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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8
9. 정 반장
“어서오세요.”
아파트 문이 열리자, 윤곽이 뚜렷한 얼굴을 한, 정 반장의 부인이 반갑게 얼굴을 내밀었다. 정 반장과 나이차이가 나는 듯 꽤 젊어 보였다.
“와아, 민형 오빠닷!”
문을 들어서자마자 안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린데 이어 다다다 뛰어오는 소리가 났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돼 보이는 어린 소녀로, 그녀는 신발을 벗고 있는 윤희와 민형을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이, 다운이 잘 있었냐?”
“오빠 안녕.”
민형이 싱긋 웃으면서 인사하자 그녀는 미소를 짓다가 다시 옆에 있는 윤희를 보고는 표정이 사악 굳었다. 그런 소녀를 알아채지 못하고 윤희는 민형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쿡쿡 웃어버리고 말았다.
“오빠라니. 얘한테는 너 정도면 아저씨 아니니?”
그러자 다운이 야무지게 윤희를 노려보며 물어왔다.
“아줌만 누구세요?”
“다운아!”
“흡!”
“아하하하하하!”
정 반장의 부인이 당황해서 외치고 윤희가 숨을 들이키는 것과 동시에, 민형이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민형의 옆구리를 있는 힘껏 꼬집어주면서 윤희는 그제야 다운이 그녀에게 은근히, 아니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요 꼬마 아가씨, 민형을 좋아하는 걸까?
“최윤희, 내가 이런 사람이야. 나한테 잘해라? 그렇지 않으면 영계랑 눈 맞아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민형이 으슥거렸다.
“웃겨 증말.”
윤희는 툴툴거렸다. 그 때 앞쪽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번에는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 나왔다. 그는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었는지 입가에 침이 허옇게 말라붙은 데다 머리가 부스스한 꼴을 하고 그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야, 너 또 잤냐?”
민형이 씩 웃으면서 소년의 어깨를 툭 건드린다. 아무래도 친숙한 사이인 것 같았다. 윤희는 민형에게 속삭이듯 물어보았다.
“너, 여기 전에도 와 봤어?”
“아, 응. 잠깐. 나 여기 과외도 석 달인가 다녔었는데.”
“그랬어?”
그녀는 입을 딱 벌렸다. 민형이 하는 아르바이트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여기 다녔다는 걸 자신이 몰랐다는 건 좀 섭섭했다. 역시 자신은 민형의 행동반경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이다. 어떻게 정 형사님 댁에 다닌다는 걸 얘기 안할 수가 있지? 그래도 정 형사님하고는 함께 알게 된 사이 아닌가.
“그러잖아도 민형 군이 그만두고 우리 지운이 성적이 다시 떨어졌어요. 요즘도 많이 바빠요? 다시 봐주면 안 될까?”
옆에서 정 반장 부인이 때마침 잘됐다는 듯 물어왔다.
“아, 전 좀 일이 있어서요…….”
민형은 난감한 듯 말하다가 “아!” 하고 손뼉을 치며 윤희를 가리켰다.
“윤희한테 부탁하세요. 얘가 가르쳐서 성적 안 올라간 애가 없습니다. 전 좀 설렁설렁 하지만 얘는 시험기간엔 학생들 아예 옆에 끼고 새벽까지 감시하는 애니까 딱일 걸요? 스파르타식 과외라면 얘 따라갈 자 없거든요.”
그 말을 들은 지운의 얼굴이 노래진 반면 정 반장 부인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윤희의 손을 거의 구세주를 찾은 듯 부여잡았다.
“그럼 부탁 좀 해도 될까요? 우리 지운이 좀 봐줘요. 꼭 좀 부탁할게요.”
“예? 아, 예…….”
윤희는 눈을 깜박거리며 얼떨결에 대답했다. 마침 전에 가르치던 학생이 졸업해서 무사히 대학을 보낸 참이라 현재는 일이 없는 참이었지만, 그래도 정 반장 아들이라니 왠지 조금 부담스럽다. 성적 못 올리면 잡아가는 거 아냐?
“정 반장님은 아직 안 들어오셨어요?”
“아. 지금 거의 다 왔을 거…….”
민형의 질문에 부인이 대답했을 때, 마침 현관문이 열리고 정이원 반장이 들어왔다. 조금 아까부터 내리고 있었던 비에 그의 몸은 조금 젖어 있었다.
“그러게 차나 우산 중 하나를 갖고 나가랬잖아요.”
부인이 그의 양복 상의를 받아 털면서 말했다.
“아, 정말 그럴걸 그랬어. 말 좀 들을 걸.”
“옷 얼른 갈아입어요. 다들 시장할 텐데.”
부인의 말에 따라 정 반장은 안방에 들어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리고 식구들은 이미 좋은 냄새가 나는 식당으로 모였다. 정 반장 부인의 음식 솜씨는 아주 일품이었다. 갈비찜에 전골에 샐러드에 정말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린 음식을 배가 불러 더 못 먹을 정도로 집어넣은 후 거실로 돌아왔다.
“요즘도 사건을 쫓아다니고 있나?”
부인이 내온 커피를 마시면서 정 반장이 물었다. 민형이 반문했다.
“거슬리십니까?”
“음, 거슬린다기보다도…….”
정 반장은 말을 찾으려는 듯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이번 일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말았으면 하네. 범인 체포에 큰일을 해준 건 고맙고 무척 힘이 되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빠르든 늦든 우리 경찰들도 할 수 있을 일이었어.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은 마음은 크겠지만, 그게 단순한 호기심이라면 사실 이 일에 관련된 사람으로서는 불쾌할 지도 모르네. 지난번 무인도 사건과는 달라. 자네들은 이번 일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네.”
“단순한 호기심만이 아니에요.”
윤희가 말했다.
“진영이는 제가 아는 사람입니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정 반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해도 직접적인 관련은 아니지. 그렇게 말하면 유진영 양의 가족들은 모두 이 사건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나. 사건이 일어난 곳이 자네들 학교라고 해도 그건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네. 행여 자네들이 사건을 헤집고 다니다가 이 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을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 다시 그딴 걸 나한테 물어보면 죽을 줄 알아!
갑자기 분노로 가득 찬 성유미의 얼굴이 떠올라 윤희는 입을 다물었다. 민형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잠자코 침묵한 채 앉아 있다. 연인의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떠오른 걸 보고 그녀는 문득 마음이 아려왔다.
“범인을 붙잡는 건 우리 경찰이 해야 할 일이야. 자네들의 협력이 도를 넘으면 우리로선 감사하다기보다 곤란해지네. 자네들이 행여 범인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어쩔 건가. 체포할 수도 없지 않나.”
“자수시킬 겁니다.”
민형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정 반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범인에게 이성이 남아 있을 경우일세.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경우가 훨씬 많아. 바닥까지 내몰린 인간은 대개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진다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되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나? 자네들에게 덤벼드는 것까진 그렇다 치겠네, 문제는 범인이 자살할 경우야. 눈앞에서 범인이 죽기라도 해 보게, 그게 평생 자네들을 괴롭힐 걸세. 이런 일을 하는 건, 어디까지나 그런 걸 감수하고 일할 위치에 놓여 있는 우리가 짊어져야 할 책임인 거네. 자네들을 그런 위험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네. 알아듣겠나?”
두 사람이 그저 침묵하고 있자, 정 반장은 온화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게다가 범인을 곧 체포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예?”
윤희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정 반장은 그녀를 보며 묵직하게 끄덕였다.
“대충 짐작하고 있네. 이젠 결정적인 증거만 노리고 있는 중이지. 표 형사들도 용의자 주변에 잠복중이네. 경찰은 자네들 생각만큼 바보가 아니야. 그렇게 물렁하지 않네. 그러니까 안심해도 될 거야.”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민형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윤희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민형은 손에 깍지를 낀 자세로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저는 경찰을 완전히 믿지는 못합니다.”
정 반장은 가만히 민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
윤희는 민형과 정 반장을 번갈아보았다. 정 반장은 부드럽게 덧붙였다.
“자네를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자네는 적어도 이유 없이 그럴 사람은 아니야.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괜찮다면 말해줄 수 있겠나?”
“저는…….”
민형의 목소리는 어딘가 낮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목이 막힌 듯 그만두고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죄송합니다.”
“가족에 관계된 일인가?”
천천히 고개를 든 민형은 정 반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정 반장은 꼿꼿하면서도 온화한 눈길로 그를 마주했다. 민형은 침을 한번 삼키고 짧게 답했다.
“예.”
정 반장은 끄덕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경찰이 그렇게 무능한 것만은 아니라네. 나를, 아니, 우리를 믿어주게. 부탁하네.”
“마음을 쓰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민형은 순순히 사과했다. 윤희도 따라서 “죄송합니다.” 하고 작게 말했다. 정 반장은 고개를 저으면서 복숭아를 권했다. 단 물이 줄줄 배어나오는 복숭아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면서 윤희는 민형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는 민형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구나,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슬프게 생각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많이 오네.”
윤희는 작게 중얼거렸다. 차가 거의 없는 주택가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국도를 달리는 차를 신호등조차 방해하지 않는다. 그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딘가 어색한 분위기가 내내 차안을 지배하고 있었으니까.
“에어컨 틀까?”
“난 괜찮아.”
윤희는 대답하면서 운전하고 있는 민형을 올려다봤다.
“민형아.”
“응?”
“신경 쓰고 있는 거야?”
“음…….”
민형은 부정하지 않았다.
“우릴 걱정해서 그러신 거잖아.”
“알아. 내가 심란한 건,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래. 정 반장님 말씀이 옳아. 나는 이번 일로 상처 입었을 사람을 더 상처 입혀 버렸어. 나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절대 참지 못했을 주제에 그게 남의 일이 되니까 달라졌던 거야.”
“좋은 뜻에서 한 거잖아.”
“결과가 나쁘면 소용없는 거야.”
“민형아…….”
윤희는 어떻게든 민형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말을 찾았다.
“저기, 정 형사님이 그랬잖아. 범인을 짐작하고 있다고. 누굴까?”
“나도 조금은 짐작이 가.”
“응?”
담담한 목소리의 민형을 윤희는 크게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와이퍼가 앞에서 끼익끼익 기묘한 소리를 내며 빗방울을 한편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가 그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왠지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라 윤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유들유들하고 걱정 따위는 없는 분위기의 민형의 새로운 모습을 요즘 들어 자꾸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자신의 느낌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안타까웠다. 옆에서 보듬어주고 싶은데, 자신은 역부족인 거 같아서.
아니, 자신이 그럴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면 민형 쪽에서 기대주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가슴이 묵직해져서 윤희는 무릎 위에 얹힌 손을 꽉 움켜쥐었다. 민형에게서 시선을 떼고 앞으로 막 고개를 돌렸을 때.
끼익!
갑자기 민형이 세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날카로운 소리가 난다. 빗속의 급정지는 위험한 것인데다 이 경우엔 거의 몸이 앞으로 날아갈 것 같은 충격이 있었다. 윤희는 쿵, 하고 내려앉은 가슴을 가라앉히느라 한동안 고생해야만 했다.
“왜, 왜 그래?”
윤희는 빗줄기를 사이에 두고 앞을 응시했다. 아직도 한산한 주택가였다. 가장자리에는 비에 젖은 가로수가 축 늘어져 있는 조용한 장소다. 민형이 왜 갑자기 여기서 차를 멈춰야만 했는지 도통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헉!”
갑자기 그가 안전벨트를 풀더니 그녀를 덮쳐왔다. 순식간에 당황해서 윤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그녀는 그의 가슴에 폭 감싸여 있었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쿵쿵, 쿵쿵, 쿵쿵, 쿵쿵, 쿵쿵…….
매일 보는 사람이고, 게다가 공인된 커플사이다. 이렇게 안긴 건 처음이 아닌데도 너무나 갑작스러웠기 때문인지 머리가 어색하니 몽롱한 감각으로 휩싸인 가운데 심장박동소리만 크게 울린다. 그런 윤희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를 끌어안은 채 민형이 귓가에 가만히 속삭여왔다.
“눈만 돌려 오른쪽을 봐. 길 저편에 약간 왼쪽.”
“응?”
“차가 세워져 있을 거야. 그쪽에 누가 있는지 잘 봐.”
민형의 몸에 반쯤 가려진 상태에서 시키는 대로 시선을 돌린 윤희의 얼굴이 일순 굳었다. 눈에 들어온 것은 벤츠로 다가서고 있는 두 사람의 남녀였다. 꽤 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야를 완전히 가릴 정도는 아닌 빗속에서,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그들의 모습은 유난히 뚜렷하게 들어왔다.
“내가 본 건 정 형사님이 보여준 사진뿐이야. 멀리서 본 적은 있지만 자세히 본 적은 없어. 너는 가까이서 봤으니까 확실히 알겠지. 보고 말해 줘. 맞아?”
“……맞아.”
윤희는 민형의 날카로운 눈썰미에 놀랐다. 확실히 저편에 있는 사람은 낯익은 얼굴이었다. 최근에 보았으니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다.
오준호 교수와 안미주 교수.
두 사람이 각각 운전석과 조수석에 타고 있는 참이었다.
“진짜 애인 사이였나 봐.”
윤희가 중얼거렸을 때.
“앗!”
갑자기 벤츠의 라이트가 켜지고 그 빛이 윤희들이 탄 차를 순식간에 비췄다. 윤희가 당황해서 눈을 가리려는데 갑자기 민형이 그녀의 머리를 팔로 받치듯이 좌석에 누르고 키스하기 시작했다. 예고 없이 행동하는 연인에게 당황하고 한편으로 당혹하면서도 윤희는 대충 이유를 짐작했다. 저쪽에서 보기에는 보통 커플의 키스 신으로 비쳐질 따름이리라.
비에 젖어 습하고 묵직하게 젖어 있던 공기는 어느 사이 보드라운 깃털처럼 부유하기 시작한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민형의 혀가 가볍게 미끄러져 들어왔다. 놀라지 않도록 그녀의 몸을 붙들고 부드럽게 휘감아 끌어당긴다. 민형의 체온이 어깨를 감싸고 있는 팔을 통해 강렬하게 느껴졌다. 윤희는 몸의 힘이 점점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을 느끼고, 민형에게 몸을 내맡겼다. 이상했다. 키스는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마법을 가진 것 같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린 채 윤희는 몽롱하니 그런 감상을 떠올렸다.
민형이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진 것은, 벤츠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는 어딘가 아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윤희를 아직도 끌어안은 채로, 앞창 저편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를 쫓았다. 윤희도 그의 시선을 따라서 차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쫓아가야 하지 않아?”
그녀가 속삭였다. 민형은 약간 한숨을 토하면서 무겁게 몸을 뗐다.
“후, 좀 아쉬운데.”
“나중에 마저 해.”
윤희는 말하면서도 얼굴이 빨개졌다. 민형은 그런 그녀의 이마에 다시 한 번 키스하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액셀을 밟은 발에 꾹 하고 힘을 실으면서 그는 쿡, 하고 조금은 흥분되고 조금은 즐거운 듯한 웃음을 흘렸다.
“왜 그래?”
윤희가 의아하게 묻자, 민형은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기분이 좋아서 그러지.”
“뭐가 그렇게 기분 좋은데?”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요즘 마누라 가슴이 좀 커진 거 같아서.”
말없이 그의 등짝에 손바닥을 날렸다.
그 때문에 차가 멈춰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갖춘 채.
10. 러브호텔에서 일어난 일, 로 계속.
원래는 정이원 반장과 정 반장 부인 박혜숙 씨가 더 비중 있게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시놉을 다시 짜면서 이 분들의 비중은 축소되어버렸죠. 저로서도 안타깝습니다. 정 반장 부인에게는 특히 애착이 많아서; 하지만 너무 실망 마십시오. 정 반장 부부는 앞으로 시리즈 5화 정도에서 활약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시리즈 5화? 뭔 시리즈가 질기게도 계속되네, 하실 테죠. 이 시리즈는 언제까지 계속될지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주인공들이 웨딩마치를 올리는 장면까지는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요. 지겨워도 참으셈……(뻔뻔).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5-09 11:09)
우후후..사건이 전말이 어케 되어가는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