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8


우선 스크롤바를 내리시기 전에 다음의 조건에 해당하시는 분들은 창을 미리 닫으시는 것이 나을 거라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1. 금지애 본편을 읽지 않으신 분들
웹에서 연재된 것이든 책이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수정, 가필되기는 했지만 전체 줄거리는 결국 동일하니까 말입니다. 단 본편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보아야 반감만 일으킬 스토리이므로 읽지 않으시는 게 나을 겁니다.

2. 18세 미만이신 분들
사실 제목에 18금이라는 말을 붙일까 했지만 그래봐야 호기심만 자극할 것 같아서 그만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 속편은 분명히 18금입니다. 별다른 내용도 없으므로 18세 미만 분들은 가급적 읽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 금지애 엔딩의 플라토닉한 상태까지가 딱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금지애 엔딩에서(에필로그는 시간대가 불분명하니까 제외) 약 2년 정도 후의 이야기입니다. 이 시점에서의 동하는 성인이란 사실을 덧붙여 둡니다. 그렇지만 플라토닉 러브로 만족하신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게 낫습니다.

예, 리뷰를 전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가입해 있지 않은 회원제 사이트의 리뷰까지 읽었습니다. 호평을 주신 분들도 계셨지만 심심하다, 지루하다, 지지부진하다는 평도 많더군요. 잔잔한 분위기를 의도하고 쓴 글이지만 좀 더 지루하지 않게 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못한 것은 역시 저의 능력부족 탓이겠지요. 이상하게도 좋게 읽었다는 평보다는 혹평 쪽이 더 머릿속에 강하게 남더군요. 그런 분들이 모두 이 글을 보실 런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또 출판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웹상에는 계속 글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있기에  이것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요? 라고 덧붙여 봅니다. 물론 이것도 글로서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허접 작가의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금지애가 솔직히 그리 잘 쓴 글도 아니고, 재미있는 글도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면서 출판사의 컨택에 응한 이유는 지금은 연락이 끊긴 어떤 독자 분을 어떻게든 다시 뵙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거의 마지막 메일에서 그 분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솔직히 무척이나 불안합니다. 아는 유일한 메일 주소로 아무리 메일을 보내도 메일함이 꽉 찼다면서 반송되어 돌아오는 지금, 역시 희망을 접어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혹시 whitefox라는 닉으로 메일을 쓰던 에버님을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발 제게 연락 좀 주십시오.

이 글은 금지애 본편 완결 전에 써 놨던 글입니다. 일부 독자님들에게는 메일링을 했었습니다. 그걸로 그치려고 했었지만, 책이 나오고 나서의 반응을 보아하니 공개해도 그리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겠다 싶군요.

또한, 책으로만 처음 접하셨던 독자님들께 보여드리지 않는 것도 도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올립니다. 메일링은 웹 연재에 맞추었기 때문에 그 내용이 수정된 출판본에 맞춰 조금은 번외편도 수정을 했습니다(웹 연재본과는 달리 출판본에서 시연은 단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설마 그 두사람이 영원무궁토록 플라토닉한 관계에만 머물 거라고는 생각지 않으셨겠죠. 혹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저를 욕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만. 한데 지금 다시 보니 정말 닭질이군요, 야하지도 않은 게 말입니다. 올리는 것이 새삼 망설여집니다. 언젠가 내릴 생각이지만 일단 올려 봅니다.





Feel the Rain
- 금지애 번외편 -


presented by Junk






비를 사랑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잠시 뒤로 물러나 있던 통증들이 묵직하게 가슴을 눌러 오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것은 밀도 있는 아픔이기에, 결코 허무하지 않다. 때로 이렇게 아플 수 있단 건 자신이 성장하고 있단 증거이기에, 통증을 제공하는 만큼 비를 사랑한다. 현재의 아픔은 추억의 달콤함에 비례하는 것.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함보단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삶이 차라리 나을 지도 몰라. 때로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힘겹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나’인 걸.

그렇게, 비를 사랑한다. 창가에 서서 손을 내밀면 가벼운 질량감을 담은 채 팔목을 적셔 누르는 빗방울의 감각을 사랑한다.




「……?」

밖을 내다보고 있던 시연은 정신이 들었다. 그리 크지 않은 벨소리였지만, 의식을 깨우는 데는 그걸로도 충분했다.

마감을 막 끝내고 하루 휴가까지 낸 덕에 드물게 여유로운 금요일의 늦은 저녁. 올려다 본 벽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다.

「커피 한잔 주실 수 있어요?」

문을 열자, 키 큰 인영(人影)이 눈앞에 있었다.

「웬일…….」

「그럴 줄 알았어.」

이젠 빈말로도 ‘소년’이란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성장해 버린 상대가 쿡, 하고 웃었다. 그 웃음 속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약간의 어색함이 섞여 있어, 그것이 또 묘하게 색기를 띈다.

「예상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은 반응이네요, 정말. 항상 그래. 내가 여기 오는 게 그렇게 어색해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들어가도 되죠.」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미 몸을 현관으로 집어넣은 동하는, 한 손에 푸른 우산을 들고 있었다. 우산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창에서 봤을 땐 이렇게까지 비가 많이 내리고 있는 줄 몰랐는데. 보기보다 훨씬 격한 비였던 것일까, 옷이나 머리 일부도 조금씩 젖어있다. 그럼에도 식지 않은 젊은 체온에서 보내는 미묘한 향기와 더불어 주체할 수 없이 빨라진 맥박을 느꼈다.

이젠 정말이지 부인할 수 없는 한사람의 성인 남자였다.

「이렇게 늦어도 뭐라고 안 해?」

늦은 시간이 꺼림칙하게 다가와서 물었다. 혼자가 아니라 서울서 대학을 다니는 고종사촌 형들과 같이 살고 있는 동하였다.

「형들은 더한 걸요. 수시로 외박하기 일쑤에요. 그리고 그런 걸 갖고 가타부타 뭐라고 할 만큼 이젠 어린애도 아니고.」

사고 후로 거르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해 온 덕에 동하의 상체는 2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치 늠름해져 있었다. 아니, 외려 사고 따윈 당한 적도 없을 다른 또래들보다 훨씬 남자다웠다. 키도 처음 만났을 때는 비할 수도 없을 만치 자라 있었다. 180은 확실히 넘으리라 생각한다. 별로 살이 붙지 않는 체질인 몸엔, 대신 탄탄한 근육이 자리 잡혀 있었다.

……똑바로 볼 수가 없다.

「그거 뭐야?」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묻는 시연에게 동하는 가볍게 대꾸했다.

「쉬폰케익.」

「무슨……?」

「축하해 달라구요, 누구보다 먼저 축하 받고 싶었어요.」

「…….」

「어드미션, 왔어요.」

……그렇구나. 합격했구나. 드디어 또 한 걸음 꿈에 다가섰구나.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 싶다던 네 소망이 실현될 날이 점점 다가오는구나.

기뻐해야 할 일인데, 대신 찌릿한 감각이 심장을 관통했다. 일순 호흡이 멈출 것만 같다.

「축하해.」

「고마워요.」

커피 향이 좁은 실내를 가득히 떠돈다. 비가 들이치지 않을 만큼만 살짝 열어 놓은 방안의 싸늘함을 메울 만큼 따스한 온기와 함께.

「맛있다. 이거 무슨 커피에요?」

「나도 잘 몰라. 미은이가 준거야.」

「그래요?」

하더니 동하는 훗, 하고 나직이 웃었다.

「왜?」

「내가 안다고 했더니 친구 놈들이 다들 눈을 땡그랗게 뜨고 달려들어서요. 그렇게 인기 많은 줄 몰랐는데.」

시연도 웃었다.

「인터뷰도 잡기 힘들어. 전화 와선 한단 소리가 졸도 직전이래. 다들 진짜 키스냐고 하도 물어서 귀찮아 죽겠다고 우는 시늉이더라.」

요즘 가장 화제인 CF였다.

‘걷어버려!’ 란 짧은 카피의 청바지 광고였는데, 미은과 남자모델이 탁자에 거의 눕다시피 하는 모습으로 주고받는 키스가 놀랄 만큼 노골적이었다. 미은도 이젠 어엿한 대학생이고 키스 신 정도야 절대 놀랄 일이 아님에도, 시연은 처음 만났을 때의 어린 미은이 자꾸 연상돼서일까 그 CF를 볼 때마다 어색한 기분이 된다. 놀랄 만큼 농염해졌다. 더 이상 소녀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또 한사람의 누군가도.

「키스인가…….」

두근……!

흠칫해서 줄곧 시선을 피하고 있던 상대의 얼굴을 무심결에 봐 버렸다. 동하가 조용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제발 그렇게 하지 말아줬으면 싶을 때 외려 일직선으로 찔러오는 그 시선을 느끼는 순간. 그런 순간마다 당혹감이라고만도 표현할 수 없는 꽉 조이는 감각에 숨쉬는 것조차 잊어버린다.

「커피, 더 마실래?」

책상으로도 쓰고 있는 이인용 테이블에 손을 집고 일어섰다. 커피 메이커 쪽으로 가려는데, 등뒤에서 화살처럼 날아온 한마디가 발목을 묶는다.

「좀 더 그럴 듯한 방법을 써 보는 게 어때요?」

「……!」

「날 피하려는 행동, 서투르다 생각지 않아요? 언제나 그래.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구요. 저 사람, 정말로 나와 같은 감정을 갖고 있는 걸까. 나 혼자 헛물켜고 있는 거 아닐까.」

자조 기미가 서려 있는 말관 달리 얼굴에 어린 미소는 어디까지나 여유가 밴 느낌이다. 가끔은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니, 나이든 다른 무엇이든, 전부가 역전된 것 같은 적도 있을 만큼.

……지금이, 그랬다.

「처음엔 술이라도 마시고 올까 했었어요.」

「술……?」

「취해 버리면 내가 어떤 짓을 해도 취기 탓이라며 면죄부를 줄 것 같아서. 그렇지만 관뒀어. 비겁한 방식은 싫으니까.」

동하는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섰다. 바닥에 못 박힌 듯 선 자세인 시연 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걸어와서, 여자의 얼굴이 그의 가슴에 닿을 만큼 가까운 자리에 섰다. 억눌러 있던 뭔가를 끌어낸 듯, 조금 쉰 음성이 고막을 가볍게, 그러나 날카로운 강도로 찌른다.

「난 목석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는 시연을 끌어안았다. 힘주어 끌어안은 그대로 속삭인다.

「안고 싶어…….」

더운 입김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자극 받은 건 오직 귓전뿐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경련이 일었다. 뇌 속이 아득한 공백상태로 비워져 간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된 눈을 그저 감아버렸다. 그 눈꺼풀에 숨결정도만 가볍게 느껴질 듯 엷은 키스가 내린다. 입술이 쪼듯이 와 부딪고.

「안게 해 줘요…….」

다시 한번 속삭임이 몸과 마음을 뒤흔든다. 수치스러울 만큼 욕구를 담은 소리가 당장이라도 비집고 나올 것 같아 애꿎은 입술만 꾹 깨물고 말았다.

안고 싶다고 했다. 안게 해 달라고 했다. 그렇지만, 안을 거라고 말하진 않았다. 그것이 눈앞에 있는 남자였다. 이름 그대로, 때론 겨울(冬)의 빙판처럼 냉정하고 때론 여름(夏)의 태양처럼 강렬하지만… 결코 상대를 배제한 자신의 욕망만을 밀어 부치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하게 된 그는 여물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걸 본능으로 알고 있는 남자였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거부한다면 동하는 참지 못할 한숨을 토하면서도 순순히 물러나리란 것을. ㅡ그렇지만.

「……응.」

공기의 흐름 속으로 미약하면서도 또렷한 대답이 흐른다. 동하는 입술을 떼고, 눈을 천천히 뜨는 여자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검고 투명한 동공이 자신의 시선을 마주 응시한다. 그 안에 담긴 빛이 너무나 맑아 동하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토해낼 뻔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하나도 변치 않았다. 아니, 더 맑다. 점점 맑아지고 점점 아름다워진다. 욕구를 느끼는 게 죄스러울 만큼 투명하다. 그런데… 자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건, 저 고요한 물결을 거친 일렁임으로 바꾸고픈 열망이다. 자신이 뒤집고 싶어. 아니, 저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고 싶어. 나 하나뿐이고 싶다……!

입술 선을 따라 손가락으로 건드리듯 만지고 그대로 턱으로 내려 와 들어 올렸다. 몸을 구부려 상대의 볼에 입을 맞춘다. 하지만 아까처럼 쪼는 식이 아닌, 그대로 대고 미끄러지듯 입술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가장자리를 살짝 핥은 후, 자신의 입술을 조금 벌려 상대방의 윗입술을 부드럽게 머금는다. 그리고 한 템포 쉬었다가 바로 가르고 들어갔다. 치열을 훑어 내리고 더운 숨결을 담아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헤집는다. 상대를 찾아 움직이고 찾아낸 상대를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하게 끌어당겨 자신의 낙인을 새긴다.

남자의 얇은 니트 상의를 붙든 여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으응…….」

미처 막지 못한 신음이 타액과 함께 넘쳐흐른다.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의해 머릿속이 잠식되고 있단 걸 인식한 순간, 몸이 넘어갈 듯 휘청거렸다. 그리고 스스로를 제어하기 전에 이미 남자의 손이 자신의 뒤를 단단하게 받쳐들었단 사실을 깨닫는다. 그대로 계속 이어가려는가 했지만, 일단 동하는 입술을 떼고 여자의 다리 밑에 자신의 손을 넣어 들어올렸다.

좁은 원룸 안. 침대까지는 많이 갈 필요도 없었다. 미처 체온이 배지 않아 서늘한 시트 위에 눕혀진 여자의 원피스 목깃 틈으로 목덜미가 엿보인다. 부드러운 몸 위로 체중을 절반쯤 실은 채 그 목덜미와 쇄골 부위에 키스를 떨구면서 저도 모르게 아래로 손을 더듬어 내려갔다. 앞으로 단추가 길게 달린 셔츠 원피스에 감싸인 가슴이 봉긋하게 손바닥으로 느껴진다. 걸리적거리는 천을 치우기 위해 단추를 풀어 내렸다. 손이 떨려서 쉽지 않았지만 그 때마다 숨을 가다듬으며ㅡ 차례차례, 위에서 아래로. 하나. 둘. 셋. 넷.

거기서 멈추고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흰 천으로 단단한 방어 막을 두른,  부드러운 물체에 손을 가져가려던 바로 그 때.

뭔가를 깨달은 동하는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몸이,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ㅡ



누르고 있던 자신을 일으켜 상대의 눈, 엄밀히 말하면 거기에 엷게 고인 물기를 내려다 봤다. 소리내지 않으려는 듯 꾹 물어버린 입술과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탓에 차갑게 경직돼 버린 여린 몸. 그런데도 막지 못한 눈물이 그대로 얼굴 옆선을 타고 흘러내려 베갯잇을 적신다.

「왜…….」

바, 보 같은 질문이었다.

「…….」

시연이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왜 이러는 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아니다. 그저, 나왔을 뿐. 자신에게 이것은 이미 한번 들어갔던 영역이다. 마주 쥔 손의 주인이 달랐을 뿐. 한데, 더는 두려울 이유가 없는데, 자신의 감정은 이성을 배신한 채 움직이고 있다.

이미 경험했던 영역일지라도 같이 하는 상대가 동하라는 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가는 걸 의미했다. 물러서지 않겠다고 맹세했건만 자신은 여전히 속박돼 있었던 모양이다. 절대 돌아설 수 없음이 두려워서ㅡ

너무, 두려워…….

「후우…….」

한숨. 그리고 이어지는 대사.

「지금이라도 말해요…… 싫다고.」

「…….」

「멈추고, 싶어요?」

「…….」

그녀의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

그도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대신에 자신이 방금 풀어 내린 원피스 단추를 천천히 도로 채워나갔을 뿐. 놀랄 만큼 차분한 손놀림으로 원피스의 맨 위 단추까지 채우고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내려와 막 등을 돌렸을 때.

「……사랑해.」

멈췄다.

믿을 수가 없다. 방금, 뭐라고……?

천천히 돌아섰다.

기대하지 않아. 기대하지 마. 기대해선 안돼.



- 괜찮아요, 나중에……, 마음으로 내킬 때 말해줘도 충분해요. 나도 많이 망설였으니까.



카드를 보며 말을 잇지 못하던 그녀에게, 자신은 그렇게 말했었다. 평생 그 말을 듣지 못하더라도 곁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평생 말해주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그런데…….

「방금……, 뭐라고 했어요?」

대답 대신에 시연은 눈을 가렸던 팔을 치우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 애써 기대감을 누르려는 듯 한없이 조용한 칠흑의 눈에 자신의 눈을 마주 댄다. 애써 자신을 차분하게 다잡으려는 눈동자는 조심스러우면서도 한없이 간절했다.

마치 쏟아지는 비처럼 묵직한 질량을 지닌 채 떨어지는 눈동자, 떨어지는 시선, 떨어지는 마음.

몸이 흔들린다. 언제나 그래. 시선이 붙들리면 바보처럼 말문이 막힌다. 무의식중에 흘러나온 말은 더 이상 반복되어지지 않았다. 그가 눈을 깜박이고,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담는 것이 보인다.

「억지로 노력하지 말아요. 난 괜찮아……. 싫은 거죠?」

당신이 원치 않는 건 안 할 거니까.

그렇게 말하고 싶어하는 눈빛을 읽었다. 안타깝지만 그렇게나 곧은 시선. 언제나 자신을 배려해 주는 시선. 강압적이진 않지만, 강인한.

……숨을 삼키고, 대답했다.

「싫지, 않아.」

「…….」

여전히 보고 있는 눈빛.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집어내려는 눈빛. 자신만을 보고 있는 저 깊고 맑은 눈빛. 내가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것.

원해…….

두려움조차 걷어버릴 만큼 원해……. 그를, 원하고 있어.

시연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알고 있잖아,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잖아.

마치 자기 자신에게 일깨우듯, 낮지만 결코 미약하지 않은 음성으로, 박힌 것처럼 서 있는 그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그것은 3년 동안 말하지 못했던, 아니 감히 말할 수가 없었던 한마디. 이번에야말로 의지를 실어,

「사랑해.」

라고.

「…….」

동하의 손끝이 움찔 떨리는 것이 보인다.

잠시의 공백 후.

「ㅡ용서해, 줘요.」

그 말은 괴로운 것처럼 들렸다. 짙은 안타까움이 배 있는 음성이 가슴을 후벼 팔 듯 아프게 다가온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것처럼 그의 몸은 일시에 무너져 내렸고, 그녀의 몸을 단단히 눌러 자신을 그대로 실어왔다.

그의 무게가 실림과 동시에, 입술도 뜨겁고 부드러운 감촉으로 덮인다. 격하게 침입 당하자, 몸 전체의 세포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몸의 감각이 살아 움직이는 것에 비례해서 머릿속은 점점 마비되어간다…….

그리고 그 동안 동하의 손가락도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리 조금 아래 지점까지 원피스 단추를 끌러버리고.

가볍게 연결점을 해제시켜, 봉오리를 감싼 두개의 천을 들어내버린다.

여자의 부드러운 상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현기증이 날 것 같았지만.

‘침착하자…… 침착…….’

서둘러선 안 된다고, 맘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이면서. 필사적인 인내로.

동하 자신도 걸치고 있던 여름 니트를 벗어, 갈색 상체를 드러냈다. 아직 벗지 않은 진 바지 위로 흐르듯 이어져 있는 역삼각형의 신체. 건장하다기 보단 견고한 느낌의. 육중하지 않은데, 그래서 외려 욕망을 일으키기 충분할 정도로 넓은 가슴에서 골반 쪽으로 허리선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다. 팔을 짚은 채 시연을 진지하게 내려보고 있는 샤프한 인상의 얼굴. 아찔할 만치 직선적인, 남자의 시선이었다.

「불, 꺼 줄래…….」

시연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몸이 드러나서 수치스런 게 아니라, 달아오른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서.

동하는 순순히 바지만 걸친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나갔다. 그리곤 벽에 박힌 스위치를 내린다. 일순 캄캄해지는가 했지만, 침대로 다시 돌아온 그는 바로 침대 옆 탁자에 놓여져 있던 전등갓을 켰다.

주변이 금빛으로 물든다.

「저…….」

「봐 줘요, 이 정돈.」

「…….」

「나…… 보고 싶어.」

말하면서 이미, 보고 있다.

동하의 눈은 죽 시연을 훑어 내리고 있었다.

베개 위로 펼쳐진 머리카락. 여느 때보다 더 희어 보이는 목덜미, 어깨선. 그 아래로 입술을 미끄러뜨려…… 부풀어 있는 꼭지점을 입에 머금자.

「……!」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오싹한 감각이 스쳐 올라, 시연은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몸에 손을 뻗었다.

그런 시연에게 동하 역시 반응한 것처럼 유두로부터 입을 뗐다. 위로, 목덜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대로 입술을 그녀의 목덜미에 묻으며 그녀의 원피스 윗 부분을 아래로 잡아 내렸다. 어깨에서 원피스가 사륵 소리내며 내려가고 그와 동시에 상체가 완전히 드러난다. 그 어깨를 깨지는 물건을 다루듯 조심스레 끌어당긴다. 그에 답하는 것처럼 시연도 동하의 목에 손을 돌렸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다. 봉긋한 젖무덤이 판판하면서도 단단한 남자의 가슴에 눌리자, 아까부터 미친 것처럼 뛰고 있던 심장 박동이 서로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간다. 그리고 여자의 몸이 살짝 아래로 미끄러져 남자의 가슴에 완전히 안긴 상태에서ㅡ… 멎었다.

「하아…….」

동하는 숨을 몰아쉬며 잠시동안 그렇게 한 자세로 시연을 안고 있었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 그렇게 정지했다, 중얼거린다.

「생각, 못했어…….」

「뭘……?」

안겨 있던 시연이 물었다.

「이렇게 부드러울 줄은…….」

「…….」

「ㅡ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그래서 망설여져. 알아요? 정말 두려워하는 건 당신이 아니라 내 쪽이야. 미칠 것 같은데, 미칠 것처럼 원하는데, 이런 내가 당신을 상처 입힐까 봐…… 그래서, 두려워.

「나도…… 몰랐어.」

고막으로 미끄러지듯 작은 속삭임이 들려와, 조금 놀랐다.

「이렇게 따뜻할 줄.」

그 떨리는 음성이 잠깐 멈췄던 욕구에 다시 불을 붙인다.

마지막 망설임은 끝이 났다.

손을 아래로 가져간다. 몸을 일으켰다. 청바지가 바닥으로 던져지고, 아직 그녀의 몸 밑에 조금 구겨진 채 자리하고 있던 그녀의 원피스도 그 위로 겹쳐지듯 내려앉는다. 그리고 두사람도ㅡ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대로, 겹쳐졌다.

몸이 뜨거워져 있던 건 아까부터의 일이었다. 지금도 참기 힘들었음에도 동하는 귓불부터 입술을 댔다. 자신의 타액을 묻히면서, 귓불에서 목덜미로, 목덜미에서 가슴으로, 움직여 간다.

「ㅡ응…….」

여자의 입에서 조그맣게 소리가 새어 나온다. 아주 작은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그를 들뜨게 하고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한쪽 다리를 그녀의 다리 사이로 밀어 넣고 체중을 그녀에게 실었다. 단단하게 부푼 남성이 그녀의 다리에 닿아온다. 그녀가 몸을 비틀었다. 뜨겁다.

키스……. 그리고, 속삭임.

「안돼요……. 이젠, 못 놔주겠어…….」

동하는 그녀가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팔목을 붙든 채 몸을 꽉 눌러온다. 굳이 말이 아니더라도 그는 행동으로 이젠 자신이 제어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바보…….’

시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네가 자신만이 아닌, 눈앞의 내 의식에도 조금 시야를 분산시킬 수 있다면, 나도 마찬가지란 걸 알 수 있을 텐데. 어차피 그는 처음이었고, 자신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라고 까진 할 수 없어도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을 거였다. 그러지 않는 건, 자신도 이젠 해방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리라. 그래, 이렇게 갈등할 바엔… 차라리 넘어버려.

「혼자, 잡을 수 있는 게 아냐……. 그건…… 같이, 하는 거야…….」

눈썹 사이에 주름이 살짝 잡히고 아까까지 조그맣게 그림자가 드리웠던 단정한, 그러나 지금은 아름답게 흐트러진 얼굴에 빛이 켜지는 걸 느끼며, 그녀는 자신의 몸을 미끄러뜨렸다. 그가 다음으로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살짝 놀라며, 그런데도 자신이 그런 사실을 모를 만큼 욕구가 먼저 발동해, 그도 이끄는 대로 자신을 움직여갔다.

ㅡ그러던 어느 순간.

「아……!!」

참았던 호흡을 일시에 뱉어내듯 기묘한 탄성이 두사람의 입술에서 샜다. 이미 두사람의 몸엔 끈적한 습기가 배여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더욱 촉촉하게 젖어 있던 부위가 마치 필연이었던 양 미끄러지며 다가선다. 절반은 통증의 감각을 동반한 쾌감이었다. 하지만 그 압박감과 쓰라린 감각조차.

너무ㅡ… 좋아ㅡ…….

너무 좋았다. 지나치리 만큼 너무, 좋았다. 신음을 절반은 삼키고 절반은 토하면서, 그는 할 수 있는 한 천천히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그녀도 참지 못한 소리를 달짝지근하게 올리며 어깨에 매달린다.

「잠깐…… 잠깐, 그대로…….」

그가 참을 수 없는지 찌푸리며 그녀를 누른다.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리는 뜨거운 그를 느끼고 그녀는 그 말대로 자신을 멈췄다. 등에 손을 댄 상태로 가만히 그의 가슴에 숨을 내뿜는다.

습기가 배인 공간. 그의 이마에 한줄기 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멍한 시야에 들어온다. 땀을 닦아주는 대신, 그녀는 고개를 내려 열과 습기를 머금은 탄탄한 가슴에 입술을 갖다댔다. 빨아 당기자, 그가 신음하며 항의했다.

「겨우 겨우 진정시켰는데……. 자극하면…….」

쓰게 웃음을 머금고, 하지만 그는 말관 달리 천천히 움직였다. 또 다시,  그녀의 몸에 열기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더운 숨결이 위로부터 내려왔다. ‘아’도 아니고 ‘하’도 아닌, 중간쯤의 기묘한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와, 지독히 부끄러워, 그런데도 너무 행복해서 멈출 수가 없다. 그를 받아들인 자신의 내부가 경련하는 건지, 아니면 그가 더욱 팽창한 건지ㅡ 단단하고 뜨거운 감각에 온몸이 충만한 감각.

취해 버려…….

「앗…….」

허덕임이 새어나온다. 민감한 자신이 원망스러울 만치 전신이 흔들리고 흔들려, 머릿속까지 뒤흔들어. 그녀의 허덕임에 맞춰 그의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기 시작한다. 누구도 가르쳐 준 적 없는데 그는 알고 있었던 것처럼 욕구에 따라가고 있었다. 젖은 듯한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그 젖은 눈이 부끄러운 듯 감기는 걸 보며… 흔들고, 이어 찔러 올린다.

그녀가 흐트러진다. 빗물에 녹아내린 꽃잎처럼 눈부시게 흐트러져 간다. 등이 사랑스럽게 경련하며 휘어지고, 괴로움인지 쾌락인지 모르는 소리를 내며 가늘게 몸을 떤다. 언제나 정(靜)에만 멈춰 있던 그녀가 달아오름을 주체하지 못하고 달콤한 소리를 올린다. 그것이 너무 좋아서ㅡ

「나… 더 못 참을 것 같은데…….」

거친 숨을 토해내며 그는 중얼거렸다.

그녀도 우는지 웃는지 모를 소리로 응한다.

「괜찮, 아……. 나도…….」

별로 경험도 없었지만, 마지막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다 지워졌던 쾌락의 감각. 몸이 떨리기 전에 머리가 먼저 흔들린다. 젊은 향기가 전신을 뒤흔든다. 의식이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솟구쳐 날아간다. 오랫동안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자리에 느꼈던, 처음의 쓰린 감각은, 꿰뚫리고 비벼지고 또 부딪히듯 찔러지는 동안, 충족감ㅡ 아니 그 이상의, 마치 전신이 용해돼 버릴 듯한 환희로 바뀌어 간다.

「ㅡ마음, 대로 해……. 나…는…….」

그 말에 통제할 수 없는 열기가 솟구쳤다. 몸을 내려 혀로 귓불에서 입술 쪽으로 미끄러지듯 격하고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감고 감기며 얽히고, 터지는 신음을 서로의 입으로 막으며, 그러면서도 몸을 비튼다. 한껏 탐닉한 후 아쉬운 듯 물러 나오며 그는 가슴을 자극하던 손을 그녀의 몸 뒤로 돌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매끄러운 둔부를 움켜쥐고 부딪히기 시작했다.

「사랑, 해요…….」

「나…도…….」

흠뻑 젖은 신음은 다시금 입 속으로 삼켜지고, 질퍽한 소리만이 남는다. 치골이 울렸다. 몸 안이 소용돌이친다. 자신이 어떤 소릴 내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심연 속, 한번도 맛보지 못한 열락의 정원, 영원의 영역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
.
.
.
.
쏴아ㅡ…….

빗소리가 들린다.

흐트러진 시트 위. 땀에 물든 가슴에 안긴 채로 시연은 눈을 떴다.

「……안 추워요?」

팔에 힘을 주면서 동하가 묻는다. 고개를 흔들었다. 열기에서 해방된 몸엔 나른한 여운이 남아 있을 뿐, 허전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치질 않네요.」

살짝 열린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남자가 말했다. 그의 시선을 따라 창문에 붙어 있는 빗방울의 흔적들을 응시하면서 그녀도 입을 열었다.

「비…… 좋아해.」

「나도요.」

동하는 말하면서 부드럽게 훔치듯 시연의 입에 키스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킨다. 알몸 그대로 침대에서 내려 가 의자 위에 벗어 놓은 재킷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돌아왔다.

「사실은, 이것 때문에 왔어요.」

말하며 시연에게 내민다. 이불을 몸에 만 채,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상자를 열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조그만 장식이 박힌 링이었다.

「이거…….」

「모르겠어요?」

조금은 퉁명스런 어조였지만, 그 안에 담긴 쑥스러움을 시연은 금새 파악했다. 이럴 때는 아이 같은 구석이 남아 있는 동하가 너무 귀엽다.

「내 돈으로 산 거에요.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내 손으로 벌어서 사고 싶어서.」

「…….」

「손, 주세요.」

동하가 끼워 준 반지는 잘 맞았다.

「고마워. 하지만…….」

말을 잇지 못하는 시연의 입을 틀어막듯 다시 한번 입을 맞추더니 동하는 가만히 그녀를 안았다. 귀에 대고 속삭인다.

「빼지 못하도록 절대 안 놔줄 거니까.」

그것은 다분히 농담기가 섞인 말투였다. 일부러 어색함을 없애려 그렇게 말했음을 알면서도 시연은 풋 하고 웃었다. 동하도 따라 웃고, 하지만 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덧붙인다.

「진심이에요.」

시선을 피하지 못하도록 여자의 얼굴을 두손으로 붙들고.

「당장이라곤 안 해요. 하지만 같이 가 줘요. 죽을 때까지 내리는 모든 비를 같이 보겠다고, 그렇게 말해 줘. 아니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매순간을 같이 하겠다고, 그렇게 약속해 줘…….」

온몸을 적셔드는 비처럼 촉촉하게 그 음성은 마음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어 온갖 감정을 흡수하며 퍼져갔다. 비는, 갖가지 추억을 되살리던 비는, 이 순간 그 모든 추억에서 오는 온갖 감정을 흡수하고, 잔잔한 행복의 파문만을 남겨 둔 채 바닥에 부딪쳐 간다.

「ㅡ응.」

행복의 파문이 상대의 얼굴에도 번진다.

「사랑해요…….」

얼마나 아름다운 파문인가. 바닥에 고인 추억의 웅덩이로 새로이 부딪쳐 동그랗게 번져나가는 저 파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해…….」

두사람의 입술이 부딪치고, 속삭임처럼 조용히…… 겹쳐진다.

투둑ㅡ…….

창문에 비가 부딪쳐 부르는 낮은 노래가 꿈결처럼 들려 와.

태어나 들은 가장 아름다운 음에 감싸인 채, 그들은 비가 한데 모이는 것처럼 부드럽게 녹아 내려갔다…….



Feel the Rain/ Fin



B.G.M
: 古 김현식 ‘비처럼 음악처럼’
 또는 당신이 아는 다른 비의 발라드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5-09 11:07)

댓글 '4'

리체

2004.06.27 23:19:17

오랜만에 읽어보는 번외편이당.
음, 예전 처음엔 이렇게 썼었구나. 이 글 솜씨에 반해서 한동안 글을 못 썼을 때가 있었다구. 특히 이 번외편.ㅠㅠ
금지애가 언니의 스타일에 가장 맞지 않는 글이라고 들었수다. 가장 편하게 쓰는 게 붉은 다이아몬드라고 했던가? 음음, 하여튼, 이 번외편은 진짜 마음에 든단 말야. 얘네 지금쯤은 알콩달콩 아가 백일은 족히 넘어서 잘 살구 있지 않을까나? 히히.

Junk

2004.06.30 06:45:52

음, 쪽팔리군. 지금도 이렇게 써. 내 한계 내에서 분위기에 맞게 바꾸려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리고 아마ㅡ <꽃의 색, 키스의 맛>이라는 소설에서 두 사람의 뒷얘기를 조금 엿볼 수 있을 듯. <붉은 다이아몬드>가 편한 이유는, 심리전개가 귀찮아서ㅡ

낭만고양이

2004.12.08 21:49:08

어제 금지애를 책으로 읽은 이...
책의 여운에 젖어 사이트 여기저기를 떠돌다 여기 까지 오게 되었네요..
넵.. 왠지 아쉽다고 느낀점이 많았었지요.. 그래도 번외로 조금은 위안을 달랩니다
다 읽고 왠지 싱겁다고 느꼈었거든요..ㅎㅎㅎ 멋진 소재와 케릭터, 상황들이..
더 좋은 글을 만들어 달라고 노래 하는 것이 귓속에서 울렸었지요..
플라토닉사랑은 1편으로 2편은 2년후의 에로스적 사랑으로..
그리하여 사랑이 완결되었다면.. 좀더 긴장감 있고, 설득력 있는 멋진 작품이
되었을텐데... 라고 감상겸 무례하게도 비평까지 평해 봅니다..   [09][11][09]   [09][11][09]

Junk

2004.12.17 00:12:40

헉. 맞습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좀 더 과감하게 나가볼 것을... 낭만고양이님이 말씀하신 시놉이 처음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죠. 근데 제 예상보다도 이게 상당히 거부감을 주는 소재인 걸 알았던지라... 몸을 사리게 되었던 거였답니다. 비평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종종~   [0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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