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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글, 매력도 높은 글
ㅡ위층남자와 실연세탁소
이건 독자의 입장이라기보다 같은 작가의 입장에서 쓴 리뷰입니다.
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실 거창한 장르나 거창한 소재로 쓰면 말 그대로 있어 보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쪽이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끄적이는 입장이 되고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더 어려운 것은 소소한 소재로 반짝반짝하게 글을 끌어가는 쪽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처음 감탄했던 작품은 미키녹스 님의 위층 남자인데, 그거 읽고 제가 처음 주얼 양에게 했던 말이 이거였습니다.
"이 소재로 이보다 더 잘 쓰기는 힘들어. 나, 도저히 이렇게 못 쓴다."
작가님의 첫 작품 러브크래프트는 매력이 있었지만 로맨스로서의 완성도를 따지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위층 남자는 정말 그 소재(소재가 좀 소소해서 그 점이 맘에 안 차는 독자는 있을지 모르겠거니와)로 그 이상 잘 쓰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팍팍 들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캐릭터, 대사, 문장의 개성, 에피소드의 연결.
뭐 하나 흠 잡을 데가 안 보이더군요. 이건 쓰는 사람의 입장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 독자의 취향에 따라 이런 스토리를 싫어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게다가 조였다 풀어줬다 하는 힘도 대단하고 삐도 너무 적당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감탄, 또 감탄.
"이 소재로 이보다 더 잘 쓰기는 힘들어. 적어도 나는 불가능."
이런 생각을 갖게 한 또 한 작품은 말풍선 님의 실연세탁소.
사실은 초고는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연재본을 봤었습니다). 그런데 짧은 수정기간에 매력은 하나도 잃지 않고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셨더라구요. 수정기간이 아주 짧고 게다가 거의 혼자서 그 작업을 하신 걸 알고 있기에 정말 놀랐습니다. 즉, 자신의 글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계셨다는 거죠.
말풍선 님의 대단한 점은 묘사가 많지 않으면서 장면이 눈앞에 보이듯 그려진다는 것인데,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문장이 짧고 묘사가 많지 않으면서 장면이 다 그려진다면 뭐 하러 길게 씁니까. 최소한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연출하는 게 낫죠. 그게 안 되니까 자꾸 단어를 붙이고 묘사를 붙이고 하는 겁니다. 아마 읽으신 분들 중에 은우가 소근에게 모자를 던지는 장면, 머릿속에 그거 안 그려지신 분들은 정말 없을 것 같다고 전 생각했습니다.
미키녹스 님의 매력은 조이고 풀어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건데, 말풍선 님의 매력은 그거랑은 좀 다릅니다. 조이고 풀어주는 힘 이전에 씹히는 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삐신 같은 게 아니어도 독자의 로맨티시즘을 충족시켜주는 부분이 존재하구요(아까의 그 모자 장면처럼).
제 생각에 두 분이 생생한 장면을 쓸 수 있는 비결은 아마 경험에서 우러나온 게 아닌가 합니다.
친구가 많은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대사 치는 솜씨에서 그게 잘 드러납니다. 대사 잘 치는 분들은 대개가 유쾌하고 성격이 좋거나 친구들이 많은 분들이 많죠. 문장은 쓰면 늘지만 대사는 안 되더라구요. 또 경험이 어느 정도 있으셔야 평범한 에피소드를 반짝반짝하게 쓰시는데, 이 두 분의 장점입니다.
언제나 느끼지만 작가는 경험이 많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글솜씨 그런 걸 따지기 이전에, 경험이 적고 인간에 대해 파악하고 있지 못하면 얄팍해 보이기 십상인데 그런 면에서 이 두 분은 잘은 모르겠지만 깨져도 보시고 고민도 해보시고 희망과 절망도 가져보신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홈의 작가님들이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뵌 적이 있어야 말이죠;
뵌 적이 있어야 말이죠;
암튼 극찬은 되도록 안하려고 하는데, 이건 극찬하는 걸로 보여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거슬리시는 분들은 그냥 같은 작가로서 작가에게 감탄하는구나, 그렇게 봐주세요.
사실 제가 리뷰를 할 때는 100% 재밌게, 술술 읽었을 때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단점이 너무너무 아쉬운(아이고, 이것만 아니었으면 완벽하잖아!) 글이 있고, 반면에 장점이 부럽도록 도드러지는 글이 있죠. 리뷰의 관점은 그 차이입니다. 항상 한가지 관점에서만 풀어쓰고 말투까지 시니컬한 편이라 오해도 사긴 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이렇게 주어진 소재에서 완성도 높은 글 얘기를 했지만, 독자로서는 완벽하지 않고 약간 구멍이 보이더라도 매력이 높은 글도 대단히 좋아합니다. 언젠가 리뷰한 김세희 님의 집착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사랑과 인간을 보는 작가님의 관점이 느껴져서 매력을 느꼈던 거겠지만요.
간만에 생각에 잠겨서 쓰고 갑니다.
이제 토고전을 보러 총총.
꼭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