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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인생미학>은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사랑에 설레고 싶어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지요. 로맨스를 꿈꾸는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세상. 잘 정제되고 숙련된 분위기의 아름다운 동화. 왠지 로맨스와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인생미학>이란 제목은 이 작품 전체를 감싸주는 따뜻한 모포와도 같은 느낌이라서 다 읽고나면 이보다 더 완벽한 제목은 없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그림이 함께 하는 그림책이었더라도 참 좋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동화적인 느낌은 가벼움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감성을 정확하게 찌르는 문장, 그리고 1인칭을 사용하는 시점때문에 연출되는 이 분위기는, 왠지 팬시적일 것이라는 짐작과는 다르게 좀더 깊은 감성을 건드립니다. 읽는 동안 가슴이 절절하게 차오르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온라인에서 한번 읽었던 스토리인데도, 두번 세번 읽게 만드는 힘은 장면들을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넣게 만드는 영상적인 문장들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깔끔하게 끝낼 여자로 연애 상대를 고르는 남자 이교, 사랑이 궁금하긴 하지만, 애써 찾을 생각은 없어보이는 서른의 남자주인공은 앞을 보지 못하는 스무살 영을 만나면서 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춘기 소년처럼 조심스럽고 서투르게. 읽어내려가다보면 눈이 보이지 않는 영의 결핍만이 장애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교는 한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은 다소 냉소적인 캐릭터인데, 이교의 내적 결핍은 영의 장애와 비슷한 선상에 있습니다.
어떤 사랑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상대에게 찾아나가는 과정입니다. <인생미학>에서 보여주는 사랑은 자신의 결핍을 상대의 결핍으로 메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결핍은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상대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건 결코 시각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남주 이교의 일인칭 시점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소재 역시 <금지애>만큼이나 금지적인 설정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금지애>는 패륜의 설정이면서도 안으로 폭발하면서 흘러넘치지 않게 절제하는 감성적인 문장이었다는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에게도 거북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지요.
<인생미학>에서는 외적인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칫 무례할 수도 있는 사랑 얘기가 남주의 1인칭 시점을 사용함으로써 설득력을 갖습니다. 신체 장애 역시 민감한 금지 설정 중 하나죠. 강간, 폭력 등도 주인공을 나락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한 시퀀스지만, 신체 장애라는 설정이야말로 신중하게 다뤄야할 소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교의 1인칭 문장의 심리를 읽다보면, 영의 시각 장애와 마찬가지로 심적 결핍 장애를 갖고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랑이란 감정이 궁금하지만 애써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남자. 그리고 그건 영의 장애와 같은 비중으로, 아니 좀더 무거운 비중으로 글 전반에서 다뤄집니다. 1인칭이기 때문에 독자는 이교에게 동의할 수 있으며, 그가 느끼는 결핍을 이해하고, 감정과 심리에 동화됩니다.
또한 영이 머릿속으로밖에 상상할 수 없는 상황들과 이미지들은 작가의 영상적인 문장들을 통해서 하나하나 형상화가 됩니다. 그래서 마치 나 자신도 영의 입장에서 비의 향기를 느끼고, 이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게 되고, 스스로를 덤이라 생각하면서 바보처럼 미안해하게 되더군요. 그외 재미를 더해주는 조연들도 눈부십니다. 바보 트리오라 불리는, 하지만 너무나 멀쩡한 그들의 개그 행진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너무나 적절한 순간에 딱딱 배치된 조연들의 감초 역할은 그저 조연일 뿐만 아니라 이교와 영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주는 가교 역할도 능청스럽게 잘 해냈습니다.
상대의 결핍을 통해서 스스로의 사랑을 깨달아가는 주인공들은 결코 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그 과정을 진지하면서도 아름다운 시선으로, 격렬하면서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인생미학>은 더욱 빛이 나는 글이 되었습니다. 어떤 소재가 오직 그 작가만이 가진 요리법으로 완성된다는 것 또한 쉽게 볼 수 있는 마법은 아니지요. 그런 점에서 정이원 님의 글은 무척 특별합니다.
오랜만에 너무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 챙기시고 앞으로도 쭉 건필해주세요.
하지만 이 동화적인 느낌은 가벼움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감성을 정확하게 찌르는 문장, 그리고 1인칭을 사용하는 시점때문에 연출되는 이 분위기는, 왠지 팬시적일 것이라는 짐작과는 다르게 좀더 깊은 감성을 건드립니다. 읽는 동안 가슴이 절절하게 차오르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온라인에서 한번 읽었던 스토리인데도, 두번 세번 읽게 만드는 힘은 장면들을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넣게 만드는 영상적인 문장들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깔끔하게 끝낼 여자로 연애 상대를 고르는 남자 이교, 사랑이 궁금하긴 하지만, 애써 찾을 생각은 없어보이는 서른의 남자주인공은 앞을 보지 못하는 스무살 영을 만나면서 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춘기 소년처럼 조심스럽고 서투르게. 읽어내려가다보면 눈이 보이지 않는 영의 결핍만이 장애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교는 한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은 다소 냉소적인 캐릭터인데, 이교의 내적 결핍은 영의 장애와 비슷한 선상에 있습니다.
어떤 사랑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상대에게 찾아나가는 과정입니다. <인생미학>에서 보여주는 사랑은 자신의 결핍을 상대의 결핍으로 메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결핍은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상대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건 결코 시각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남주 이교의 일인칭 시점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소재 역시 <금지애>만큼이나 금지적인 설정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금지애>는 패륜의 설정이면서도 안으로 폭발하면서 흘러넘치지 않게 절제하는 감성적인 문장이었다는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에게도 거북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지요.
<인생미학>에서는 외적인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칫 무례할 수도 있는 사랑 얘기가 남주의 1인칭 시점을 사용함으로써 설득력을 갖습니다. 신체 장애 역시 민감한 금지 설정 중 하나죠. 강간, 폭력 등도 주인공을 나락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한 시퀀스지만, 신체 장애라는 설정이야말로 신중하게 다뤄야할 소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교의 1인칭 문장의 심리를 읽다보면, 영의 시각 장애와 마찬가지로 심적 결핍 장애를 갖고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랑이란 감정이 궁금하지만 애써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남자. 그리고 그건 영의 장애와 같은 비중으로, 아니 좀더 무거운 비중으로 글 전반에서 다뤄집니다. 1인칭이기 때문에 독자는 이교에게 동의할 수 있으며, 그가 느끼는 결핍을 이해하고, 감정과 심리에 동화됩니다.
또한 영이 머릿속으로밖에 상상할 수 없는 상황들과 이미지들은 작가의 영상적인 문장들을 통해서 하나하나 형상화가 됩니다. 그래서 마치 나 자신도 영의 입장에서 비의 향기를 느끼고, 이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게 되고, 스스로를 덤이라 생각하면서 바보처럼 미안해하게 되더군요. 그외 재미를 더해주는 조연들도 눈부십니다. 바보 트리오라 불리는, 하지만 너무나 멀쩡한 그들의 개그 행진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너무나 적절한 순간에 딱딱 배치된 조연들의 감초 역할은 그저 조연일 뿐만 아니라 이교와 영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주는 가교 역할도 능청스럽게 잘 해냈습니다.
상대의 결핍을 통해서 스스로의 사랑을 깨달아가는 주인공들은 결코 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그 과정을 진지하면서도 아름다운 시선으로, 격렬하면서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인생미학>은 더욱 빛이 나는 글이 되었습니다. 어떤 소재가 오직 그 작가만이 가진 요리법으로 완성된다는 것 또한 쉽게 볼 수 있는 마법은 아니지요. 그런 점에서 정이원 님의 글은 무척 특별합니다.
오랜만에 너무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 챙기시고 앞으로도 쭉 건필해주세요.
댓글 '9'
이경화/ 앗, 고맙습니다. 이경화님만 그러신 건 아니야요. 같은 말씀을 하신 분들 굉장히 많답니다. 표현이 조금씩 틀릴 뿐이지 그렇게 마냥 평이 좋지도 않아요. 안 읽히신다는 분들, 꾸역꾸역 읽었다는 분들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 어떤 부분에서 부족해서 몰입도가 약해졌는지 저 스스로도 알고(라기보다 느끼고) 있답니다. 3%가 아니라 30%인데ㅡ 음, 그런데 인생미학을 쓰고 수정할 때는 거기까지가 한계였습니다. 모자라는 부분은 다음 글에서 메워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남겨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재, 1인칭 시점,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했는데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잡을 수 없는 뭔가가 있어서ㅡ 그런데 그게 꼭 책을 내고 나면 보인다는 게 문제죠;
사실 어떤 부분에서 부족해서 몰입도가 약해졌는지 저 스스로도 알고(라기보다 느끼고) 있답니다. 3%가 아니라 30%인데ㅡ 음, 그런데 인생미학을 쓰고 수정할 때는 거기까지가 한계였습니다. 모자라는 부분은 다음 글에서 메워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남겨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재, 1인칭 시점,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했는데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잡을 수 없는 뭔가가 있어서ㅡ 그런데 그게 꼭 책을 내고 나면 보인다는 게 문제죠;
여주의 장애 때문에 선뜻 읽기가 힘들었는데, 남주의 내적인 결핍과 잘 어우러져서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