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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개인적인 사정으로 진즉부터 모셔만 두고 침만 꿀꺽 삼키다가
이제야 마지막 페이지를 다 넘겼습니다.
-짐짓 어른인체 하는 오래된 초보 연인들의 갈팡질팡 이야기-
구원을 제 나름대로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구원은 가수로 성공하고 싶은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초보 연인들의 꿈과 사랑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마음 성장기 같았습니다.
만약 가수로 성공하고 싶은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구원의 중심 이야기 축이었다면,
현란하게 돌아가는 조명과 시끌벅적한 비트와 함께
현 가요계의 문제점과 기타등등의 이야기꺼리가 무수히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끌며 정신 없이 돌아갔을지도 모릅니다.
- 이런 초점을 잡았다면, 성상납에 기타등등 정말 눈요기 꺼리가 잔뜩 나왔을지도 모르겠군요. -.-;;; (이거 엄청난 자극이로군요.)
그러나 작가는 초점을 오래된 초보 연인들의 마음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
특이한 점이라고는 남자친구가 가수라는 것과 그가 가수로서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는 정도죠.
영채는 끊임없이 투덜거립니다.
자칫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그녀는 한계까지 다다른거죠.
여자는 사소한 관심 하나에 행복해하고, 작은 행동 하나에 우울해하는 감정을 세심하게 잡아냈다고 할까?
전 그렇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심정 너무 너무 잘 압니다.
투덜거리는데, 막상 치형한테는 못하죠.
그냥 내 속으로만 투덜거릴 뿐.
그녀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계속 구석으로 몰리고 있는데 사람 살려 한마디도 못하고 혼자서 제 속을 볶아대기만 하죠.
중학교 1학년 처음에 만나
-솔직히 꽤 어린 녀석들이 어른인체 하고 놀아서 조금 놀랐습니다만
영채와 치형의 마음은 딱 그 시절에 묶여 있고
몸은 성장해 버렸습니다. 더불어 사회인이 되어 책임을 부가 받기도 했구요.
그 틈에서 오는 괴리와 우왕좌왕이 책 속에서
적나라하게 그러면서도 수줍게 드러났습니다.
《걔는 너무 바쁘고, 나는 너무 한가해.
그게 우리의 문제야.》
글 속에 나온 문구가 바로 구원을 지탱하고 있는 가장 커다란 줄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도 리체와 같은 질문을 해봅니다.
치형에게 있어서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성실하게 고생스럽게 그 먼길을 참고 인내하며 어렵게 걸어간 그 길의 정점에서 단순히 사랑 한가지만으로 방향 선회를 할 수 있는 것은 굉장한 용기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것이 로맨틱한 앤딩을 지나치게 염두에 둔 작가의 딜레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것은 짐짓 어른인체 하는 초보 연인들의 우왕좌왕 하는 마음 성장기이기 때문에
앤딩은 두 사람이 이제 진짜 어른이 되어 세상과 사랑을 함께 공유하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처럼 사랑놀이에만 치중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가수 일을 갑작스레 은퇴 선언을 하고 팽게친 것은 자신의 책임을 아무렇게나 미뤄두고 우선 급한 불부터 꺼보자? 쯤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 일본 진출 문제랑, 중국 감독과의 문제등등 그걸 다 해결하려면 소속사 사장님 머리 깨나 빠질 것 같습니다.
누구 누구 표 로맨스. 란 타이틀을 달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리앙님은 단 두 작품만으로 '김성연 표 로맨스'란 타이틀을 단 것 같습니다.
뻔한 코드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어우러진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나가는 글을 보면, 거기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족애까지.마음속에 따뜻한 온천수가 퐁퐁 솟아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음 글에는 조금 더 달라진 김성연의 스피디하고 과감한 글도 한 번 쯤 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 봅니다.
덧- 과거와 현재의 달라진 폰트와
또 중간 중간 상대편 전화 대사나 과거회상에서 달라진 폰트
조금 어지러웠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사건들도 세련되게 융화되지 못한것이 못내 서운합니다.
덧2- 본의 아니게 구원 리뷰 위에 구원 리뷰가 또 올랐습니다. -.-;;;
덧3- 리뷰를 이렇게 길게 쓴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댓글 '3'
개인적으로 구원의 매력은 화려한 소재를 화려하지 않게 풀어낸 것, 그 묘한 불균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것을 화려하게 쓰는 것이 정형이라면 리앙님은 리앙님만의 특화된 것을 쓰시는 거겠지요. 소재가 어떠하든 글에 현실적인 사람의 감정을 담는 것 역시 그렇구요. ^^
정형을 통해 로맨스 소설쓰기를 돌파;할 것이냐, 그렇지 않으냐는 작가의 선택일 겁니다. 로맨스 독자들의 보수성은 상당한 정형을 요구하지만, 또 쓰는 입장에서 보면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솔직히 '구원'은 많은 것이 원만했던 '가족이 되어줘'와는 좀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같을 수도 없는 것이고 같아서도 안되겠지요. ... 에고, 리뷰나 감상을 써얄 텐데...ㅠㅠ 댓글만 길어지네요.
방학 끝나면, 꼭 감상 쓰겠습니다. 여름 방학은 미워...ㅠㅠ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