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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연님의 "가족이 되어줘"


빵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아니 혹시 그전에 마음 상한 일이 있었더라도 빵집에서 빵을 고를 때만큼은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 머문다.
그래서 진열대 앞에 서서 슬픈 표정을 짓는 그녀가 두 눈에 담긴다.... 재준.


나는 이제 혼자다.
살아간다는 게 뭐였는지도 이제 가물가물 한 거 같다.

잠을 자고... 눈을 떠 일어나 숨을 쉬며.. 길을 걷는 그게,
내게 있어 일상이고 살아가는 것이다.

아니 살아내는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삶이란 게 내겐 아직 버겁다. ... 지윤.


그, 스물의 재준과 그녀, 스물 아홉의 지윤..
어느날 몽마르뜨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생과 손님으로 만납니다.

한발짝... 재준은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기고..

한발짝... 재준은 느끼며,
           분명 좋아하는 것이다. 그녀를.....

한발짝... 그와 지윤의 눈이 마주치고...

한발짝... 지윤에게 그가 필요한 존재가 되며...

한발짝... 재준은 그녀에게 사랑해 주세요, 감정을 전합니다...

이제껏 남아있는 줄도 알지못했던 그녀의 마음이라는 데에 빗장문이 살며시 열리고
그는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러우면서도 한치 흔들림없이 걸어 들어옵니다.

사랑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하기는 어느 누가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우연인 듯 길가에서 마주친 그녀에게 한동안 가게에 뜸했던 이율 물으며
보고싶었다는 말 대신 '이제 그만 빵으로 돌아오세요!' 라는 귀여움을 보여주고...

막 시작되려는 사랑을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 가게 누나를 붙잡다가 듣는 핀잔에
'...아, 됐다고 돌아서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말이 하고 싶어 죽겠다.젠장!' 하며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말하고 싶어하며...

아직은 8살 차이의 어린 연인과의 만남을 세상에 알리는 게 어색한 그녀에게,
'사귀자고 밀어붙이고.. 협박도 불사하고... 되게 약았지만, 절대 사과는 안해요. 대신 행복하게 해줄게요...' 라고 말하는 그인 걸요.

류재준. 사랑에 빠진 바보... 마음에 사랑이 가득차서, 행복이 보글보글 재준이.

그런 그를 지윤이 욕심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사랑해.'라고 말하는 지윤과
그 고백을 '행복하다'보다는 격하고, '감동적이다'보다는 잔잔한 감정으로 보듬어안는 재준.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가족 잃은 슬픔에 함께 아파하고 연인에게 위로가 되게 해달라 간절히 기도하며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희망으로 그녀의 살아 있음에 죄스러운 슬픔을 감싸안는 두 사람.

그렇게 그들은 사랑을 넘어 어디쯤의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만 갑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에 언제나 따스한 햇살만 비출 수는 없는 법.

이름만의 등장만으로도 주인공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훼방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다크 호스 '희정'씨.

어찌보면 그녀의 고자질은 치기마저 섞이여 보이지만 재준의 어머니로 하여금 지윤을 다그치는데에는 문제가 없어보이네요.

하늘에 계신 부모님을 화제에 올리며 건네는 재준 어머니의 단 한마디의 말은 어느 무엇보다 맵게 지윤의 뇌리에 충격을 주고, 그동안 가슴 저편에 묻어두었던 두려움을 돌아보게 합니다.  


재준은 누나가 없으면 자신은 안된다 합니다.

당신만 내 곁에 있으면 무서울 게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꾸만 두려움이 생깁니다.

혹시나 나 때문에 그애가 불행해지면... 그럼 어쩌지...
사랑만 주고 싶은데, 그러고 싶은데... 그애가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하면...


서로에 대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이별을 말할때,
흔히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혹은 나 때문에 네가 불행해지면 안되니까.. 하는 이율 달지만

만약 상대가 없어서.. 제 곁에 없어서... 그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해진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더 불행하다 말할 수 있는 걸까요.

게다가 그를 위한다 두눈 감고 실천했던 이별행도 서로를 더욱 깊이 인식하게 만들 뿐인가 봅니다.
  
그리움만으로 자신을 채우다 채우다 그 무게에 쓰러지게 할만큼...

해서 그들의 이별 뒤 재회는 사랑한다 말보다도 다신 헤어지지 말자는 말보다도 벅찬 서러움에 눈물이 먼저 납니다.

맑은 날에 느닷없는 세찬 비와 같은 시련이 찾아와 잠시 슬퍼하고 절망하기도 했지만,
그에 그들은 좀더 여물어지고 좀더 성숙해지며 서로에 대한 마음의 끈을 더욱 단단히 묶게 되겠죠.

비가 오고나서 땅이 더욱 굳듯이...

8살 연상의 나이 차이에도.. 주위의 사뭇 편견어린 시선들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알아보고 주저없이 '사랑'을 '사랑'이라 상대에게 전하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던 두 사람이라 느꼈습니다.

그런 만큼 재준의 프로포즈는 남다르고 또 눈물이 나도록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는 대목이었어요.

"누나랑 가족이 되고 싶어."

내 가족이 되어 주세요...
사랑합니다..........

나도 너희를 사랑해...^^


음, 인상깊었던 장면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도 아... 하는 나직한 탄성과 함께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우며 떠올리는 장면이 있어요.

욕실 안, 노곤한 몸을 욕조에 담그고 있던 지윤 옆에서 조곤조곤 얘기하다가 옷이 젖는 걸 개의치 않고 물 속에 있는 알몸의 지윤을 꽉 껴안던 장면과

야외에서 오렌지 껍질을 까서 지윤의 입속에 쏘옥 넣어주는 장면...

재준이 이렇게 포근하고 귀여워도 되는 건가요....^^


더불어 개인적으로 두 커플외에 가장? 안타까운 이가 한명 있었습니다.

'지윤' 둘째언니의 약혼자였다는 주형.

사라진 지윤의 행방을 알 수 없어 애타하는 재준이 부럽다는 그.

"찾을 사람이 있다는 게 부러워."

추억을 계속 만들어갈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게,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우리'라는 존재의 사람이 있다는 게 부러워....

이 세상엔...

지윤과 재준의 살풋 설레이면서 한발 한발 다가서는 포근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
지나간 사랑의 기억 속에 머물며 너무나 일찍 잃어버린 연인을 가슴에 묻는 애잔한 사랑도 있습니다.

그의 기다림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부디 그 기다림이 어느 즈음엔 끝이 있길 감히 바래봅니다.
그 끝에 지금까지의 기다림이 결코 외롭지 않았노라고... 말할 수 있는 또다른 따스한 행복이 깃들여 있기를......


우리의 어린 연인, 재준은 비록 나이가 어리고 여려 보일진 모르지만
단 한사람 그녀, 지윤을 위해선 충분히 강했습니다.

사람을 고칠 손으로 그녀를 포근하고 그득한 품안에 보듬고
사랑이란 명약으로 그녀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지윤에게 있어서 세상 유일한 의사 재준.

앞으로도 그는 아마 그 누구보다 행복한 의사일테지요.

저도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내 임에게 물을 날이 어서 오길 기다려 보면서 이만 감상을 마칩니다.


지금껏 당신을 기다려 왔습니다...

나의 가족이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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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또...... "아일랜드" 주인공들 버전으로 짧은 평 하나 넣어봅니다.
( 이건 지금껏 연재 중에 변변히  감상글 하나 올려드리지 못한 미안함 대신이랄까... 저처럼 그 드라마를 즐겨 보셨으니 이것도 그냥 재미삼아 보시라구요.^-^;;; )




아일랜드 버젼



중아 ... 국아, 나 머리 아퍼.

          지윤이랑 재준이 내 머리 속에 들어와 집을 짓나봐.
          하루종일 쿵쿵 거려.

강국 ... 중아야, 나 오늘 경호 못해! ( + -.-)
          ( 왕삐침. 재준 못지 않음. )

(밥 가득 떠서 꾸역꾸역 입에 들이밀면서.. 우물우물... )

         미 모양은 만나고 싶어도 남친이 없어서 못만나는데...
        
         저거.. 저거.. 배가 불러서 그래.
         밥 굶겨야 돼. 저거...
      
( 중아품에 철버덕 안기면서.. 애절모드 )
중아야.. 나 힘없다... 너 없이 안돼... 도와줘...

    
        



시연 ... (중아네 커플들을 쳐다보며)
          머리에 뭐? 집.. 집짓는 게 뭐. 그게 뭐야.
          아흐. 구려... 언니네도 참 구려...

         그나저나 이재복군.

         난 날개 달린 에로천사,

         국아저씨는 경호천사,

         중아언니한테는 담배가 생긴 모양인데.
    
          재복군은 뭔가...


재복 ... ( 콧바람을 튕기며.. )
          아... 또네....
          또 꼬이네...

     재준 짜아식. 지가 의대생이면 단가. 흥.
     우리 중아도 의사고 대따 멋져.-.-;;

    (중아가 준 정형학 서적을 뒤적이면서.. )
    그리고 나도 의학 서적 읽고 있어, 이거 왜이래...

     그도저도 아니여도 괜찮아. 나 남에 애인 잘 꼬셔. 흐흐흐...
    
     (효과음. 재복의 허밍 )

     울고 있는 나의 모습~ 바보 같은 나의 모습~
     태양이 싫어, 태양이 싫어~~~~~








댓글 '2'

Lian

2004.10.23 22:42:50

미루님표 리뷰를 받다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T^T (....)
사실 책을 받고도 아직 안 읽어 봤습니다. ; 수정 하느라 하도 들여다봤더니 지겨워서. -_-;;; 미루님 리뷰를 읽으니까, 감동이 마구 밀려오면서, 읽어 봐야지 ;ㅁ; <-요렇게 되네요. ;;;;;;;
수정할 때 제가 어느 장면(어느 장면인지는 차마;;;)을 읽으면서 키득거렸거든요. 그랬더니 마침 놀러 와 있던 언니가 "뭐 보면서 웃는 거야?" 그러더라구요. 좀 민망한 기분이 들어서 아니라고 얼버무렸더니 자꾸만 캐묻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내 소설." 하고 대답을 했더니 아주 괴상한 표정을 짓더군요. 열라 부끄러웠어요. -_ㅠ 이번엔 눈물 글썽이기에 도전해 볼까 봐요. -_-a (.....)
아일랜드 버젼, 멋져요. 인정옥 작가가 썼다해도 믿겠어요. -0- (흥분하고 지*)

미루

2004.10.28 00:21:33

주..죽어도 여한이 없다니요... 그 무슨...
오래오래 사셔야 또 오래오래 제가 리앙님 글을 볼 수 있죠...
리앙님, 제가 오히려 너무 감사하고 있다는 거 아시죠...^//^
감상글을 즐겁게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저또한 마냥 뿌듯해집니다... 수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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