것처럼 뜨겁고, 머릿속이 온통 액체로 바뀐 것 같다. 어디선가 쿵쿵, 하고 기묘한 소리가 들린다. 그것이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란 걸 깨닫는다.

어깨를 들썩이며 거칠게 숨을 토해낸다. 땀인지 눈물인지 정체불명의 액체가 볼을 타고 흐르고, 부끄럽게도 아래에서도 뭔가 끈끈한 액체가 나오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다. 묶인 몸을 마구 뒤틀어대는 것이 고작.

“하아하아…….”

숨결이 자꾸만 거칠어진다. 시야가 자꾸만 흐려져 간다. 시각, 청각, 후각 전부 몽롱하게 변해가는 속에서 오직 하나 선명해져가는 것이 있다. 그것은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욕구. 몸 전체가 성감대가 된 것처럼 남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

남자를 갖고 싶다. 남자를 느끼고 싶다. 육봉으로 아래가 질척일 때까지 누가 휘저어줬으면 좋겠다. 가차 없이 자신을 휘저어줬으면 좋겠다. 격렬하게 하체를 누르고 상체를 핥아주었으면 좋겠다. 생각만으로도 숨결이 흐트러진다. 허리가 뜨고 온몸이 비틀린다. 이토록이나 자신이 음란한 여자였던가. 머릿속에, 가슴에, 또한 아래로부터 음탕한 욕구가 흘러넘쳐 그 탈출구를 찾아 마구 헤매고 있다.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오려는 걸 마지막 이성의 힘으로 잡아 누른다. 그것이 자신의 한계다. 욕구로 난잡해져가는 동물 같은 욕구에 대한 저항.

“흐……흑.”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바닥에 고여 간다. 눈앞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허무하기 그지없는 어둠 뿐. 비참하고, 그리고 목이 마르다. 입술이 탄다. 보고 싶다. 느끼고 싶다. 남자를 느끼고 싶다. 아니, 아니다. 그게 아니다. 자신은……,

지운이란 남자를 느끼고 싶은 거다.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를 볼 수만 있다면 이 자리에서 죽어도 좋다고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하반신, 아니 전신을 지배하는 동물적인 욕구와는 좀 다른, 그보다는 조금 더 소녀답고 애틋한 감정.

참을 수가 없다.
버틸 수가 없어.

두려워진다. 스스로가 두려워진다. 이토록 음란한 자신이 두려워진다.

세희가 눈물을 흘리며 몸을 비틀었을 때, 갑자기 눈앞에 지운이 보였다. 이건 환각이다. 환각일 것이다. 몽롱하게밖에 비치질 않는 걸. 묶인 손발을 풀어주는 재빠른 손놀림도, 목 뒤에 손을 넣고 몸을 받쳐주는 든든한 팔과 가슴도, 모두 다 환각일 거라고 세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환각일지라도 지운은 지운이다. 그토록 갈망했던 존재가 바로 앞에 있었다. 전신을 덮치는 욕망의 물결에 그녀는 당혹과 환희로 몸을 떨었다. 눈앞에 어딘가 당황스럽고 난감한 얼굴을 한 지운이 자신을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느껴져서……,
이대로 정말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그대로 의식이 끊겼다.



계속.



애증의 11편으로 GO, GO.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12-20 11:53)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5-09 11:13)

댓글 '16'

리체

2004.06.29 06:27:59

애증의 11편이라..ㅋㅋ
우오옷~ 힘을 내서 담편을 얼렁 올려주세용~~!!

푸르름

2004.06.29 08:48:59

보스가 약 먹이고 어떻게 하는 줄 알고.. 지운을 불러서 다행입니다.. ^^

릴리

2004.06.29 10:18:49

휴우~ 저도 보스놈이 어떻게 하려는줄 알았어요.
애증의 11편이라 하심은... 빨리 올려주시와요. 호호호..;;

하루

2004.06.29 13:49:25

다음편 기대 됩니다.....

수룡

2004.06.29 19:02:26

+_+ 기대!

Miney

2004.06.30 01:46:34

19금...을 기대합니다. 훗. (-.,ㅡ; )

Junk

2004.06.30 14:29:22

음... 갑자기 다른 거 쓸 일이 생겼습니다. 내일부터 11편을 쓰겠습니다. 휴...

가야

2004.06.30 16:41:05

내일을 기다리며....

감자코로케

2004.07.01 22:44:42

윽... 11편이...

노리코

2004.07.05 01:11:41

억........ 이렇게 끝내시면...ㅜㅠ
어여 주시와요................

꽃분홍립스틱

2004.07.09 22:11:56

왜... 기절하면서 끝내는 것인가요... ㅜㅜ 담편 기대할께요 ^^*

푸르름

2004.07.12 18:32:27

애증의 11편~~~ 왜! 안 주시는 거예요!!!!!

Junk

2004.07.15 11:51:37

지금 쓰고 있습니다......;

정이

2004.07.16 11:58:31

뭘까..

빨간도깨비

2005.07.19 05:35:38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일 일까요???

나여

2005.07.19 13:53:39

빨리 담편 보러 가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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