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95

CHAPTER No.01 재회와 감회 : 과거완료


 


부모가 자식에게 그러하듯, 자식에게도 부모의 친구를 골라줄 기회가 있다면 나는 반드시 우리학교 화학 선생님의 손을 아버지 손 위에 놓아줄 요량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무리 내가 편견과 선입견을 지양하는 새 나라의 깨인 청소년이라곤 해도 최소한의 상식정도는 뇌 내에 탑재하고 있으므로, 가르마 주위로 사시사철 서리가 앉은 초로의 남성, 그러니까 화학 선생님을 제2대 우리 어머니로 추대할 셈은 아니다. 장황한 얘기를 늘어놓자면 이렇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래로 아버지의 불면증은 계속 심각해져만 갔다. 아버지는 근래 들어 수면제의 조력 없이는 도무지 평안한 밤을 보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수면부족의 여파로 인해 아버지의 눈시울엔 노상 멍든 모양으로 시커먼 그늘이 졌다. (그 피로의 훈장을 다크서클이라 부르던데, 아버지 눈 밑에 늘어진 어둠은 일반적인 다크서클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도록 암울한 느낌을 주어 블랙홀이라 부르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시체의 형상을 닮아가는 아버지의 몰골은 염려뿐 아니라 공포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런가 하면 우리 화학 선생님은 어느 학교나 하나쯤 포진해 있을법한, 그러나 어느 학교의 어떤 선생님도 범접치 못할 전대미문의 경지에 이른 인간 수면제로, 고단한 학교생활에 지쳐 숙면을 잃은 수험생들에겐 한줄기 빛과 같은 위인이었다. 일례로 모든 수업시간에 달마대사의 그것과 비슷한 커다란 눈을 부라리며 수업을 경청하는 모범적인 반장 현태마저 화학시간만큼은 조느라 고개를 들지 못한다. 그런고로 나는 화학 선생님이 그 특출한 능력을 발휘하여 고통으로 점철된 아버지의 영혼을 숙면의 세계로 인도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 바다. 내가 이과에 화학 선생님이 담임이라면 어떻게 다리를 놓아볼 기회를 포착해 볼 텐데. 무려 중학교 2학년 때 과학과 절교하고 수학에게 실연당한 태생적 인문계열인 나로서는 화학과목의 차시가 적어 간간히 보충수업으로만 화학 선생님을 영접할 수 있는 현실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리고 여기, (덧붙여 고백하려니 스스로 조금 낯간지럽긴 하다만) 화학 수업이 적은 차시가 아쉬운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사내애답지 못하게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사연이 민망한 나머지 일단 사족을 먼저 달아, 예로부터 신체 건강한 소년의 단순한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만한 존재는 고민할 여지도 없이 소녀라고 합리화를 해본다. 제길, 소녀라니. 발음하고 보니 예상보다 느낌이 훨씬 간지럽고 들쩍지근해서 실제로 누군가 보는 앞에서 이 단어를 말하다간 혀 가운데를 이로 짓씹어 버릴 확률이 매우 높겠다. ‘소녀’가 남긴 뒷맛을 지워버리고자 나는 다시, 녀석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를 혀끝에 올리고 살살 굴려보았다. 정우. 이정우. 어쩐지 물같이 들리는 이름을 오래 머금자 두자의 성명이 목 안의 이물을 모두 밀어내는 느낌이다. 정우. 정우. 그래, 이렇게 실컷 장황한 포석을 깔아두고 늦게야 솔직한 심사를 밝히자면 실상 나는 앞서 말한 두 가지, 아버지의 건강과 화학 선생님의 특기활용보다, 화학시간 중 나와 이정우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 관심과 신경과 집중력을 치중하고 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 정말이지 아들자식 키워봤자 소용이 없는 모양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어림 반 푼어치 부끄러워했으니 이만 넘어가야지.


해당 사건은 분명 공립 고등학교의 열악한 학습 환경과 깊은 연관을 갖는다. 쓸데없이 거창하게 말했지만 골자는 교실의 책걸상이, 요새 청소년들의 신체조건에 조금도 걸맞지 않다는 얘기이다. 은근히 가리는 음식이 많으면서도 키는 훌쩍 큰 신인류, 신후에게 뒤처지긴 했지만 - 광합성으로 성장하는 이런 녀석은 형평성을 위해 식물로 분류해야 마땅하다 - 나 역시 반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장신으로, 개중 제일 커다란 책걸상에도 몸을 집어넣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내 다리는 점잖지 못하게 자그마한 책상 밖으로 한참 삐져나가 버린다. 내 몸가짐이 조금 불편한 것쯤이야 한 번 투덜거리고 흘려버리면 그만이지만, 면구하게도 나는 불가피하게 이웃, 그러니까 제비뽑기 운이 없어 하필 내 앞자리에 앉은 정우에게 민폐를 단단히 끼치고 만 터다.


알다시피 모두가 잠들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바로 그, 화학시간.


화학 선생님이 특유의 진양조장단의 어조와 입안에서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문제풀이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아버지가 못다 꾼 꿈을 대신 꾸어주느라 분주했다. 꾸벅, 꾸벅 상모 돌리듯 규칙적인 도리질을 치는데 몰두해, 억지로 한데 몰아둔 두 다리에서 긴장이 풀려버린 것을 꿈에도 몰랐다. 책상 안쪽에 구겨져있던 발이 내 영역을 벗어나 앞으로 미끄러지다 툭, 정우의 발을 밀쳤다. 공기의 흐름이 멈춘 그 고요와 적막 속에서는 코를 훌쩍이는 소리조차 뇌성과 같이 들린다. 하물며 발끝과 발뒤꿈치의 느닷없는 충돌이란 턱을 괴고 사색을 가장한 숙면에 젖어있던 정우를 놀래기에 충분하다. 갑작스런 자극에 움찔 놀란 정우가 감전된 사람처럼 어깨와 발을 벌컥 들썩이자, 자극이 나에게로 되돌아왔다. 부메랑을 이마에 정통으로 맞고 소스라친 나는 얼른 발을 모아 도로 내 책상 밑으로 들인 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을 감아 완전범죄를 꾀했다. 실눈으로 살피노라니 정우는 슬그머니 나를 돌아보았다가 자세를 바로 했더랬다. 이대로 끝나면 좋으련만 나란 놈은 얼마나 미련한지, 채 십 분이 못 되어서 또 다시 무의식의 세계를 헤매다가 그만, 거듭 발로 정우의 발을 건들고 말았다. 까놓으려니 스스로도 부끄러운데, 무려 세 번쯤 이 짓을 반복했을 때였다. 첫 번째 두 번째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틀어 나를 살핀 정우가 작게 웃었다. 스스스, 풀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닮은 웃음이었다. 잠시 후, 고개 시선을 앞으로 거두어갔던 정우가 부스럭대는가 싶더니 이내 팔만 뒤로 돌려 내 책상위에 뭔가를 올렸다. 나는 심봉사 눈뜨듯 번쩍 눈꺼풀을 열어 정우로부터의 수신물을 확인했다. 찌는 여름날에 잿빛 아스팔트를 흐르는 아이스크림처럼 무심하게 펼쳐진 참고서 한 페이지 위, 형형히 빛나는 색지. 몽환의 연기를 흩트린 상냥하고 유쾌한 메시지가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나를 반겼다.


<태아도 아니고 웬 배냇짓이야. 엄마 놀란다. 새들이나 아가 양 본받아서 순하게 자알 자라. 권윤후.>


자라고 있는 수업시간이 아님을 간과한 메시지를 나는 착한 꼬마가 된 모양으로 꼭꼭 되씹었다. 글자를 만든 자음과 모음이 조금만 더 꼬이고 비틀렸더라면, 또박또박 눌러 쓴 정자의 서체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맞춤법이 처참하게 나갔더라면, 메시지에서 묻어나는 힐난이 조금 더 셌더라면, 포스트잇의 색상이 그렇게까지 현란하지 않았더라면, 아침나절의 기세등등한 햇볕이 내 옆얼굴에 사납게 쏟아져 뺨을 달구지 않았더라면, 정우의 웅크린 등이 조금이라도 덜 예뻐 보였을까. 내가 지금처럼 모든 사고(思考)의 끝을 정우에게로 긋지 않았을까. 의미 없는 가정을 줄줄 엮어가면서도 나는 어쩐지 뱃속부터 터져 나온 큰 소리로, 노래 부르는 마냥 웃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원, 나도 바보가 다 되었구나, 자책하며 내 머리를 쥐어박으려니까 약아빠진 머리는 벌써 도망갈 구멍을 낸다. 그래, 젠장 이게 모두 화학 선생님 때문이다.


 


마지막 설거지거리 - 접시에 맺힌 물기를 털어 철제 선반에 얹었다. 후욱, 뱃속 깊은데서 끌어온 숨을 내뱉으며 마무리로써 물을 먹고 늘어진 행주를 빨았다. 일생일대의 과제를 마친 듯 후련한 표정의 정우는 행주의 양끝을 쥔 두 손목을 반대 방향으로 꺾었다. 물기가 새어나와 개수대 바닥을 딛자 후두두, 경차에 앉아 듣는 소나기 소리가 났다. 정우의 눈에 얼핏 성격을 알 수 없는 옅은 웃음이 지나갔다. 어머니고 아버지고 항상 바쁜 사람들이었던 통에 정우 돌보기는 터울이 크게 진 언니의 몫이었다. 철없는 머리에 어느 정도 핏기가 가신 다음부터는 정우를 위해 소소한 즐거움을 포기하는 언니를 깨닫고 안타까움과 면구함에 사로잡혀 조금씩 언니로부터 짐을 덜어오려고 노력했다. 야무진 손끝으로 집안일이며 과제를 일사천리로 끝내던 언니는 요리도 곧잘 했고, 언니가 만들어준 먹을거리를 먹고 나면 설거지만큼은 정우가 양치질처럼 당연하게 해냈다. 어릴 적 설거지를 끝내고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거실을 보면 깨끗하지만 척박한 분위기가 말로만 알고 있던 ‘무균실’을 떠오르게 했다. 온기가 머물지 않는 진공의 거실엔 무심하게 서로를 살피는 정우와 정연 둘 뿐. 그렇게 실질적인 가족은 단 둘이라고 믿은 지 오래라, 어머니와 아버지가 가족의 범위 밖으로 떠나간 후에도 딱히 빈자리가 허허롭게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설거지만큼, 남겨짐에도 익숙하니까.


축축한 행주를 털어 개수대 한편에 널고 있는데 뒤에서 다정한 기척이 다가왔다. 정우가 돌아보기 전에 정우의 등을 덮친 그림자는 가느다란 팔로 정우의 허리를 결박했다. 어이쿠, 과장되게 짧은 신음을 내지르자 킬킬 작은 웃음을 토한 이가 정우의 등에 뺨을 묻었다. 약간 높다싶은 체온과 아이 특유의 상큼한 풋내, 세월을 타지 않아 설익은 피부의 보드라움이 섬유 한 겹을 통과해 정우에게 여과 없이 전달됐다. 몽글몽글 기분 좋은 감촉에 몸이 나른해지는 게 남자들이 풍만한 젖가슴에 열광하는 것을 완전히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살짝 복부를 간질이는 장난스런 손길에 고개 숙여 웃느라 함께 떨어진 시선 끝, 정우 자신의 가슴이 걸렸다. 어디에선가 말하기로는 호빵이 가슴의 적정크기라던데 어째 정우의 흉부는 호빵을 그리워하는 찬바람만 싸늘했다. 쳇. 심히 초점이 엇나간 생각에 몰두한 정우를 알았는지 지호가 정우를 두른 팔에 힘을 주었다.


“이모, 나 요새 공부할 게 너무 많아. 어디서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누가 그러는데, 우리 몸에서 눈이 제일 먼저 할 일을 발견하고 ‘너무 많다. 언제 하냐.’ 그러면, 손이 ‘걱정마라, 내가 다 할 테니.’하고 말한대. 막상 시작하면 다 하게 돼 있어. 겁부터 먹지 말고.”


일요일엔 해가 중천에 떠서야 침대를 벗어나서 하루 종일 영아들의 행동양식을 그대로 따르다가, 땅거미가 지고 슬슬 내일이 어제보다 친근해지면 그제야 남은 일거리의 무게를 절감하는 정우가 할 말은 아니었다. 웹서핑이나 음악 감상 등 오만 잡일에 시간을 할부로 긁어놓고는 나중에서 수업계획안을 짜며 어떤 몹쓸 이가 소중한 오전시간을 죄 훔쳐갔냐며 씨근거리는, 평범하게 게으른 직장인으로선 더더욱. 이모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계도적인 발언을 내놓긴 했지만 은근히 찔리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교사가 되고부터는 본의와는 달리 입 바른 소릴 떠들어야하는 순간이 많았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매번 자책했다. 선의의 거짓말이 당위성을 잃지 않는 선은 과연 어디인가. 습관은 무섭도록 깊이 몸에 배어서, 한창 번민하다가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마음의 심란함은 접어두고 일단 계몽적이고 이상적인 소릴 늘어놓게 되었다. 이를테면 전교생을 줄 세우는, 희한하고 쓸모없으면서도, 줄타기의 명인인 그 자신과는 더 없이 어울리는 교장 선생님의 취미생활에 별 수 없이 찬동해야하는 매주 월요일의 얘기다. 조회시간에 딴 짓말라 엄하게 이르는 정우지만 반면 자신이야 말로 스탠드에 서서 <흰색 운동화를 신은 학생> <머리를 묶은 학생>과 같이 테마를 정해 조건에 맞는 아이들의 머릿수를 헤아린다. ……연금만 아니면 생각할수록 못해먹을 직업이라니까. 욕은 욕대로 먹고. 공연히 가렵지도 않은 목덜미를 긁적이던 정우는 젖은 손을 뒤로 뻗었다. 거북이 등딱지 마냥 등에 바짝 달라붙어 있던 지호의 엉덩이가 손에 걸리자, 정우가 지호의 바지자락에 피부를 적신 물기를 닦았다. 짧은 비명을 따라 밉지 않은 칭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으, 못됐어. 이모 옛날엔 안 그랬는데 선생님 되고서부터 사람이 성격도 못돼지고 가식적이 됐어. 나 이제 이모랑 안 놀아.”


이마로 정우의 등을 들이받고 난 지호가 정우에게서 떨어졌다. 정우는 토라진 흉내를 내는 지호의 어깨를 끌어다 뺨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손자국으로 살굿빛 볼을 엷게 붉힌 지호는 정우의 손을 벗어나 엄마 옆에 철썩 달라붙었다. 집안의 진정한 권력자에게 몸을 의탁한 지호를 괴롭힐 수 없게 된 정우가 쩝, 입맛을 다셨다. 심지어 정연은 사과를 깎느라 형광등이 쏜 빛을 고스란히 반사하는 날 선 과도를 쥐고 있었던 차다. 먹음직스럽게 익은 사과에 칼집을 새기며 정연이 턱짓으로 앉으라고 지시했고, 반복학습으로 말미암아 반항의 무용(無用)을 뼈에 새긴 정우는 순순히 명을 따랐다. 아무렴, 열한 살이라는 어마어마한 터울이 진 언니는 엄마나 선생님 대신으로 이겨먹을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 신성불가침의 존재인 것이다. 마주앉은 정우를 향해 지호가 고소하다 듯 웃어 보였다. 이모 알기를 물주로 여기는 조숙한 꼬맹이는 사춘기라 통칭되는 악마의 계절에 발을 들여놓기 무섭게 집안의 서열을 바르게 재정비하여 정우보다 윗선을 차지하겠노라, 선전포고를 해왔다. 관록만으로 젊음을 이길 수가 없어서 최근 슬슬 지호에게 말리기 시작한 정우가 속으로 꿍얼댔다. 목련처럼, 화려하게 피었다가 부끄럽게 지는 게 사춘기야, 요 녀석아. 몇 년 뒤에 이맘때 자신을 떠올리곤 자다가 벽을 걷어찰 미래의 지호를 기약하며 혀를 날름 내미는 정우에게 즉각 반격이 들어왔다.


“이모, 진짜 유치한데, 마음 넓은 내가 봐준다.”
“……언니, 언니 딸 진짜 반칙이야. 저렇게 건방지게 말하는데 귀여워.”
“응? 여기 건방지게 말하는 애가 어디 있어? 귀여운 애밖에 없는데?”
“역시 엄마는 내편이야.”


지호가 입술을 내밀어 정연의 뺨에 문질렀다. 아이의 깜찍한 행동거지를 통각이 둔한 눈에 새겨 넣으며, 정우는 호를 그린 입술에 빈 포크를 걸었다. 도금된 포크 끝에서부터 씁쓸한 맛이 서늘하게 번지는 까닭은 순간적으로 떠오른 부모님 탓이다. 아랫니 윗니가 포크를 사이에 두고 맞물렸다. 정말이지 조카만 해도 저렇게나 사랑스러워서 품에 끼고만 있고픈 심사인데, 아무리 귀염성이 없대도 그렇지 직계 피붙이인 정우와 정연을 묵은 먼지처럼 훌훌 털어내고 햇발을 밟으며 가벼운 발걸음을 돌린 아버지는 대체 얼마나 걸물이란 말인가. 모르긴 몰라도 아버지가 시대만 잘 탔더라면 특유의 냉철함과 이기주의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나라를 하나 세웠다가 경국지색 첫정에 홀려 고스란히 말아먹기도 대수가 아니었을 게다. 더불어 언니가 곧 죽어도 성령이라 우기는 지호의 아버지, 아니 지호가 탄생함에 있어 그 공로가 혁혁한 타인 같은 경우는 과연 성령 이상으로 대단한 위인이 아닐 수 없다.


밤낮으로 그리던 첫사랑과 해후한 뒤 일말의 주저도 없이 처자를 폐기처분한 아버지와, 지호의 존재를 알자마자 줄행랑을 놓은 저열한 언니의 첫사랑 덕택에 첫사랑이라 하면 단어가 가진 심상이 머릿속에 확연히 떠오르기도 전에 구역질부터 치밀던 때가 있었다. 상처가 아니라 분노 탓. 그깟 치사하고 혐오스러운 경험 따위가 남들에겐 환상일지언정 정우 저에겐 오로지 화근이라 여겨 가끔 촛불같이 자그마한 연심이 켜지면 의심과 부정으로 훅 불어 끄기 바빴다.


그래서. 그랬으니까.


“……만날 줄은 몰랐는데.”
“뭐가?”
“만나?”


입안으로 뇌까렸는지 알았더니만 밖으로 말했나보다. 시점을 현실로 돌리니 호기심으로 중무장한 아이의 또랑또랑한 눈과 범죄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은 듯 번뜩이는 정연의 눈이 정우를 조명했다. 적당히 무마할 작정으로 비죽 웃어 보인 정우가 포크로 사과를 찍었다. 아삭, 과육을 씹자 달콤한 즙이 입술 위로 튀었다.


“아, 사과 달다.”
“이모 수습이 너무 어색해.”
“일단 입 뗐으면 말해. 사생활, 비밀 그런 거 없어, 얘. 내가 네 똥 기저귀도 갈았던 사람이야.”
“……언니, 나 태어났을 때 언니도 초등학생 꼬꼬마였다고.”


후우. 정연이 보란 듯 내쉬는 한숨이 정우의 얼굴까지 이를 리가 없는데도 재채기가 날 듯 코끝이 간지러웠다. 정우를 가두었던 눈을 비낀 정연이 과도를 놓고 턱을 괴었다. 정연의 동작은 네가 그렇게 나와서 나는 몹시 서운하다는 의사의 구체적인 암시였으며 한 편으로 다음번엔 내가 널 서운하게 할 테니 나중에 가슴 치며 울부짖고 싶지 않다면 이쯤해서 투항하라는 협박의 세련된 표현이었다. 달아나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 포기하고 편해지는 길을 택해 나아간 정우가, 백기 없이 빈손으로 손사래를 쳤다.


“에이. 진짜 별거 아닌데. 그……첫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애를 며칠 전에 우연히 봤어.”
“어마, 첫사랑? 사귀기라도 했던 애야? 난 처음 듣는 얘기네.”
“아니, 그러니까. 썸씽은 좀 있는데 액시던트는 없는 그런 거 있잖아. 가만 생각하면 혼자 착각이었던 것도 같고. 다시 생각해보면 뭐가 있었던 것도 같고.”
“뭐가 그렇게 애매모호해?”
“별 얘기 아니랬다고 미리 말했다, 뭐. 그냥 그랬어. 문득 그 시절 회상하다 보면 기억이 생생하니 애틋한 마음이 드는 장면 한 자리에는 모조리 걔가 있더라고. ……진짜, 말할수록 첫사랑이란 단어가 아깝네.”
“으이그, 바보. 돌려, 돌려 말해 봐야 실속 없는 얘기로구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타박으로 허술한 청문회가 끝났다. 짧게 혀를 차고서 새 사과를 쥔 정연은 과도를 재게 놀려 여덟 등분한 사과의 껍질을 깎았다. 반달 모양의 사과 일곱 조각이 접시에 얌전히 올랐다. 여덟 번째 조각을 손질하는 정연의 손이 별스럽게 분주하다 싶더니, 짜잔- 하는 추임새와 함께 껍질로 토끼 비슷하게 모양을 낸 과육이 접시 한 가운데를 차지했다. 지호가 와아, 환호성을 지르고는 자비고 뭐고 없이 필시 토끼의 머리 부분으로 여겨지는 사과 속살을 베어 물었다. 지호의 재롱에 엇박자로 장단을 맞추는 정우의 명치끝에, 소년 윤후가 낮처럼 찬연하게 웃는 모습과, 정우와 마찬가지로 어른이 된 청년 윤후가 달처럼 드레지게 웃는 모습이 겹쳐 걸렸다. 하기는 나중을 짐작할 수 없기가 불규칙활용동사 같았던 녀석이 어디 가겠어.


스러지다 만 미소를 건 정우의 눈길이, 먼지에 파묻힌 추억이 폐허처럼 삭막하게 자리한 곳 - 창고로 쓰는 제일 작은 방 문에 머물렀다.


 


누런 때를 입은 상자를 열자 종이 삭은 냄새가 훅 끼쳐왔다. 잇따라 터져 나오는 기침과 재채기에 눈에 눈물까지 매단 정우가 내용물을 전부 바닥에 쏟은 다음 빈 상자를 저만치로 치웠다. 초라하게 내쳐진 종이상자는 정우에게 있어 소중한 물건들을 모으는 보물함인 동시에 구태여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과거를 묻어둔 무덤이었다. 정우는 팔짱을 끼고 쪼그려 앉아, 착잡한 눈으로 지극히 사적인 역사의 산물을 훑었다. 촌스러운 자줏빛 표지에 금박으로 교표가 박힌 졸업앨범과 내지가 바란 얇은 노트 위로 마른 장미꽃잎 몇 장이 누웠다. 경직된 얼굴들이 수두룩한 졸업앨범 마지막 장에는 변하지 않은 집주소가 정우 이름 옆으로 줄을 섰을 테지. 손을 뻗어 앨범을 살짝 치우자 그 밑으로 초점이 흔들린 고양이 사진 열댓 장이 조르륵 깔렸다. 흐릿하게 번진 야생고양이의 그림자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수풀을 거니는 틈, 짙은 파란색 카드 봉투 하나가 존재를 피력했다. 정우는 일순 호흡을 멈췄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그간 하나 둘 모아온 미련과 후회를 청산하고자 야심차게 세웠던 계획의 증거. 카드에 적힌 To.권윤후 글자가 새삼 부끄러워서, 정우가 손을 가슴 앞으로 거두어 들였다. 카드에 쓴 내용은 별것도 아닌 걸. 가늘게 접힌 눈에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 배어났다.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느긋하게 들어앉아 이르게 등교하는 정우가 교문 문턱을 밟은 다음에야 잠을 깨던 교사의 투박한 태와, 교문에서 교사 현관에 이르기까지의 길 가장자리에 도열한 작달막하나 생명령 강한 수목들과, 창문 안으로 나풀나풀 춤추던 땟국에 찌든 커튼과, 멀리서 보기에 자욱하게 깔린 안개를 후루루 흡입하는 것 같던 열린 창과, 소시지를 내민 손에 길들어 살찐 고양이와, 못된 사내애들 손에 해를 입은 호박색 눈동자의 고양이와, 얼마 안 되는 머리칼을 억지로 이마로 드리워 모양이 꼭 바코드 같았던 엄한 선생님과, 뾰족한 마음을 숨기려고 부러 무심함을 가장하던 이정우와, 종이에 벤 상처처럼 은근하고 지속적으로 신경을 잡아채는 남자아이 하나.


……확실히, 나도 양심이 있으면 녀석이 첫사랑이라고 말 못하지.


혀를 내밀어 윗입술을 축이고서, 정우는 듣는 이 없는 변명을 우물거렸다.


괜한 소리가 아니라 실지 옛날 생각을 하면 윤후에게 멋대로 첫사랑의 오라를 씌우기가 송구할 지경이다. 당시의 정우는 장난을 걸어오는 윤후에게 곰살궂고 다정하게 굴기는커녕 툭툭 나오는 대로 면박을 주기에 바빴으니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윤후는 나무껍질처럼 까칠하고 심심한 정우의 대응을 아랑곳 않고 살가운 태도를 고수했었다. 이제와 떠오른 가설이지만 어쩌면 평화주의자인 윤후가 애써 싫은 내색을 감추고 정우를 상대해 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기는 별스럽게도 자주 엮이는 윤후와 정우였으니 사이가 뒤틀리면 피곤하다 셈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 작문 클럽활동도 그랬는데.”


정우가 노트를 집어 올렸다. 대강 흘려 쓰는 요새의 필체와 다르게 힘주어 눌러쓴 <작문> 글자에서, 정우는 있는 그대로의 뜻 아닌 다른 것을 읽어 내렸다. 추억타래는 정우가 미처 멈출 새도 없이 빠르게 풀려나갔다.


 


작문 클럽활동. 교육부에서 내려온 공문대로 간신히 구색만 갖춘 클럽활동 부서 중에서도 작문 부는 고루함과 지루함을 이유로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외면 받았다. 존속을 위해 필요한 최저 인원수가 열. 작문부에 자원한 마이너리거들 - 정우를 포함해 고작 일곱 명이서 북두칠성 별자리를 그리며 띄엄띄엄 앉아 담당 선생님의 얼굴만 멀뚱히 쳐다보았다. 폐부되려나, 싶었던 순간에 사내애들 댓 명이 땀 냄새를 풍기며 등장했다. 축구부에서 잘렸어요. 가면을 쓴 것처럼 똑같이 시무룩한 표정의 소년들 사이에 유일하게 배알도 없이 싱글거리던 녀석이 있었다. 기사회생의 순간을 맞은 젊은 여 선생님은 눈에 띄게 밝아진 표정으로 여학생들이 부러워하는 풍성한 갈색 파마머리를 귀에 걸었다. 혹시 선생님이 예뻐서 저렇게 쪼개는 건가. 의심의 눈초리로 윤후를 흘깃 보자, 뭣도 모르는 녀석이 양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반가움을 표했다.


‘작문의 기본은 일기쓰기니까 말인데, 얘들아 교환일기 재미있지 않겠니?’


축구부가 뱉어낸 잉여 인간이자, 불량한 자세로 하여 저희들은 작문부와 섞일 수 있는 샌님이 아님을 강조하던 사내애들이 패배한 개처럼 크게 짖었다. 쏟아지는 야유에 교사 경력이 짧은 작문 선생님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정우입장에서도 묘하게 소녀취향인 교환일기쓰기가 달갑진 않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사타구니쪽 중요한 뭔가가 없어진다고 믿는 사내애들 몇몇은 아주 반정을 도모할 기세였다. 어깨를 내려뜨린 선생님은 결국 칠판위에 노란색 분필로 큼지막하게 적은 <교환일기>를 마지못해 지워냈다. 애초부터 차선을 예비한 듯 백묵 자국이 뿌옇게 남은 자리에 <주제가 있는 일기쓰기>, 어딘가 맥 빠진 글씨가 따박따박 박혔다.


지금과 달라 놀지 않는 매주 토요일. 운동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시커먼 남학생들은 저와 동족이 아니라는 듯, 윤후는 정우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서 비식비식 웃어가며 일기를 써내려갔다. 현실세계를 걷는 앨리스의 토끼도 저렇게 이상하진 않을 텐데. 윤후를 힐끔거리며 혀를 내두르던 정우가 대뜸 물었다.


‘주제가 뭔데 그렇게 신이 났어?’
‘음? 주제라. 그냥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들 얘기랄까. 내 동생 얘기도 쓰고 네 얘기도 많이 쓰고.’
‘……내 인권은?’
‘에이. 나쁜 얘긴 하나도 안 썼어! 선생님이 나중에 문집 낸댔으니까 그때 확인해 봐. 내가 내 동생을 걸고 맹세할게.’
‘거절한다. 네 동생을 어디다 써.’
‘왜에- 내 동생 나 닮아서 잘 생겼는걸! 눈요기할 만하다고.’


짐작보다 훨씬 심약했던 작문 선생님은 속병을 앓다 위궤양을 얻어 첫눈이 내릴 즈음 휴직을 하고 학교를 떠났다. 당연한 수순으로 문집 건은 원래 없었던 계획처럼 자동 폐기되었고, 학년부장 선생님은 썩 내키지 않는 자리를 위임받은 뒤 작문 부 아이들을 이끌고 교사를 돌며 쓰레기를 줍도록 했다. 내심 윤후의 일기에 적힌 정우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지만 보여 달라기엔 염치가 없어 말을 꺼내지 않았다. 차라리 어느 정도 친분을 쌓은 뒤 직접 긍정적이기만 한 윤후의 눈에 정우가 어떤 꼴로 비추느냐 물었더라면 좋을 것을. 혈육에게 데인 자리가 여전히 쓰려서 차마 한 보의 걸음도 옮기지 못했다. 4월이 지나면 꿈같이 져버리는 벚꽃과, 손을 놔버리면 그대로 끝인 사람사이의 인연을 동일하게 치부했으니까. 그때엔. 아니……그때마저도.


 


“그래서 그렇게 계속 시시한 사이였지.”


졸업식 며칠 전에 한번 진심을 말해본 적 없는 자신을 달래 문구점에서 카드를 샀다. 어머니의 재혼이 가까워진 시점, 정우는 가능하면 소녀시절의 한계를 전부 극복하고 십대를 허물처럼 깨끗이 벗어버리고 싶었다. 어릴 적에 한 번 읽고 추후 다시는 손대지 않았던 <인어공주>를 재독 삼독하고, 잡아주는 사람 없이 넘어지고 굴러가며 혼자 두발자전거 위에서 중심 잡는 법을 익혔다. 더는 안타깝지 않은 거품이 된 공주님과 두발자전거 운전 면허증이나 다름없는 무르팍의 피딱지. 같은 일환의 ‘극복’ 가운데 하나가 권윤후에게 졸업 축하 카드 건네기 도전이었다. 소녀 이정우에 고하는 작별이 슬프지 않도록 고교시절의 종장, 가장 끝줄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정한 진심을 끼적이자. 밤톨처럼 단단히 영근 결심. 뭉친 마음이 풀어져 녹아내리면 그냥 없는 일로 하고 말까봐 카드를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펜을 들고 내용을 적었다.


<너한텐 웃는 모습이 제일 잘 어울리니까 계속, 웃고만 지내. 내가 본 사람 중에 네가 가장 행복에 가까운 사람이었어. 졸업 축하해, 윤후야.>


그러나 결국 불발된 고백. 자조를 띠운 정우가 검지로 봉투를 열고 카드를 꺼냈다. 이제라도 이걸 건네면 거리낌 없이 녀석을 첫사랑이라 부르고, 달을 보며 마음껏 흐드러지게 웃는 소년의 얼굴을 떠올려도 될까.


“참 미련도 가지가지다, 이정우.”


탄식의 끝이 내용과 어울리지 않게 청량했다.


 


-


느리디 느린 진도(...) 장편이 백년만이라 전개 속도가 감이 안 오네요. 으허허 신후가 나와서 찌질거려야 재밌는데(...) 어른들 나오는 얘기는 티격태격도 없고 찌질하기도 어려워서 쓰는 재미가 덜해요. 학원물에서 죽어라 까는 여아와 죽어라 까이면서도 여주를 졸졸 따라다니는 남아 설정이 제 취향에 딱(...남주는 까야 제맛!) 그래도 이번만큼은 알콩달콩 연애하는 내용을 많이 넣을거라 주먹을 불끈쥐고 있어요. 날도 추운데 키보드 두드리는 손이나 더워지게요. 흐흐. (아, 윤후 일기는 챕터 앞에만 들어갑니다. 많지 않아요!<-)


sunny님 대책없지만 일단은 장편이에요. 중편정도로 잡았는데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아서 저는 불안합니다. ㅠㅠㅠ 일요길 이대로 좋은가ㅠㅠㅠㅠ
위니님 목표는 일주에 한편인데(...) 제가 워낙 손도 느리고 생각도 느려서ㅠㅠㅠ기다려주신다니 감격ㅠㅠㅠ
푸하하님 연중은 안할거에요.(이글이글) 으하하 지켜봐주세요!
Plum님 네 위장 남주 신후에요. 불쌍하고 바보같은 남주(...)
다향님 으얽 포커스 기억하고 계신다니. 저도 잊어버린 글을(...) 이, 일단 이것부터요 ㅠㅠ
하늘지기님 하하, 그렇지만 사연이 있어서 정당한(?) 첫사랑은 아니랍니다. 흐흐
lovejun님 그그그그게 그러니까 저는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플롯짤때까진 신나하다가 막상쓰면 이미 스스로는 다 아는 얘기라 어쩐지 맥이 빠진달까요(...) 반성하고 히, 힘을 내보겠습니다/ (단편집은 나중에 이 취미생활 접을때 논문찍듯 한 권 찍어서 보내드릴게요.ㅋㅋㅋㅋ)


댓글 '6'

다향

2009.11.15 22:50:31

혹시나 해서 들어왔는데 이런 행운이~ 일단 '불규칙활용동사 같은 녀석'에서 크게 한 번 빵 터지고, 논문 찍듯 펴낼 단편집 2순위로 미리 예약하고 갑니다 후훗

위니

2009.11.16 03:10:21

저도 단편집...!!!!!! 꼬옥!

plum

2009.11.16 15:07:11

저도 단편집 원해요~!!! 고등학생들이랑 야구 삼남매, 사계절 형제 시리즈까지 두툼하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ssuny

2009.11.17 08:54:40

단편집 시리즈를 강추 합니다
저도 남주가 까일때;; 희열을 느껴요^;; 근데 신후 윤후 둘다 정우를 ??

지마

2009.11.18 20:35:30

첫화에서 문장이 신후마냥 달려들더군요ㅋㅋ
정우 이야기에선 쌀쌀하면서도 달달해지기 직전의 미묘함이 좋아요^-^
제 마음이 글을 읽으면서 달라진 걸까요- 장편이든 단편이든 버져비터님의 글은 그 자체로 선물이니까요-
기다릴게요-

하늘지기

2009.12.24 14:40:27

그 녀석 신훈에.. 어쩌냐 정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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