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8


7






혀끝에 가슴이 닿았다. 살짝 닿은 것만으로도 오싹한 전율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관통한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의 입술은 당연한 듯 그녀의 젖꼭지를 빨아올렸다. 달짝지근한 아픔에 세희는 어쩔 줄 몰랐다. 그런데도 남자는 또 하나의 유방을 손으로 더듬으면서 마치 느끼는 지 아닌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더듬다가 강하게 꼬집는다. 세희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앗……!”

단순히 아파서 지른 소리라기엔 스스로 느끼기에도 지나치게 야스러웠다. 자신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세희는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고픈 심정이었다. 좀 더 아래가 조금씩 축축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게 가장 수치스러웠다. 대체 반응을 한다는 자체가 웃기는 상황인데, 어째서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는 걸까.

그녀가 눈을 꽉 감고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에도 남자의 입술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길을 그리듯 서서히 침을 바르며 내려간 혀끝이 배꼽에 낙인을 찍는 것처럼 한바퀴 가볍게 더듬었다. 간지럽기도 하고 야릇하기도 해서 세희는 입술을 깨물고 신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몸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것만은 아무래도 막을 수가 없었다.

‘괴, 괴로워…….’

머리 위로 들어올려진 그녀의 손목을 붙들고 있던 남자의 손은 이미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자유로워졌는데도 세희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이를 악물고 참고 있는 게 고작이었다. 심지어 팬티가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는 걸 알면서도 거부조차 하지 못했다.

“아…….”

철든 무렵부터는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여자에게는 그 무엇보다 은밀한 영역이 고스란히 드러나 버렸다. 눈을 감고 있어도 남자가 그녀가 젖어 있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일종의 비웃음이란 사실도.

이제는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세희는 입술을 꽉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그런 그녀가 미처 당황할 사이도 없이, 갑자기 그의 입술이 은밀한 부위를 덮치기 시작했다.

“앗!”

정말이지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수치스런 기분을 느끼고 호소하기도 전에, 남자의 젖은 혀끝이 젖어 있는 그녀를 상냥하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남자의 혀끝은 지나치게 따뜻하고, 지나치게 부드럽고, 지나치게 느긋했다. 그런 그의 혀가 자신을 얼마나 초조하게 만드는지 느낄 때마다 세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잡을 시트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라고 망연히 생각했다.

자신의 몸은 지금 그 얼마나 달아올라 있는 것일까.

이미 남자의 입술, 귓불, 가슴에의 전희 같은 키스로도 한껏 고양되어 있던 몸은 직선적으로 혀가 그녀의 민감한 곳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을 만큼,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가련할 만큼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하……으…….”

어딘가 어설픈 것 같으면서 안쪽에서 우러나오는 허덕임이 어떻게든 다물려는 입술 틈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남자는 그런 그녀의 얼굴은 보지 않았지만 동작은 그것을 즐기는 듯 조금 속도를 빨리했다. 혀의 움직임에 맞추어 그의 손은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더듬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디까지나 서서히 부드럽게 더듬던 혀와 손의 놀림이 점차 스피드를 더하며 격렬해지더니, 이윽고 그녀의 표면만을 애무하던 설육은 이제 좀 더 깊은 지점을 노리며 파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허나 그것조차 어딘가 모자란 듯, 어딘가 조롱하는 듯한 감각이었다.

신음. 저도 모르게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며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여자를 다루는 것이 지독히도 능숙한 남자였다.

부끄럽게도,
미치도록 창피하게도,
무의식중에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남자가 이런 짓은 그만하고 자신 안으로 들어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저 단련된 몸의 중심부가 자신의 안으로 들어와서 헤집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그곳은 대체 얼마나 단단하고 자극적일까.
얼마나 거침없이 자신을 희롱하며 쾌감을 끌어낼까.

단지, 애무만으로도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릴 것 같은데.
자신의 처지를 잊고 머나먼 몽환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데.

들어와 줘……, 제발…….

간절하게 생각했다.

더는 못 참겠어……, 제……발…….

한껏 헤집어 달라고,
마구 공격해 달라고,
절대 개의치 않는다고,
이미 넘어가 버렸다고.

그런 마음속을 반영하듯 허덕임이 자꾸만 커지고 있었다.

“제……발…….”

드디어 마음속의 울림을 참지 못하고 애원이 흘러나왔을 때였다.

남자가 그녀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아……?”

세희는 화들짝 놀라서 감고 있던 눈을 파르르 떴다.

“좋은 눈만이 아니군. 좋은 소리도 갖고 있어. 젖은 소릴 내는 건 배우지 않아도 원래 알고 있다는 건가?”

남자의 무게는 이미 그녀를 누르고 있지 않았다. 그 말에 세희는 얼굴이 완전히 새빨개져서, 자유로워진 손을 필사적으로 움직여서 벗겨진 옷가지를 찾았다. 그 때, 그의 손이 그것을 막았다.

“그대로 있어.”

대신 그는 옆에 있던 얇은 이불을 그녀의 몸에 떨어뜨렸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끌어당겨 몸을 가렸지만 그 이불은 크기가 작아서 큰 도움은 되지 않을 터였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면서 입술을 깨물고 있는데, 이윽고 남자는 드러난 상체 그대로 몸을 일으키더니 문을 벌컥 열었다.

“어머나!”

밖에서 엿듣고 있었던 모양인지, 윤정의 새된 감탄사가 들려왔다. 그녀는 지운의 벗은 상반신을 정면으로 보고 감탄의 눈을 빛내더니 방안에 벗은 채 뒹굴고 있는 세희를 보고는 흥, 하는 비웃음을 흘렸다.

“이거야 벌인지 상인지 알 수가 없네. 근데 끝까지 간 거 맞아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지운은 싱긋, 아주 희미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간만에.”

“어머나, 별 말씀을!”

윤정이 명랑하게 말하더니 세희를 코끝으로 내려다보며 종알거렸다.

“하긴, 처녀귀신이 되게 할 순 없잖아. 죽기 전에 처녀 정돈 버리고 가야지. 안 그래, 촌뜨기 아가씨? 세상에, 나처럼 자상한 감시인 본 적 있니?”

그 말에, 창피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다음엔 오디오 말고 비디오로 보여줘요. 근데 이 아가씨 소리가 졸 작네. 난 좀 더 거한 걸 원했다고요. 오죽하면 끝까지 간 것도 의심스럽겠어.”

“제 능력부족입니다.”

비꼬는 윤정에게 지운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우리 그이를 보고 좀 본받아 봐요. 그이랑 하면 정말 악, 비명이 터진다니까. 아아, 역시 키 큰 남자들은 그게 약하다더니 진짜였나 봐.”

윤정은 머리를 아무렇게나 틀어 올려 위로 고정시키면서 이죽거렸다.

“그게 아니면 이 아가씨가 잘 못 받아들이는 건지도 모르겠네. 휴, 우리 그이한테 부탁해서 목숨만 살려주는 대신에 가게에서 일이나 시키려했더니 영 못 써먹겠네. 아파도 모자라도 쾌감으로 알아서 승화시켜야지, 그 정도의 센스도 없어갖고 이 험한 세상 어찌 살래? 야, 이 아가씨야. 넌 천상 죽어야 될 팔잔가 보다. 아으, 땀 냄새. 지운 씨, 얘, 목욕탕에 들여보내요. 토끼지 못하게 잘 감시해서.”

세희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남자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다행이었다. 색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자신에 질려서였을까. 부끄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일단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고, 게다가 저 변덕스런 여주인은 황송하게도 그녀에게 몸을 씻을 수 있는 기회까지 주려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수치심 뒤에 숨은 아쉬움은 남아 있었지만, 세희는 땀과 타액과 자신의 액으로 젖을 대로 젖은 몸을 일으켜 남자들의 감시 하에 욕실로 들어갔다. 믿을 수가 없었지만, 며칠동안 삭은 몸을 샤워 줄기 아래 갖다대자 겨우 지금의 상황이 현실이란 자각이 들어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차라리 모든 게 꿈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몸 이곳저곳에 붉은 자국이 나 있다. 물줄기가 뜨겁게 덥혀주자 그 자국들의 색은 점점 짙어졌다. 아마도 남자가 남긴 흔적일 테지. 세희는 그런 생각을 하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져서 물줄기 아래서 마구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걸로 끝내준 게 다행인데, 이런 수치심을 느꼈다는 게 창피하고 부끄럽고 뭐라 말할 수 없이……, 아쉬웠다.

아쉬웠다, 저 남자를 마지막까지 느끼지 못했다는 게.

아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세희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상념은 도무지 사라지지 않고, 그녀는 욕실 밖의 윤정이 대체 뭐하는 거냐고 소리를 지를 때까지 묘한 기분에 잠긴 채 느릿느릿 몸을 씻고 있었다. 현재의 자기 처지는 뒤로 내건져 둔 채 말이다.



계속.




죄송합니다.

저, 참 뻔뻔하죠. 이걸 19금방에 올리다니. 그런데 제대로 된 로맨스라기엔 좀 이상한 설정이어서 공개동에 올리기가 좀 뭣했답니다. 쓰면서 그냥 공개동에 올릴 걸 하고 몇 번이나 후회를 했죠.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올린 걸.

빨리 끝내고 매회 응응이 나오는 다른 야심작(?)을 올려야죠. 사실 제 경우에는 여기 올리고 싶은 건 그것 뿐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충동적으로 이걸 올려갖고는, 19금도 아닌 거슬(흑흑).

여하튼 죄송합니다. 야하지도 않은 주제에 괜히 19금방에 올려갖고.
빨리 끝내고 다음 글에서 제대로 된 19금을 보여드릴게요(과연?).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12-20 11:53)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5-09 11:13)

댓글 '16'

Junk

2004.06.24 03:26:03

윽. 아무리 봐도ㅡ 차라리 이거 공개동 쪽으로 옮길까요?

릴리

2004.06.24 09:34:02

아뇨, 옮기지 마시고 다음편에서 확실하게 보여주시면 되어요.ㅡㅡ^

자애

2004.06.24 09:42:00

맞아요. 담편에서 확실하면 되지요... 음 지금것도 그런대로 괜찮은데요...

하늘바라기

2004.06.24 15:16:49

담편도..빨랑 주세용~~~쿨럭;;;
암튼 기대되용....

Lian

2004.06.24 21:25:24

또 다른 야심작(매회 응응이래 ;ㅁ;)에 철푸덕! (넘 기뻐서 *-_-*)
토끼지 말고 감시하라는 건 혹시 저기 누드 관망씬이 나오는 겁니꽈? ToT
정크님 만쉐이!

푸르름

2004.06.25 00:20:19

이것이 진정 19금에 모자란단 말인가요?? 헉..
얼마나 더 한(?) 야심작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ㅎㅎ
건필하세요!! ^^

Jewel

2004.06.25 01:02:15

이 얼마만의 불가항력이냐 ,.. 근데 지금 저 둘 안씻고 하는거죠? -_-a

Junk

2004.06.25 01:25:06

릴리, 자애, 하늘바라기/ 넵.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Lian/ 리앙님이 더 대단하세요...;
푸르름/ 넵. 감사해요. 그렇게 봐주셔서(ㅠ.ㅠ).
주얼/ 주거쓰. 태클 여왕 같으니라고(-_-).

송영신

2004.06.25 09:35:43

간만에 글을 보게돼서 기쁘네여....언능언능 올려주세여...기대하겠습니다.

수룡

2004.06.25 13:45:18

오오... ㅜㅜ (반가워서 눈물;) ...드뎌 목욕했군요... 으음.

리체

2004.06.25 16:31:44

크하하. 목욕..맞아..얼마만의 목욕이더냐!!

여니

2004.06.25 23:02:39

그러고 보니 목욕도 아니한 애를 흠... ㅡㅡ;;

Junk

2004.06.26 00:14:21

너무들 하십니다. 저와 세희를 두 번 죽이는 말씀들...T^T

정이

2004.07.16 11:46:39

계속 잘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에머랄드

2004.07.30 17:10:21

오! 남자의 배려...

박은선

2004.08.06 14:36:36

역쉬 정크님이심다~~ㅋㅋㅋ
넘 재밌어여..
담편에서는 정말이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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