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nk paradise
- 소설
- 완결소설
마침맞게 돌아왔다고 예은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맙다고 나중에 연락드리겠다는 말로 연준을 급히 보내고 난 뒤 리은에게 잠시 책을 보고 있으라고 하고 영숙과 함께 밖으로 나온 예은은 곧장 영숙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체 무슨 얘기야, 딱 봐도 리은이 아빤데.”
안에 들어서자마자 예은을 붙잡고 영숙이 따지듯 물어왔다.
“아니에요, 그냥 많이 닮은 사람이에요.”
“리은인 삼촌이라고 하던데?”
잔뜩 의심하는 눈초리로 추궁하는 영숙에게 예은이 배시시 웃었다.
“아, 그냥 그렇게 부르라고 한 거 같아요. 이모, 리은이 아빠 오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모도 그 사람은 그냥 잊으세요.”
예은의 단호한 말에 영숙이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결국 고개를 끄덕거렸다. 리은이 삼촌이라고 불렀던 남자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였던 게 생각난 까닭이었다.
“그래도 너무 닮았단 말이야.”
하지만 끝끝내 영숙은 미련의 끈을 놓지는 못했다. 그런 영숙을 보며 메마른 웃음을 짓던 예은은 문득 얼마 전 영숙이 제안했던 선자리가 생각났다.
“아, 이모. 저번에 제안했던 선 있잖아요.”
“왜, 생각 있어?”
무언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예은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근데 당장은 좀 어렵고, 한 8월쯤에 볼게요. 그래도 괜찮죠?”
“얘기해볼게. 뭐 그 자리 아니더라도 연결해 달라는 데 많으니까. 잘 생각한 거야. 리은이 생각도 하고 그래야지, 언제까지 혼자 살 순 없잖아.”
마음을 다독여주는 영숙에게 예은이 싱긋 웃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리은이 혼자 두고 와서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게 꼭 빈말은 아니지만 예은이 생각하기에 가장 자연스럽게 이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는 말은 그 것 뿐이었다. 그만 내려가 보라며 현관 앞까지 배웅을 해주는 영숙을 뒤로하고 예은은 서둘러 집으로 들어섰다. 벽에 기대 앉아 동화책을 읽고 있던 리은이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활짝 웃었다.
“엄마 못 가서 미안해.”
리은을 마주보고 앉으며 예은이 말했다.
“괜찮아, 삼촌 왔었어.”
리은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며 시선을 책으로 돌렸다.
“근데 삼촌 어떻게 알고 왔어?”
“삼촌이 전화하라고 해서 전화했었어.”
“삼촌이 가서 좋았어?”
“그러엄. 애들한테 자랑도 하고 막 그랬어.”
“리은아.”
예은의 부름에 응, 이라는 대답을 얌전히 하면서 리은이 책에서 눈을 떼고 예은을 쳐다봤다. 리은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어 내리던 예은이 리은을 와락 끌어안았다.
“미안해, 엄마가.”
복잡한 심경을 한마디 말로 표현한 예은을 리은이 마주 안으며 등을 토닥거린다.
“괜찮아. 뭔지 모르지만.”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온 다독거림에 예은의 가슴 한구석 어딘가 콱 막혀왔고 명치끝 어딘가 찌릿하고 통증을 호소해왔다. 말을 했어야 옳았던 걸까? 떠오른 질문에 예은은 주저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가 서예은을 기억하고 있다면, 서리은이 당신 아이라고 말을 해주는 게 맞다. 아니 그가 서예은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저 가정법일 뿐, 현실은 그가 서예은을 잊었다는 거다. 그리고 잊힌 기억은 그대로 묻어두는 게 낫다. 괜히 끄집어내면 혼란만 가중될 테니까. 예은은 그저 리은에게 친아빠의 존재를 알려주지 못하는 게 미안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계속 되뇌게 된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다짐하게 된다. 좋은 아빠 만들어 줄게. 하지만 이연준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빠가 되어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예은은 속이 상했다. 왜 잊은 거냐는 원망이 이제야 슬금슬금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허둥지둥. 서예은이 모든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보인 반응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거였다. 연준의 미간에 패인 골이 좀 더 깊어졌다. 대체 왜? 서예은의 행동에 의문이 드는 순간, 그렇게 닮았나? 하는 궁금증도 밀려왔다. 집주인이라는 여자의 반응을 미루어보면 그저 닮은 정도가 아닌 듯 했으니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테이블을 똑똑 두드리며 연준을 부른 건 지은영이었다. 단정한 옷차림으로 예쁘게 미소 짓고 있는 지은영의 손에는 이미 커피가 들려있었다.
“지금 온 거야?”
연준의 물음에 은영이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오랜 만이네, 그치.”
“오빠가 바쁘잖아요. 통화할 시간도 없어보이던걸요?”
전화도 안 한다는 타박을 에둘러 말하는 은영에게 연준이 미안, 이라는 말을 무성의하게 했다.
“근데 오늘은 안 바빠요? 이 시간에 만나자고 그러고.”
“일 있어서 나온 김에 잠깐 보려고 온 거야.”
“우와, 그럼 영광인데요.”
은영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는 연준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너 근데 지은영 정말 괜찮은 거야? 묻던 현성이 떠올랐다. 그때 자신은 나쁠 건 없으니까, 라고 답했던 것 같다. 여전히 나쁠 건 없는데, 왜 내키지 않는 걸까? 자문하던 연준이 여전히 웃고 있는 은영을 쳐다봤다.
“넌 이 결혼을 왜 하려는 거야?”
“어른들 말씀 따라서.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도 같고. 그래서 하는 거죠, 이 결혼은.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
참한 대답에 그는 그저 씨익 웃었다.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은영의 대답을 머릿속으로 곱씹었다. 나쁠 건 없다던 자신과 별다를 것 없는 그 대답은, 그러니까 사랑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물론 사랑이 결혼의 조건이었던 결혼은 아니다.
“그럼 굳이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겠네?”
건조하게 묻는 연준의 머릿속에 문득 서예은이 떠올랐다.
“최적의 상대는 오빠예요.”
빙긋 웃으며 대답하는 은영에게서 확고함이 느껴졌다.
“일어나자, 선약 있어.”
“네.”
평소와 다름없이 지은영은 토하나 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따라주었다. 그게 고마워야 할 텐데 연준은 갑갑하게 느껴졌다. 데려다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 괜찮다는 대답을 들으면서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해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벗어나면서 연준은 그저 꽉 막혔던 숨통이 트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서예은을 알게 된 뒤 지은영은 그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왠지 지뢰를 밟은 느낌이라던 현성의 말을 떠올리며 연준은 혹시 그가 예지 능력이라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그건 계속 서예은에게로 향하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물론 실패였다. 아직도 조금 전의 당황해하던 시선의 서예은이 떠올라 버렸으니까. 정말, 어쩌자는 건지 이젠 자신도 모르겠다는 게 정답이었다.
*
일단, 짧게 한 편.
그래서 내일 저녁에 되도록 오도록 하겠다는;;;
*
봉님,
저도 나중에 봤;;
그래서 제 파일에만 급 수정했어요..ㅋ
+
사실, 요새 현포 홀릭중이라는;;
자주 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