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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 (血의 淚: Blood Rain, 2005)
장르 :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 김대승
출연 : 차승원, 박용우, 지성, 윤세아, 최지나
섬에 도착한 첫 날, 화재사건의 해결을 서두르던 원규 일행 앞에서 참혹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을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으로 동요하는 마을 사람들은 7년전, 역모를 이끈 천주교도와 한패로 낙인찍혀 온 가족이 참형을 당한 강객주의 원혼이 일으킨 저주라 여기며 점점 광기에 휩싸여간다.
불길한 섬에 고립 되어가는 원규 일행은 살인범의 자취를 찾지 못한 채 점점 광기어린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에 동요되고 만다. 게다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냉철하게 추리해나가던 원규 앞에 참혹한 연쇄 살인 사건이 이어진다. 제지소 주인의 아들 인권은 흉흉한 마을 분위기를 강압적인 태도로 잡으며 원규와 끊임없이 대립하기만 한다. 여기에 참형 당한 강객주에게 은혜를 입었던 두호의 등장으로 원규는 점점 혼란속에 빠지게 되는데...
트레일러가 마음에 들었고 미스테리/스릴러 라기에 보고 싶었던 영화다. 차승원이 진지한 연기를 한다기에 '과연?' 이란 의문을 품고 보기 시작한 영화기도 하고.
꽤 재미있었다. 평들이 엇갈리던데, 같이 본 사람의 의견으로는 잔인해서란다.
'잔인하다'에는 크게 동조를 못 하겠으나, 영문을 알 수 없는 죽음들이 보여지는 장면은 그럭저럭 사실적이다. 끓는 물에 산 사람을 통째로 넣어 죽이는데, 그건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할 정도로. 아, 거열형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뭐 이건 대충 눈치챌 수 있을 정도긴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에 있어서, 범인이 왜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타당성이 분명하다면 성공이라 생각한다. 그 점에 있어서 <혈의누>는 성공했다. 무서운 장면이 왜 나왔나에 대해 설득력이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겠다.
'무서운 장면'만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 영화는 그동안 무서운 장면은 있어도 그 장면이 꼭 필요한 '이유'는 약한 셈이었다. 개인적 예로 <장화홍련>을 들고 싶다.
<장화홍련>에서도 무서운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나중에 그 장면이 왜 나와야만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지극히 부족했다. 무서운 장면은 그저 관객들을 무섭게 만들기 위한 장면일 뿐이었다. <혈의누> 역시 그러한 면이 완전히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장화홍련>보다는 나았다.
<혈의누>는 스토리가 탄탄했기에 각각의 장면들이 보여주는 미스테리와 재미가 더 빛났다.
흠이라면 범인이 누구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다는 것. 물론 미리 스포일러를 듣고 보긴 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누군지 알겠더라. 그럼에도 볼만했던 건, 모쪼록 발휘된 차승원의 힘!
사실 차승원은 한 템포 늦기만 하는 수사관이긴 했으나, 비상한 머리 덕분에 결국 범인이 누군지 밝혀낸다. 그리고 공적인 부분뿐 아니라 사적인 부분에서도 '동화도'와 얽힐 수밖에 없었음을 깨닫고 고뇌하는 부분도 괜찮았고. 차승원도 진지한 연기가 가능하구나...란 느낌을 받았달까?
영화를 보기 전에 연기자들이 굉장히 힘들게 촬영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공감한다. 진짜 힘들었겠더라.
참, <혈의누>란 제목은 좋지만 그 제목 그대로 하나의 장면을 만드는 건 좀 너무했음. 그리고 결국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차승원의 선택은 마음에 들었음. 이 부분이 현실적으로 느껴졌으므로.
아무튼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 한 편을 봤다.
나만의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