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저자/초은
출판사/영언문화사

친구의 졸업작품의 시나리오를 맡게 된 신이현은 영화의 남자 주인공인 유승과 연애를 한다. 첫사랑의 실패를 극복하지 못한 이현은 골초에 연애기피증 환자. 그렇지만 연애엔 선수이자 사랑엔 초보인 유승에게 자꾸만 마음이 끌린다. 그들의 서툰 연애 한 판!





초은이란 작가는 처음이었고, 그래서 어쩌면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한 달에 십 권이 넘게 로맨스 소설이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 새로운 작가의 책을 선듯 선택하기란 매우 힘드니까. 그런데 기대도 없이 읽은 이 소설에 그만 흠뻑 빠지고 말았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처럼 이 작품 역시 느즈막히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소재다. 그러나 그 느낌은 전혀 다르다.

여주인공 신이현과 남주인공 유승은 첫눈에 반했다기 보다는 그저 막연히 호감을 갖고 출발했다. 술자리에서 모두가 나가떨어짐에도 꿋꿋이 버티고 선 이현이 마음에 든 유승. 롱코트를 멋들어지게 소화해내고 끈적임 없이 남녀간의 미묘한 대화를 잘 나누는 유승이 마음에 든 이현. 연애는 ok, 사랑은 no 였던 이현은 그러다 그만 유승의 서툰 연애질에 발목을 잡히고 만다.

현실에서 남녀가 연애를 할 때는 누군가 주도권을 갖게 된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연애의 대부분은 주도권 다툼이나 진배없다. <연애기피증>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이현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 첫사랑의 뼈아픈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유승과의 거리를 적당히 조율하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사실 그녀는 두렵다. 누군가에게 깊이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까봐 겁이 난다. 그래서 쿨한 척, 냉정한 척 해버린다. 유승은 그런 이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애만 태우고.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 느낀 것인데 진솔과 이건은 참 잘 어울린다. 둘의 사이를 누군가 가로막는 건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다. 이현과 유승 역시 마찬가지. 진솔과 이건의 경우와 달리 이현과 유승 사이에는 방해물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나에게 있어 환상이었다면 <연애기피증>은 나에게 있어 현실처럼 여겨졌다. 전작이 담담한 녹차 같은 느낌이라면 후작은 쓰디쓰면서도 달콤한 커피와도 같다. 같은 소재로 이렇게나 다른 글을 쓸 수 있다니 두 작가 모두에게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안 로맨스 자체에 흠뻑 빠져 읽어본 일이 없었는데 엇비슷한 시기에 좋은 두 작품을 만나 너무나 행복했다. 두 권 다 두세 번 읽고 또 읽어도 지루하지 않아 좋다. 그래서 초은이란 그 이름을 내 머리 속에 깊이 새겨 넣어둬야겠다고 결심한다.


덧) 그런데 압구정 로데오 거리엔 몸을 내밀고 사람을 부를 수 있는 야외형 커피숍이 없다. 거리가 좁아 커피숍은 다들 건물 안에 들어가 있다. 종이컵이 나온 걸로 봐서 분명 테이크아웃일 텐데, 로데오 거리 근처에서 길거리에 있는 테이크 아웃 점은 두 군데다. 둘 다 같은 방향에 있고, 야외형 테이블이 놓여 있으며, 큰 도로에 면해 있어 테이블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도보와 같은 높이의 장소에 놓여 있다. 이곳에서 테이블 앞에 차를 주차해 사람을 부르긴 힘들다. 거긴 평소에도 엄청나게 길이 막히는 곳이기 때문이다(유승처럼 그랬다간 원성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_-;). 그리고 거기 있는 백화점(갤러리아)로 가려면 큰도로에서 우회전이 아니라 좌회전을 해야한다;;;

    로데오 거리가 아닌, 압구정 역이라해도(압구정하면 대부분 갤러리아 부근을 떠올리는데 사실 정확히 말해 거긴 청담+압구정이다. 지하철 압구정 역과는 버스로 세 정거장) 마찬가지로 압구정 역 상권지역 안엔 운전석에서 몸을 내밀고 사람을 부를 수 있을 만한 야외형 테이블을 놓아둔 테이크아웃점이 없다. 또 거기 골목에서 빠져나와 백화점(현대)에 가기 위해 우회전 한다 했으니 압구정 역 1번 출구 부근에서 출발한 것이라 짐작되는데... 거긴 커피숍 같은 가게가 하나도 없다;;;

(안다, 안다. 질투의 발로다, 이건. 뭐 질투날 만큼 재미있는 글이니 이 정도 딴지는 봐줘도 될 듯^-^; 므흐흐)


댓글 '1'

코코

2004.06.08 12:25:11

아니, 진솔미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답니까;;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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