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정이원님의 "설원의 연인"



 3seconds..
에어리얼을 할 때 떠 있는 시간
그리고, 반하는 데 걸리는 시간


"진짜? 3초밖에 안 걸린다고? 말도 안돼. 서서히 정드는 사랑도 있잖아." ... 미은


"그건 나중에 깨닫는 거지. 첫눈에 반했다가 나중에야 깨닫는 거야. ……" ... 브랜트


"마음가는대로 해, 브랜. 마음 가는대로 행동했을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하지 않으니까. 원하는 걸 하라고." ... 케인


정말 모르겠어요. 나는 왜 스키를 타고 있는 거죠?


『그럼 혼란스러운 채로 스키를 타게.』
『 그냥 지금은 즐기면 되는 거네. 이긴다, 진다, 나는 왜 이 점프를 하는 건가. 무엇을 위해 하는 건가, 그런 생각 따윈 다 잊고 날아오르는 순간을 즐기는거야..』... 파블로



 호주 마운트 뷸러에서의 시간...


 그들의 첫만남....


 3초...


 브랜트에겐,
 에어리얼을 할 때 떠 있는 시간..
 혹은 It's unexpected(예상하지 못한...) 사랑예감이 드는 시간..


 미은에겐,
 불꽃놀이의 환하게 번쩍임보다 더 눈부신, 불꽃소리보다 더 쿵쾅거리는 심장소리에 놀라게 하는 그 애의 시선을 받아드리는 시간...



 시간의 점점이 이어진... 사흘.


브랜트에게는 충분한...인,
 '분명히 다시 만날 걸' 확신하는데
 Good bye가 아닌 See you..를 마음속으로 다짐하게 하는 시간...


 미은에게는 고작...인,
 덜렁대고 발랄한 성격이라곤 하지만 충동적, 어쩌다 란 말로 밖에 표현하지 못할 짧은 시간안에 그것도 낯설기 그지 없는 그에게 반하려 하는 자신이 두렵기도 하고 두려운만큼 설레이기도 해서 두근거리는 시간...


 첫키스... 첫..사랑...?
 사랑이 시작되려고 하다...



서울... 9개월 후의 만남...
 우연.. 운명... 그 어떤 말이든 결국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서로 이어지는 걸 거야...


 브랜트에게는,
 우연인듯 실은 자신이 치밀하게 설정한 우연 아닌 필연...


 "글쎄요. 할머니보다 멋진 여자는 아니지만, 할머니만큼 사랑스러워요. 할머니만큼 좋아해요. 섭섭하세요?"


 그래서... 이 인연을 한번 붙잡고 싶어져요.. 그녀와 내가 서로에게 의미가 될 수 있을지 내 앞으로 당겨보고 싶어요... 
 아직은 스키를 탈 때가 제일 행복하지만, 어쩌면 그만큼의 기쁨을 그녀가 줄지도 모르겠어요..


 미은에게는,
 이 우연이 필연인 줄 꿈에도 모르는 운명...


 호주가 아닌 서울... 사흘도 아닌..석달에 또 세번을 더해야 하는 시간을 지나서 우연처럼 만난 그의 모습은 기적같은... 시간. 어쩌면 이런 걸 운명이라고 말하는 걸까.


"진짜 운명이란 게 있나 봐."


 그래서 키스 한번에 재회의 기쁨을 담고, 키스 한번에 그동안의 그리움이 쌓인 반가움을 담고, 키스 한번에 이미 이어져 흐르기 시작한 감정의 물결의 떨림을 고스란히 담는다...



 사랑인가 봐... 당신이 내게....



 중국 하얼빈... 같은 무게의 시간 뒤의 또한번의 재회...


 세가지 선물...


 *스키 프리스타일 월드컵 초대권...


 브랜트에게는, 그녀에게 자신이 꿈꾸어온 열정의 결정체를 보여줄 수 있는
 미은에게는, 브랜트라는 사람에 대해 좀더 선명하게 성큼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어쩌면 최고의 크리스마스의 선물...


 아니면..... 미세하게 일기 시작한 불안한 물결의 시작.


 *미은이 손수 만든 미리메리 발렌타인 초콜릿 선물...


 브랜트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초콜릿에 대한 알레르기 고찰기.
 미은에게는 조금이나마 눈으로 가늠할 수 있게 제 마음을 표현하는데에 필요한 사랑의 소품.


 *브랜트가 미은을 위해 준비한 목걸이...


 브랜트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네 눈동자를 닮아서... 그래서 걸어주고 싶었어.
 미은은, 내 눈동자를 닮았다는 목걸이 대신 제 눈에 가득찬 그의 눈만을 바라보며 사랑한다는 말 대신 "항상 날…, 울려버려." 핀잔인듯 마치 초콜릿의 달콤함 같은 고백.


 하지만...
 그는 그녀가 자신의 점프를 함께 해줘서 마냥 기쁘고
 그녀는 그의 점프를 보지 못했노라 털어놓지 못해. 작은 거짓말... 적지않은 불안....


 그가 다치다..
 연락이 되지않는다...
 뒤늦게 안 그녀 무작정 뛰어 간다...
 그가 어딘지 냉정하다...
 잠시 떨어져 있길 원한다... 심지어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 권한다....


 브랜, 네가 했던 말이 맞았어...
 초콜릿이 원래는 쓴 거였다는 거... 달콤함은 그저 그 쓴맛을 잠시 잊게 해줬을 뿐이라는 거....


 이게 아닌데... 이건 아닌 거잖아... 왜 이러지... 어디서부터 잘못 어긋나기 시작한 걸까...... 
 슬프다... 심장이 떼어지는 거 같이 아리다... 내가 삶을 이끌어가는 게 아닌 삶이 자신을 끌고 가도록 내버려두다...


잠시의 이별... 잊혀진 듯 묻혀져 있을 뿐인 지난 기억들...  고개를 저을때마다 되새겨지는 그리움... 그리움...



브랜트에게는, 스키 스승인 케이가 떠나간 자리.. 미은이 떠나간 자리... 그 자리만큼 혼란이 찾아오다.


 전에는 스키가 내 인생에 전부였는데...
 다른 건 언제든 손에서 놓아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걸까요... 내가 왜 스키를 타고 있는지 그조차도 이제 손에 잡히지 않는듯 안개속이에요...


 전처럼 날지 못하겠어요.....


 미은에게는, 죽을만큼 힘들었던 첫사랑이라 여겼던 풋감점의 동하도 점차 잊으며 살아갔듯, 이번에도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언젠간 흘러간 옛사랑의 그림자란 이름으로 브랜트를 기억할거라 애써 위안을 삼아보지만.... 언제나 생각의 끝자락엔 그가 있다.


 이젠 막을 수가 없어...
 도저히 막지 못하겠어요... 막지 않을래요.. 
이젠 브랜트에 대한 감정 막는 거 그만 둘래요... 그래서 그에게 가요... 깨지더라도 그를 보며 마음 접을래요...


 "바보. 어떻게 잊겠냐."
 "너 같은 여잘 어떻게 잊겠냐." ... 브랜트


 아무리 감추려해도 감춰지지 않은 두 가지... 재채기, 그리고 서로에 대한 사랑.


 미은은 두려움에 멀리하던 브랜트의 경기를 보려고 두눈으로 목격하려 애를 쓰고
 브랜트는 억지로 보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중요한 건,
 브랜트가 스키에 얼마나 열정을 담았든
 미은이 자신의 일에서 멋진 프로가 되려고 얼마나 노력하든


 날 믿어주는, 날 사랑해주는, 이기길 기원하며 날 지켜주는,
 그대가 내 곁에 있어 주어서야 비로소 온전해진다는 걸 말이에요..


 다시 돌아온.....  3초... 3seconds....


 한번……, 빛이 보인다.
 두번……, 밤하늘이 보인다.
 세번……, 그녀, 그녀가 보인다.


 아아, 최고의 기분이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온몸을 다해 사랑할거다...


그리고 그후.... 10년.


 "헤븐리 벨리(Heavenly Valley)라면 천국의 골짜기란 뜻이지?"... 미은
 '날 천국에 데려다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야.' ... 브랜트


 Happy ever after... 행복하게 오래 오래....


 에어리얼 스키 선수와 신인 모델의 설원에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 입니다.


 어쩌면... 진짜 사랑이 다가왔을때 처음엔 호기심에 다가서다 열기 담은 욕심에 제 껄로 만들고 싶어 무작정 당기려 하는 스물살 그 즈음의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한층 성숙해지고 그 자란 마음으로 서로를 소중히 보듬으려 하는 브랜트와 미은의 사랑 고찰기이기도 하지요.


길다면 긴.. 리뷰이기도 그저 제 나름의 관람기이기도 한... 이 글의 끝자락에는


 언제나처럼 정크님의 단정한 글체에 그저 살풋 미소를 지어보고...
 정크님... 이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 세상에 선보여주셔서 고맙다는 말 뿐.....


 만약 정크님이 독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시는 거라면,
 "You want me to get out of your sight again(너, 또 내가 네 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저의 대답은 오직 하나. NO!  Naver~ Naver~


 브랜트와 미은은 설원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지만,
 전 창 밖 비오는 풍경을 보며 초콜릿을 입에 물고 그들의 달콤 쌉쌀한 연애에 흐뭇하게 하던


 정이원님의 "설원의 연인"입니다.



                       


댓글 '5'

김희

2007.06.17 08:10:34

와ㅏㅏㅏㅏ
한 권을 다 읽은거 같아요...

Junk

2007.06.19 01:26:46

헉, 미루님...ㅠ_ㅠ 감사드려용.

deniz

2007.06.20 03:30:05

정말 멋진 리뷰입니다...와아ㅏㅏㅏ...

chika

2007.06.20 14:37:47

리뷰도 너무 예뻐요!

꿀물보스

2007.06.22 01:32:12

정말 한권이 한눈에 지나가는것 같네요.. 대단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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