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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여사님!! 당신이 짱먹으셈!!-_-b

다 읽고 난 뒤 제 심정은 딱 위의 한 문장이었습니다. 영어로 팬레터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지금은 다소 가라앉아서 그런 무모한 짓은 안하기로 했구요.(전 가끔 제가 흥분해 있을 때가 가장 무섭습니다. 몇번 사고친 적이 있어서-_-)

To Die For로 사람 죽여놓게 웃겨주시더니, Cry No More로 눈물 쏙 빼놓으시고 말이죠. 린다 여사님은 오래오래 좀더 오래오래오래오래오래 로맨스 써주셔야 하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한 작가에게서 이토록 다양한 소재로, 완벽한 구성력을 가진 로맨스가 나와준다는 것, 그리고 독자로서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행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이럴 때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것이 통탄스럽기만 한 주접 1인;)

로맨스파크에서 번역 제목 때문에 조금 고심하셨을 거 같긴한데, 아무리 봐도 그냥 원제만큼의 임펙트가 없어서 아쉬워요. 로맨스 읽으면서 이렇게 눈물이 급격하게 쏟아져본 적은 처음이었는데, 이게 원제와 너무 잘 맞아 떨어진다는 말이지요.

우야든둥, 제가 본 로맨스 중에서 최고의 스토리텔링, 최고의 로맨스, 최고의 남주, 최고의 삐리리씬이 들어 있는 아주 주옥같은 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군요. 무조건 안 읽은 분들이 손해.

<영원愛>는 그야말로 다양한 문체를 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로맨스 작가에게서 볼 수 있는 노련함이 녹아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이끌어나갔던 건 여주 밀라의 처절하고 가슴 아픈 모성애 때문이었지만, 기름기 쫙 뺀, 위험하면서도 터프한 남성의 이미지, 디아스가 느무 매력적이었어요. 특히 <영원愛>의 정사씬은 그야말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숨막히는 절정을 선사합니다.



헨리 루이스 멘켄(H.L Menchen)이란 분이 그러셨더랍니다.
"시시한 주제는 없다. 시시한 작가가 있을 뿐이다."
이런 냉소적인 분같으니.... 아니라고 대꾸할 수가 없잖아요!OTL

앞서 얘기했던 <메아리>도 그렇고, <영원愛>도 그렇고, 따지고 보면 절대 새로운 소재들이 아닙니다.

<메아리>는 로맨스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애증의 삼각 관계, <영원愛>도 소재 자체는 로맨스에서 자주 다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영화나 미드의 수사극에서 몇번인가 보았던 소재. 두 글 모두 작가가 기발한 선택을 하거나 예상 외의 결말을 낸 건 아닙니다. <영원愛>의 경우, 유괴라는 소재가 나왔을 때부터, 서양식 이야기 구조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미 예상할 수밖에 없었던 결론이기도 했지요.

다만, 그 소재와 이야기를 로맨스 안에서 풀어낼 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어떤 식으로 갈등시키면서 끌어가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작가에게 달린 문제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는 깨달음. 로맨스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도, 또한 이런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답을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었을지언정, 감정이입될 수밖에 없는 여주와 그 여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남주의 특별한 매력이 어우러져 읽는 동안 조마조마해서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게 만들어주더군요.

사실 로맨스는 늘 반복되는 패턴의 해피엔딩을 요구하는 장르인지라 진부하기 짝이 없죠. 주구장창 사랑 타령을 해서 지겹고 유치한 장르란 말도 맞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진부한 소재를 누구나 똑같이 진부하고 상투적으로 표현하기만 한다면 별로 재미가 없을 겁니다. 진부하지만, 비록 영원할 것 같은 고전의 테마일지언정, 이토록 참신하고 사랑스럽고 딱 들어맞는 성숙한 전개와 결말을 국내 로맨스에서도 많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슴 아팠지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나라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할수록 섣불리 답을 낼 수 없는 문제를 린다 하워드는 자신의 책 속에서 치밀하게 담아내었습니다. 세상에 하나 놀라본 적 없는 남주 디아스마저 무릎 꿇게 만든 밀라의 탁월한 판단은 감동 그 자체였답니다. 감정이입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딜레마일진대, 아이를 가진 엄마의 심정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이상, 넘쳐나는 삐리리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는 당신을 말끔하게 구원해줄 것이라 추호도 의심치 않는, 린다 하워드의 <영원愛>였습니다.

댓글 '4'

이경화

2007.10.23 13:58:31

저도 보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더래요..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 하더군요..역시 린다야~ 하면서요.
하지만, 장르적 특성인 로맨스 적인 요소가 많이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리체

2007.10.23 15:59:57

읽으면서 '이 소재 어디에 어떻게 로맨스를 넣겠다는 걸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군요. 아이를 유괴당한 10년의 세월을 악착같이 버틴 여주에게 어떤 남자가 그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근데 점점 드러나는 디아스의 캐릭터를 보면서 저는 역시 린다야~ 그랬습니다. 둘이 물에 휩쓸렸다가 죽다 살아나서 바위 위에서 처음 찌릿댈 때 있지요? 제일 처음 그 부분에서 턱ㅡ 허를 찔린 기분이 들더라구요.

소재에 사랑을 희생시키지도 않고, 사랑 때문에 소재를 희석시키지도 않은 완성도가 너무 좋아서 개인적으로는 린다 하워드 아니면 절대 표현할 수 없겠다 싶은 경지마저 느꼈답니다.

연경

2007.10.23 18:15:17

재밌게 읽었지만 로맨스적 감성은 조금 부족하다 느꼈어요. 좀 더 남주의 심리와 비중이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근데 여주가 너무 불쌍해서 두 번은 못볼 듯 싶네요...ㅠ.ㅠ

브래드킬러

2007.10.24 18:56:40

저는 감성이 거북이등짝처럼 아주 메말랐나봐요. 이책 읽으신 분들마다 눈물을 쏟았다는데 전 무덤덤했거든요;; 밀라의 결정은 놀랍기도하고 대단하다 싶기도했지만 무엇보다 권선징악의 딱딱 떨어진 결말을 원했는데 친구라 믿었던 여의사한테 너무 약한 처벌이라 아쉽기만 했어요. 좀 더 무서운 복수를 원했나봐요. 이 책을 끊어 읽어서 감동이 덜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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