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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가끔, 마음을 주지만
소는 언제나, 전부를 바친다
워낭 : 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국어대사전에서 발췌)
"뎅그렁"이라는 소리가 이렇게도 따뜻하고 따뜻한 소리라는 것을 알게 하는 영화다.
솔직히 왜 할아버지는 걷기도 힘들어하는 소를 데리고 매일 일하러 나가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이해할 수 없었다. 늙은 소 대신 사가지고 온 젊은 소는 왜 부리지 않는지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젊은 소를 먹이기 위해 베어야 하는 꼴과 그 꼴을 짊어지고 또 다시 와야 하는 늙은 소의 무거운 발걸음.
그러나 그들의 동행은 '삶의 냄새'라는 것은 마지막에 가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수의사에게 "1년 밖에 남지않았다"라는 선고를 듣고서 바로 일을 멈추었다면, 아마 늙은 소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죽었을 텐데, 정말 기적적이게도 소는 수의사가 말한 1년을 채우고 갔다.
이 늙은 소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프고 발가락이 아픈 할아버지도 여든이 되는 나이까지도 버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마흔살의 소.
여든살의 할아버지.
그들의 30년간의 동행.
소로 인해 9남매를 무사하게 키울 수 있었고, 소가 없었다면 30년간의 농사도 없었을테다.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소는 500만원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존재다.
할머니의 팔아버리자..라는 말에 애써 무시를 하면서도 막상 꼴을 먹지 않고 엎어놓은 소에게 화풀이하는 할아버지지만, 때리고 난 후, 소를 다시금 쓰다듬는 할아버지의 굴곡진 손을 보면서 그냥 눈물이 났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얼마남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삶에 대한 이야기.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곧 삶인 그들의, 아니 우리들의 인생에 대한 무뚝뚝한 이야기풀이.

소와 할아버지가 나란히 지게 짐을 짊어지고 가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40년을 같이 일하면서 그들은 최고의 친구이자 형제가 되었을지도...
요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동물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을 읽는데요. 화자가 사람이 아니라 동물들입니다.. 인간이 학대하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풀어가는 얘기가 가슴을 울리더군요. 동물의 눈으로 보는 인간들은 참 지독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던데, 소와 할아버지가 나누는 우정이라니...이거 보러 가서 아예 시작부터 울면서 보게 될 거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