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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762
저자/이유진
출판사/샤인북(동아출판사)
요 근래 한 동안 귀여운 아이들의 로맨스가 읽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풋풋한 그들의 사랑이 보고 싶어 안달하던 차에 <그녀석에 관한 고찰>을 손에 넣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막상 책을 손에 쥐고도 읽어야 하나 마나 고민 했었다. 연재 때 무척 재미있게 읽었었고, 당시 장편이 아닌 중편 정도의 분량이었던 걸로 기억했기 때문이다. 단편과 중편과 장편은 그 호흡이 다르기 때문에 아주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이상은 늘거나 줄거나 하게 될 경우, 그 재미가 반감되는 예를 자주 보았었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막상 읽고 난 후에는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이야기를 늘이면서 들였을 작가의 노력이 충분할 정도로 느껴졌고, 연재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여주 캐릭터가 미흡하나마 조금은 선명해져 있어 뜻밖의 수확을 거둔 느낌이기도 했다.
<그녀석에 관한 고찰>의 가장 큰 재미는 아무래도 남자주인공인 한재형의 만담에 가까운 혼잣말에 있을 것이다. 1인칭 시점이라서 주인공들의 내면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고, 그 중에도 한재형의 잘난 체 하는 모양새라던가 최길은에 대한 마음의 깊이를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특히 마치 못 말리는 남동생 같은 한재형은 그 캐릭터가 여전히 생생했다. 출간을 하기 위해 분량을 늘릴 때는 보통 1인칭 주인공시점을 3인칭 전지적작가 시점으로 변환하는 예가 많은데 만일 <그녀석에 관한 고찰>을 3인칭 전지적작가 시점으로 바꾸었다면 아쉽지 않을 수 없었겠다 싶을 정도로.
좋아하기에 무조건 참고 속으로 삭히는 길은과 초등학생처럼 좋아하는 감정을 괴롭히는 것으로 표현하는 재형의 연애담은 풋풋함 그 자체였다.
전반적으로 에피소드 형식이라 심심할 만도 하련만, 재형의 입담이 지루함을 반감시켰다. 게다가 연재시 인상적이었던 장면과 새로 추가된 장면이 적절히 조화된 것이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혹시 작가의 경험담이 살짝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한 에피소드들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위에 언급한 모든 것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 1인칭 주인공 시점, 에피소드 위주, 편중된 캐릭터 등.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에 간간히 감정의 반복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길은의 마음을 오해하는 재형의 답답함이 자주 묘사되었다. 물론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재형의 오해가 지속되어야 했으나, 그것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읽는 이로서는 조금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다.
만일 3인칭이었다면 행동 묘사 혹은 상대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며 지면을 할애할 수도 있었을지 모르나, 그러자니 재형의 속내를 모두 읽을 수 없기에 <그녀석에 관한 고찰>이 가지는 장점을 상쇄시켰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조금 곤혹스럽긴 하다. 글을 쓰면서 장점을 살리되 단점을 죽이는 등 중도를 지킨다는 것은 역시 이렇게 어려운 거다 싶었다.
두 번째, <그녀석에 관한 고찰>은 전체를 아우르는 커다란 사건이 없다. 챕터 혹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적절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때문에 중반에 이를 때 솔직히 조금 지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위기 자체가 소소하며 평범하여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않고, 뇌리에 남을 정도로 강렬한 반전이 없으니 책을 덮고 난 뒤 받는 감상이라고는 한재형이라는 캐릭터 뿐이다. 이것도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이므로 재형이 귀엽다고 느껴진 독자에게는 아기자기하고 좋았다란 평가를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지루하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 <그녀석에 관한 고찰>은 캐릭터가 편중되어 있다. 지나치게 튀는 캐릭터 한재형으로 인해 여자주인공인 최길은이 묻힌 것과 다름없이 느껴진다.
후기에서 본 작가의 의도대로라면 일단 성공적이었으나, 대신 독자가 이입 할 만한 구석이 없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독자들이 이입하는 창구는 여자주인공이다. 로맨스소설은 읽는 이의 감정을 몰입시켜 단숨에 읽어내려가도록 하는 힘이 필요한 장르이기에 여자주인공의 존재가 미비하면 아무래도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힘들다.
예전에도 어디선가 언급했던 것 같은데, 로맨스에서는 남녀라는 두 명의 무게가 적절하게 평형을 이루는 것이 좋다. 이를 테면, 남자주인공이 소위 말하는 카리스마 있게 나올시에 그와 대비되도록 여자주인공은 평범한 대신 자주 등장시켜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주거나 혹은 여자주인공 역시 강렬하게 대비를 시키는 편이 좋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장르적 한계가 작가에게는 자칫 작가로서의 권한을 제한 받는 것임과 동시에 쓰는 재미를 반감시킨다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로맨스소설은 장르 소설이다. 장르는 그 장르 독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작가의 의도 역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석에 관한 고찰>은 분명 로맨스소설이다.
이러한 스킬을 조금 더 잘 활용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이끌어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또 주저리 늘여놨다.
아무튼 위의 세 가지는 어디까지나 아쉬운 마음에 언급한 것들이고,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다음 작은 아무래도 재형과 길은의 친구들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에필로그의 주된 소재가 된 스케치북에 쓰여진 '고백'이 어떻게 시작된 것이고 어떻게 끝맺음 될지 몹시 기대된다.
출판사/샤인북(동아출판사)
요 근래 한 동안 귀여운 아이들의 로맨스가 읽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풋풋한 그들의 사랑이 보고 싶어 안달하던 차에 <그녀석에 관한 고찰>을 손에 넣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막상 책을 손에 쥐고도 읽어야 하나 마나 고민 했었다. 연재 때 무척 재미있게 읽었었고, 당시 장편이 아닌 중편 정도의 분량이었던 걸로 기억했기 때문이다. 단편과 중편과 장편은 그 호흡이 다르기 때문에 아주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이상은 늘거나 줄거나 하게 될 경우, 그 재미가 반감되는 예를 자주 보았었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막상 읽고 난 후에는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이야기를 늘이면서 들였을 작가의 노력이 충분할 정도로 느껴졌고, 연재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여주 캐릭터가 미흡하나마 조금은 선명해져 있어 뜻밖의 수확을 거둔 느낌이기도 했다.
<그녀석에 관한 고찰>의 가장 큰 재미는 아무래도 남자주인공인 한재형의 만담에 가까운 혼잣말에 있을 것이다. 1인칭 시점이라서 주인공들의 내면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고, 그 중에도 한재형의 잘난 체 하는 모양새라던가 최길은에 대한 마음의 깊이를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특히 마치 못 말리는 남동생 같은 한재형은 그 캐릭터가 여전히 생생했다. 출간을 하기 위해 분량을 늘릴 때는 보통 1인칭 주인공시점을 3인칭 전지적작가 시점으로 변환하는 예가 많은데 만일 <그녀석에 관한 고찰>을 3인칭 전지적작가 시점으로 바꾸었다면 아쉽지 않을 수 없었겠다 싶을 정도로.
좋아하기에 무조건 참고 속으로 삭히는 길은과 초등학생처럼 좋아하는 감정을 괴롭히는 것으로 표현하는 재형의 연애담은 풋풋함 그 자체였다.
전반적으로 에피소드 형식이라 심심할 만도 하련만, 재형의 입담이 지루함을 반감시켰다. 게다가 연재시 인상적이었던 장면과 새로 추가된 장면이 적절히 조화된 것이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혹시 작가의 경험담이 살짝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한 에피소드들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위에 언급한 모든 것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 1인칭 주인공 시점, 에피소드 위주, 편중된 캐릭터 등.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에 간간히 감정의 반복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길은의 마음을 오해하는 재형의 답답함이 자주 묘사되었다. 물론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재형의 오해가 지속되어야 했으나, 그것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읽는 이로서는 조금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다.
만일 3인칭이었다면 행동 묘사 혹은 상대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며 지면을 할애할 수도 있었을지 모르나, 그러자니 재형의 속내를 모두 읽을 수 없기에 <그녀석에 관한 고찰>이 가지는 장점을 상쇄시켰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조금 곤혹스럽긴 하다. 글을 쓰면서 장점을 살리되 단점을 죽이는 등 중도를 지킨다는 것은 역시 이렇게 어려운 거다 싶었다.
두 번째, <그녀석에 관한 고찰>은 전체를 아우르는 커다란 사건이 없다. 챕터 혹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적절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때문에 중반에 이를 때 솔직히 조금 지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위기 자체가 소소하며 평범하여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않고, 뇌리에 남을 정도로 강렬한 반전이 없으니 책을 덮고 난 뒤 받는 감상이라고는 한재형이라는 캐릭터 뿐이다. 이것도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이므로 재형이 귀엽다고 느껴진 독자에게는 아기자기하고 좋았다란 평가를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지루하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 <그녀석에 관한 고찰>은 캐릭터가 편중되어 있다. 지나치게 튀는 캐릭터 한재형으로 인해 여자주인공인 최길은이 묻힌 것과 다름없이 느껴진다.
후기에서 본 작가의 의도대로라면 일단 성공적이었으나, 대신 독자가 이입 할 만한 구석이 없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독자들이 이입하는 창구는 여자주인공이다. 로맨스소설은 읽는 이의 감정을 몰입시켜 단숨에 읽어내려가도록 하는 힘이 필요한 장르이기에 여자주인공의 존재가 미비하면 아무래도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힘들다.
예전에도 어디선가 언급했던 것 같은데, 로맨스에서는 남녀라는 두 명의 무게가 적절하게 평형을 이루는 것이 좋다. 이를 테면, 남자주인공이 소위 말하는 카리스마 있게 나올시에 그와 대비되도록 여자주인공은 평범한 대신 자주 등장시켜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주거나 혹은 여자주인공 역시 강렬하게 대비를 시키는 편이 좋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장르적 한계가 작가에게는 자칫 작가로서의 권한을 제한 받는 것임과 동시에 쓰는 재미를 반감시킨다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로맨스소설은 장르 소설이다. 장르는 그 장르 독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작가의 의도 역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석에 관한 고찰>은 분명 로맨스소설이다.
이러한 스킬을 조금 더 잘 활용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이끌어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또 주저리 늘여놨다.
아무튼 위의 세 가지는 어디까지나 아쉬운 마음에 언급한 것들이고,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다음 작은 아무래도 재형과 길은의 친구들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에필로그의 주된 소재가 된 스케치북에 쓰여진 '고백'이 어떻게 시작된 것이고 어떻게 끝맺음 될지 몹시 기대된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죽여 중도를 지키는 것. 참말 어려운 것인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