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저자/이명주
출판사/푸른터

사랑하던 남자의 갑작스런 청첩장을 받고 실의에 빠져 있던 채현은 연기자인 유민의 홈페이지 대화방에서 만난 '유민팬'이란 남자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러나 알고 보니 '유민팬'은 다름아닌 이유민이었고, 당황한 채현은 그를 밀어내려 하지만 그는 어느새 채현에게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채현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명주 작가의 앞서 출간된 두 권은 그리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작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는 듯 한데 그게 무엇인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소극적이며 내면침잠형인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약간은 문장력이 부족하다 싶어서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만인의 연인>에서는 앞의 두 권과 달랐다.

특별히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다. 꽃발날리는 칭찬이나 강력하게 추천하고픈 생각도 없다. 단지 이 작가가 가진 특정한 누군가를 향한 애정에 호감을 가졌다고나 할까?

작가가 후기에도 밝혔듯, 연예인과 사랑에 빠지는 환상은 그 누구나가 한번쯤 꿈꿔봤음직한 일은 아닐까? 그게 결코 현실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사랑을 받는다는 환상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게 바로 팬일 것이다. <만인의 연인>에서 만인의 연인인 이유민은 작가가 좋아하는 한 연예인을 모티브로 한 듯 느껴졌다. 그게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마 작가가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연예인과의 사랑을 이야기 속에 그려넣고 싶어 <만인의 연인>이 탄생했으리라 짐작된다.

작가에 대해 기본지식조차 없는 내가 그렇게 느낄 수 있을 만큼, <만인의 연인>에서 등장하는 이유민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꽤나 솔직하게 담겨져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난 이 글에 몰입을 할 수 있었다.

본래 성격이 찬 탓이라 그런지 특정 연예인에게 빠져본 적 없고, 남들이 열광하는 드라마에 목메본 적이 없는 셈인데도 <만인의 연인>에서 솔직담백하게 그려진 감정들은 꽤나 내 흥미를 자극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점 때문에 <만인의 연인>의 또다른 등장인물인 채현은 존재가 매우 흐려지고 말았다.

로맨스에서 중요한 것은 남자 주인공일 터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여자 주인공이다.

로맨스 독자들 대부분은 여성이고, 결국 로맨스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극히 남성적이고 멋진 남자들이 로맨스에 반드시 등장을 해야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지고 있다. 반면에 여자 주인공은 지극히 평범하거나 완벽하더라도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어야 독자들(대부분의 여성들)이 그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시킬 수 있다. 로맨스 소설은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게 그 목표이므로 만일 독자가 여주인공에게 자신을 대입시키지 못한다면 소설은 실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즉, 로맨스 소설은 남자, 여자 둘 다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만인의 연인>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확실히 부각되어 있다. 어떤 스타일인지 대략 머릿속으로 그려볼만큼 말이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은 작가가 그동안 출간했던 작품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름만 다를 뿐, 어찌 보면 세 명의 여주인공은 다 같은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지구상에 수 많은 인간이 존재하는 것처럼, 각각의 소설 속에서 수 많은 등장인물이 존재한다. 소설가라면 그들을 결코 평면적인 인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이 그들이 된 것처럼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인물들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같은 소설가의 소설이라고 해도 하나의 장면에서 볼 때 A란 소설에서 등장하는 여자와 B란 소설에서 등장하는 여자의 감정이라든가 행동 패턴이 달라야만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여자 이야기>나 <만인의 연인>이나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은 하나 같이 비슷했다.

또한 소설적 갈등을 만들기 위해 '조기 폐경'이라는 특수한 증상을 소재로 등장시키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공감을 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조기 폐경'은 실제로 발생되는 증세이며, 전체 여성의 1% 정도가 이러한 조기 폐경을 경험한다고 한다. 페미니즘이 결코 어색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에 만연된 여성이라는 성(性)의 이미지(아이를 낳는)를 생각해본다면 조기 폐경이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로맨스를 읽는 독자들 중에도 이러한 경험을 한 사람이 없다고 단언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그 병을 다룸에 있어 극도로 유의했어야만 했다.

작가 역시 인간이며, 한 인간의 경험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본인이 겪지 않은 일을 소설의 소재로 사용한다고 해서 이에 대해 옳다 그르다 논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러한 소재가 민감한 부분일 경우에는 충분한 자료조사를 거쳐야 함이 기본이며 더 나아가 실제로 이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자신의 소설 속에서 적절하게 표현해야만 할 것이다. 그 소재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쓰지 않고, 단지 갈등을 심화시키기 위해 사용할 목적이었더라면 더욱 그러해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만인의 연인>에서 소재로 활용된 '조기 폐경'은 그러했다고 말할 수가 없겠다.

로맨스 소설은 어느 정도 갈등과 오해가 있어야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 수가 있으므로 유민과 채현 사이에도 적당한 갈등이 필요했었다는 건 이해를 하겠다. 그 갈등을 위해 조기 폐경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바도 이해를 하겠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 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과연 자신의 아픔을 수박 겉핡기로 담아낸 이 글에 동조할 수가 있을 것인가? 어쩌면 누군가의 사랑놀음(이 단어가 무척 싫지만;;)에 농락 당한듯한 기분은 들지 않겠는가?

물론 그 소재를 사용했다고 해서 작가를 비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요즘 들어 소설적 재미를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소설들이 점점 많이지는데에 약간의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뿐이다. 강간, 폭력, 자폐, 특수한 질병, 신체적 정신적 장애, 자연재해, 테러, 전쟁 등은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므로 만일 이러한 것들을 소재로 사용할 경우에는 세밀한 조사와 더불어 최소한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충분히 헤아린 후에 사용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게 같은 사람으로서 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아닐까.

<만인의 연인>은 그러한 면에서는 많이 부족했음을 느꼈고, 주인공 외에도 등장하는 인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진짜 필요했다 싶었던 인물은 두어 명에 그치고 말아 안타까웠고, 프롤로그가 본문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지 못해 아쉬웠고, 편집이 너무나 무성의했음(말줄임표라든가 들여쓰기 같은 굉장히 소소한 부분에서조차 실수가 많았다)에 혀를 찼지만, 작가의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은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댓글 '6'

Jewel

2004.09.29 17:19:43

이거 남주가 '지성'이 모델이랍니다. 얼마전에 싸인도 받았다고 자랑한거 홈페이지에서 봤어요 ^^

코코

2004.09.29 18:02:22

지성이 누군데?ㅡㅡ;

MickeyNox

2004.09.29 18:11:18

어째 초반부 설정이랑 남자 주인공이 많이 보던;;;;;;

Jewel

2004.09.29 18:20:50

코코/ 소설의 모델은 지성이 아니라 류진이레요 ㅡㅡ;; 난 왜 야네들을 구분하기 힘든지 원.
http://imgnews.naver.com/image/100/2004/09/14/sh2001200409140815410.jpg
이녀석이 류진
http://bingoimage.naver.com/data3/bingo_41/imgbingo_86/ihj0329/28364/ihj0329_2.jpg
이녀석이 지성 ..

리체

2004.09.29 18:51:55

미키/글게요. 오홋홋. 저도 초윰인이랑 영아를 생각했다는..ㅎㅎ

코코

2004.09.29 20:49:49

미키.리체/인터넷이 보급화 되면서 그것도 일종의 클리셰로 볼 수 있지 않겠냐^-^;;
주얼/사진 잘 봤쓰. 둘 다 눈에 익은 애들이구만.
근데 지성이란 녀석 얼굴이 더 낯익은 것을 보니 얘가 류진보다 약간 연기를 잘하는 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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