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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자가 있는 이 나라를 구하고 싶은 거야!
느끼함과 귀여움과 진지함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모던보이 강지환의 코믹 연기는 "그래, 너는 딱 그 역할이 제격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대로 물 올랐더군요. 얘는 금순이에서 보여줬던 싸가지 왕자 캐릭터가 아주 딱이었거든요. 구사시처럼 시종 진지한 역할은 아직 좀 그래요. 주지훈처럼 작품마다 발전하는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아직 완전하지도 않고 완벽하게 자연스럽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딱 그 역할에 아주 제대로 맞췄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지식한 한지민은 아, 그 이불 속에서 바르작거릴 때는 진짜 토끼마냥 귀여웠고, 한고은은 진정 고혹적인 우아함으로 모던시대를 압도하는 캐릭터 그 자체더군요. 한고은은 이제 진정한 연기자이더이다. 간간이 봤던 사랑과 야망에서도 잘 어울렸지만, 정말 그런 시대에 어쩜 그렇게 잘 들어맞는 분위기를 잘 내는지 말이죠. 샤론스톤처럼 포스터의 저 당당한 포스 그대로, 드라마에서의 한고은은 정말 화려하면서도 치명적입니다. 게다가 워낙 고전적인 미남인 류진이야, 언제나 여자들이 딱 기대하는 그만큼의 남성적이고 로맨틱한 캐릭터라 더할 나위 없이 멋지고 말입니다.
그 외에 각 캐릭터를 적절하고도 우아하게 표현해주는 조역들 역시 아주 적역들을 데려다 놔서 연기하시는 분들에게서 감히 단 한번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사치코"로 나오는 그 경찰서장 부인 말이죠,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천박함을 도도함으로 가장한 그 연기를 정말 천연덕스럽게 잘 하셔서 반했던 분인데, 여기서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캐릭터로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오히려 윤기원 씨가 맡은 이강구 역이 가장 미움받을만한 캐릭터일만도 한데, 드라마 분위기가 발랄해서인지 아직은 필요한 악역 정도의 느낌밖에는 들질 않는군요. 하긴, 딱 그만큼으로 필요한 캐릭터이겠지만 말이죠.
드라마는 종종 아기자기한 뮤지컬처럼 통통 튀는데, 스윙재즈식의 경쾌한 주제곡도 한몫합니다. 파라다이스 댄스홀의 단체 댄스는 아주 제대로 느끼하면서도 웃겼어요. 암울했지만, 모던했다는 그 시대상황을 이렇게 쾌활하게 그려서 보여주었던 드라마가, 아마 기존에는 없었지 싶네요. 1, 2회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본방송은 부모님이 보시는 쩐의 전쟁에 밀려 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재방이라도 꼭꼭 챙겨서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될 정도로 제대로 빠져들 것 같습니다.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재밌어서요. 특히 캐스팅 진짜 최고예요.
원작은 수억년 전에 본 거라 대강의 얼개만 기억합니다만, 원작을 보았든 못 보았든, 드라마가 원작을 고스란히 재현해주리라는 순진한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경성애사>의 소재와 인물을 가지고 모던한 그 시대를 그려내는 참신하고 독특한 드라마를 제대로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소설은 소설대로 매력적이었고,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특별한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으며 나름 16부작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만든 새로운 장치들을 원작에 잘 조합시킨 흔적도 곳곳에 보입니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소재주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처럼 원작을 충실하게 해부해서 그와 똑같이 재현한다거나, 그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좀더 깊이 있게 표현하려고 한다거나 하는 쪽으로는 그다지 별 재주도 관심도 없습니다. 드라마 <경성스캔들>은 원작의 캐릭터와 전형적인 몇 개의 멜로 구도를 조합하여 재구성되었지만, 또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서 대접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할 만큼 참신하게 잘 만들어진 초반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동안의 원작 있는 드라마들도 거의 이런 식이었지요. <경성스캔들>도 이 정도면 꽤나 노련한 드라마 연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마왕처럼,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항일투쟁의 가장 강력한 혁명전술, 연애.
다만, 일제 시대의 잔혹한 참혹함은 차치하고라도, 이 드라마가 그 시대를 그저 "모던한 사랑놀음"으로만 그려내는 가벼움에만 머물 것이냐, 라는 중요한 관점은 결코 간과할 수가 없겠지요. 우리나라처럼 영광보다는 치욕이 훨씬 가까웠던 역사를 겪은 민족에게 아직도 일제 치하 36년은 씻을 수 없는 금기에 가깝습니다. 처음엔 원작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시놉이 돌아다니기에 기겁을 했는데, 왜 그런 노선을 선택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 시대는 차라리 웃지 않고서는 기억하기조차 힘든 시대가 아닙니까.
한편으로는 코믹한 요소를 차용한 <경성스캔들>은 암울한 시대에는 상관없이 빳빳하게 다린 서양식 정장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모던보이입네, 모던걸입네 하면서 대로를 활보했던 사람들에 대한 조롱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촌스러운 여자를 신여성으로 만들어주는 내기를 하면서 "내기에 지면 독립투사가 되겠다"고 뻔뻔하게 허언장담하는 친일파 모던보이들이 결국 이 드라마의 끝에 가서 어떻게 변화할지, 그런 카타르시스를 이 드라마가 제대로 표현해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저 시종일관 이런 가벼움으로만 끝내고 만다면 실망스러울 거예요. 이건 아마도 드라마 전반적으로 작가와 연출자가 그 시대를 얼마만큼 깊이있는 정서로 대하고 있는가의 문제와도 상통할 것입니다.
그나저나 시대가 변하긴 했나봅니다. 일제 시대를 이렇게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예전에는 생각 못했거든요. 우리에게 있어 일제 치하 36년의 기억이 늘 침통하고 비극적으로밖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반성도 사죄도 없이 과거사를 세계적으로 망각시키려고 애쓰는 일본의 태도 때문일텐데 말이죠. 과연 이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영될 때 얼만큼이나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드라마가 무거움을 가볍게 뛰어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정면 돌파하는 기지까지도 보여준다면 조금은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만.
뒷심이 있는 드라마이기를 바랍니다. 결코 가볍게 대할 수 없는 시대이지만, 어설프게 고뇌하고 쓸데없이 비장한 흉내를 내는 비극보다는 이런 시대극의 재기발랄한 재현도 정말 멋진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느끼함과 귀여움과 진지함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모던보이 강지환의 코믹 연기는 "그래, 너는 딱 그 역할이 제격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대로 물 올랐더군요. 얘는 금순이에서 보여줬던 싸가지 왕자 캐릭터가 아주 딱이었거든요. 구사시처럼 시종 진지한 역할은 아직 좀 그래요. 주지훈처럼 작품마다 발전하는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아직 완전하지도 않고 완벽하게 자연스럽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딱 그 역할에 아주 제대로 맞췄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지식한 한지민은 아, 그 이불 속에서 바르작거릴 때는 진짜 토끼마냥 귀여웠고, 한고은은 진정 고혹적인 우아함으로 모던시대를 압도하는 캐릭터 그 자체더군요. 한고은은 이제 진정한 연기자이더이다. 간간이 봤던 사랑과 야망에서도 잘 어울렸지만, 정말 그런 시대에 어쩜 그렇게 잘 들어맞는 분위기를 잘 내는지 말이죠. 샤론스톤처럼 포스터의 저 당당한 포스 그대로, 드라마에서의 한고은은 정말 화려하면서도 치명적입니다. 게다가 워낙 고전적인 미남인 류진이야, 언제나 여자들이 딱 기대하는 그만큼의 남성적이고 로맨틱한 캐릭터라 더할 나위 없이 멋지고 말입니다.
그 외에 각 캐릭터를 적절하고도 우아하게 표현해주는 조역들 역시 아주 적역들을 데려다 놔서 연기하시는 분들에게서 감히 단 한번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사치코"로 나오는 그 경찰서장 부인 말이죠,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천박함을 도도함으로 가장한 그 연기를 정말 천연덕스럽게 잘 하셔서 반했던 분인데, 여기서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캐릭터로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오히려 윤기원 씨가 맡은 이강구 역이 가장 미움받을만한 캐릭터일만도 한데, 드라마 분위기가 발랄해서인지 아직은 필요한 악역 정도의 느낌밖에는 들질 않는군요. 하긴, 딱 그만큼으로 필요한 캐릭터이겠지만 말이죠.
드라마는 종종 아기자기한 뮤지컬처럼 통통 튀는데, 스윙재즈식의 경쾌한 주제곡도 한몫합니다. 파라다이스 댄스홀의 단체 댄스는 아주 제대로 느끼하면서도 웃겼어요. 암울했지만, 모던했다는 그 시대상황을 이렇게 쾌활하게 그려서 보여주었던 드라마가, 아마 기존에는 없었지 싶네요. 1, 2회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본방송은 부모님이 보시는 쩐의 전쟁에 밀려 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재방이라도 꼭꼭 챙겨서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될 정도로 제대로 빠져들 것 같습니다.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재밌어서요. 특히 캐스팅 진짜 최고예요.
원작은 수억년 전에 본 거라 대강의 얼개만 기억합니다만, 원작을 보았든 못 보았든, 드라마가 원작을 고스란히 재현해주리라는 순진한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경성애사>의 소재와 인물을 가지고 모던한 그 시대를 그려내는 참신하고 독특한 드라마를 제대로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소설은 소설대로 매력적이었고,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특별한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으며 나름 16부작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만든 새로운 장치들을 원작에 잘 조합시킨 흔적도 곳곳에 보입니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소재주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처럼 원작을 충실하게 해부해서 그와 똑같이 재현한다거나, 그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좀더 깊이 있게 표현하려고 한다거나 하는 쪽으로는 그다지 별 재주도 관심도 없습니다. 드라마 <경성스캔들>은 원작의 캐릭터와 전형적인 몇 개의 멜로 구도를 조합하여 재구성되었지만, 또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서 대접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할 만큼 참신하게 잘 만들어진 초반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동안의 원작 있는 드라마들도 거의 이런 식이었지요. <경성스캔들>도 이 정도면 꽤나 노련한 드라마 연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마왕처럼,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항일투쟁의 가장 강력한 혁명전술, 연애.
다만, 일제 시대의 잔혹한 참혹함은 차치하고라도, 이 드라마가 그 시대를 그저 "모던한 사랑놀음"으로만 그려내는 가벼움에만 머물 것이냐, 라는 중요한 관점은 결코 간과할 수가 없겠지요. 우리나라처럼 영광보다는 치욕이 훨씬 가까웠던 역사를 겪은 민족에게 아직도 일제 치하 36년은 씻을 수 없는 금기에 가깝습니다. 처음엔 원작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시놉이 돌아다니기에 기겁을 했는데, 왜 그런 노선을 선택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 시대는 차라리 웃지 않고서는 기억하기조차 힘든 시대가 아닙니까.
한편으로는 코믹한 요소를 차용한 <경성스캔들>은 암울한 시대에는 상관없이 빳빳하게 다린 서양식 정장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모던보이입네, 모던걸입네 하면서 대로를 활보했던 사람들에 대한 조롱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촌스러운 여자를 신여성으로 만들어주는 내기를 하면서 "내기에 지면 독립투사가 되겠다"고 뻔뻔하게 허언장담하는 친일파 모던보이들이 결국 이 드라마의 끝에 가서 어떻게 변화할지, 그런 카타르시스를 이 드라마가 제대로 표현해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저 시종일관 이런 가벼움으로만 끝내고 만다면 실망스러울 거예요. 이건 아마도 드라마 전반적으로 작가와 연출자가 그 시대를 얼마만큼 깊이있는 정서로 대하고 있는가의 문제와도 상통할 것입니다.
그나저나 시대가 변하긴 했나봅니다. 일제 시대를 이렇게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예전에는 생각 못했거든요. 우리에게 있어 일제 치하 36년의 기억이 늘 침통하고 비극적으로밖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반성도 사죄도 없이 과거사를 세계적으로 망각시키려고 애쓰는 일본의 태도 때문일텐데 말이죠. 과연 이 드라마가 일본에서 방영될 때 얼만큼이나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드라마가 무거움을 가볍게 뛰어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정면 돌파하는 기지까지도 보여준다면 조금은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만.
조국, 민족, 해방.
계급, 혁명, 자유
독립, 투쟁, 테러.
그딴 건, 개나 줘버려.
계급, 혁명, 자유
독립, 투쟁, 테러.
그딴 건, 개나 줘버려.
《경성스캔들》 1회, 선우 완의 나레이션 중에서
뒷심이 있는 드라마이기를 바랍니다. 결코 가볍게 대할 수 없는 시대이지만, 어설프게 고뇌하고 쓸데없이 비장한 흉내를 내는 비극보다는 이런 시대극의 재기발랄한 재현도 정말 멋진 시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