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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솔직히 말할까? 하지만 그랬다간 죽을 것 같은데. 하지만 너 원래 거짓말 못하잖아, 어설프게 거짓말하다가 들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게 아닐까? 그래도 역시 솔직하게 말하는 건……. 예나의 고민은 말에 그대로 드러났다.
“아, 아뇨, 아니, 예, 아니.”
“봤군.”
그리고 영주님은 너무나 쉽게 결론을 내려 버렸다. 예나는 자신이 한심해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마도 강아지였다면 귀를 늘어뜨리고 앞발을 모았을 것이다. 귀로 눈을 가리고 배를 드러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모든 걸 각오하고 네 마음대로 하시라고 해야 할 판이었다. 예나는 두근거리면서 영주님이 다음에 할 말을 기다렸다. 네 눈을 원망하라고 하면서 목을 벤다거나, 이제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더 큰 비밀을 알려 주겠다고 하면서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간다거나 하는 일만 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이야기하지 마라.”
“에? 그걸로 끝이에요?”
덜덜 떨고 긴장한 참에 너무 싱거운 소리가 들리니 영주님 앞에서 얌전하게 굴려고 했던 결심은 당장 발밑에 떨어졌다.
“그럼 더 무슨 소리를 해야 하지?”
“미안하다, 이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넌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 라고 하면서 슥삭 해치운다거나, 아니면 이 비밀을 지켜 준다면 너에게 40퍼센트를 나눠 주마! 라든가요.”
“40퍼센트라니 공으로 먹으려고 드는군. 20퍼센트 이상은 줄 수 없다.”
“말도 안 돼요! 20퍼센트라니, 차라리 꼬리 떼어 주기라고 하시죠! 조금 양보해서 35퍼센트. 이 이상은 못 물러나요.”
“그건 내가 할 말이다. 25퍼센트.”
“이익! 남이 5퍼센트 양보했다고 딱 그만큼만 오다니! 30퍼센트! 그 이상은 절대로, 결단코 물러날 수 없어요!”
“30퍼센트, 그렇게 하지.”
예나는 만세를 불렀다. 속으로만.
“그런데 뭘 나눠 먹을 줄 알고 흥정을 한 거지?”
“그거야 영주님이 아시는 거 아니에요?”
“알 리가 있나. 애초에 떨어질 게 없는데.”
예나는 잠깐 웃는 표정 그대로 멈췄다. 그때야 자기가 속으로만이 아니라 온 얼굴로 만세를 부르짖느라 입이 찢어질 대로 찢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저 입 밖으로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들켜도 별 문제는 아닐 것 같았다. 영주님도 웃고 있었으니까. 영주님도…….
“일부러 그랬죠?!”
“그냥 네 말에 모순이 있기에 지적해 준 것뿐이다.”
“거짓말 마세요! 웃고 계시잖아요, 일부러 그러신 거죠?”
“그렇게나 원한다면, 일부러 그랬다.”
예나는 내가 왜 확인사살을 했을까 심히 괴로워했다. 물론 처음에 한 대답이 정말로 거짓말인 데다가 순간을 모면하는 동시에 예나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음모인 것은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또 그렇게 한 번에 쉽게 인정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예나가 원해서 그런 말을 해 주는 것이지 사실은 아니라는 듯한 뉘앙스까지 풍기다니, 정말 졌다. 예나는 오늘만 두 번째로, 이 사람이 자기가 알던 영주님이 맞는지 의심했다.
하긴, 내가 알던 영주님이란 게 도대체 진짜이기나 했던 건가?
예나는 무례하고 차갑게 굴던 영주님, 소유물을 위하여 팔을 희생하던 영주님, 녹아 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애정과 증오를 뿜어내던 영주님, 태연한 얼굴로 자신을 놀리는 영주님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게 마음이 편했다. 어쩌면 영주님은 처음 보는 사람과 오래 본 사람에게 보여 주는 얼굴이 많이 다른 사람일 뿐인지도 몰랐다. 어쩌면 무례하고 차가운 것은 낯을 가리거나 수줍어하는 것일 수도…….
“풉!”
그 생각을 하자 갑자기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수줍어한다! 낯을 가린다! 이 얼마나 귀여운 단어인가! 영주님에게 쓰기에는 심히, 과하게, 몹시, 매우 귀여운 단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주님 얼굴을 다시 보자, 네가 참 한심하고 어이없다는 뜻이 담뿍 담긴 눈으로 예나를 보고 있기에 웃음이 쏙 들어갔다.
“아무래도 네가 비밀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않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니에요! 비밀은 잘 지켜요!”
“잘 지킨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남의 일을 떠벌리고 다니진 않는다고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네 표정을 보고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 거고, 그 다음에는 간단히 네 스스로 이야기하게 만들 수 있을 거다.”
“이익!”
“맞는 말에는 반박 못하는 것까지, 널 파악하려면 5분이면 충분하지. 넌 남을 속이고 비밀을 간직하고 뒤로 다른 공작을 할 만한 인물이 못 돼.”
“그거야 사실이지만…… 꼭 그렇게 말해야 하나요, 하여간 영주님은…….”
발끈해서 화낼 타이밍에 추가 공격을 받자 반격할 기운이 없어졌다. 예나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해서 영주님의 배려 없고 무심하고 무자비한 언행에 대해 구시렁거렸다. 그런데 구시렁거리는 동안 자꾸 시선이 느껴져서 얼굴을 들 수도 없었다. 영주님은 아마도 계속 사람을 무안 주는 눈길로 보다가 예나가 고개를 들고 그 얼굴을 마주하고서 보일 반응을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예나는 그것만은 어떻게 피해 보려고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이리저리 딴 곳만 바라봤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탁상용 거울에 눈길을 주었다. 거기에 영주님이 비치고 있었다. 예나는 갑자기 모든 걸 잊고 그 거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영주님이 또 웃고 있었다.
소리 내서 웃는 게 아니었기에 예나가 듣기에는 그저 숨소리가 조금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웃고 있는 것이었다. 웃으면서 바라보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자 갑자기 예나는 심장이 귀 쪽으로 튀어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고개를 들어서 정면으로 보고 싶은데, 그러면 또 얼굴을 돌리거나 가차 없는 말을 해서 다시 발끈 화가 나게 된다거나 어쨌든 어색할 것 같았다.
그냥 지금, 나는 거울 속으로 영주님을 보고, 영주님은 나를 내려다보는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자 귓가로 울리는 심장 고동 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 같았다. 목에서부터 열기가 머리를 향해 쭈욱 올라가고, 얼굴이 따끈따끈해졌다. 예나가 알 수 없는 긴장에 막 몸을 틀고 거울에서 눈을 떼려는 찰나, 영주님이 한숨을 쉬었다.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고 해도 할 수 없지. 내 탓도 있으니.”
“지키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왠지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크게 말하면 심장 고동 소리도 같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조심조심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주님에게는 그것이 화나고 진지한 목소리로 들렸나 보다.
“오기를 부릴 필요는 없다.”
“정말로요, 지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뭔가 해 줘야만 하는 건가?”
“지키지 못할 거라고 단정하셨으니까, 내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오기 부리지 말라니까.”
“영주님이 손해 보시는 건 없잖아요. 원래 못 지킬 거라고 생각하셨으니까. 하지만 전 좀 억울하다고요. 그러니까 영주님 생각이 틀렸을 때에는 이 억울함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건 내기가 아니라 오기란 말이다. 어쨌든 좋다. 뭘 해 줬으면 좋겠나?”
영주님은 의외로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예나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허를 찔려서 자기가 더 당황하면서 반문했다.
“어, 그러니까, 어…… 아무거나 말해도 돼요?”
“정한 게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었던 건가?”
“네.”
예나의 대답이 너무 짧고 단호하고 당당해서였는지 영주님이 헛웃음을 흘렸다.
“좋다, 그러면 일단 지킨 후에 보지. 터무니없는 거라면 지금 말하든 그때 말하든 들어 주지 않을 테니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 같군.”
“지킨 후에? 하지만 비밀이란 건 무덤까지 가져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말해도 되는 때가 오는 건가요?”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건 또 어디서 들은 건가? 어쨌든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원칙적으로야 그전에 내가 죽을 일은 없을 테니까.”
“네?”
“아무것도 아니다.”
굉장히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아서 고개를 들었더니, 영주님이 뒤로 돌아서 버렸다. 예나는 당황해 버렸다. 눈을 마주하지 않을 때에는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뒤 돈 모습을 보자 아까 꽃잎을 만지던 그 모습이 겹치면서 다시 떨려 왔다. 영주님은 뒤돈 채로 가만히 있더니 옆으로 몸을 틀었다. 밖으로 나가는 방향이었다.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예나가 영주님을 불렀다.
“영주님.”
그 꽃은 도대체 뭐예요?
“왜?”
뭔데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미워하시나요? 뭔데 그렇게 안타깝게 쓰다듬으시는 건가요? 도대체 그 꽃이 뭔가요?
“말해라.”
“첫날 뺨 때린 거 죄송해요.”
하지만 말할 수가 없었다. 예나는 궁금증들을 꿀꺽 삼키고 뜬금없는 말로 돌렸다. 영주님이 잠깐 걸음을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예나는 앞만 보면서 애써 영주님 쪽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영주님이 말했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치긴 한 모양이군. 제니한테 가 봐라. 아, 물론 청소는 마치고 가도록.”
저 사람이 정말!!
예나는 펄쩍 뛰면서 영주님 망토 끝자락을 밟으려고 했다. 그러나 영주님의 걸음은 무척 빨랐다. 망토 끝자락을 밟아서 영주님도 크게 한번 넘어뜨려 보리라 생각한 짧은 상상은 허망하게 실패했다. 따라가려고 몇 발짝 걷는 사이 어느 새 영주님은 문 밖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뭐……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사람이 사과를 했으면 귓등으로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아악, 열받아!!”
그건 그냥 사과가 아니었단 말이야. 아직 그날 일에 대해서 사과받은 것도 없지만 그날 악마라고 생각했던 게 미안해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아서, 그동안 나쁘게 생각한 게 미안해서 한 말이란 말이야. 그런 것도 모르고 저런 식으로 삐딱하게 반응하다니, 정말 무심하고 남 생각할 줄 모르는 건 내가 제대로 봤지!
실망 반, 분노 반으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예나는 거칠게 눈가를 닦고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자기 뺨을 자기가 직직 늘렸다.
“좋아! 다음번부터는 에둘러 말하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다 말하는 거야! 못 알아듣는 사람 탓해 봤자 남을 거 하아나도 없지! 마음 넓은 내가 용서해 준다!”
그리고 짚고 넘어졌던 걸레와 빗자루를 한 대씩 때려 준 후 빗자루부터 먼저 손에 꽈악 잡았다.
“그래도 오늘은 그냥 못 넘어가!”
예나는 열심히, 사력을 다해서, 박자에 맞추어 비질을 하기 시작했다. 기준은 욕 한마디에 비질 한 번. 가끔 글자 수가 안 맞아서 실제로는 문제가 많았지만, 예나 마음속에서는 완벽한 박자였다.
“나쁜 놈! 무심한 놈! 눈치 없는 놈! 지렁이! 뱀꼬리! 벌레코!”
그리고 기타 등등 징그럽고 혐오스럽고 세상에 존재할 리 없는 동물과 벌레의 온갖 기관에 대고 영주님을 욕했다. 그날 영주님 방 바닥에 있던 먼지와 벌레에게는 세상의 종말과 같은 수난이 닥쳤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얼마 안 되어 예나에게도 수난이 닥쳤다.
“내가 못 살아, 그래 누가 그렇게 가르쳤어? 나 말고 또 너한테 청소 가르친 사람 있어? 왜 그렇게 한 거야, 정마아아알!”
안나가 하는 양을 보면서 예나는 아무도 안 가르쳤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얘는 도대체 꿀을 먹었니, 입에다 풀을 처발랐니! 네가 못 쓰게 해 놓은 양탄자가 몇 개에 깨먹은 화병이 몇 갠지나 알아? 오라, 네가 아니까 그렇게 입을 다물고 책임을 피하려고 하나 본데, 넌 상대 잘못 골랐어. 빨리 말해 봐! 네가 한 짓이야? 아니면 설마 영주님 방에 딴 사람이라도 들인 거야? 그런 거기만 해 봐, 당장 주인님께 말씀드려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면? 할 말이라도 있어? 응? 너 때문에 주인님께 야단맞기만 해 봐, 그날이 너 쫓겨나는 날인 줄 알아!”
예나는 그저 앉아서 한숨을 쉴 뿐이었다. 첫 번째 재앙은 청소를 너무 성실히 한 것이었다. 너무 욕에 청소 박자를 맞추는 데 열중했는지, 문득 정신이 들고 나니 방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치워 버린’ 상황이었다. 기겁해서 부른 게 안나였다는 게 두 번째 실수였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청소 감독은 안나였으니까 바로 윗사람에게 보고한다고 한 일인데 어쩌면 루치안을 부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안나…….”
“선배님!”
“아, 네, 선배님, 그렇게 발작…….”
“뭐?!”
“아니, 발광…… 앗, 이게 아니라, 어쨌든 고정하세요. 다 제 실수라고 말씀드릴게요.”
“그런다고 무사히 넘어갈 리가 없잖아! 어쨌든 네 실수는 내 책임이기도 하니까.”
알면서 왜 혼자 내버려 뒀어? 주방에서 놀던 거 못다 해서 지금 그 분풀이하는 거지?
그래도 예나는 한껏 눈을 내리깔고 다시 얌전하게 모든 건 자기가 책임을 지겠고, 안나에게는 최대한 불똥이 덜 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나가 다시 발작을 시작하면 가만히 있다가, 좀 진정된 듯하면 다시 말하고, 발작하면 다시 입을 다물었다가, 진정되면 다시 말했더니 서서히 안나도 예나의 말을 받아들였다.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주입된 것에 가까웠지만.
“좋아, 그럼 네가 지금 가서 말해. 주인님은 위층에 계실 거야.”
“네. 아, 그런데…….”
당장 안나 앞을 떠나려고 하던 찰나 아까 영주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오늘은 자정 전에 청소 마치고, 내일부터 사흘 동안 오지 말라고 하시던데…… 그럼 지금 무슨 일 있으신 거 아니에요?”
“응? 내일부터야 아마도 손님들 때문이겠지만 오늘…… 아하.”
안나는 갑자기 먹이를 발견한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성 안 일이니까. 너도 이제 우리 식구잖아? 너도 언젠가는 알아야 할 일이고.”
그렇게 음모를 꾸미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면 다정한 내용이 반감된답니다, 선배님.
하지만 후배는 힘이 없었고, 특히 방금 전까지 잡아먹을 듯 화를 내던 성질 고약한 선배 앞에 있는 잘못 많이 한 후배는 더욱 힘이 없었다. 예나는 안나가 시키는 대로 은쟁반에 비단보를 깔고, 그 위에 찻주전자와 찻잔을 얹고 위층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가면 영주님이 고마워할 거라고 하면서 한사코 밀어 보내는 안나의 웃음이 계속 불안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길이가 두 배는 되는 것 같았다. 계단도 한 단 한 단이 높았다. 무겁고 뜨거운 쟁반을 들고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예나는 이것도 안나가 준 시련의 일부인지 의심했다. 내려놓을 만한 벽감도 없고, 그렇다고 계단에 내려놓으려고 허리를 굽히면 불안한 상태로 계단을 올라간다는 게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다.
계단 끝에 도착해서야 왜 그렇게 길었는지 알 수 있었다. 위층이라고 한 것은 사실 옥상과도 같은 곳이었다. 문을 열자 찬 바람이 일단 예나를 맞았다. 그리고 거의 다 찬 보름달이 시야를 가득히 채웠다. 마치 성에 걸린 것처럼 가깝고 커서,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커다랗고 창백한 달, 달을 등진 탑, 탑 앞에서 달빛을 반사하는 유리 방, 촉촉한 살과 살이 맞닿아서 감겨드는 질척한 소리, 한숨 같기도 하고 신음 같기도 한 거친 숨소리, 얽히고 얽혀서 몇 개인지 구분할 수 없는 팔과 다리. 거기 둘러 싸여 반라로 무심하게 달을 올려다보고 있는 영주님. 현실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예나는 수고해서 들고 온 쟁반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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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월요일에 일찍 올리고 갑니다.
우후후후후..... 이 다음이 힘든 씬이라 힘빠질 것 같아요. 어쩌지 어쩌지. 걱정만 앞서는군용.
그래도 힘내서 가야겠죠? 댓글은 나의 힘,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