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95
 

12




다음 날 예나는 영주님의 명령을 전해 들었다. 이제 이곳저곳 옮겨 다닐 필요는 없고, 한 군데를 정해서 근무해도 좋다고 했다. 단 영주님 침실 청소만 빼고. 예나는 그것이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난동의 결과일지, 아니면 사라지란 말을 최소한 지키려고 하는 영주님의 고집인지 잠깐 의문을 품었다.


‘어느 쪽인들 어때.’


예나는 주방을 택했다. 이제 곧 연회가 다가오니,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만이라도 할 수 있는 부분이고, 위치가 고립되어 있어서 방에서 거기만 왔다 갔다 하면서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게 가능했다. 어쩌면 육체적으로는 가장 고된 일일지도 모르지만, 아침점심저녁밤까지 계속 이리저리 옮겨 다닐 때보다야 어딘들 안 나을까 싶었다.


주방의 식구들이 참으로 반갑게 맞아 주어서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비록 소네틴은 자기 분야가 선택받았다는 것에 감격해서 당장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러 갈 기세이고, 파울은 진심으로 기뻐하지만 그게 쑥스럽고 누가 봐준다고 그럴까 봐 일거리를 왕창 주었고, 미오리타가 기뻐하는 것은 자신을 보고 기뻐하는 게 아니라 자기 옷의 미래 때문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엄청난 화로 불길 속으로 진흙과 밀가루 반죽으로 정성스럽게 싼 닭을 통째로 퍽퍽 집어넣었다가 꺼내면 온 성에 풍기는 맛있는 냄새를 직접 옆에서 맡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손님용과 성내 식구용으로 각각 크기가 다른 솥을 걸어 놓고 거기에 양파와 감자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첨벙첨벙 썰어 넣고 자기 입맛대로 간을 맞추는 일은 들키면 소네틴에게 불호령을 당할지라도 한 번 해 보고 싶은 일이었다. 나무상자에 가득히 예나의 팔보다 더 길고 가장 뚱뚱한 곳은 거의 예나 허리만큼 굵은 연어들이 실려 왔다. 그 머리를 자르고 배를 갈라서 피를 빼고 손질하는 파울의 거침없는 칼질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마지막으로 손님들은 맛은 다 필요 없고 보기에만 이쁘면 만족하신다고 잘난 체하면서 미오리타가 접시에 놓는 야채들도, 솜씨로만 보면 섬세하고 아름다워 칭찬해 줄 만했다.


여기에 있으면 일거리가 떨어질 일이 없었다. 손님들은 저녁 한 끼만 드시지만 성내 식구들은 아침, 점심, 저녁 세 끼에다가 오후의 간식과 밤참까지 꼭꼭 챙겨 먹었고, 가끔 다미엘이 사냥꾼들과 함께 먹을 도시락 바구니를 부탁할 때도 있었다. 사냥개들을 위한 특식도 주방에서 만들었다. 연회 때문에 이번엔 힘들 거라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제일 커다란 솥에 걸죽한 스프를 끓여 아랫마을 사람들에게 주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예나는 그걸 받아야 할 만큼 가난했던 적은 없었지만 아는 노인들이 그것 덕분에 겨우 영양실조만 면하고 있는 것은 보아 왔다. 그래서 실제로 만나기 전까지는 브나스카야의 영주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나는 고개를 저었다.


첫 인상보다는 그래도 좋은 분이지 않은가. 그리고 이제는 나쁘고 좋고 신경 안 쓰기로 했지 않나. 이제 나는 원한다면 언제든 여기에서 나가서 여기에 대한 기억을 잊고 살 수 있다. 지금 약간 주위 상황에 너그러워진 것도 그런 보루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겠지.


그럼 왜 당장 나가지 않고?


마음의 반대편에서 불쑥 그런 물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예나는 그것을 외면했다. 거기에 대해 답하려고 애쓰다 보면 그 물음이 너무나 커질까 봐. 내일 모레가 연회인데, 답도 나오지 않을 문제에 크게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연회가 아주 좋은 핑곗거리구나.


예나는 자기 머리를 때렸다.


도대체 여기 누가 들어 앉아 있어서 사사건건 이렇게 참견인 거야? 그냥 조용히 좀 넘어가자! 답이 있어서 그렇게 정직한 것도 아니면서!


“무슨 일이야, 예나?”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 잠시 밖에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설거지는 마쳤고? 그럼 네 맘대로 해.”


소네틴의 허락을 받자마자 예나는 주방 밖으로 나갔다. 주방은 재미있긴 하지만 하루 종일 열기와 냄새로 꽉 차 있어서 머리를 식히기에는 좋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안전한 곳이긴 했다. 예나는 나가자마자 불쾌한 목소리와 마주쳤다.


“뭐야, 천한 것, 여기에 있었군.”


왜 혼자 나왔을까 자신을 탓하면서 예나는 뒤로 돌았다. 분명히 기분 나빠 하는 목소리였지만, 그렇게 무섭거나 살기 어리지는 않은 것 같다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다 검은색으로 차려입긴 했지만, 금줄과 보석이 달린 망토를 벗어 버려서 한결 가볍고 날렵해 보이는 차림으로 세르자크가 서 있었다. 지팡이는 여전히 짚고 있었는데, 예나는 이미 그 정체를 아는 터라 그가 또 무슨 짓을 하러 왔나 싶었다.


“아드리아누트! 어디 숨은 거냐? 다 보았다고!”


천한 것과는 직접 말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여전히 지키려 하고 있었다.


“아드리아누트! 거기 있는 거 다 알고 있어! 안 나오면 이 천한 것 목숨도 없는 줄 알아!”


아무리 소유물이 노예 같은 것이라고 해도, 아무리 자기가 잘난 옛날의 지배자 밤이라고 해도, 남에게 하는 태도가 자신이 받을 대접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예나로서는 이런 상황을 참기가 힘들었다.


“영주님 여기 안 계세요!”


“아드리아누트! 자꾸 이런 식으로 굴면 재미없다니까! 내가 이 천한 것 말에 대답하는 순간 이것은 죽은 목숨인 줄 알라고!”


“안 계시다니까! 죽이고 싶으면 그냥 죽이면 되잖아!”


“이 ‘소유물’이 겁을 상실했군!”


다시 지팡이에서 검이 뽑혀 나왔다. 나오는 순간은 이번에도 보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그저 다음 순간 예나의 턱 끝에 차가운 날이 닿아 있을 뿐이었다. 예나는 잠깐 그 칼에 눈길을 주었다가 세르자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세르자크는 놀란 눈이었지만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듯 입술을 삐딱하게 구기며 말했다.


“진짜 겁 없는 ‘소유물’이군.”


“그런 거 아냐.”


“그럼 무어란 말인가?”


“그냥 안 보여서 겁낼 틈도 없었어. 겁을 주고 싶으면 좀 더 천천히 해, 다음에는.”


말하면서도 예나 스스로도 기가 막혔는데 세르자크는 오죽할까. 예나는 자기가 이 성에 들어와서 이렇게까지 될 대로 되란 심정이었나 싶었다.


“하! 역시 기가 막힌 소유물이군. 다음 같은 게 있을 줄 아는가?”


“그리고 나 소유물 아니거든? 죽을 때 죽더라도 그 소유물 소리 좀 안 들었으면 좋겠어.”


“주종이 모두 거짓말을 즐기나 보군. 네가 소유물이 아니라고 한다면 네 주인이 거짓말을 한 게 되는데 너는 네 주인 얼굴에 그렇게 먹칠을 하고 싶은가?”


“그 점은 미처 생각 못했네. 영주님 체면까지 생각해 주다니 당신도 생각보다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남한테 소유물이라고 이름도 무시하고 그러는 버릇은 안 좋다고. 천한 것, 천한 것 어쩌고 하지만 당신 그런 태도가 제일 천한 거 알아? 알면 그러지 않겠지? 뻔한 걸 물어봤네.”


세르자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가 시뻘개졌다가 다시 시퍼렇게 가라앉는 변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예나는 잠깐 동안 죽어도 여한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것도 잠시, 세르자크가 칼을 좀 더 턱에 가까이 댔을 때에는 내가 왜 그랬을까로 돌아갔다.


“시건방진 것 같으니. 할 말은 그것뿐인가?”


“난 천한 것도 아니고 시건방진 것도 아니고 예나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신이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름 정도는 먼저 물어보도록 해.”


그러니까 자꾸 왜 그러는 거야?


예나는 자신에게 물었지만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예나는 그냥 마음을 좀 편하게 가지기로 했다. 어차피 이제 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비굴하게 사과를 한다고 일이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 만약 그 때문에 용서해 주고 놔 준다면 그냥 얌전히 해 줄 것 같지도 않았다. 만약, 비록 너 같이 미천하고 시건방진 것은 머리마저 나빠서 따끔하게 맛을 보기 전에는 고상함과 우아함과 예의란 것은 절대 깨닫지 못하는 법이고, 이전에는 그것을 주지하지 못한 자기의 잘못도 있으니 특별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겠다든가, 아무리 주인이 세상 모르고 날뛰어도 소유물은 소유물로서 분수를 알고 주인의 친구들에게도 조아리는 것이 응당 세상의 이치이며 너희에게도 이익이라는 식으로 말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세르자크의 뺨을 말이 아니라 손으로 갈겼을 것이고, 일은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복장 터지는 일을 당하기 전에 미리미리,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은 그때그때 하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은 것이다.


다만 생명에는 지대한 위협이 되는 행동이니 조심할 것.


“더 기회를 줄 필요도 없을 것 같군.”


세르자크가 턱에서 칼을 치웠다. 예나는 안심하지 않았다. 세르자크는 한껏 크게 팔을 돌려 사정거리를 잡은 것뿐이었다. 겁을 주려면 좀 더 느리게 하라는 충고를 받아들인 모양이다. 나쁜 놈.


이번에는 정말로 팔로 막아 줄 영주님도 없는데. 영주님 없는 거 뻔히 알면서 와서 이러는 세르자크가 더욱 비겁하고 나쁘다고 생각했다. 숨은 걸 보긴 뭘 봐.


“그만 두지.”


그때 누군가 끼어들어 말했다. 낮지만 잘 들리고, 직선적이지만 풍부한 목소리였다. 세르자크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황급히 다시 검을 지팡이에 꽂아 넣더니 뒤로 돌아섰다. 예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생각보다 더 먼 곳에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역시 전달이 잘 되는 목소리였을까, 아니면 귀가 아닌 다른 곳으로 들었던 걸까?


그도 ‘밤’의 일원인 것 같았다. 흰 머리를 길게 늘어뜨렸고, 창백한 흰 얼굴에 입술마저 색이 바랬지만, 그 외에 모든 부분을 검은색으로 감싸고 있었다. 옷 입은 걸 보자면 세르자크보다는 영주님과 더 비슷했다. 장식 없는 망토를 주름이 잡히게 둘러서, 은으로 만든 납작한 문장 브로치로 고정시킨 게 다였다. 키는 세르자크보다 머리 반쯤 커서 영주님 정도 키는 되는 것 같았다.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보호받느라 지금까지 들어온 손님들은 하나도 못 봤는데, 영주님과 세르자크와 지금 등장한 사람만 보면 밤은 모두 키가 큰 남자들인 것 같기도 했다.


“네체르! 지금 도착하신 건가?!”


갑자기 세르자크가 껄껄껄 웃으면서 그 사람을 향해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 예나는 방금 전까지 고작 인간 여자의 말에 화가 나서 칼을 쓰려고 한 주제에, 세르자크가 호탕한 척 웃어 젖히는 모양이나 존대말인지 반말인지 요상하게 섞여 있는 비굴한 말투가 참 맘에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세르자크가 맘에 들었던 적이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지만. 게다가 네체르라면, 이전에 이야기가 오갈 때의 분위기로 봐서는 영주님이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가…….


‘아악, 정신 차려, 예나, 이 바보야! 영주님이 싫어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처음 보는 사람을 그런 걸로 판단하면 어쩌자고……. 영주님이 네 신이야? 네 기준이냐고?!’


그런데 네체르란 사람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보니 고개만 한 번 끄덕이고 다시 입을 닫은 것 같았다. 말이 짧고 심지어 없다는 면에서 영주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사람인 듯했다. 어쨌든 저 사람이 주의를 끈 사이에 다시 주방으로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예나는 두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살금살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인간이로군.”


네체르가 예나를 가리키며 세르자크에게 말했다. 예나는 덜컥 멈춰 버렸다.


세르자크 쪽만 보고 있어서 안심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아니면 그냥 우연인가?


“아드리아누트가 소유물이라고 했단 말일세. 자기 소유물에게 해를 가하면 자기를 노리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품위 없게도 으르렁거렸다고!”


듣다 보니 기가 막혔다. 예나는 세르자크에게 으르렁댔다.


“품위 없게 군 게 누군데!”


“저것이 아직도!”


“아아, 그만.”


네체르가 다시 칼을 뽑으려는 세르자크의 팔에 가볍게 손을 갖다 댔다.


“하지만 네체르…….”


“이 성에서 자네는 어디까지나 손님이라는 점을 잊지 말게.”


낮고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 듯한 목소리였지만 묘하게도 상대가 자신의 말에 따를 것을 이미 알면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단정적이고 권위적이기도 했다. 예나는 확실히 세르자크가 왜 이 사람에게 꼼짝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어렴풋이 영주님이 이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뭔가 다른 사연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항의할 것이 있으면 주인에게 해야지, 개별적으로 난동을 부리지 말게.”


말하면서 네체르가 예나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예나는 도망가는 건 글렀다고 마음속으로 소리를 지르면서도 침착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그를 마주 보았다.


“물론 사정 청취는 본인에게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말이지. 잠깐 이야기할 수 있겠소, 아가씨?”


느릿느릿 걸어오는 것 같았는데, 말을 마쳤을 때 이미 그는 예나 바로 앞에 있었다. 똑바로 올려다보다 보면 고개가 아파질 것처럼 키가 컸다. 흰 머리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반짝이는 백금발이었고, 눈은 멀리서 보면 빛을 반사할 것처럼 옅은 하늘색이었다. 피부가 흰 것까지는 세르자크와 비슷했지만, 세르자크와 달리 핏기가 없는 분홍빛 입술이 얼굴을 전체적으로 굉장히 낯선 인상으로 만들었다. 눈꼬리가 길고 그윽한 눈부터 약간 긴 코, 얇은 입술까지, 흠잡을 데가 없는 외모인데도 전체적으로는 결핍되고 어색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가 살짝 웃으면서 입을 열자, 예나는 그가 마음먹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어색하지 않게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미소를 짓자 갑자기 생기 있고 호의로 가득 찬 표정이 얼굴 전체에 피어 오르면서 그 어색한 얼굴이 더없이 잘생긴 얼굴로 보였던 것이다. 영주님의 표정에 나타났던 것만큼이나 놀라운 변화. 어쩌면 이것이 밤의 능력일지도 몰랐다.


“무슨 이야기를 해 드리면 될까요?”


“일단은 그대의 이름부터 듣고 싶소. 나는 저 친구의 말 때문에 이미 아시다시피 네체르라고 하오.”


“예나 클로비츠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어요.”


정중하게 이름을 묻기에 정중하게 답하고, 치마를 잡고 예의에 맞게 꾸벅 절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세르자크가 가증스럽다는 듯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예나는 세르자크의 눈초리는 가뿐하게 무시해 버리고 네체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도 곁눈으로 세르자크가 더욱 분노하는 꼴은 보였다.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없는 자리에 있으니 사람 마음이 너그러워지는지, 이제는 그 꼴이 봐줄 만했다. 살짝 더 너그럽게 말하자면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딴 데 정신을 팔고 있는 걸 알아챘는지 바로 네체르의 목소리가 직격을 가해 왔다.


“예나 양. 인간인 그대가 왜 이 성에 있는 건지 말씀해 주시겠소?”


“네?”


“그대는 우리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소?”


생각한 것과 동떨어진 질문이면서도 어제 바로 들은 이야기를 직격으로 다시 떠올려야 하게 되자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당황스러운 것은 질문을 하면서 예나를 똑바로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이었다. 머릿속에서 무섭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다리부터 떨림이 올라왔다. 아무리 힘이 없고 달콤하게 속삭인다 해도 그 눈과 목소리에서 배어나오는 살기는 숨길 수 없었다.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그 살기는 점점 퍼져나가서 올가미처럼, 맹수의 앞발처럼 사방에서 예나를 죄어 오기 시작했다.


“저, 저는…… 저는…….”


“그래, 아는 대로 다 말해 보시오.”


드디어 얼굴까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친절한 그의 말과 달리 그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으면 너는 이 자리에서 죽는다.



댓글 '6'

미르냥

2005.12.05 07:18:41

오오...세르자크가 잔챙이;였다면, 네체르는 진정 남주와 라이벌인가요?
긴장되네요. 어여 영주님이 나오셔야할텐데...ㅎㅎ

노리코

2005.12.05 09:03:10

전 세르자크가 잔챙이;;였다는 걸 알았어요! 얏호! ^^
근데 밤..들은 모두 싸가지인걸까요? -_-

사비나

2005.12.05 12:43:53

눈빛만으로도 주눅이 들게 만들것 같군요. 예나에게 용기를 주셔요....

자하

2005.12.05 18:41:48

미르냥/ 우훗, 라이벌! ㅇㅅㅇ!
노리코/ 노리코님의 질문에 대한 답이 담편에 나올 것 같군요 ^^
사비나/ 예나 불쌍하지요?(...)

A

2005.12.06 10:12:48

주인공이니 아직 안 죽겠죠(....) 힘내라 예나!!!! >ㅁ<)/

Junk

2005.12.08 14:17:42

헉. 이렇게 멋진 남자가 자꾸 나오면 저는 어쩌라고...-0-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제한 크기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85 [끝없는 밤] #16. 과거의 잔영, 현재의 위험 [7] 자하 2005-12-29
84 [끝없는 밤] #15. 아침이 오면 [5] 자하 2005-12-26
83 [끝없는 밤] #14. 선택 [12] 자하 2005-12-09
82 얼음에 마비되다 : Chapter 16 - 046 [23] Junk 2005-12-08
81 [끝없는 밤] #13. 예전부터 알고 있던 [9] 자하 2005-12-07
» [끝없는 밤] #12. 새 손님 [6] 자하 2005-12-05
79 [끝없는 밤] #11. 낮과 밤 [4] 자하 2005-12-02
78 [끝없는 밤] #10. 달빛 아래서 [8] 자하 2005-11-30
77 [끝없는 밤] #9. 오기와 내기 [3] 자하 2005-11-28
76 [끝없는 밤] #8. 붉고 붉은 [6] 자하 200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